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6화 〉처남 강림...!(3) (106/301)



〈 106화 〉처남 강림...!(3)

"일단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안 나올  같은데 조용한 곳 있습니까?"


듣기 좋지 않은 이야기가 뭘까? 드잡이라도 하자는 뜻일까?

나는 뒷좌석에 앉아있는 수진이의 오빠 되는 사람을 백미러도 힐끔 바라봤다.

이성진.


22살이고 재수를 했고 인서울 대학에 붙은 다음 군대에 갔다가  전역을 한 남자.

기분파에 나름 인기 있으며 덩치도 좋다. 키는 나랑 비슷하고 느낌상으론 180은 안되는 느낌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군대에서 막 전역을 해서인지 머리가 제법 짧았다.

청바지에 중앙에 메이커 프린팅이 되어있는 하얀색 반팔티셔츠.


얼굴과 팔이 갈색으로 타서 건강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이 나는 남자다.


"이 근처에  자취방이 있는데 거기로 괜찮을까요?"

내가 백미러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팔짱을 낀다.

"..."


수진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잠깐 굳어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녁은?"

"이미 먹었다. 너 좀 늦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


아마 처음부터 노렸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

연애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티가 나는 법이다. 안 하던 화장을 하고 옷도 자주 사 입고 외박이 늘어난다.

그 외에도 평소와 다른 행동거지들이 드러났을 것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가.


나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집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아파트에 들어가서 방문을 연다.


그동안 우리 세 사람은 단 한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나는 먼저 집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그를 안으로 들였다.

"들어오세요."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를 식탁으로 앉혔다.


그는 식탁에 앉고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위이잉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


"잠시만요."

아무래도 그의 전화인 모양이다.


"어 엄마."


`아들. 수진이는 만났어?`


"어 만났어. 친구들이랑 같이 있더만 뭔 연애야."


`그래? 이상하네...그 계집 그거 연애하는 느낌인데. 아무튼, 끝났으면 얼른 들어와.`


"아녀. 엄마 귀찮게 밥 두 번 하지 말고 그냥 수진이랑 얘들 밥이나 한 끼 사 먹이고 들어갈게."

`아들 철들었네? 통장에 돈은 있고?`


"에이~ 돈 없으면 월억킥 작가님이 빌려주시겠지."

`그럼 그렇지. 니 앞가림이나 잘해!`

"예이~ 아, 갈 때 뭐 필요한 거 있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다 떨어졌으니까 좀 사 오던지.`

"옙!  여사님 수고하십쇼!"

`그래~ 수진이한테 전염병 옮기지 않게 잘하고!`


"예이 예이."



전화가 끊어진다.

나는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곧장 수진이의 어머님과 대면하는 상황은 피한 모양이다.

그가 전화기를 식탁에 올려놓고 양손을 기도하듯이 모아쥐고 눈을 감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후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존나 당황해서 뭐 어떻게 말을 못하겠는데."

수진이는 내 옆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술 좀 있습니까? 맨정신으로 이야기는 못 하겠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도 괜찮나요? 제가 술을 잘 못 해서 맥주만 마시는데."

"네 괜찮습니다.  이수진."


"왜?"


수진이가 힘없이 대꾸했다.

"나 이분이랑  말 있으니까 밖에서 적당히 밥 처먹고 집으로 가라."

"뭐래? 나도 당사자니까  말 있거든?"


"확씨! 미친년아, 아가리하고 꺼져. 엄마한테 이른다."

"..."

수진이는 그를 죽일 놈처럼 노려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고 하든 절대 안 헤어질 거거든. 선생님한테 이상한  하면 진짜 죽어!"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나를 바라본다.

"서, 선생님. 그 저..."

우물쭈물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천천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오늘 고생했고. 다음에 보자."

"네..."


수진이는 천천히 집에서 나갔다.

수진이가 나가고 나니 방은 에어컨의 가동음만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고 나는 천천히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식탁에 올려놨다.

그는 맥주를 만지작거리더니 캔을 따고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후우... 끄윽. 그래서 선생님? 이라고 하셨습니까? 고등학교 선생님?"

"아니요. 학원 강삽니다."

"아 존댓말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시는데."


나는  말을 듣고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수진이는 그가 기분파라고 했다.


아까 어머님께 전화가 왔을 때 대충 둘러댔으니 가능성은 있을지도 모른다.

"어 알았어. 처남."


"허..."


내 말에 당황했는지 눈과 입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저 약간 멍청해 보이는 표정. 역시 조금 수진이와 닮았다.

"그! 그래서  나이가? 30대 초? 중반이십니까?"


상당히 젊게 봐주는구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38살인데?"


"와 씨발."

그는 그렇게 감탄사를 내뱉더니 얼굴을 찡그리고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뭐 약점이라도 잡았어요?"


"마음은 잡았지."

"와 이분 진짜 능글맞네. 선생님, 솔직히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적잖이 당황한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개심도 느껴졌다.

수진이는 오빠를 기분파에 막 나가는 인간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오빠로서 행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


"수진이 19살이에요. 38살이면 2밴데. 이거 내가 44살 여자 만난다고 하면 우리 여사님 입에 거품 물 거 같은데."

"..."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정론을 들이미는 사람을 만나니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그냥 헤어져요. 솔직히 이러는 거  에바 아닌가? 엄마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사람이 저렇게 코찔찔이 만나는 거  심한 거 아니에요?  미짠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노려본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왠지 수진이가 삐쳤을 때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과 묘하게 닮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기분이 상했는지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미안. 그냥  닮아서."


