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서로소를 사랑한 아저씨(8)
아침에 눈을 뜨니 좋아하는 여자의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이 보였다.
음. 이게 사람이 사는 사회지.
나는 천천히 수진이의 가슴을 만지면서 몸 상태를 확인해봤다.
성욕도 생기고 있고 일어난 시간도 7시다.
역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몸은 이전의 상태로 금방 돌아가 주는 모양이다.
어쩌면 몇 개월간 했던 운동의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계속 가슴을 만지고 있으려니 수진이의 얼굴에 열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유두도 살짝 발기한 듯한 느낌인데 자는 척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나는 천천히 수진이의 귓불을 핥고 살짝 깨물었다.
"하읏..."
자는 척이 맞나 보네.
"일어나."
"..."
수진이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곤 내 몸에 다리까지 둘러서 완전히 밀착했다.
"저 아직 졸려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 드려 한다.
몸이 너무 밀착해서 가슴을 만지지도 못하겠다.
...조금 아쉽다.
나는 나의 온기를 나눠주듯 천천히 수진이를 어루만지면서 눈을 감았다.
밖은 슬슬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 이불 속만큼은 봄이었다.
약 40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수진이는 천천히 머리만 이불 밖으로 내밀었다.
"으으... 추워..."
나에겐 조금 서늘한 정도의 기온인데 수진이 기준으론 추운 모양이다.
나는 방 온도를 2도 높였다.
아직 잠에서 덜 깬듯한 그녀를 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장을 본지 조금 돼서 먹을만한 반찬도 식재료도 없었다.
수진이가 사온 것으로 보이는 빵이 있어서 간단하게 토스트를 만들었다.
잠에서 깨라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 끓였고 쟁반에 실어서 방으로 가져갔다.
수진이는 방에서 나오려고 하다가 아직도 추웠는지 이불로 몸을 감싸 안고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모양이다.
내가 침대 테이블에 쟁반을 놓으니 수진이가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는 토스트를 집어간다.
혹시라도 흘릴까 봐 쟁반을 가져가선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고 먹는 모습이 굉장히 게을러 보였다.
부스스한 머리로 토스트를 욤욤욤 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니 햄스터로 보이기까지 한다.
꾸미지 않은 본인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그녀에겐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녀를 떠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긴 모양이다.
"보지마요..."
수진이가 살짝 볼을 부풀리고 노려본다.
그래도 잠에서 깬 얼굴을 보여주는 건 부끄럽나 보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작게 웃었다.
"웃지도 마요."
"..."
그럼 어쩌라고?
내가 시선을 살짝 돌리고 토스트를 먹고 있으려니 수진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왜?"
"아뇨. 그냥 왠지 좋아서."
"뭐가?"
"그런 게 있어요. 아, 이쪽 보지 말라고요!"
"보지... 말라고요~"
"아침부터 그러고 싶어요?"
나는 토스트를 먹다가 조발한 내 자지를 내려다봤다.
그래. 아침이니까 이러는 거다.
"아침이니까 이러지."
내 말이 웃겼는지 피식 웃는 수진이는 쟁반을 다시 침대 테이블로 치우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젠 별로 춥지 않은 모양이다.
"선생님, 어제까진 환자였으니까 당분간은 금지."
"..."
아침에 하자는 뜻인 줄 알았는데 야속한 녀석.
수진이는 싱긋 웃더니 내 입을 혀로 핥아서 입술에 묻은 꿀을 빨아 먹었다.
여기까지 하고 본방은 안 해주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
수진이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나가서 씻기 시작했다.
나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아침이 이렇게 상쾌한 것이었나.
수진이가 씻고 나올 때까지 글이라도 더 써볼까.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려다가 문득 지금까지 댓글을 살피지 않고 글을 써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보를 갔던 갤에서는 아주 가끔은 언급되는데 오·탈자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퇴고를 안 했더니 지적할 만한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천천히 그 글들을 읽어보고 내가 썼던 글들을 처음부터 읽어봤다.
확실히 오·탈자가 많았다.
이런 글을 읽게 하다니 독자들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선작은 300명을 조금 넘은 수준.
과연. 인한 강사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수가 1만이 넘는데 300명이라고 하니 얼마나 하꼬인지 실감이 되는구나.
하지만 적어도 댓글로 하차, 상하차 드립이 없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나는 천천히 내가 썼던 소설을 1화부터 퇴고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2~3편을 써서 올리더라도 이 작업을 끝내고 싶었다.
후에 이 작품을 읽어줄 독자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수진이의 어머님을 위해서도 퇴고는 필요했다.
한참을 퇴고하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내 어깨에 턱을 얹고는 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퇴고하시는 거에요?"
"응. 이젠 무리 안 하고 천천히 하려고."
"후후. 착한 아이네."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니까 맘마 쭈쭈나 빨아봐야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더니 옷으로 몸을 빈틈없이 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정말로 이렇게 보낼 생각인 모양이다.
기분이 조금 다운된다.
수진이는 내가 새로 사둔 화장대에 앉아서 천천히 피부결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나는 수진이를 힐끗 바라봤다가 다시 내가 썼던 글의 퇴고를 시작했다.
위이잉.
헤어드라이어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중에 해야겠다.
***
수진이가 집에 찾아와도 내가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글을 쓰고 고치는 작업을 할 뿐이었다.
