〈 165화 〉신혼여행(2)
"같이 비행기 타는 건 처음이네요."
"그러게. 앞으로는 종종 같이 타보자."
"제가 공주는 아니라도 로마는 데려가 주실 거죠?"
"그래."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아직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끝나지 않아 아쉽게도 이번 여행은 제주도다.
수진이도 나도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위험한 것보단 안전한 게 제일이지.
여행은 내년에도 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저 제주도는 가본 적이 없어요."
"..."
"흐응~ 제주도가 신혼 여행지였구나?"
수진이는 내가 잠깐 말문이 막힌 것에서 바로 정보를 캐치해냈다.
이렇게 눈치 빠른 아이들은 안 된다니까.
수진이는 내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왔다.
그리 아프진 않지만, 수진이의 기분이 살짝 다운된 느낌이다.
시작이 별로로군.
어떻게든 좋은 식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데.
"예약한 거 설마 갔던데 또 가는 건 아니죠?"
"그건 아니야."
굳이 갔던 곳을 또 가서 혜정이에 대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제부턴 오로지 수진이만 바라보며 살고 싶으니까.
수진이는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을 전환한 수진이는 일정에 관해 물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초에 세웠던 계획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
"여기가 제주도... 좀 따뜻하네요. 바다 냄새도 나는 거 같고."
곧 6월이 되는 시기니 제주도는 좀 더운 편이지.
우리는 택시를 잡고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니 호텔에 체크인하고 조금 일찍 하루를 마무리를 짓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렌터카를 빌리고 계획을 세운 대로 돌아볼 생각이다.
"대학생인데 매일 집에서 인강만 들어서 답답했는데 이건 괜찮네요."
"응?"
"언제든 신혼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
"그러네."
덕분에 친구가 없어서 우리의 신혼 사진은 제법 굉장한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수진이를 불쌍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본인은 절대 불쌍하지도 않고 부럽지도 않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처남이 그걸로 놀리니까 제법 진지하게 발차기를 날려대는 모습이 본인도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중에 웨딩 사진을 보게 되면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호텔에 체크인하고 바로 저녁을 먹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뷔페니까 뭘 먹을지 고민 안 해서 편하긴 하네요."
"대신 돈은 지랄같이 비싸지만."
"그러게요. 아무리 먹어도 본전은 못 뽑겠다."
저녁은 한 끼에 거의 10만원이니 절대로 본전은 못 뽑지.
우리는 그렇게 신혼여행과는 조금 맞지 않는 묘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와~ 진짜 맛있겠다!"
뷔페는 역시 비싼 값을 하는지 제법 종류가 풍부했다.
나와 수진이는 각각 2접시를 손에 들고서 해산물과 육류, 그리고 아주 조금의 탄수화물을 접시에 담았다.
종류가 풍부하니 제법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많이 먹는 게 즐거울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외형이 좋은 요리들은 대부분 맛도 좋지.
고기도 해산물도 탄수화물도 굉장히 맛있었다.
"음~ 맛있어."
"그러게."
"그럴 땐 `수진이랑 같이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어.` 정도는 해주셔야죠."
별로 똑같지 않은 성대모사를 듣고 있으려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 수진이랑 같이 먹으면 뭘 먹든 대부분 맛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진이의 말에 호응해줬다.
수진이는 나를 보며 굉장히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보여줬다.
그리고 아마 나도 수진이랑 그리 다르진 않겠지.
결국, 우리는 모두에게 축복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지금까지 불행한 삶을 살아왔으니 남은 인생만큼은 수진이의 저 밝은 미소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선생님."
"왜?"
"또 뭐 준비해 왔어요?"
"응?"
수진이는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입에 넣고 손으로 가린 다음 천천히 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선생님은 변태니까 또 이상한 거 준비해왔죠? 그 뭐더라? 귀갑 묶기? 막 그런 거 시도하거나 뒷구멍 조교니 막 그러는 건 아니죠?"
얘가 도대체 날 뭐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네가 김마리아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당히 선만 지키면 들어줄 테니까 말해봐요. 빨리."
"선이 어디까진데?"
"으음~ 몸에 안 좋은 거?"
"그게 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아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봐."
수진이는 도대체 어디서 뭘 찾아본 걸까.
뭐 주먹 피스팅이라도 찾아봤나?
보지 천재 이수진이 될 생각일까?
뭐 대단한걸 준비한 건 아니다.
수진이가 웨딩드레스를 볼 때 굉장히 들떠 보여서 웨딩드레스를 살 수 없는지 살펴본 것뿐이다.
다행히 미니스커트 타입의 웨딩드레스는 가격이 좀 저렴한 편이고 보관도 비교적 쉽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과감하게 질러버렸지.
아직 수진이는 모르는 이야기다.
