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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내 여친은 xxx!(3) (55/301)



〈 55화 〉내 여친은 xxx!(3)

"아니 수진아, 그건 짐꾼이 입을 옷이 아닌데?"

8월 9일 일요일


나는 약속된 시간에 수진이를 태우러왔다.


수진이의 옷은... 좀 화려했다.

가슴골이 살짝 보일락 말락한 위치부터 목 위까지 피부가 비치는 시스룩에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스커트, 굽이 좀 있는 구두까지 지금까지 수진이가 데이트 중에 입었던 그 어떤 옷보다 여성스러운 아니 섹시한 옷이었다.


"어때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을 좌우로 펼쳐서 몸을 살짝씩 틀어서 전신을 보여주는 수진이


"예쁘긴한데"

"그죠?"

뭔가 좋은 구경을  느낌이기는 한데 이거 짐은 내가 다 날라야겠구만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본인 지정석이라는 느낌으로 차에 올라타는 수진이

어느새 내 차의 조수석은 수진이의 지정석이 되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차를 몬다.


차가 막힐시간도 아니고 30분도 안걸릴거리다.

"흥흥~ 흐응~ 흥"


뭐가 그리 좋은지 콧노래까지 부르는 수진이


나는 빨간불에 멈춰서고는 수진이를 살짝 곁눈질한다.


"뭘 그렇게 봐?"


"웹소설이요"


"웹소설?"

"네"

"뭔데?"

"나작소라서 안 안랴쥼~"

나만의 작은 소설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뭔가 이상한 눈빛이 가끔씩 느껴지지만 운전대를 잡고있는 이상 확인은 못한다.


나는 연신 흥~흐응이라던가 헤~ 라던가 음~ 소리를 내는 수진이를 태우고 전셋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보면 눈 나빠져"

"아재같은 말 하지말아요. 김기사님"

"아 예"


역시 차가 막히지않으면 금방이다.


주차를 하고 전셋집으로 향한다.


"뭔가 두근두근하네요"

"뭐가?"

"이러다가 그분 나타나는거 아니에요? 야생의  아내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뭔가 갸오~ 할거같은 자세를 보이는 수진이

손모양이 상당히 귀엽다.


"뭐 나타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진짜로 있을수도 있고"


"있으면 어떻게해요?"


"감안하고 온다고 한거 아니었어?"


"그렇긴한데 막상 오니까 떨리네요."


"됐어. 어차피 그 지랄을 떨었으니까 있어도 눈도 못마주칠걸?"

"그 지랄..."


수진이는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뒤를 따라온다.


이제 다시는 오지않을 곳이다.

미리 무게가  나갈걸 계산해서 접이식 손수레를 가져왔으니 2번정도 왕복하면 다 나를 수 있겠지


그렇게 1주일 정도만에 전셋집으로 들어갔다.

전셋집은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내가 이혼한다고 하니 지랄발광을 해서 집안을 개판으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전세라서 자제를 했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들어와"

"네~ 실례합니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섰다.

집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 없나보네요?"

"그러게"

나는 수진이를 데리고 내방으로 향한다.

"선생님방 못들어오는  알았네요."


"뭐야 내 방이 보고싶던거야?"


"그것도 있고요"


그러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수진이


"진짜 책장에 책말곤 없네요?"

"다른건  옮겼거든. 애초에 짐도 적었고"

"옷도 그렇고 너무 담백하게 사시는거 아니에요?"


"물건 많아봤자 짐밖에 안되잖아?"


"전 그래도 짐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손수레에 하나씩 올려놓는 수진이

"왜?"


나도 수진이처럼 책들을 옮기면서 그렇게 물어본다.


아 드래곤x자 오랜만이네


이건 진짜 재밌었는데 아 김철gon책도 있구만

SKX 2부는 진짜 개지랄이었다 개새끼...

"어느날 휙 사라질거같아요."


"응?"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수진이를 바라본다.

수진이는 책을 바라보다가 손수레에 짐을 올리고는 나를 올려다봤다.