머릿속에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으면 퇴고를 하지 않은 연재분을 찾아서 퇴고하고 다시 이야기가 떠오르면 글을 썼다.
하루 10시간에 걸쳐 노트북만 바라보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수진이가 있었기에 이전처럼 무리하지는 않았다.
아침이 되면 일어났고 점심이 되면 밥을 먹었으며 저녁을 먹으면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글을 썼고 수진이가 졸리다고 칭얼대기 시작하면 같이 침대에 누웠다.
내가 소설을 쓰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이야기는 점차 완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선생님. 점심은 뭐 먹고 싶어요?"
"귀찮으니까 대충 먹자."
"이젠 국 없어도 밥 잘 드시네요?"
"국보다 글이 더 중요하니까."
"이젠 진짜 분충 다 되셨네. 분충은 용서하지 않아요!"
수진이는 본인이 말하고도 웃겼는지 작게 웃으면서 부엌에 섰다.
기분이 좋은 듯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엉덩이를 슬쩍 바라보다가 내가 쓰던 글을 바라봤다.
이사를 해서 짐을 정리하고 수진이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내 노트북 옆에 놓여있는 K-헤밍웨이의 컵을 만들었던 그 데이트다.
숨기기 급급했던 우리의 관계를 하나의 형태로 간직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흘러넘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었지.
특히 그때는 수진이가 나의 모든 것을 다 용서해주고 받아주었기 때문에 조금씩 선을 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전체 이용가라서 그 내용을 써넣지 못했지만, 나만은 알고 있다.
생각해보니 평생 펠라치오도 해주지 않는 부부도 있는데 사귄 지 1달도 안 돼서 펠라치오나 파이즈리를 해주는 여친을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서구처럼 성에 개방적인 나라도 아닌데 너무 안일하긴 했다.
저 탱탱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 부드러운 가슴을 눈앞에 두니 이성을 잃어버렸었다.
미안했다 수진아.
나의 이야기는 천천히 완성을 향해 나아갔고 수진이의 수능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띵동ㅡ
"누구세요?"
`형님. 접니다.`
"..."
`아...`
"미안 처남."
처남이 찾아왔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어줬다.
갑자기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처남은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오더니 식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수진이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야! 개년아!"
"용돈 절반 삭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하신 여신이시며 대한민국 수십만 독자를 울리시는 희대의 천재 작가 이수진 선생님 만세!"
"뭐야?"
수진이는 짐짓 당연한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빠를 바라봤다.
처남은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다가 수진이가 인상을 찌푸리니 금세 간신배 같은 표정이 되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헤헤. 여동생 작가님. 여사님이 지금 밖에 난리가 났다고 집으로 돌아오시랍니다."
"아. 근데 엄마가 병원에 다니시니까 집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아, 그런가?"
처남은 수진이를 설득하러 와 놓고는 본인이 설득당하고 있었다.
처남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여사! 어또케 어또케! 수진이가 엄마 병원 다니니까 집이 더 위험하다는데?"
처남은 한동안 어머님과 전화를 하더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그... 뭐냐... 여고생이랑 형님이랑 둘이 살게 두는 게 껄끄러우신 모양인데 이걸 어쩌지? 근데 엄마도 본인이 병원에 다니니 걱정되는 거 같기도 하고."
처남은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수진이와 처남을 한 번씩 바라봤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처남이 수능 끝날 때까지 여기서 살면 되겠네."
"선생님!"
수진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굉장히 싫은 모양이다.
그래도 수진아.
그 정도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난 널 내보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어차피 몸 건강 핑계를 대면서 섹스도 안 해주잖아...
처남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싱긋 웃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통이 크시네요."
그렇게 말하더니 와하하하! 하며 웃기 시작했다.
인싸답게 어디를 가든 미꾸라지처럼 기어들어 온다.
처남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가 약 1시간이 지난 다음 케리어를 들고 돌아왔다.
"그럼 한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수진이는 툴툴거리며 불만을 표했지만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진이는 처남이 굉장히 싫은 모양이지만 난 처남한테 고마운 점도 있었고 미안한 점도 있어서 좀 더 잘해주고 싶다.
그때 마트에서 처남이 카톡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빴을 것이다.
어머님이 나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을 때 처남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나는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고 수진이는 공부를 하고 처남은 내 데스크탑으로 게임을 했다.
처남이 있는 방의 문만 닫으면 되니 달라지는 것은 딱히 없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자 처남은 소파에서 재우고 나는 바닥에서 자려고 했더니 처남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평소 하던 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에겐 비밀로 할 테니 평소처럼 지내세요. 아하하하!"
그렇게 말하고는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드르렁 하며 잠이 들었다.
제멋대로다.
하지만 털털한 게 마음에 들어 처남.
나는 수진이가 누워있는 침대에 꼼지락거리며 기어들어갔다.
수진이는 내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내가 침대에 눕자 내 몸을 양손과 양발을 사용해서 꽈악 끌어안았다.
아기 코알라 이수진이었다.
"눈치는 있네."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곧 잠이 들었다.
남매는 남매인 모양이지.
침대에 누우면 곧장 잠이 드는 게 닮았다.
나는 수진이의 잠든 얼굴을 찬찬히 살피다가 눈을 감았다.
수진이의 수능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