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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화 〉이럴거면 왜 그러셨어요...?(4) (101/301)



〈 101화 〉이럴거면 왜 그러셨어요...?(4)

"안녕히 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택시에서 내려서 아파트의 입구에 섰다.

다정 강사가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술에 취한 인간은  이렇게까지 무거워지는지 모르겠다.

다정 강사가 60kg이 넘는 성인남성의 몸무게도 아닌데도 무겁다.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어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데 부축해봤자 본인의 발걸음으로 걷지도 못한다.

결국, 다정 강사를 어깨동무로 데려가는 것은 포기하고 그녀를 등에 업은 상태로 낑낑거리며 아파트로 들어갔다.

윽, 시발. 등이 존나게 부드럽다.

나중에 수진이한테 걸리면 뒤지게 혼날  같다.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던 거니까 이실직고 하고... 이해를 받아야지.

다정 강사를 업고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후우... 후우... 하아..."

아직도 더운 여름에 기절한 사람을 업고 엘리베이터에 타려니 죽을 맛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다정 강사의 집 앞까지 왔다.

"다정 강사님, 다정 강사님 일어나봐요. 다정 강사님!"

나는 다정 강사를 집 앞에 앉혀놓고 그녀를 흔들었다.

그녀가 눈을 부르르 떨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녀가 깨어나는 것일까?

"다정 강사님! 일어나서 들어가셔야죠!"


내가 열심히 흔들자 그녀의 눈이 뜨였다.

아 이제 들어가서 쉴 수 있겠다.

"읍!"

오웨에에에엑!!!

"으악!"


씨발!!!!!!!!!!!


열심히 흔들었더니 토를 해버렸다.

"끅,끅..."


끅끅 이며 속이 불편해 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다정 강사.


나는 지금 당장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정신이 나간 그녀에게 그러지도 못하고 등을 두들겨 줬다.


그녀가 입에 남은 잔여 토사물을 뱉어냈다.


나는 결국 그녀를 내 집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사물이 묻은 상태로 그녀를 집으로 끌고 갔다.

냄새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

샤워하고 있으려니 점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또다시 여자를 집으로 들이고 말았다.


시발... 왜 자꾸 이렇게 다정 강사와 꼬이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29살이나 먹은 여자가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맑아지니 확실히 알겠다.

만약 그 자리에서 그녀를 방치하고 그냥 왔다면 다정 강사는  새끼한테 몹쓸 짓을 당했을 것이다.

이건 거의 확정이다.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 새끼가 어떻게 그녀를 배웅해준단 말인가?


다른 여성 강사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남성 강사들만 조금 남았을 때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하려고 한 거지.

남자들은 맥주가 아닌 소맥으로 건배를 외쳤기에 다들 술에 절어 있어서 신경도 안 쓰는 상태였다.


아오 시발. 다시는 그녀와 엮여서 수진이한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잘했다. 잘했어. 김준수.


오늘은 그래도 사람 하나 구한 거다.

몸의 토사물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간다.


소파에 대충 기대어놓은 그녀가 보인다.

방에 토사물 냄새가 난다.


그녀가 내 연인이었다면 100년 사랑도 50년 사랑이 되어버릴 정도로 불쾌했다.

정신이 나간 그녀를 씻기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이대로 두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 저 답답해 보이는 외투라도 벗겨서 빨래라도 돌려야지.

나는 다정 강사가 블라우스 겉에 입은 옷을 벗겼다.

그녀의 몸에서 술 냄새와 토사물 냄새가 올라온다.

코를 막고 어떻게든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보고 있으려니 블라우스에도 그녀의 토사물이 묻어있었다.

에라이 시발.


일단은 외투만은 세탁기를 돌리고 블라우스는 행주로 대충 닦기라도 해야겠다.

나는 그녀의 블라우스에 묻은 토사물을 물이 묻은 행주로 대충 닦아주었다.


그리고 방에 있는 탈취제를 가져와 그녀의 몸에 뿌렸다.

응. 조금 리프레쉬해졌다 다정 강사.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소파에 눕혔다.

나와 수진이가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침대에 눕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혜정이가 침실에 남자를 들이는 것이 그렇게 기분이 더러웠는데  행위는 오지랖이라고 치부하기엔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거실의 불을 끄고 내 방에 들어가서 자려고 했다.

"왜...  그러세요?"

"응?"

아무래도 다정 강사가 깨어난 모양이다.


과연, 토를 하고 부끄러워서 그냥 자는 척을 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샤워를 하고 옷을 벗기고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서 술이 좀 깬 걸까?

"왜... 자꾸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나는 천천히 다정 강사를 바라봤다.


"사람을 돕는데ㅡ"


"제발!"


다정 강사가 짧게 소리치는 바람에 말이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서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다정 강사와 눈이 마주친다.


"사람 착각하게 하지 마세요... 여친도 있으신 분이."

역시 아무래도 수진이와 나의 모습을  모양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네, 저 여친 있습니다. 아내가 바람 펴서 맞바람 피운 거고요. 이번에 이혼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왜! 왜...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거에요..."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이는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술이 들어가면 감정이 격해지는 모양이다.

나는 그녀 앞의 소파 테이블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훌쩍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어요.  사람이 집에 보내준다고 할 때."

"어떻게 그럽니까? 딱 봐도 그럴 생각으로 가득해 보이던데."

의식이 있었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흐으... 준수 강사님은... 진짜 사람 좋네요. 여자가 이렇게 취해서 정신도  차리는데  덮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안 드세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윽..."

조금 몸을 떨면서 자신을 보호하듯이 손이 약간 올라온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가 그렇게 정신 나갈 정도로 술 마시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술도 잘 못 마시는 분이."

