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지랄났다 김준수!(1) (48/301)



〈 48화 〉지랄났다 김준수!(1)

뭔가 몸이 불편한 느낌이 들어 눈이 뜨였다.

수진이가 눈앞에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 그래. 기억났다. 나와 수진이는 연인이 되었고 첫날밤을 보냈다.

성공했다. 수진이와 연인이 되었다.


이제서야 수진이와 연인이 되었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내 몸에 파고들어 와 곤히 자는 수진이가 보인다.


그 탄력 있고 쫀득한 가슴에 시선을 빼앗긴다.


어젯밤엔 불을 끄고 관계를 맺어서  보지 못했는데 유륜도 유두도 모양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젯밤에 저걸 물고 빨면서 수진이를 흥분시켰었지.


그런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자지가 불끈불끈 하며 아침부터 건강하게 텐트를 쳐버렸다.

이 나이가 되어 아침부터 이렇게 건강하게 텐트를 치다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그나저나 지금 몇 시야? 늦게까지 잤다가 갑자기 수진이의 어머님이 돌아오시는 상황이 생기면 큰일이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해보니 현재 시각은 6시 40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듯하다.

아마 수진이가 옆에 있어서 눈이 빨리 뜨였겠지.

조금만 더 누워 있을까.

자리에 다시 누워서 수진이가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어젯밤엔 불을 끈 채 관계를 맺어 잘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자세히 보니 굉장히 예쁘다.

군살도 없고 가슴 모양도 예쁜데 유륜도 핑크색이라 보면 볼수록 탐스러워 보인다.


골반도 튼실해서 보고 있으면 이대로 또다시 덮쳐버릴 것 같다.


어젯밤엔 서로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씻는 것도 귀찮아져서 그대로 곯아떨어졌지.


그러니 지저분하고 불결한 느낌이 나야 하는데 수진이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은 1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미인과의 첫날밤을 불을  채 보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등학생에게 성적으로 흥분하는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며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고생했는데 저질러 버렸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수진이가 너무 미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일어나자. 여기에서 계속 누워있으면 이대로 수진이를 덮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니까.


수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몸을 일으킨 다음  휴대폰을 찾아봤다.

어디 있을까 여기저기 시선을 돌려 확인해보니 휴대폰이 무선충전기 위에 올려져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옷을 세탁해주려고 했다가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과 콘돔을 발견한 거겠지.


휴대폰을 무선충전기에 올려놓고 충전을 시켜놓은 한참 동안 고민을 했을 거다.

콘돔 박스가 나왔으니 내가 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할 텐데 거절하면 미움받을까 봐 몸을 허락했을 수도 있겠다.

무리를 시켰다. 그래도  위해 몸을 허락해준 수진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휴대폰의 알람부터 끄자.

행복한 표정으로 자는 수진이를 깨우지 않도록 말이다.

알람을 끄고 그대로 거실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의 정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엉망진창이 된 침대.

주름지고 뭉쳐있으며 침대의 중앙 부분은 우리의 땀으로 젖었다가 말라서인지  부분만 주변보다 색이  진하다.

그리고 그 근처에 뭔가 검은색 자국이 남아있다.

아무래도 저게 파과의 흔적이겠지.


그래. 나는 어젯밤 수진이의 첫 경험을 받아버렸다.

아침이 되어 이성이 돌아온 머리로 생각에 잠긴다.

19살이나 연상인 그것도 유부남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것이지.


사귄  100일도 지나지 않은 남자랑 성교한다는 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야 가능한 일일까.

나를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준 수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래. 앞으론 평생 수진이를 행복하게 해주자.

일단 아침부터 먹자.

수진이의 말에 따르면 어머님은 정오가 지나야 돌아오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단 오전은 안전하다는 뜻이니 찝찝한 몸을 씻어내고 아침이라도 차리자.

몸을 씻고 나와 수진이가 건조기에 넣어서 말려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대로 부엌으로 향해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남의 집 냉장고를 멋대로 열어보고 식사를 준비한다는 행동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짓인지는 잘 안다.

하지만 남의 집에서 멋대로 샤워를 하고 19살 딸내미의 귀한 몸에 몹쓸 짓을 해버린 지금 이 정돈 사소한 일이겠지.

새삼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질렀는지 알 것 같다.

내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있는데 이 참상을 봤다? 바로 주먹부터 날아가리라.

하. 각오하긴 했는데 내가 진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쓰레기구나 싶다.


근데 어쩌나. 난 이제 수진이가 없으면 못 살겠다.


내가 살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새삼 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느끼며 요리를 준비했다.

아침이니 간단히 먹을  있는 토스트를 준비하고 커피를 준비했다.

아침 식사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수진이를 깨우자.

수진이의 방으로 들어가서 아직 잠에 빠져있는 수진이의 몸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수진아, 수진아."

내가 이름을 부르며 몇  더 몸을 흔들자 수진이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뜨였다.


수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수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며 몸을 가렸다.

"선생님?"

"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수진이가 고개만을 빼꼼히 내밀었다.


아마 눈꼽을 떼고 입가를 닦았겠지.


그런 건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미인인데 말이야.


아마 본인 기준으로는 아웃이겠지.


내가  얼굴을 빤히 보고 있으려니 얼굴이 조금 붉어진 수진이가 고개를 살짝 돌린 상태로 손을 까딱이기 시작했다.

다가오라는 뜻인가?

