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이혼하면 먼치킨(2) (51/301)



〈 51화 〉이혼하면 먼치킨(2)

"준수 강사님 얼굴은 또 왜그래요?"

결혼한 다음부터 먼치킨이 된 남자 강인한 강사는 오늘도 일찍이 학원에 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괜찮냐고 물어본다.

"뭐, 그겁니다 그거"

"아~ 아아"


뭔가 대충은 눈치챈듯한 느낌이다.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그 뭐냐, 여고생이랑 그렇고 그렇다고 들켜가지고"

"정말 괜찮아요?"


"그냥 고춧가루 좀 묻은거 가지고... 별거없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에 손을 가져간다.

확실히 좀 아프긴 하다.

뭐 근데 솔직히 아프긴한데 다른게 더 좋은 일들이 많아서  상관은 없다.

당장 학원을 그만두면 어쩌지란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큰 돈을 벌어버린 것도 있고 수진이랑 야스도 했고 말이지


이혼하면 좋은 일 투성이란걸  나이가 되어서 깨달았다.


강인한 강사는 결혼하고 먼치킨이 되어버려서  공감은 못받을테니 자제하도록 하자

아 근데 진짜 준범이 말마따나 엄청나게 벌어버렸다고 하니 계속 주가가 신경쓰인다.


미쳐버릴것 같다.

내가 매도버튼이라도 잘못누르면 순식간에 1~2억 차이가 난다고 했으니 조심해야지.

아 시발 돈이 수진이가 아하하하하하!


"...진짜 괜찮으시죠? 아까부터 실실 쪼개시는게  위험한 느낌인데"

"이혼하면 먼치킨입니다."


"아하하하! 그렇네요~"

본인이 보여줬던 소설들이 떠올랐나보다.


처음엔 뭔 병신같은 소설들인가 했더니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뭐 아무튼 벽은 하나 넘었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동료니까 그럴수있죠."

"동료요?"


"이 사람  너무하네. 정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농담입니다. 농담"

우리는 그렇게 잠시간 잡담을 하다가 서로 수업준비를 하였다.

***

"선생님..."

수진이가 매우 안쓰러운 눈빛으로  입가를 바라본다.

오늘은 그냥 과감하게 서로 마주 앉았다.

내 얼굴을 자세히 보고싶어했기 때문이다.

수진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입가를 스치니 열이 오르는 듯 하다.

아니 아픈건가


"괜찮다니까."

"전 안괜찮은데요"

"괜찮아. 알고 있었잖아?"


우울한 눈빛이다.

"너 보단 안아프다니까 그러네"

그렇게 말하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처음엔 무슨 소리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알아먹고는 정강이를 살짝 차는 수진이

"아파"

"아프라고 찬거에요."


"외모는 천산데 밤에는 완전 루시퍼!"


"아아아아아아!"

안들려요 안들려같이 귀를 막고 아아아아아하면서 고개를 흔드는 수진이

그 동작이 너무나 귀엽다. 밤에는 루시펀데 말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요?"

"뭐가?"


"뭔가 하루만에 굉장히 능글맞게 변한거같아"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

방금전까진 날 걱정하던 표정이었는데 힘이 빠졌는지 약간 욱한 표정이 된 수진이


차라리 그런 표정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친구분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때요?"

"뭘 어때. 서로서로 아침부터 마주치면 아침부터 고추쉑 보면 역겨우니까 꺼져! 이러고 살지"

"아하하 그게 뭐에요."


"아무튼 그런게 있어"

아침부터 마주치는 인간은 여자가 좋다.

수진이라면 더더 더욱 좋다.


"언제까지 거기 있으실려고요?"


"집에는  돌아갈거야. 아마 월세라도 구하겠지."

"월세요?"


"그래. 차라리 학원 근처에다가 하나 구해볼려고"

그렇게 말하니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조금 붉어져서는 고개를 숙이는 수진이


이거이거 딱 봐도 그런거 같은데

"많이 사둬야겠다."

"네?"

"콘돔"

"?!"

고개를 팍 숙여버리는 수진이.

귀가 굉장히 새빨갛다. 아 아직 그렇게 수줍음이 남은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그날 밤의 광경이 떠올라오는 듯 하다.

뭔가 쥬니어가  불렀어? 하면서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변태"

"그래"

"개변태"

"어"


"..."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노려본다.

