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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집에 돌아갈 때까지 데이트(2) (65/301)



〈 65화 〉집에 돌아갈 때까지 데이트(2)

메뉴가 나와서 서로  먹겠다는 인사를 하고 먹기 시작한다.

냉면이랑 딸려나오는 숯불고기가 마음에 든다.


"정말로 좋아하시네요. 불고기"


"어?"

나는 냉면을 입으로 넣으려다가 잠깐 멈추고는 수진이를 바라본다.


수진이는 후훗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더니 입을 열었다.

"드실  조금 즐거워 보여요."

"그걸 봐서 아나?"


"네"

그렇게 말하면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면서 냉면을 먹는 수진이


"저희 밥 먹으면 거의 무조건 식후 커피였던 거 같은데 아쉽네요."


"뭐 그것도 방법이 있기는 하지"


"방법이요?"

"그냥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먹으면 되잖아"


"아"


차가 있으니 이런 점은 편하다.


"차에서 뭐 먹으면 싫어하는 남자분들 많지 않아요?"


"흘리지만 않으면 별로 상관없어"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들고 차로 이동했다.

 그렇듯이 나는 카푸치노를 아이스로 시켰고 수진이는 카푸치노를 시켰다.

"그러고 보니 자주 마시네. 카푸치노"


"선생님이 자주 마시니까요."

"그게 왜?"

그렇게 말하자 쯧쯧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는 수진이

"뭔가 이렇게 연인이랑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요?"


으음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게 다르면 각자 좋아하는  먹는 거지.

그래도 왠지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 주면 좋은 거 같기도 하다.

"차에서 같이 커피 마시는 건 처음이네요."


"그러게"


우리는 그렇게 차에서 커피를 마셨다.

거리 두기가 실감이 된다.

이전보다 사람들이 적어 보인다.


그렇게 멍하니 차에서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 하니 여름인데도  없으면 못살아~ 같은 느낌으로 끈적끈적한 커플이 서로 끌어안고 꺅꺅거리며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사람들이 있는데도 조금 구석으로 가서는 여자가 남자 얼굴을 붙잡고 뭐라 뭐라 하더니 남친이 여친 허리를 끌어안고 끈적하게 키스도 두어  하신다.


꼴깝을 떤다.

"뭔가  그렇네요."

"그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부러워요."


"엉?"

저게?


"저렇게 다른 사람들 시선 따위 상관없다는 듯이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점이 조금 부러워요."

그렇게 말하면 조금 부럽기도 하네


우리는 그렇게 그들을 잠깐 바라보고 있었다.

"커플룩이네요."

"그러게"

여자는 핑크 원피슨데 남자도 그에 맞췄는지 핑크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핑크색 셔츠를 입다니 저게 젊음일까?

"저희도 커플룩이나 하나 할까요?"


수진이의 눈을 잠깐 바라본다.

장난기가 섞여 있는 눈빛


아무래도 장난인 거 같다.


"그럼 나도 저렇게 핑크색 셔츠라도 입어볼까?"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조금 인상을 쓰는 수진이


"아뇨, 선생님은 역시 평소 대로가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시선을 돌린다.


...나는 아무래도  어울리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렇게 잠깐 커피를 마시고 이동했다.


"이제 어디로 갈까?"

"음~ 아, 혹시 잠깐 서점에 들를 수 있어요?"

"서점?"

"네, 나온 김에 문제집이나 참고서 좀 찾아보려고요."


"그래 그럼"

가장 가까운 서점으로 이동했다.

서점이니 문제집 이야기가 나오니 수진이가 학생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로 수진이를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찾는 거라도 있어?"

"아뇨. 그냥 풀던 문제집  풀어서요."


우리는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거리 두기 중이었지만 거리 두기 이전이나 이후나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서점에 들어서면 나는 책의 냄새

새책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가 가득한 공간

웹소설 시장과 다르게 규모가 죽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공간이 마음에 든다.


수진이는 문제집 코너로 간다.


나는 수진이를 뒤따라간다.

"저 조금 시간 걸릴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둘러보셔도 돼요."

"그래?"


"네"

수진이는 뭔가 고민을 하며 문제집들을 확인하는 중이었고 나는 수진이에게 떨어져서 다른 책들을 둘러보러 갔다.

책들이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건 아이에게 선물하라면서 세트로 꽂혀있는 위인전 모음이었다.


 옆에는 조금 더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인가 동화책들이 꽂혀있었다.

동화책을 보고 있노라니 수진이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


"뭐하세요?"

"뭐야. 문제집은 안 사고?"

"생각해보니까 왠지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래?"


그렇게 말하며 내가 보고 있는 책을 바라보는 수진이

"동화책이네요. 우리 집에도 예전에 이런 거 있었는데"


누구네 집이든 다 비슷하지


친구네집에 놀러 갔을 때도 한둘 정도는 꼭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내가  메모장 읽었을 테니까 하는 말인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 그거 인용문이거든."


나는 동화책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누가 한 말인데요?"


"오스카 와일드, 저번에 내가 썼다는 단편 모티브 중의 하나"

"아~"

"그놈이 좀 싸이코라서 기억에 오래 남네, 아니 애초에 예술가니 소설가니 하는 놈들은 싸이코가 좀 많긴 하지. 일본 대문호 다자이 오사무도 자살 중독자고 그랬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들을 둘러본다.

"근데 왜 그 사람이 그렇게 기억에 남아요?"