"예?"

"화내는 모습이 수진이랑 좀 닮았네. 역시 가족이라서 그런가."

그렇게 말하니 그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진이가 오빠랑 안 친하다고 했는데 역시 아닌가 봐. 수진이가 걱정돼서 이렇게 화도 내는  보니까."

"걱정이 아니라 하... 씨발. 솔직히 처음엔 진짜 어떤 미친 싸이코 새끼한테 약점이라도 잡혀서 저러나 했는데 집안도 깔끔하고 외견도 괜찮으시고 말도 잘하시고... 왜 수진이랑 만나세요?"

"좋아하니까 만나지 이유가 필요해?"

"뭐 맞는 말이긴 한데... 38살에 독신이신 거에요?"


"얼마 전에 이혼해서 돌싱이야."

"설마 지금 수진이 때문에 이혼한 거라거나  그러는 건 아니죠?"

완전히 틀리지도 그렇다고 맞지도 않은 물음.

그렇다고 하려다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수진이를 만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알아서 헤어졌을 것이다.

"아니."


"후우~ 다행이다. 그래도 최악은 아닌 거 같고. 그래서 어디까지 아세요?"


"뭐를?"

"수진이가 뭘 한다든지 저희  사정이라든지."


아 과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알  다 알지. 처남이 소설을 썼고 수진이가 그걸 보곤 따라 썼다가 대박친 것도 알고."


그렇게 말하자 그가 눈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년, 그거 그렇게 입이  년이었나. 하 돌겠네."


그렇게 말하며 다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한다.

나도 그를 따라 천천히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솔직히요. 제가 뭐 수진이랑 막 친한 것도 아니고 연애든 뭐든 본인 책임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고 싶은데  그래요. 선생님도 다 아시잖아요?"

"..."


"전 그냥 사귀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하고 싶은데 엄마는 좀 다르거든요? 들어서 아시잖아요? 저희 이혼가정인 거."


"그렇지."


"수진이 저거 결혼 안 하고 엄마랑 산다고 했을  솔직히 좀 그렇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해는 되기도 했고... 엄마도 좋은 사람 만나서 나가라고 하면서도 좀 외로운 표정 보이고 그래서 하. 씨."

아아아아 하면서 머리를 긁적인다.

나는 차분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솔직히 엄마가 받아줄  같지도 않아서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쉰다.

"정말로 좋아서 만나는 거에요?"

"어, 가능하면 내년 봄에 결혼식을 올릴까 생각 중이야."


"결혼, 결혼... 진심이신가 보네. 와..."

그는 결혼 결혼하며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진지하시면 왜 엄마한테는  안 하시고 몰래 만나는 거에요? 딱 보니 갈 때까지 간 거 같은데 설마 속도위반 뭐 그런 건 아니죠?"

나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고 바라본다.


어떻게 우리가 섹스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야. 근데 어떻게 알았어?"

"뭐 별건 아니고 집안에 들어오는데 묘하게 익숙해 보여서요."

아무래도 수진이의 오빠도 관찰력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도 도리는 아시는 모양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엄마한테 뭐라고 말할지 생각은 해 뒀어요? 결혼한다면서요."

"..."


"아, 수진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말하려고 했구나?"

끄덕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좋아하시면 엄마한테 지금이라도 허락받는 게 어때요?"

그렇게 물어오는 그에게선 이제 적개심이 사라져있었다.

피곤함과 곤혹이 묻어나오는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님이 쉽게 허락해줄  같지도 않고 그러다가 수진이랑 싸워서 수진이 수험에 악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조금 미뤘어."

"아~ 과연."

그는 수진이의 수험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맥주를 마시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말은 해야 할  같은데요. 뭐 어차피 수진이 그년 고집 있어서 엄마가 헤어지라고 해도 집을 나가면 나갔지 들을 것 같지도 않지만. 돈도 있겠다 고집도 있겠다 알아서 잘 살겠죠. 아예 진짜로 속도위반해서 나 임신했으니 결혼한다! 이지랄 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 결국은 변명이다.


수진이의 어머님이 우리의 관계를 허락해주지 않는 것이 두려워서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도 아마 어렴풋이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위반이라...


"속도위반은 안돼."

"왜요? 가장 빠르고 편한데. 엄마가 간호산데 애를 지우라곤  하겠죠."

난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진아 미안하다. 아무래도 너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처남, 수진이 반에 친구 없는 거 알아?"


"예? 그게 뭔소리에요."

"수진이 반에서 아싸야."

"..."


그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진이가 말해주더라고. 수진이 아버님이 바람 피는 모습을 보고 충격먹어서 학교에서 친하던 친구 몇 명에게 상담을 했다고. 그런데 그게 어느새 학교에서 소문이 났다더라."


내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가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요?"


"수진이랑 처남, 여기서 이사하지도 않았으니 중학교 친구가 그대로 고등학교로 올라오고 뭐... 그렇게 되는 거지."


"..."

그는 내가 들려준 말에 충격이라도 먹었는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수진이가 왕따를 당한 게 중3이라면 고3인 그는 수험생이니 정신이 없었겠지.

그리고 재수학원에 다닌다고 바빴을 테니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어머님도 수진이의 교우관계를 모르는데 오빠라고 알겠는가?


나는 충격을 받은 듯 이마를 짚고 있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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