아, 그 얼굴이다. 괴롭혀주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침대에서


"수진이 참 바쁘겠네. 공부도 하고 연재도 하고 섹스도 하고?"

"섻!"


갑자기 놀라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수진이


아무도 없는거 확인하고 말했다.

"선생님도  몸이 목적이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제 몸을 끌어안고 뒤로 살짝 후퇴하는 수진이

"몸이 절반이긴하지"

"절반은 뭐에요?"

"뭐 그건 차차 알아가고"

나는 말을 돌려버린다.


말로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널 만나기 이전의 나를 떠올려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김준수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써서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곪아가는 날 알아봐달라고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은 잡쓰레기를 끄적이던 김준수

썩은 고목마냥 약한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예, 예하며 피하고만 있던 김준수

집에 남자를 불러들여서 좆이나 빨아재끼는 걸레년에게 미련이 남아서는 찌질대던 김준수

하지만 나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변한거다.


그 중심에 네가 있다.


...뭐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진짜 뭐라 설명하기가 곤란하단 말이다.


여고생이랑 사귄다는 터부를 저지르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 중에 가장 밝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주변사람들의 평가도 좋아지고  자신도 만족하는 중이다.


이 터무니없는 모순에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하는지도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단 말이다.

나는 평소처럼 돌아온 수진이를 바라본다.


"아 염주 고마웠어"


"효과 있었어요?"


"어, 수진이 생각만하면 호랑이 기운이 쑥쑥하더라고"


"뭐에요 그게 후후"


시덥잖은 농담에 웃어주는 수진이

그나저나 이혼... 변호사라. 변호사란 존재를 만나는 날이 올줄이야.

누구 변호사에 대해서 잘아는 놈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수진이와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봤다.

집을 구하고 이혼을 하고 수진이랑 결혼을 하고 애는 3명까지 낳고 손주 이름은 뭐로하지?

아, 뭔가 긴장감이 탁 풀려버리니까 그런 생각만이 머리속을 맴돈다.

좋은게 좋은 것이겠지.


무언가 조금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가 사라진다.


별거아니다. 난 괜찮아


***

"야"


"왜불러"


"변호사 아는 사람 있냐?"


"뭔? 아 이혼?"

"어"


"글쎄..."

준범이는 밥을 먹으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준범이는 밥이 먹고싶으면 집밥배달을 시켜먹고 아니면 그냥 배달을 시켜먹고 산다고 한다.


점심도 컴퓨터 앞에서 먹기 때문에 그게 편하단다.


일단은 얹혀사는 처지라서 대충 요리라도 해볼까 하다가 재료도 없으니 포기했다.


식사는 내가 사는 처지다.

한두푼 번게 아니니 그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아 그러고보니 준호가 이혼해봤으니까 아는거 아니냐?"

"김준호?"


"어, 그 새끼 마누라가 바람나서 집나갔자나. 그 새끼 술처먹기 전엔 좆지랄 떨다가 술처먹고 질질짜던게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그러고보니 그랬었다. 20명중에 결혼 안한놈이 준범이 1명 이혼한게 3명이다.


내가 이혼하면 이제 4명이다.


"오랜만에 소집함 해야겠구만"

그렇게 말하고는 폰을 손에 드는 준범이


위이잉

폰이 울린다.

'어벤져스 어셈블'

 내가 처음으로 읽어버렸다.

아무도 읽지않는 톡

"시발롬들 존나 불러도 대답이 없네 좆같은새끼들"


그렇게 궁시렁거리는 준범이가 뭔가를  치고있다.

'준수 이혼한다'


순식간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ㄹㅇ?'


'와 시발 준수가?'

'준수야 진짜냐?'


'뭐 씨발 여자들이 다 똑같지 좆같은 년들 씨발'

...준호야 아직 많이 아프구나 그렇구나


이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폭풍처럼 쏟아져나오는 톡들


'준호야 아는 변호사있으면 소개 좀 해줘라.'


'ㅇㅇ 근데 뭔일인데?'

'준수 와이프 준수네 집에서 직장상사 좆빨다가 걸려서 이혼하는거임 아 ㅋㅋ'

채팅방이 난리가 난다.

준범이는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민을 하고 치던 문장을 지웠다.