솔직히 돈 낭비를 싫어하는 수진이가 싫어할까 봐 마지막까지 숨겼다가 신혼여행의 초야를 치르는 순간에 보여주면 쓴웃음을 지으면서 용서해줄까 싶어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마지막에 웨딩드레스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을 때의 수진이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보였기 때문에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웨딩드레스를 보고 감동을 할지도 모른다.
뭐,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섹스를 한다는 남자의 로망을 이루기 위함이지만.
솔직히 코스프레 섹스의 종결자는 웨딩드레스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고.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순결함을 상징하기 위해서 하얀색이다.
이전에는 정말 혼전순결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는 신부들은 곧 옆에 선 남자랑 질펀한 섹스를 해서 질내사정을 당할 거라는 것을 내빈들에게 광고하는 게 아닌가?
즉, 웨딩드레스는 주변에 질내사정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복장이야.
얼마나 야시시한 복장이냐.
그런 복장을 그냥 입기만 하고 벗어야 한다니 그건 있을 수 없지.
이제 곧 40이 될 나이면서 수진이와 얽히면 20대의 건강한 청년이 된 것처럼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니 수진이가 내가 뭘 준비했는지 기대하면서도 약간 불안해해도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라서 좋은 거니까.
내가 준비해온 웨딩드레스를 봤을 때의 수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
가터벨트도 스타킹도 심지어 속옷도 준비했지.
수진이의 브래지어를 미리 살펴봐서 같은 치수의 야한 속옷도 챙겨왔다.
그래. 가운데가 벌려져서 팬티를 입은 상태로 삽입이 가능한 물건이다.
브래지어도 중간에 벌어져서 유두를 만질 수 있는 속옷이다.
처음엔 검은색 밖에 없어서 찾는데 굉장히 고생했는데 역시 세상은 넓은 건지 흰색 레이스로 된 속옷도 있었다.
웨딩드레스는 하얀데 팬티는 검정이면 조금 색 배치가 안 어울려.
금세 벗기고 싶어질 것 같단 말이지.
"으휴~ 또 변태 같은 생각하죠?"
수진이는 내 코를 검지로 찌르며 그리 물어왔다.
"어. 아주 즐거운 생각하는 중."
"오늘은 어울려 드릴게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해온다.
고맙다.
그래도 너도 제법 즐거울걸?
나는 그리 생각하며 식사를 마저 끝마쳤다.
***
"그럼 씻어."
"네~"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와 함께 샤워하려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각자 씻기로 했다.
나는 수진이가 씻으러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몰래 탈의실로 다가갔다.
수진이는 오늘 내가 뭘 하든 어울려 준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준비해둔 것을 여기에 올려두면 입고 와주겠지.
나는 웨딩드레스와 섹시한 속옷을 수건 위에 잘 올려두었다.
이제 수진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지.
기대된다.
세상에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섹스를 하려나.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흥분이다.
이참에 결혼기념일엔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진이와 섹스를 하는 건 어떨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조금 초조한 기분으로 수진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물소리가 끊겼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헤어드라이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수진이가 나타나겠다.
뚝.
시끄럽게 돌아가던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아직인가? 언제 오는 거냐.
"치, 준비한 게 이거였어요?"
"응."
"웨딩드레스를 성적인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도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수진이.
약간 어이없어하는 눈치다.
하지만 남자는 다 이런 거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잘 어울리네."
"그러게요. 제 속옷사이즈는 또 언제 확인하셔서 이런 변태 같은 속옷을 사셨는지."
그렇게 말하며 수진이는 양손으로 스커트의 앞쪽을 잡아서 살짝 들췄다.
가터벨트가 드러나고 흰색의 레이스가 장식된 속옷이 나타났다.
수진이는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진이도 이 상황이 제법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야릇한 시선에서 평소보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서서 수진이에게 다가갔다.
"수진아."
"왜요?"
"사랑해."
"읏."
한 손은 수진이의 머리를 받치고 한 손으론 수진이의 보지 쪽으로 손을 가져간다.
보지에선 아주 약간이지만 습기가 느껴졌다.
처음엔 샤워를 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지만 약간 점성이 느껴지는 게 그건 아닌 모양이다.
수진이와 혀를 섞으며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수진이는 갑자기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당황했는지 잠깐 딱딱하게 굳어있다가 다시 내 혀에 맞춰 혀를 섞기 시작했다.
추잡한 물소리가 방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약 5번 정도 숨을 쉰 다음 천천히 입을 떼자 나와 수진이 사이에 끈적하고 하얀 다리가 생겼다.
그걸 본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수진아!"
"꺄악!"
나는 수진이를 품에 안아 침대로 살짝 던졌다.
그리고 그대로 수진이의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초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