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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이럴거면 왜 그러셨어요...?(6) (103/301)



〈 103화 〉이럴거면 왜 그러셨어요...?(6)

"대단하신 분이네요. 다정 강사님."

"응?"

"굉장히 어른스러운 대응을 하시네요. 저라면  참을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나를 살짝 안아온다.


나는 수진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수진이가 그런 나를 살짝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나요? 저렇게 활기차신 분도 아닌 거 같은데 분위기 어색해지지 말라고 연기하신 거겠죠."

나는 수진이를 마주 안아주면서 수진이의 말을 곱씹었다.


수진이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평소보다 너무 활기찬 대답이었던 것 같다.

한창 소설 이야기로 물이 올랐을 때의 다정 강사보다 더욱 활기차 보였다.


그건 다정 강사 나름의 배려였을까?


입맛이 썼다. 꼭 수진이가 타준 커누 같은 씁쓸함이 남았다.

내가 그렇게 다정 강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내 목을 살짝 물어온다.

이를 세우진 않고 빨아당기듯 쪽쪽 거리는 느낌이다.


"왜?"

나는 수진이가 갑자기  그러는지 궁금해서 수진이의 머리를 만지며 그렇게 물어봤다.

"선생님도 제가 다정 강사님만큼 가슴이 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약간 우울한 눈빛을 보내온다.

아무래도 다정 강사의 가슴을 보고는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나 보다.


내가 거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심기가 거슬렸나 보다.


나는 수진이의 가슴을 조몰락거렸다.


"선생님?"


내가 가슴을 조몰락거리자  하세요? 같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딱 적당한 사이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자 수진이가 어이가 없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손등을 꼬집어 온다.

나는 수진이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수진이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

"그래도 신경 쓰이면 다 방법이 있지."

"뭔데요?"

"남자가 계속 만져주면 커진대."

"으~ 개변태"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빠 보이는 표정은 아니다.

음란한 녀석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섹스도 어느 정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하지만 않으면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요 며칠 후면 시험이니 지금은 공부할 시간이다.

나는 천천히 수진이를 밀어냈다.

"학생."

"네?"

"책이나 꺼내."

"히잉."

수진이가 칭얼거리며 들고왔던 가방에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수진이의 앞자리에 앉았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무협지를 읽거나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써 나갈지에 대해서 내용을 정리해본다.

수진이는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진이가 귀밑머리를 넘기고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평소보다 예뻐 보였다.

수진이를 힐끔 쳐다보고 노트북으로 무협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으려니 카톡이 왔다.

`다음 주 중으로 횬다이차도 다 팔아야 하니까 19만은 좀 욕심인  같고 18만8천 쯤에 전량 매도 주문 넣어둬라.`


준범이의 카톡이었다.

`ㅇㅇ`

나는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

`잘 살고는 있냐?`

`오지게 잘 살고 있음. 아무튼, 고맙다 태식아.`


`지랄하네 새끼 ㅋㅋㅋ. 뭐하냐? 배그 한판 하자.`

`집에 여친 있어서 그건 좀...`

그렇게 보내자 1이 사라지고 한동안 카톡이 오지 않았다.


2분 정도 지나자 카톡이 왔다.

`씨발새끼, 우정이 영원하다던 새끼가 한 놈도 안 남았네.`

`억울하면 결혼하던지.`

`좆까.`


그렇게 카톡이 끊겼다.


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수진이가 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준범이야. 게임하자고 카톡왔어."

"아~ 그럼 그냥 하세요."

"됐어."

"그래요?"

"여친이 집에 있는데 게임하는 사람이 어딨어?"

"오라비는 하던데요?"


수진이의 입에서 오랜만에 오빠의 이야기가 나왔다.


수진이의 오빠라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나와 수진이를 만나게 해준 은인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수진이의 오빠는 뭘 하는 사람인지 흥미가 생겼다.

"수진이의 오빠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오라비요? 음 글쎄요?"

수진이가 음~ 하며 입술을 손가락을 누르면서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보에요. 수능 망쳐서 재수하고 대학교 붙자마자 바로 군대 갔어요."

"군대?"