"아니에요."


"네?"

"제가 적어도 준수 강사님 보단 잘 마실걸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본다.


"그럼 왜?"

"옆에서 술을 따라주는 척하면서 소맥으로 말더라고요."

"하아."

아무래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술을 잘 마신다며 자꾸 권한 모양이다.

35살 새끼 진짜로 지독하구먼.


"그럼 왜 기절한 척했습니까?"

"..."


그렇게 물어보자 그녀가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닙니다. 함부로 믿지 마세요."

"네?"


"남자는 다 똑같습니다. 여자가 약점을 보이면 덮치고 싶고 다 그런 사람들이에요."


"안 그러셨잖아요..."


"저야 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실례되는 이야기긴 한데...  다정 강사님을 여자라고 생각  했습니다."

"정말로 실례되는 이야기네요..."

"아, 그게 아니고 아무튼 들어보세요."


나는 천천히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어렸을 땐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에 어머니도 같이 일을 하러 가시는 일이 많으셔서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어린 나이라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았다.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옆집의 아주머니가 와서 놀다 가라면서 간식도 주고 TV도 보여주고 했던 일을 말해줬다.


그때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흔했다.


풍족하진 않았고 생각보다 범죄도 자주 일어나던 조금 위험한 시기였지만 사람들의 삶에 여유와 배려도 있는 시대였다.

"지금이랑은 좀 많이 다르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래서 다정 강사님을 여자라거나 미인이라거나 뭐 그런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저 나이 많은 아저씨의 오지랖이었다고요."


그래. 순수하게 오지랖이었다.


그녀가 나의 오지랖에서 뭔가를 느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하아..."


그녀가 머리가 아픈 듯이 누르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녀의 입에서 나는  냄새와 토사물 냄새가 조금 신경 쓰였다.

다정 강사.

당신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당신이 보고 있는 김준수란 인간은 사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비가 와서 발을 동동 구르던 여고생을 봐도 내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고 했던 인간이다.

만약 내가 젊었을 때처럼 남에게 오지랖을 부리고 친절히 대해주고 있다면 그건 전부 수진이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당신은 절대로 얽혀서도 안 되는 인연이었다.

내가 수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굳이 학원을 그만두지도 않았을 것이며 이곳으로 이사를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존재에 미련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뭔가 바보 같네요."

"뭐가요?"


"으!"

그녀가 고개를 들고 노려본다.

"첫사랑이 이렇게 허무한 건가요?"

"첫..."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입을 열려다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닫았다.

"흐으, 드라마에서 금사빠가 나올 때마다 바보 같다고 욕했었는데..."

중얼중얼하며 머리를 푹 숙인다.

나는 있기가 거북해져서 부엌으로 향했다.

꿀물을  와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그녀는 그걸 바라보더니 꿀꺽꿀꺽 하며 마셨다.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후우! 이런 점이  된다는 거에요!"


"아니 뭐가요?"


"이렇게 자꾸 여자 꼬시는 행동을 하지 마시라고요!"


"아니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도 문젭니까? 그럼 당장 꺼지라고 해요?"


"흐으..."

그녀도 뭔가  말이 없는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대로 소파에 눕더니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일어났으니 집으로 가라고 하려고 했더니 저런 상탠 거 보니 그냥 내버려둬야겠다.


나는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아직 자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여보세요. 수진아?"


`아! 선생님~~~"


수진이가 간드러진 목소리를 낸다.


항상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색다른 반응을 보여줘서 전화 거는 재미가 있다.

"그래. 선생님 지금 집에 들어왔어."


`술 많이 드셨어요?`

"아니, 맥주밖에 안 마셔서 괜찮아."

`그럼 오늘은 조금 길게 통화해도 되겠다. 그죠?`


수진이가 즐겁다는 듯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진이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금요일이니 주말에 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저희가 가던  카페 다시 문 열었어요.`


"그래?"

`네! 그러니까 다음에 다시 가요.`

"그러자. 그리고 음..."


나는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수진이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해버렸으니 수진이에게도 들을 권리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숨김없이 말을 해야지. 떳떳해지자. 이건 나쁜 행동이 아니다.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래?"


`싫어요.`

"엉?"


`왠지 안 좋은 이야기할 거 같은데."


감도 좋은 녀석.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술 마시는데 다정 강사가 술에 떡이 돼서 내가 집으로 끌고 왔는데"


`악!`

수진이가 짧게 소리친다. 귀가 아프다.


`어떻게 또 그래요!`


"좀 들어봐라. 미안하긴 해도 변명 정도는 들어줘."

`후우... 말해봐요.`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양수호라는 인간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몰라도 몇몇 강사들 사이에서 양수호라는 남자가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다정 강사에게 환영회를 빌미로 계속 술을 권해서 그녀가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는데 본인이 집에 데려다준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이야기.


집 주소도 모르는데 저러는 거 보니 딱 봐도 그런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아서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왔는데 전신에 토사물을 선물로 받아서 그런 분위기는 1도 없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했다.

`에휴. 이놈의 오지랖.`

"미안."


`됐어요. 선생님의 그런 점도 매력이긴 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입을 오물거린다.

"다정 강사가 나 여친있는거 이제 알아."

`네?`

"그러니까 이제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놀러 오고 싶으면 놀러 와. 손가락질받겠다고 했잖아."

`놀러 가도 돼요?`

"그래."

`히힛. 그럼 내일 공부할 거 챙겨서 놀러 갈게요.`


"그래 잔뜩 챙겨와라. 다음 주에 모의고사니까."

`아이 씨!`


수진이와 그렇게 별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침대에 누웠다.


적당히 취기가 돌아서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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