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6)
"야, 수진아."
"왜요?"
"너 학교에서 찍힐까 봐 귀걸이도 안 한다며... 그것도 구라였어?"
"선생님 바보예요? 흐읏... 닥치고 허리나 흔들어요. 조루 새끼야."
그 말에 따라 조금 거칠게 자지를 쑤시기 시작하니 수진이의 발끝이 발레를 하는 사람처럼 쭈욱 펴졌다.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후우... 후우... 흐읏... 구라 아니에요."
수진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씨익 웃었다.
"빡통들한테 괴롭힘당하는 공부 잘하고 착하고 순진한 여학생이 교사들한텐 더 귀염받겠죠?"
"그렇긴 하겠지."
수진이가 했던 귀걸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여자들한테 찍히는 것을 피하는 게 목적이 아닌 선생님들한테 점수를 얻기 위한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여자애들을 적으로 돌려버렸으니 선생님이라도 같은 편으로 세워둔 것이겠지.
영악하다.
"그럼 중학교 때 이야기는?"
"그것도 거짓말 아니에요. 그러니까 허리나 흔들어요. 동시에 못 하겠어요? 이 조루 새끼."
왜 자꾸 조루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오히려 남들보다 좀 오래 하는 편이니 지루가 맞는 거 같은데.
인터넷에서 남자들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말이란 걸 검색이라도 해본 걸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런 걸 진지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수진이를 상상했더니 웃음이 나왔지만 지금 웃으면 또 한소리를 들을 것 같아 입술을 꽉 깨물어 웃음을 참은 채 허리를 흔들었다.
"흐읏, 후우, 그땐 정말로 세상 다 잃은 느낌이었어요."
수진이의 아가방에 노크하면서 양손으론 가슴을 애무하며 수진이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생각해보니 돈도 못 버는 벌레들이 쫑알거리는 게 바보 같지 않아요? 그렇게 부모 등골이나 부숴 먹는 것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1년 동안 제가 한 달에 버는 돈도 못 번다고 생각하니 우습더라구요."
내 연봉도 수진이의 수입이랑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라 뭔가 좀 그렇네...
내가 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수진이가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왜요? 실망했어요? 막 순진무구하고 요망하고 선생님이 뭔 말을 하든 다 오냐오냐해주는 천사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 생각하곤 했지. 항상 나라면 할 수 있다느니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니 하면서 위로해 줬으니까.
수진이는 한숨과 함께 신음을 뱉었다.
"하읏... 흐응...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요. 이 똥멍청아... 흣, 하앙!"
허리를 흔들면서 이어지는 수진이의 말을 기다렸다.
수진이는 숨을 고르며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흣, 내 입장으로 하앙... 생각해봐요. 전 남친 흣, 있는 여자가 흐읏, 본인이랑 만나면서, 흐읏, 전 남친이랑 침대에서 앙! 구르고 있다고요."
수진이가 나랑 썸을 타면서도 전 남친과 침대에서 구른다고?
...아마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후우... 선생님은, 용서할 수밖에 하앙, 없는 입장이야. 후우, 선생님이 날 좋아하는데 후우, 선생님이 날 용서 안 하면, 내가 전 남친한테 돌아간다고, 후우 생각해봐."
내가 그것 때문에 지랄하고 화를 내면 수진이가 전 남친한테 돌아갈 수도 있다.
그 의심은 수진이가 아무리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지 나를 버리고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지만, 자꾸 흔들리는 믿음.
그래서 참았던 것일까?
"내 전 남친이 후우, 조루 선생님보다 자지도 크고 섹스,도 잘한다고 생각해봐!"
아니, 자꾸 조루조루 하니까 좀 욱하는데.
이거 진짜 조금 기분이 나쁘기는 하다.
난 조루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듯 힘차게 자지를 쑤셔 박았다.
그러자 수진이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튀어나왔다.
"하앙! 흐윽! 내가 안 꼴 받고 버티겠어요?!"
수진이가 이를 갈더니 내 어깨를 또다시 깨물어왔다.
물었던 곳을 또 물다니 악랄하다.