"네. 작년 2월쯤에 입대했던  같은데 이제 슬슬 나올 때가  것 같은데 언제였지?"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갸웃거린다.


요번 정부 들어와서 군인들의 복무 기간이 짧아져서 가족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대학교 1년 다니고 군대 가는 사람이 많은데 바로 군대에 갔네."


"아 뭐 별건 아니에요. 여친한테 차여서 눈물의 빤스런 한거라서."

그렇게 말하고는 키득 이며 웃는다.

"여친이 집에 놀러 왔는데 여친이랑 안 놀고 게임하는 인간인데 차여도 싸죠."


그렇게 말하면서 빙긋 웃고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왠지 등에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내가 여친을 방치하고 게임을 하는지 시험해 봤던 것일까? 아니겠지...

나는 빙긋거리며 바라보는 수진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흠. 아무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다른 거요? 글쎄요..."


수진이는 조금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대충 사는 인간이에요. 게임한다고 밤새우는 것도 기본이고 방에 만화책도 많고 악기 연주하는 남자는 멋있다면서 밴드도 하고 기분파예요."


확실히 기분파로 보이기는 한다.

"밴드? 기타나 뭐 그런 거 하는 건가?"

"네. 제법 오래 하더라고요. 아무튼, 엄마가 대학 가서 하라고 뭐라고 하니까 알겠다고 공부하고는 그래도 그럭저럭 인서울은 하더라고요. 그럴 머리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잘하던지."


투덜거리는 수진이를 바라본다.

오빠가 부럽고 미웠다고 했지만, 오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수진이에게선 별다른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감정이 해소된 모양이다.


그러니 나는 수진이의 오빠에 대해서 좀 더 물어봤다.

수진이의 오빠도 수진이의 가족이니 우리의 관계를 축하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야겠지.

수진이는 내가 본인의 오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천천히 이야기를 해줬다.


공부를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지만 여친도 곧잘 사귀고 여자한테 인기 있는 축구나 농구에 사족을  쓰며 밴드를 한다며 기타를 들고 다닌다는 모양이다.

제법 인기는 있는지 여친을 자주 바꾼 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사귄 여친은 정말로 좋아했는지 차이고 제법 오랫동안 상심한 모양이다.

어딘가 공부 못하는 준범이같은 녀석이구나.


준범이 열화판같은 사람인 모양이다. 아 이건 실례인가?


아무튼 2월에 입대하고는 평소에 안 하던 전화를 자꾸 걸어서 귀찮다는 이야기와 자꾸 본인이 쓰는 소설에 훈수를 두려고 해서 짜증이 난다는 이야기를 추가로 해줬다.


정말로 약간 준범이를 닮은 사람인 모양이다.


나는 그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약간 호감이 생겼다.


적어도 우리의 관계를 다짜고짜 부정하는 보수적인 사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 선생님 때문에 흐름 깨졌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노려본다.

"커피라도 한잔 타줘?"

"네!"


커피가 먹고 싶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를 준비했다.

살짝 뒤돌아보자 수진이가 내 눈치를 살피는 느낌이다.


...이 녀석 설마  노트북이라도 뒤져보려고 그러나?


어이가 없는 녀석.

나는    커피를 준비했다.

뭔가 보여주기 껄끄러운 메모들은  치워뒀다.

어차피 봐봤자 별거 없다.

나는 1분 정도 뒤를 돌아서 수진이를 위한 아이스 커피를 준비했다.

"자."


수진이의 앞에 커피를 놓으니 수진이가 약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왜?"


"선생님은 개변탠데  컴퓨터에 야동이 없죠?"

"뭐하나 했더니 그런 거 찾아봤어?"


"검색창에 .avi치면 나온다던데."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젠 야동 안 봐."

거짓말이다. 사실 수진이로 몽정해버릴 뻔 했을 때 봤었다.

38살이라도 서긴 선다.


가끔은 자위해서 정액을 배출해줘야 한다.

20대가 1주일에 최소 7번 자위를 한다면 30대 후반은 2주일에 1번 정도나 1주일에 1번 정도로 빈도가 줄어들 뿐이다.