"짐이 적은 사람들은 어느날 휙 사라질 것 같다고요. 생활감이 없다고 해야하나 존재감이 없다고 해야하나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그래서 좀 그래요."

아버지라도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가 다시 짐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  돈주고 사더라도 필요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려"


"네?"


다시 나를 바라보는 수진이


"그래도 선물받은 거는 안버리고 모아두거든"

"..."

"앞으로 80개는 더 받을테니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을 계속 쌓아간다.

꼬옥

무언가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수진이가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수진아?"

"서,선생님은 잘도 그렇게 부끄러운 말을 하시네요! 완전 바람둥이 같아요."


"바람둥이는 맞는거 같은데"


"흥!"


수진이가 팔에 힘을 준다.


"내가 하면 로맨스거든요?"


"그건 맞지"




가볍게 웃는 수진이


수진이가 등에서 멀어진다.


조금 아쉽다. 조금만  그렇게 있고 싶었는데


얼굴이 조금 붉어진 수진이는 "선물, 많이 사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웃고는 다시 책을 꺼내 손수레로 옮긴다.


우리는 그런 무미건조한 반복행위 속에서도 무언가 가슴이 근질거리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후에 열심히 짐을 날랐다. 생각보다 금방 끝이났다.

"후! 그거 조금 움직였는데 덥네요."

"그러게"

우리는 짐을 다 옮기고는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점심먹을 시간이 되었고 처음에 집에 들어왔을때 더워서 물을 마실려고 냉장고를 열었을때 재료가  남아있었기에 그년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상할 것 같은 식재료를 여기서  처분하고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아무거나 말고"

"아무... 끙"

"그럴거 같더니만"


나는 냉장고의 재료들을 살펴보며 수진이를 돌아본다.


"그럼 집밥이요. 그냥 평범하게 집밥 해주신거 먹어보고 싶어요."

"그래? 의외네."

"그렇게 특별한 날에 먹는 것들 말고 그냥 평소에 어떻게 드시는지 궁금해서요."


"별건없는데"

나는 수진이의 옷을 살펴본다.


저런 옷이면 냄새가 심한 음식을 먹는건  꺼려질 것같다.

된장찌개는 보류다.


북어채국이랑 돼지고기는 목살이 있고 케찹이 좀 남았으니 찹스테이크로 하면 될 듯하다.


"그럼 쉬고있어"


"네~"

그렇게 말하고 쇼파에 앉아서 TV를 켜는 소리가 들려온다.


밥솥에 밥을 하는건 좀 양이 애매해서 어려울 듯 싶으니 즉석밥으로 하고 나머지들만 준비하면 20분 정도면 될려나?

 짧을수도 있겠다.

나는 수진이가 켠 TV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요리를 했다.


***


"수진아  됐어~"

나는 요리를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쇼파에는 수진이가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나는 다시 한번 수진이를 불러본다.


"수진아?"


화장실에는 없나본데?


나는 내 방으로 가본다. 내 방에도 없다.

설마?

나는 천천히 그년의 방으로 향했다.

"수진아?"


나는 그년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이는 뭔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쓰레기통인가? 뭘하는거지.

"아 선생님"

나를 돌아보는 수진이

 표정은 뭔가 복잡해보여서 쉽게 감정을 읽을수가 없었다.


"여기서 뭐해?"


"그냥 좀 보고있었어요."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과연, 저번에 집을 나갔을때처럼 옷가지들을 챙겨서 나간듯하다.


전부 챙기지는 않은듯 몇몇 물건들이 남아있었다.

"원래는 여기서 같이 주무신건가요? 전 아내 분이랑?"

"뭐, 그렇지."


"흐응~"

그런 소리를 내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수진이

"아니 진짜 여긴 왜 들어온거야? 밥 다 됐으니까 밥이나 먹자."


"제 물건 찾으러 왔어요."

"응?"

그렇게 말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수진이의 표정에선 굉장히 야릇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착각인가? 오늘 수진이가 입고온 옷이 너무 섹시해서 착각이었지도 모르겠다.


