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3화 〉내 여친은 xxx!(1) (53/301)



〈 53화 〉내 여친은 xxx!(1)

"허"


정말로 팔렸다.

오늘도 나는 준범이의 말에 따라 아침부터 주식에 매도주문을 넣었다.

점심을 먹으며 시간이 남아 확인을 해본 결과 진짜로 팔렸다.

30만을 조금 넘은 가격까지 올라간  같은데 준범이의 말로는 욕심이라 했으니 충분하다.

돈이 생겼다. 이제는 정말로 집을 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자취가 시작된다.

정말로 모든게 끝이났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조금만 더 빠르게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뭐보세요?"


 맞은편에 앉아있던 인한 강사가 물어온다.


"아뇨. 별건아니고 월세 알아보고 있어서요."


인간들이란 돈에 관련되면 사람이 바뀐다.

돈이나 권력을 쥐어봐야 사람의 본질을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한 강사는 믿고싶지만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돈과 권력과 무관하게 살다가 죽는 사람은 그 본질도 눈치채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 아닌가?

그럼 처음부터 조심하는게 더 낫다.

"아, 그럼 이 근처에서 사시는 건가요?"

"그렇죠. 이제 출근길은  편해지겠습니다."


"부럽네요~ 저는 매일 1시간 출근해서 힘들어 죽겠습니다."


"차라도 하나 뽑으시는게?"

"말도 마세요. 그거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이제 애도 키워야하고 당분간은 생각 없습니다."


그러면서 손을 흔드는 인한 강사


확실히 애를 낳고나면 여러가지로 포기해야 하는게 많기는 하다.

애라... 음 수진이를 닮은 딸이 태어났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만 떠오른다.


요즘은 자꾸 그런 생각만 떠오른다.

분명히 수진이 몸이 목적은 아니었는데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단 말이다.

얼마전에는 정력에 좋은 음식이나 약들도 찾아봤다.

굴이나 마늘, 장어, 부추, 연어, 복분자 같은게 좋다고 한다.

그날밤 너무나 귀여웠던 수진이의 모습이 머리를 아른거린다.

아 씝 자제해야하는데 이게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게 늦바람이  위험하다는 그건가?


"뭐 소송이나 그런건 아니죠?"


"협의이혼이라 재산분할하고 땡칠거 같습니다. 애초에 맞벌이라서 월급은 각자 계산하고 전기세나 도시가스비같은 비용만 절반씩 내고 그랬거든요."

"오 그럼 편하겠네요. 아, 그런데 부럽네요 그런거"

"뭐가요?"


"각자 벌어서 각자 쓴다. 뭔가 좋다고요."


"아, 용돈 받아서 쓴다고 하셨나?"


"네, 정말 죽겠습니다. 자꾸 요즘 돈들어올때 없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돈이 어딨습니까?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용돈을 더 줄이네 마네하는 마누라때문에 죽겠다고 하는 인한 강사


아무래도 인한 강사의 와이프는 애가 크면 집이 좀  좁아질테니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 듯 하다.


"뭐 잘모르면서 주식을 해야한다 어쩐다 하면서 사람 고름까지 짜내더라고요. 그거 있잖습니까 개나소나 주식사면 고점이다!"


 뉴스에 팔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유명한 이야기긴 하다.


"육성전자를  몰래 샀다고 하던데 이게 좀 올랐는지 자랑을 하는데 확실히 좀 오르긴 올라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오른게 엄청 올라서 집을 살정도도 아니고 돈이 돈을 번다고  목을 조르니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와이프는 잘만난 것 같은데? 애때문에 일도 못하는데 집에서 어떻게든 돈 한푼이라도 벌어벌려고 노력한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와이프  만나셨네요. 주식 그거 어렵다던데"

"그렇긴하죠? 요즘 인터넷에 니들은 결혼하지마라 그런 글들 올라오면 전 상위 10퍼센트는 되는  같아요.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상위 10퍼센트는 될 것 같다.


아 그러면 결혼하고 애를 낳아도 집에서 글을 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수진이는 상위 1퍼센트 결혼이 아닌가?

