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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화 〉너와 함께 하는 내일(5) (154/301)



〈 154화 〉너와 함께 하는 내일(5)

"수진아 준비는 끝났어?"

"잠깐만요~"


오늘은 웨딩 촬영이 있는 날이다.

스몰 웨딩을 위한 예식장도 예약이 끝났고 이젠 웨딩 촬영을 해야 하는 날.

수진이는  그리 확인해야 할게 많은지 굉장히 허둥지둥하며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참을 허둥지둥거리며 방을 돌아다니던 수진이가 준비를 끝낸 것은 그로부터 10분 후였다.


"가자."

"네."

수진이는 제법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따라나섰다.


부천에 있는 내 친가로 갈 때는 그리 대범하더니 웨딩 촬영은 왜 이리 긴장을 하는 건지.

나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심호흡을 한 수진이에게 차내에 있던 껌을 하나 건넸다.


수진이는 껌을 바라보다가 나를 보며 웃으며 입에 집어넣고 씹기 시작했다.

"으에엑!"


곧 웨딩 촬영을 하는 신부가 내면   소리를 하면서 입을 가리고 발버둥 치기 시작하는 수진이.


졸음운전 방지용 껌이 평소에 안 씹어본 사람에겐 좀 맵긴 하지.

파르르 떨리는 눈가엔 작게 눈물마저 맺혀져 있는 상태였다.

"선생님!!!"


수진이가 소리를 빼액 지르며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화를 내는 모습인데도 귀엽네. 우리 신부는.


내가 작게 웃으면서 이제는 진정  했냐고 물어보자 수진이는 매콤한 향기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씹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던 수진이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좋겠어요. 처음이 아니라서 긴장도 안 하시고?"

수진이는 졸음운전 방지용 껌보다 더 독한 말을 내뱉었다.

"..."

긴장을 풀었으면 해서  거였는데 할 말이 없네.

나는 죄를 지은 죄인처럼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차를 몰았다.


수진이는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약간 무안했는지 얼굴을 긁적이다가 작게 농담이라는 말을 했다.

내가 보기엔 제법 감정이 담겨있었는데 말이야.


수진이가 남자였다면 유니콘이었을 거 같아.


그래도 그만큼 나를 독점하고 싶다는 소유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수진이는 내가 별말이 없자 많이 미안했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나도 수진이한테 전 남친이 있었다면 이럴  같으니까."


"그래요?"


"어.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겠지."

내가 그리 말해주자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짓는 수진이.

오늘은 감정 기복이 제법 심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혜정이도 결혼을 앞두고는 감정 기복이 심했었지.


여자들은 결혼을 앞두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수진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는지 휴대폰을 꺼내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노래 듣게? 평소처럼 해."

평소에는 차에 휴대폰을 연결해서 노래를 틀었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

신호가 걸려서 차를 세우고 수진이를 힐끔 바라보니 수진이는 평소에 장난을 칠 때 보이는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돼요?"


"어."


신호가 바뀌어 액셀을 밟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하니 수진이가 귀에서 이어폰을 뽑고 자동차에 휴대폰을 연결했다.


어떤 노래가 나오려나.


`저보다 좋은 남자는 밤하늘의 별만큼 있을 겁니다. 외모도 좋고 머리도 좋고 돈도 많은... 주변 사람들이 누구나 결혼을 부러워할 만한 남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수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120살까지 살면서 수진이 입에서 저와 만나서 행복했다는 말만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

"수진 씨?"

"왜요 준수 씨?"

내가 어이가 없어서 힐끔거리며 수진이를 살펴보니 수진이는 위험하다며 전방주시를 하라며  볼을 손가락으로 쿡하고 찔렀다.

"언제... 언제 녹음했어?"

"이브요."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고..."

"힘들 때마다 이거 들으면서 힘내고 있어요. 후훗."

이건  요즘 식으로 하면 녹음 천재 이수진 뭐 그런 건가?

 말을 할 때만 해도 장모님이 우리의 관계를 허락해줬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이라 마음이 시키는 데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녹음해서 들으려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수진아."


"왜용?"


"그만하자."


"싫은데용?"

수진이는 약오르지? 라는 표정으로 실실 웃으며 몇 번이고 녹음된  음성을 틀었다.

한마디 쏘아붙여 주고 싶었지만 딱딱하게 긴장된 표정보다 저렇게 즐거운 듯한 표정이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설욕은 밤에 해도 되니까.


오늘은 용서하지 않겠다 이수진...

***


수진이와 샵에 도착해서 겉옷을 벗고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

메이크업을 하면 정오가 되어 점심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으니까.


남자의 메이크업은 금방 끝나지만, 여자의 메이크업은 오래 걸린다.


메이크업이 끝나고 수진이의 뒤에 서서 거울 너머로 수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원래 예쁜 얼굴이지만 신부 화장을 하니 화사해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내가 잠시 넋을 잃고 수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작게 눈웃음을 지었다.

한층 매력적으로 보인다.

"신부님 피부가 워낙 좋아서 화장이 잘 먹네요."

수진이의 얼굴에 이것저것 뭔가를 찍어 바르던 스텝이 그런 말을 건네왔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수진이는 피부가 깨끗하기도 했고 아직 20살밖에 안되기도 했으니까.


내가 한참 수진이의 메이크업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전화가 왔다.

"누구예요?"

"처남. 잠시만."

나는 수진이에게서 잠깐 떨어져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형님, 엄마가 오후 2시쯤엔 갈 수 있겠대요."

"그래. 장모님은 괜찮으시데?"

`네. 한 명 뿐인 딸 웨딩 촬영인데  가셔야 한다네요.`

"알겠어. 천천히 와."


`네.`


뚝.

전화가 끊어졌다.