"선생님한텐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후우, 그런데, 전화하면서 페라? 하응 큭,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수진이가 `그날` 지어 보였던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전 아내의 침실에서 내 위에 올라타서 지었던 그 표정으로 말이다.
털털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알겠다. 수진이는 나와 어딘가 좀 많이 닮았다. 이 녀석도 담아뒀다가 터트리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전에 준범이 녀석이 수진이가 내가 뭐가 좋다고 만나냐 물었었을 때 몰라 레후라고 답했었는데 이제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끼리끼리 만난 거지...
"이번에도 그냥, 후우, 넘기려고 했어... 선생님한테 크윽, 지랄했다가 하아... 밉보여서 버림받으면 나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수진이가 고개를 떨궜다. 고개를 처박은 채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애처롭게 느껴져서 죄책감이 무럭무럭 솟아나기 시작했다.
내가 천하의 개쓰레기가 된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도저히 못 참아서, 크윽, 이 나쁜 놈아!"
가슴을 머리로 박아왔다. 조곤조곤 말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말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 느낌이다.
"미안해. 그래도 내가 너만 사랑한다고 했잖아."
"어떻게 믿어? 한 번 딴 여자 버리고 온 남잔데?"
"그럴 거면 왜 날 받아준 거야?"
수진이가 내 가슴에서 이마를 떼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분노와는 다른 애절함이 가득 담긴 눈에 삼켜질 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뿐이잖아. 날 진짜로 사랑해주는 사람, 선생님뿐이니까."
그 가련한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수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키스를 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면 혀를 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혀가 물리더라도 키스를 하고 싶었다.
다행히 수진이가 그 정도로 악랄하지는 않았다.
평소보다 진하게 혀를 섞은 다음 입을 떼자 수진이가 나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뭐지?
"하지만, 이제, 흐으, 괜찮거든, 후후훗."
뭐가 괜찮다는 것일까?
"흐윽, 흐윽, 엉덩이 아파요. 내려놔요. 이 바보 멍청아!"
바보 멍청이라고 하면서도 입가엔 즐거워 보이는 미소가 걸려있다.
이제 서로 토해낼 감정은 다 토해낸 듯한 느낌이다.
이젠 괜찮겠지.
아프다고 했으니 다른 곳에서 해야겠다.
수진이를 품에 안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여기서 한다면 더는 아프지 않으리라.
내가 갑자기 들어 올리자 깜짝 놀라서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수진이가 조심스레 내 가슴에서 손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아까까지 아득바득 이를 갈던 녀석이 깜짝 놀라서 눈치를 살피는 게 귀여웠다.
"왜? 너 이렇게 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렇게 말하자 수진이가 씨익 웃었다.
"이제야 좀 배려란 걸 알겠어요? 강간범?"
그래. 내가 강간범이긴 했다.
자세가 편안해지면서 마음에도 안정감이 찾아왔는지 아까보다 더 좋은 표정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는 수진이가 보인다.
역시 강제로 하는 건 나만 즐겁고 당사자는 최악인 듯하다.
다음부턴 이러면 안 되겠지. 주의하자.
"흐윽, 이제, 흐흣, 괜찮아. 선생님은... 도망 못 쳐."
"안 도망친다고."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수진이의 가슴을 만지작거리자 수진이가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알아요. 아는데 이제 진짜로 도망 못 쳐 히힛..."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일까? 도망 못 친다는 게 무슨 뜻일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진이의 따끈따끈하고 꽉 조이는 보지가 기분이 좋아 그 발언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기분 좋다. 자지가 금방이라도 정액을 토해낼 것처럼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수진이도 그걸 느꼈는지 더욱 열심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하앗... 선생님 쌀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진이의 골반을 꽈악 잡았다.
그 상태로 골반을 튕기며 수진이의 아가방 안쪽을 열심히 귀두로 두드렸다. 이 안쪽에 내 정액을 싸질러서 임신시키겠다는 듯이 미친 듯이.
"하앙... 하앙, 하앙!"
내 허리 놀림에 맞춰 수진이의 입에서도 억누르지 못한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수진이의 보지가 수축하며 내 자지를 꽉 조여오기 시작했다.
수진이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기 위해 내 어깨를 깨물었고 그와 동시에 내 자지에서 정액이 토해내 졌다.