나는 잠시간 푸념을 늘어놓는 인한 강사와 식사를 했다.

이젠 딸바보에서 조금은 레퍼토리가 늘어난 느낌이라 대화가 지루하지는 않았다.

***

"이제 다음주에  계약하시는 거에요?"


오늘도 우리는 그 카페에서 만난다.

이전과는 다르게 다시 등을 맞대고 앉은 장소

수진이는 앞으로 다가올 여름방학은 뭐하지~ 라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가끔씩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면 아니나 다를까 어깨에서 머리카락이 사라락하고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앙큼한 녀석

"어, 그러니까 다음주 월요일엔  들어가서 청소도 하고 그래야겠지. 대충 둘러봤을때는 깨끗해 보였는데 화장실 이런건 좀더 신경써서 청소를 해야지"

아니 그냥 아싸리 청소업체를 부를까? 그래도 될 것같기도 한데


나는 잠시간 휴대폰으로 업체를 찾아봤다.


과연 30만원 정도면 그냥 새집으로 만들어주는 것인가? 좋은데

"뭐해요?"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다가 내가 폰을 만지고 있으니 궁금한가보다.

"그냥 업체불러서 청소하려고"

"그거 좀 비싸지않아요?"


"월억킥 작가님은 생각보다 소시민이시네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잖아요. 아낄건 아껴야지"

티끌 모아 태산이라


근데 티끌 모아 티끌이더라고 13년 모아온 돈보다  몇개월 사이에 번 돈이 더 많아

이게 나라냐?

"난 시간이 더 소중해"


나이를 먹을수록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법이다.


하루라도 더 일찍 자리를 잡아야지 그래야 너를 초대한단 말이다.

"그래요?"


"어, 아 그런데 다음주 월요일에 시간 좀 있나?"

"월요일이요? 음~ 뭐 별건 없을 것 같은데요."

"쇼핑이나 하자. 좋아하잖아?"


"여자는 누구나 쇼핑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아니야?"


"좋아하긴 하는데..."


"어차피 너도 써야하니까"




뒤통수에 작게 통증이 느껴진다.


수진이가 머리를 박았나보다.


"변태"


"난 별뜻 없었는데"

"거짓말"


"진짜야. 샴푸나 바디워시나 그런거 살려고 한건데"

"으으~"

뭔가 아닌거 같은데 능글맞게 넘겨버리니 따지기도 뭐해서 분하다는 느낌이다.

이 이상 놀리면 진짜로 삐질지도 모르니 이정도로 하도록하자.

"장난치지 마시고 진짜로 뭐 사실건데요?"


뭘 사야하냐고? 그거야 많지

"아까 말한것처럼 세면용품, 청소용품, 일회용품, 아 그리고 책상이나 침대나 책장도 사야겠네. 이불도 사야겠고"


"네? 책상이나 침대나 책장도 집에서 가져오면 되는거 아니에요?"

그래 가져오면 되겠지.

하지만 왠지 가져오고 싶지않다.


새집에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단 말이다.

그 개걸레년과 관련된 것 들을 새집으로 들이고 싶지않다.

처음에는 돈이 아까우니 준범이를 써서 옮길까도 고민을 했지만 돈이 생기고 나니까 마음의 여유가 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거워서 두고왔던 책들만 챙겨서 나오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냥, 좀 그래서"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수진이는 아무말을 하지않고 그저 커피잔의 얼음을 휘저어서 소리를 내고 있다.


위이잉 울리는 휴대폰

"누구에요?"


수진이는 전화가 올때마다 누군지 물어본다.

설마 아직도 그 개걸레년과의 관계가 신경쓰이는 것일까

휴대폰에는 어머니라고 적혀있었다.

하아. 계속 피해다니긴 했는데 결국은 전화가 왔다.

받아야할 것 같기는 한데

"어머닌...데"


내가 좀 망설이는 분위기를 보이자 수진이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수진이는 나의 머리를 살짝 안아주었다.

수진이의 몰캉한 가슴이 속옷넘어로 느껴진다.