금방 고개를 돌리는 수진이

"무슨 물건?"

그렇게 말하자 천천히 쓰레기통으로 손을 뻗는 수진이


"더럽게 뭐하는거야?"


나는 수진이의 손을 잡았다.

나를 돌아보는 수진이

그 눈은 굉장히 어둡고 칙칙했다.

"제 물건 받으러 온 거에요. 오늘"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뭔..."

쓰레기통에 뭔가가 있는걸까? 나는 천천히 쓰레기통으로 시선을 옮겼다.

쓰레기통에는 대충 처박혀있는 유리통이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거실에 없길래 어디있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나


장미로 만든 드라이플라워였다.

"이거 제꺼잖아요?"

나를 올려다보는 수진이의 시선은 굉장히 야릇했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만드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알면서 왜 물어  장미는 수진이껀데?"

"왜 니가 그걸..."

정적

시원하게 돌아가고있는 거실의 에어컨 소리만이 들려온다.


머리가 멍해진다.

수진이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선생님이 잘못하신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툭하고 밀치는 수진이


나는 침대로 쓰러졌다.

나를 내려다보는 수진이가 보인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야릇함이 깃든 눈빛


한 번도 보지못한 눈빛이다.

"보고싶다고 했는데 언제까지고 소설도 안써주시고...  노트북도 멋대로 훔쳐보셨으니까 선생님이 잘못하신거에요."


"그,게 무슨?"


"역시 급전개에는 약하시구나?"

후훗하고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수진이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시선을 돌릴수가 없었다.

몸이 딱딱하게 굳고 움직이지가 않는다.


"설마?"


"예. 그 설마에요."

내 노트북에 있던 그것들을 본건가...

"언제?"


"선생님이 어머님이랑 전화하러 나가셨을때 메일로 보냈어요."


아, 그때였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뭘하나 했더니  컴퓨터에 있던 메모장 파일을 옮기고 있었나보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소설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어떻게 될까 잠깐 볼려고 한 것 뿐이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는 수진이

"그런데 폴더에 뭔가 메모장이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압축해서 보냈어요.  선생님은 메모장마다 1편씩 연재내용을 써놨나보다~ 싶어서요."

수진이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몸 위에 올라탄다.

나를 내려다보는 수진이


매우 가벼웠지만 왜인지 나는 미동조차  수 없었다.

"일상에서 특별했던 일들을 소설로 쓰실려고 적어두셨더라구요. 거기서 봤어요. 선생님이 저한테 고백하셨던 날에 해주셨던 말도"


내가 했던 말을 용케도  기억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내가 적어놓은걸 그대로 읽었던 걸까?


통화중에 수진이는 내가 썼던 메모장을 읽고있었나 보다.

설마 아까전에 보고있다던 나작소가?

식은땀이 흐른다.

분명히 그 텍본이 저장된 폴더에는 여러가지가 많다.

정말 잡담을 적어놓는 메모장부터 비밀번호를 바꿀때 까먹지않기 위해서 적어놓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게 적혀있다.

그년. 혜정이와 있었던 일들도 적혀있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질척한 증오와 분노를 질투심 등 그 모든 것을 잊기전에 적어놓은 메모장이 있다.


언젠가 지울려고 하다가고 어디선가 쓸일이 있어서 지우지않았던 그 메모장이 말이다.


"선생님이 부모님 앞에서 '그 지랄'을 떨었던 일도 읽었어요."

나는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나를 마주보는 수진이

그 눈빛이 매우 야릇하고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그년이랑 있었던 일들도"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수진이


"왜  개걸레년은 남의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걸까?"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 입술 끝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약간 저릿한 통증이 올라온다.


말하던 도중에 뺨을 맞아서 제법 화려하게 씹어버리는 바람에 아직 아물지않은 입술이 아파온다.

"선생님, 왜 그 개걸레년이랑 잤어?"


나를 추궁해오는 수진이


"그, 그게"


"말하지않아도 다~ 알아. 다~ 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수진이가 나의 뺨을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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