그리고 예전이야 그렇게 야동을 내려받지 요즘은 인터넷으로 다   있는데 굳이 내려받을 필요도 없다.


수진이가 약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노트북을 두드렸다.


수진이는 곧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는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지.


나는 수진이를 곁눈질하며 무협지에 대해서 더 공부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를 켜면 의식적으로 키는 메모장이 보였고 그곳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노라니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은 그래. 다정 강사다.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과 조금 닮은 사람이었다.


이름이 기억나진 않는데 아무튼 고등학교 때 반 친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글래머여서 사춘기의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눈으로 몰래몰래 가슴을 훔쳐보고 그랬다.

물론 그녀는 우리의 그런 시선이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겠지.

본인의 가슴을 숨기려고 어깨를 오므리고 다녀서 흔히들 말하는 라운드 숄더가 되었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이 징그럽다고 욕하고 그랬으면서도 은근슬쩍 뒤에서는 뒷담화를 깠었지.

아마 별명도 젖소니 애마부인이니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다정 강사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녀공학이 아닌 여중, 여고, 여대를 다녔다고 했지만 어딜 가든 인간들의 악의란 항상 따라다니는 법이니까.


아마 그녀도 그 비슷한 별명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본인도 조용한 성격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니 저항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정말 친한 절친이라고 불릴만한 친구 1~2명과 친하게 지냈을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며 사회에 나왔지만, 남자들의 징그러운 시선과 여자들의 질투와 증오가 담긴 시선에 노출돼서 피곤했을 것이다.

그러니 눈에 거치적거리게 앞머리를 길렀겠지.


그러다가 나라는 사람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옆집 사람과 알게 되었는데 힘들게 짐을 나르고 있을 때 멋대로 오지랖을 부려서 짐을 옮겨준 사람.


알고 보니 본인이 다니게 될 직장의 선임이어서 꽤 놀랐겠지.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면 운명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놀랬는데 그녀도 상당히 놀랐겠지.


그래도 차분히 적응하려고 했는데 찝쩍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녀로서는 그 남자가 두려웠을 것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은 그만큼 시선에 민감하다.

거기에 그녀는 여자니까 남자의 시선에 더욱 민감했을 것이다.

자신을 빨아먹을 듯이 힐끗거리며 가슴을 쳐다보는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때 거짓말같이 내가 나타나서 도움을 준다.


그런데 나는 별로 그녀의 신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독서라는 공통된 취미도 있어서 말도 잘 통한다.


안심했겠지. 어느 정도 나에게 마음을 허락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배탈이  그녀에게 오지랖을 부려서 약도 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죽도 끓여줬다.

그녀로선 이사 온 옆집의 남자가 내가 가야 하는 직장의 선임이었는데 나를 도와주고 취미도 맞고 가정적인 남자였다는 것이겠지.


알아보니 유부남이었는데 이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솔깃했을 것이다.

...메모장에 그녀의 처지에서 생각하며 이야기를 써보니 내가 얼마나 둔감했는지 알겠다.

몹쓸 짓을 저질렀다.


그녀가 차분하게 웃으면서 자리를 비켜준 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나는 29살에 이제 막 사회인이  그녀가 38살에 이혼남인 나에게 그런 감정을 품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경솔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해보면 좋긴 하다.

하지만 사랑은 양방향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짝사랑이 아름다운 건 멀리서 보면 희극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서나 아름다운 추억이다. 당사자에겐 잊지 못할 아픔일 뿐이다.

그녀에겐 내가 첫사랑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파진다.


차라리 그녀가 남자였다면 친절한 이웃 사촌으로 끝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죄송했습니다. 다정 강사님.


내 제멋대로인 친절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인제야 그녀가 했던 말이 가슴에 스민다.

이럴 거면 잘해주지 말라던 그녀의 말.

나는 이제야 왜 요즘 세대가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지 이해한 기분이다.

오지랖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개 좋지 않은 결과를 부른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이  그 상황이다.

바빠서 자신밖에 돌보지 못하는 세대가 된 요즘 사람들에게 친절이란 즉 관심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반성을 했다.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이 오늘만큼은 정말로 슬프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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