아무래도 나랑 수진이와의 관계도 쓸려다가 이건 아닌거 같다 생각해서 그만둔 것이겠지.

다들 개년이니 걸레니 좆같은 년이니 하면서 뭔가 톡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질척한 감정이 담겼다고 느껴지는 글이 올라온다.

와이프한테 치이고 사는게 상당히 많다고 느꼈다.


"아 이래서 결혼은 못참지. 하지말라면 하지말았어야지 병신새끼들"

혼자 낄낄거리면서 톡을 바라보는 준범이

확실히 결혼은 미친짓이다. 수진이랑 하는 결혼을 제외하면 말이다.

친구들은 그 개걸레년을 욕하는 건지 본인 와이프를 욕하는 건지 모를 이야기들을 한바탕 쏟아내더니 금방 시들해졌다.

그래 그런거지. 갑자기 놀라운 화제가 튀어나와서 다들 신나게 떠들어될 뿐이다.

뭔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러다가 공지로 뭔가가 하나 올라온다.

'준수야 저 사람이 내 담당이었는데 친절하더라. 이혼남임'


'이혼남 변호사는 못참지 아 ㅋㅋ'


그렇게 다시 빵터져서 아 ㅋㅋ나 쵸이스 미춋네 등등 뭔가 또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나는  내용을 확인해본다.

확실히 프로필에 이혼경력이 있다.


...신뢰도가 무지하게 높아지는 느낌이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예, 예, 그럼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이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나는 곧바로 전화해서 약속을 잡았다.

내일은 아쉽지만 수진이를 볼 수 없을 듯 하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이혼을 해야만 너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


"잘부탁드립니다."

"네, 어서오세요."


나는 준호가 알려준 이혼전문 변호사를 찾아왔다.

이혼전문 변호사를 생각하면 여성이 많이 떠오르는데 남성도 있었구만


"아내분이 불륜을 저지르셨고 이혼을 고민하다가 맞바람... 맞으신가요?"

"예. 아내가 외도를 저지른건 6개월은 넘은 것 같습니다."

"이혼소송인가요?"


"아뇨. 아내도 제가 바람핀건 알았으니 협의이혼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 협의이혼인가요? 그렇다면 재산분할 관련 설명이랑 절차를 알려달라고 오셨나요?"

"예"


"예, 그럼 일단 자녀는 있으신가요?"

"아뇨"


"아, 그럼 간단하겠네요."

변호사는 천천히 이혼의 절차에 대해서 알려줬다.

협의이혼은 이혼소송과 다르게 그렇게 복잡하지않은 것 같다.


내가  지랄을 떨었는데 이혼못하겠다고 소송가겠다곤 못할 것이다.

협의이혼은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 1통,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부부 각각 1통씩 그리고 이혼신고서 3통을 준비하라는 듯 하다.

아이가 없어서 양육권이나 양육비 문제가 없어서 아주 쉽게 해결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너무 쉬운 문제라서 굳이 변호사를 거칠 필요도 없어보이긴 하는데"

"변호사가 그러셔도 되나요?"


"하하 저도 전 부인이 바람나서 이혼했었으니까요. 뭐 그런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 자산현황이나 가정자산의 현황, 어떻게 자산을 분할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생각보다 쉽게 처리가 될듯한 기분이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렇게 악수를 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확실히 이혼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변호가 적어준 내용을 토대로 내가 쉽게 준비할  있는 물건들은 빠르게 구비하도록 했다.


이혼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준범이는 집을 사지말라고 했는데 집을 사야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고 말이다.


아 집이라고 하니까 부동산도 찾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월세는 한 70정도 부르려나

요즘은 더 비싸게 부를지도 모르겠다.


적지않은 돈이다.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도 자취하는 집이 수진이의 아파트와 가까운 것에서 오는 효과를 생각해본다.


이젠 보고싶으면 나오라고하면 그만이다.

수진이는 도서관에 간다고 말하고 나오고는 내 자취방으로 오는 것이다.


엄마에게 하는 거짓말에서 작은 죄책감을 느끼는 수진이


하지만 천천히 나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수진이


여고생과 자취방 순애야스라니 뭔가, 뭔가 좋다.


생각해보니 그쪽 관련 약들도 좀 사놔야하지 않을까?


수진이는 쌩쌩한데 나만 나가떨어지면 뭔가 모양새가 나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준범이네 집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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