"원래 남자들은 좀 이상한 놈이면 기억에 오래 남아. 뭣보다 이놈이 했던 말이 그때 당시에는 엄청 멋있어 보였거든"

"뭐라고 했었는데요?"

"당시의 국어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긴데 '나는 천부적 재능만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었대"

"그게 뭔 뜻인데요?"

"세관에서 신고할 물품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저렇게 답했다더라. 그 모습이 너무 당당하고 멋져 보여서 뭔가 대단하다 생각했지."


당시 국민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여러 가지 동화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작가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줬었다.

"그래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아보고 충격받은 것도 있고"


"뭔데요?"

"이 새끼 양성애자야."

"..."

수진이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들어버린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나도 듣고 나서는 놀랐지

예술가란 놈들은 다 정신병자다.

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져서 잠시 고민하던 수진이가 뭔가 음~ 소리를 내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헤밍웨이였어요? 다른 작가들도 많잖아요."

"그거야 뭐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가 인상 깊었으니까"

"아 노인과 바다.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데 그게 왜요?"


나는 막 학원강사가 되어 정신없이 일하던 때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에겐 다른 길이란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풍족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왔건만 갑자기 가게가 기울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꿈도 희망도 던져야 했던 나날


취업하고 월세도 내고 돈도 모아야 하고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에게 변명했었지.

이건 나쁜 게 아니다. 이것도 하나의 길이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던 그 문구가 떠올랐다.

어차피 한번 어긋난 것뿐이다.

대학교수가 아니라도 강사로도 소설가는 될 수 있다.


헤밍웨이도 마지막으로 쓴 노인과 바다를 쓰기 전엔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나?


그러니 나도 그러한 작가를 본받아 지금은 고통을 받더라도 나중에는  꿈이던 소설가로서 성공하는 남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 그렇구나, 그냥 겉멋으로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네요."


내 생각을 주절주절 말해주고 나니 수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멋이 절반 이상이야"


우리는 그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서점을 한 바퀴 두 바퀴 돌았다.


"선생님, 저녁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나는 수진이를 바라본다.


저녁을 집으로 초대해도 괜찮을까? 수진이가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저번에 수진이가 토요일에... 라고 말하면서 말을 줄였던 걸 기억한다.


아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저번처럼 집에서 해줄까?"

수진이는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


평소보다 차는 더 조용했다.


***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평범하게 집밥으로 먹어요."

"그래"

나는 조금 이른 저녁준비를 했다.

평소처럼 밥을 하고 국을 준비하고 밑반찬을 꺼내고 메인메뉴를 한가지

우리들은 잘 먹겠다는 인사만을 하고 서로 조용히 식사했다.

방은 너무나 고요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TV  사세요?"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그런 말을 꺼내는 수진이


"내가 TV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어서"

"하긴 그러실 거 같긴 하네요."

다시 한번 말이 끊어진다.

이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우리가 처음에 관계를 맺었을 때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다.


두번째로 했을 때는 음, 좀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

 다음에 어떤 분위기로 이끌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했다.

혜정이랑은 어떤 분위기에서 섹스를 했던가?


아마 같이 침대에 누웠다가 내가 조금 그런 기분이 들면 뒤에서 가슴을 만지면서 신호를 보냈던 거 같다.

아니면 같이 술을 한잔하고 그럴듯한 분위기가 되면 같이 했던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식사를 하고 녹차를 2잔 타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TV도 없는데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수진이

분명히 첫 경험도 아닌데 너무나 어색하다.

수진이가 먼저 하자고 말을 꺼낼 거 같지도 않은데... 세상의 커플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걸까?

나는 그렇게 딱딱한 분위기를 잡고 있다가 컵을 내려놓고 멍하니 손을 모으고 앉아있는 수진이를 보았다.


나도 슬그머니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다가 수진이의 손에 살그머니 내 손을 얹었다.


수진이는 잠깐 움찔 떨더니 나를 올려다본다.


매미가 우는 소리만이 들려오는 방안

매우 어색한 분위기가 왠지 야릇한 분위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입을 맞췄다.

가볍게 서로의 입술이 살짝 닿았다고만 느껴지게 붙었다가 떨어지는 입술


수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수진이의 눈을 바라보며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다시 수진이의 입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렇게 천천히 키스를 하다가 혀를 집어넣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다가 분위기가 조금씩 그런 분위기가 난다고 느껴졌고 나는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수진이는 가슴을 만지자 약간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내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당분간 키스를 하며 가슴을 주무르고 그렇게 가슴에서 밑으로 손을 내려 치마로 손을 가져가려고 하자 수진이가 내 손을 잡는다.


"수진아?"

"그..."

"응?"

"땀 흘려서 그런데 샤워 좀 하면 안 돼요?"

그냥 하자고 하면 수진이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냥 그러라고 했다.


수진이는 선생님이 빨리 씻으시니 먼저 씻으세요라고 말했고 수진이의 말에 따라 먼저 샤워를 하기로 했다.


초조했다.

나이 38살이나 먹어 경험도 있는 남자가 수진이랑 함께 있을 때면 연애경험이 없는 총각 같은 분위기를 푹푹 풍긴다.


혜정이, 그년이랑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년이 나를 리드해줬고 내가 그에 이끌린 게 큰 모양이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수진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가고 초조하게 소파에 앉아서 수진이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중인데도 묘하게 더운 느낌이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으니 샤워기 소리가 멈춘다.

수진이가 걸어나온 모습이 보인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대충 내가 입는 셔츠를 입고 나온 모습


알몸 와이셔츠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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