달콤한 냄새와  부드러운 촉각.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수진이의 고동소리가 마음을 침착하게 해준다.

"받으세요 선생님"


"..."


"우리가  못된 일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반년도 안남았어요. 우리 떳떳해지자구요"

못된 일을 하긴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도망칠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 그래야지"


수진이가 나를 놓아준다.


나는 수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걸 알고있었잖아? 아버지도 아니고 어머니랑은 이야기를 해야지.

카페에서 나왔다.

후덥지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여름의 한때


올해의 여름도 정말 살인적이다.


전화가 끊어져서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아들 바빴니? 미안해'


"아니에요. 무슨 일이세요?"


'그게... 그, 이야기를 좀 해야할 것 같은데 시간이 좀 되니?'

"언제요?"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되겠니?'

아 그러고보니 내가 집을 나간걸 모르실지도 모르는데 어디서 만나지?


"예"


'그래? 다행이네. 지금은 어디에 있니?'

아무래도 내가 집을 나간걸 아시는 모양이다.


"준범이 집에 있어요."

'그래? 그럼 그...'


"알아요. 제가 준범이한테 미리 말할게요. 올라오실때 말씀하세요."

'그래. 아들 그러면 나중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뚝 삐로링

전화가 끊어진다.

하아 방금까지 진짜 행복한 생각만 했었는데 갑자기 기분을 잡쳤다.


어머니한테는 별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아버지 대신 식당에 나가서 뼈빠지게 일해서 어떻게든 집안은 굴러가게 만드신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다.


내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을때도 나를 믿고 하고싶으면 하라던 어머니다.

싫어하는게  이상하지

하지만 지금만큼은 별로 얼굴이 보고싶지 않았다.


나는 잠시 한숨을 내뱉고는 수진이가 기다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이 몸에 흐르던 땀을 차갑게 식혀준다.


자리로 돌아가니 수진이가 뭔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는 것이 보였다.


"뭐해?"


"아, 아뇨 잠깐 화장실  갔다오려고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노트북을 툭하고 덮는 수진이

"제 노트북 또 열어보면 죽는 수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수진이

귀엽다. 그런데 보지말라면 보고싶어지는데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 그러고보면 노트북을 그냥 열어둔채로 나갔었네

뭐 나처럼 이력이라도 뒤지고 있었나? 귀엽다.


근데 난 컴퓨터 사용기록은 주기적으로 지워서 뭐 볼건 없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어제 검색해본 정력에 좋은 음식들 정도만 봤겠지

수진이가  노트북을 뒤지다가 그런걸 발견했을때 무슨 기분이 들었을지 떠올려본다.

뭔가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화끈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방금전에 모습은 뭔가 당황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젠 그 정도로는 부끄러움을 안타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수진이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

"그래서 어머님이 오신다고?"

"어"

"나 뭐 자리  피하고 그래야하냐?"


"어차피 너한테 고맙다고 하실걸. 아마 있는게 나을거다."


"그러냐? 그러면 뭐라도 좀 사와야겠는데..."

"그렇게 신경쓸 필요없는데?"


"어떻게 그러냐 병신아"


그렇게 말하며 다과로 내올게 뭐 있나 냉장고를 뒤져보는 준범이

고마운 자식이다.


"야"

"왜"


"그 뭐냐 여러가지로 고맙다"


"병신새끼, 아가리해"

"그래, 아가리"

"씨발 아재개그만 존나게 늘었네 미친새끼"

낄낄거리며 웃는 준범이


어머니가 올라오시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려나


아버지랑 같이 올라오실까? 아니 아마도 아버지랑 올라오시지는 않을  싶다.


그 지랄이 나고 얼마나 지났다고 내 얼굴을 보고싶겠나


어머니만 올라오시겠지.

대중교통으로 올라오실  같은데 돌아가실땐 태워다 드려야겠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갈련지 모르겠다.


수진이를 보자고하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든다.


아 손에 땀이 차오른다.

어머니를 보는건데도 이런데 수진이 어머님을 어찔 만날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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