사정관리를 당하며 정액을 잔뜩 토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정액이 토해내지며 콘돔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몸에 체액이 전부 정액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될 때쯤 수진이가 달뜬 숨을 내뱉으며 내 몸에서 내려왔다.
"후우... 이 개변태야. 처신 잘하라고?"
"알았어."
정액으로 묵직해진 콘돔을 자지에서 빼내어 묶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비틀거리면서 어딘가로 걸어갔다.
뭐지? 왜 갑자기?
뭘 하나 싶어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수진이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이게 뭐게?"
"뭔데?"
휴대폰이 뭐 어쨌다는 거지?
수진이가 씨익 웃더니 액정을 터치했다.
`개소리 하지마! 이 강간범아. 경찰에 신고할 거야!!!`
뚝.
"수진아?"
"처신 잘하라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서 수진이의 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수진이는 내 손에 휴대폰을 빼앗겨도 태연했다.
"뺏아도 소용없어. 이미 클라우드에 올렸거든, 풉!"
생각해보니 이걸 빼앗아도 의미도 없잖아? 수진이가 날 경찰에 신고할 리가 없지. 경찰에 신고하면 증거가 없어도 잡혀가는데 그럴 이유가 없지.
...없지?
"선생님... 이제 그년한테도 저쪽 집에 저 거유년한테도 못 가. 이제 영원히 내꺼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만 사랑한다고 했는데 못 믿겠어?"
조금 서운하다고 수진아.
"선생님은 내가 금태양 전 남친이랑 섹스하다가 이젠 선생님뿐이라고 하면 믿을 거야?"
음... 믿, 믿어야지?
"봐봐 얼굴이 딱 그건 좀 아니다 하는 얼굴이잖아. 개변태 쓰레기 강간범."
"강간범은 그만하자. 왠지 진짜 그런 거 같아서 좀 그래."
"풉!"
수진이가 웃으면서 내 볼을 꼬집어왔다.
"나 정말 무서웠던 거 알아요? 선생님이 팔에 상처 입어서... 나 미워하게 됐을까 봐 얼마나 불안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내 팔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왔다.
"이걸로 쌤쌤인거죠? 선생님도 나한테 멋대로 했으니까?"
"그래. 나도 너한테 심한 거 했으니까 쌤쌤으로 하자."
내 말을 들은 수진이는 조금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내 옆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힐끔 바라봤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의 정사로 더럽혀진 주변을 청소했다.
수진이는 나를 쳐다보다가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
언제 돌아갈지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수진이와 헤어져야 하나? 좀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수진이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쉿! 엄마예요."
고개를 끄덕이고 제자리에 서서 수진이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어, 엄마, 나? 잠깐 도서관 나왔어. 뭐? 오늘 외박한다고? 왜? 동창회? 엄마는 무슨 매번 동창회야? 초등학교? 어, 어, 알았어~ 어."
뚝.
수진이가 조금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자고 가도 될 것 같네요. 기뻐요?"
"그래."
기쁘기도 한데 뭔가 좀 묘하네. 아까까지 막 내 어깨를 깨물고 가슴에 박치기했던 그 모습이 떠올라서 좀 어색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아니, 니가 언제 또 반말할까 싶어서."
"선생님. 저도 예의는 있거든요? 선생님이 선만 안 넘으면 돼요. 선만."
"그래?"
"네."
"..."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주변 정리를 대충 끝낸 다음 수진이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수진이가 내 무릎을 베고 누워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으려니 반머리가 거슬렸는지 머리끈을 풀어버렸다.
"아."
아쉽네. 예뻤는데 풀어버리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샜다.
수진이는 내가 낸 소리를 들었는지 씨익 웃었다.
"뭐야, 맘에 들었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진이는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또 다른 머리로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내 취향을 찾아볼 생각인 것 같다.
기특한 녀석. 역시 수진이는 지금 이 상태가 가장 마음에 들어.
"선생님."
"왜?"
"선생님이 ...하고 싶은 데로 해도 돼요."
"응?"
"대신 나도 내 맘대로 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 쌤쌤인가 뭔가 그걸 말하는 걸까?
...앞으론 진짜로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