장모님과 처남은 오후 2시... 문제는 없을 듯하다.


웨딩 촬영은 기본 5시간이 넘으니까. 저번엔 6시간이 걸렸다.

원래는 수진이네 집에 들러서 다 같이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근무표가 꼬였는지 장모님이 오전에 출근하게 되셔서 오후에 찾아오시게 되었다.

장모님은 굉장히 짜증이 나신 표정이었다.

처남은 별생각이 없어 보였는데 역시 웨딩 촬영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웨딩 촬영은 쇼핑보다 지루하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온종일 휴대폰이나 만지면서 시간을 때우는  된다.


당사자인 사람들도 굉장히 피곤한데 용케 같이 온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싶다.

"오라비가 뭐래요?"

"장모님이랑 오후 2시에 온다고 하더라."


"그냥 쉬시지."

수진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조금은 기뻐 보였다.

스텝들도 그걸 느꼈는지 조금 부드러운 분위기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진이의 메이크업을 바라보다가 잠깐 앉아서 웹소설도 보다가 가끔  마디 말도 주고받으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수진이의 메이크업은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끝이 났다.

"후우."

수진이도 굉장히 지쳤는지 한숨을 쉰다.

샵을 나와 스튜디오로 가기 전에 점심시간이 있었지만, 수진이는 웨딩드레스가 몸에 맞지 않을 걸 걱정했는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화장도 지워질 수 있다며 한사코 거절해서 나도 그냥 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선생님은 드셔도 되는 데요."


약간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리 말해온다.

신부가 드레스 입는다고 밥을 굶겠다는데 나만 혼자 먹고 오는 것도 미안하잖아.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스텝들은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예약자임을 밝히고 자리로 안내받아 스텝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오후 1시가 되어 우리의 웨딩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 촬영에서 쓰이는 드레스는 총 4벌이다.


나도 그에 맞춰 4벌의 턱시도로 갈아입으며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추가로 사진을 더 찍고 싶으면 본인이 지참한 옷도 가능하다고 해서 한복을 한 벌씩 챙겼다.

커플티는 없었기에 평소에 데이트하던  입던 옷으로 캐주얼한 양복을 하나 챙겼는데 수진이는 어떤 옷을 챙겼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비밀이라며 기대하라며 작게 웃었는데 그 웃음이 굉장히 불길했다.


꼭 장난을 치기 직전에 짓는 그 특유의 웃음을 지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편안한 표정으로 웃는데 장난을 칠 땐 입꼬리가 더 올라간다.


과격한 의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뭐가 나올지 걱정이다.


촤악.

커튼이 걷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진이가 나타났다.

신부 화장에 웨딩드레스까지 입혀놓으니 거의 선녀로 밖에 안 보인다.


내가 멍하니 서서 수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작게 웃으며 예뻐요? 하며 눈으로 물어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웨딩 촬영에 앞서 드레스를 미리 골라야 하기에 치수를 재고 입어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각 잡고 준비해서 입으니 엄청 아름답네.

안쪽에서 이모들이 드레스에 맞게 머리 모양도 바꿔주고 했는지 긴 생머리에 웨이브가 들어가 있었다.

우아한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았다.


나는 수진이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세트장으로 갔다.

수진이의 화사한 외모를 보고 있으면 오늘 웨딩 촬영은 굉장히 순조로울 것 같았다.

어떤 각도로 찍어도 예쁘게 나올 테니까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수진이는 좀처럼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짓지 못했다.

너무 긴장했는지 웃음이 너무 뻣뻣해서 몇 번이고 신부님 좀 자연스럽게 웃어보시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수진이는 그럴수록 더욱 뻣뻣한 웃음을 지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잠깐 촬영을 중지하고 스텝에게 말을 걸어 다른 자세로 먼저 사진을 찍겠다는 뜻을 전했다.

수진이는 굉장히 미안한지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나는 수진이의 드러난 어깨를 손으로 살짝 만져주며 괜찮다고 안심하라는 뜻을 전했다.

그래도 쉽게 굳은 표정이 펴지지 않아서 나는 수진이를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았다.

"선생님?"

"크흠. 여기가 로마도 아니고  공주도 아니잖아."

"..."


"수진이가 너무 예뻐서 오늘 밤엔 안 재워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컷이니까. 수진이를 범하고 싶은데."


"풉!"

수진이가 빵 터졌다는 듯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스텝은 그 미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자세가 흐트러져서 웨딩 사진으로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 웃음은  자연스러웠다.

한참을 웃던 수진이는 제법 가벼운 기분으로 자세를 잡았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수진이의 귀에 대고 다시 입을 열었다.


"사진 촬영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수진이랑 빨리하고 싶어."

"알겠어요. 후훗. 변태~"

수진이는 작게 웃으면서 자세를 취했다.

그때부턴 제법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다.

약 20분 정도의 지체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매우 순조로웠다.

역시 본판이 예쁘니 어떤 각도로 찍으나 예쁘게 나오는 모양이지.


우리가 그렇게 한참 사진을 찍다가 잠깐 쉬는 시간을 보내려니 장모님과 처남이 도착했다.

"올~ 옷이 날개네?"

딱.


장모님이 처남의 머리를 한 대 때리셨다.

"억!"


수진이는 그게 시원했는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미소를 보이며 장모님께 손을 크게 흔들었다.


장모님도 웃으면서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웨딩드레스에 신부 화장까지 해서 너무나 여성스러운 수진이.


하지만 장모님이 찾아오자 얼굴이 환해지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학예회에 늦게 찾아오신 부모님을 발견한 아이 같았다.


어른스러움과 천진난만을 간직한 모습.

스텝도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을 찍고 있다.


...저 사진도 나중에 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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