수진이에게 다가가 그 앞에 쪼그려 앉았더니 수진이의 손이 내 목을 끌어안아 왔다.


쪽.


수진이가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조금 부끄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배시시 웃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히히. 이게 모닝 키스."


수진이는 본인이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밥해놨어. 준비하고 나와."


"넹."

대답은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역시 아직은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러면 비켜줘야지.

나는 방에서 나왔다.

***


"뭔가 이게 아닌데..."


수진이가 핫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가?"

"제가 아침에 몰래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늦게 일어나셔서 `안녕.` 하고 인사하면서 식탁에 앉는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반대네."


"그러게요."

커피를 한입 마시고 다시 샌드위치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진이.


"그래도 뭔가 좋네요."


"그래?"


"네."


수진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배시시 웃는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딘가 어색한 미소를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흐뭇하다.


아침은 너무나 심플한 핫 샌드위치에 커피.


그럼에도 이렇게 맛있고 행복하게 느껴지다니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아침 되게 빠르신가 보네요?"


"보통 7시에 일어나니까. 다들 그렇지 않나?"

"저는 7시 반쯤에 일어나요. 학교도 가까우니까. 주말엔 8시에 일어나고."

"아직 피곤한 거 아니야?"


"피곤한 것도 있고..."


수진이는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아, 생각해보니 식탁까지 걸어올 때 다리를 다친 사람처럼 좀 어색하게 걸어왔었지.

처음 봤다. 과연, 그게  경험을 마친 여성이 걷는 걸음걸이구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식탁에 가려서 안 보이는 다리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나를 노려봤다.


"변태."


"어?"

"아침부터 또 하고 싶어요? 완전 개변태에 짐승이시네."

얼굴을 붉히며 핀잔을 주고는 있지만 뭔가 분위기가 좋아서 또 하고 싶다고 말해도 허락해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콘돔도 없고 어제가 첫 경험이었으니 무리하지 말자.

"잊지는 않겠다."


"뭐가요?"


"8월 1일."


"아."


수진이는 내 말뜻을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2일이네요."

"너도 투투니 100일이니 200일이니 생각해?"


"저도 여자거든요?"

"누가 아니래?"

"딴 사람들은 몰라도 전 한 번 밖에 없을 테니까 다 챙길 거에요."

수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폰도 주세요."


수진이에게 잠금 해제를 한 휴대폰을 건네주니 뭔가를 만지기 시작했다.

"자요."


 3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수진이에게 건네받은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본 적 없는 어플이 깔려 있었다.

그것도 정중앙에 알박기가 되어 있어 굉장히 눈에 띈다.

어플은 아무래도 기념일을 자동으로 챙겨주는 어플인 모양이다.


"이제부터 그 어플이 우리 기념일 챙겨줄 거에요. 잘 부탁해요~"


나는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수진이에겐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따듯해지고 입가가 씰룩거린다.


그렇게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예요?"

"음? 어머니네. 잠시만."


통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어, 아들. 엄만데 사돈이랑 이야기됐어.`

"예?"

`오늘 올라갈 테니까 저번에 사돈이랑 만났다는 곳에서 12시까지 오면 돼. 새아... 아니, 혜정이한테도 말해주고.`


"네,  네."

`어, 그때 봐.`


"예, 좀 있다 봬요."


전화가 끊어졌다.

"어머님이세요?"

"어. 그, 저번에 내려가서 이혼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장인어른, 장모님이랑 만나기로 하셨나 봐."


"..."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필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이런 일을 맞이해야 한다니.

이게 소설이면 고구마를 처먹인다고 욕을 했겠지.

후우. 진정하자.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으려니 수진이가 뭔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진아?"

"아, 그...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가  말이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하겠지.

지금은 이혼에 대해서 생각하자.

***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장인어른이 혜정이에게 알리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짐을 챙기고 수진이의 집을 나서려 하자 수진이가 불러세워서 신발을 신은 채 뒤를 돌아봤다.

"응?"


쪽.


수진이가 까치발을 선 채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입을 맞춰왔다.

"잘 다녀오세요."

아까 머뭇거리며 하려던 말이 이것이었나?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나저나 다녀오세요라... 뭔가 가슴이 훈훈해진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녀올게."


수진이가 약간 수줍은 표정으로 웃음소리를 낸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뼉을 치더니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기다렸더니 수진이가 뭔가를 들고나왔다.


"이건?"

"염주요. 엄마가 고등학교 수학 여행갈 때 사고 나지 말라고 사준 거에요."


"그런 걸 받아도 돼?"


"이거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받은 게 많아서요."

나는 수진이가 준 염주를 손에서 잠깐 굴려봤다.

왼손에는 시계가 있으니 오른손에 차기로 했다.


"고마워."


수진이를 살짝 끌어안았다.


이 작고 가녀리며 또 당찬 아이가 내 곁에 함께 해준다.

그 사실만으로 어떤 상황이든 견딜 수 있을  같다.

수진이를 품에서 놓아준다. 아쉽지만 이제 갈 시간이다.


"이제 진짜 갈게."

"네. 화이팅!"

수진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결혼생활이 행복해서 죽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의 심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내가 살아온 지난 6년간은 도대체 뭐였는지 원...

***

"늦었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혜정이가 나를 맞이했다.


"어."

나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혜정이를 지나쳐 거실로 향했다.


혜정이가 나를 따라온다.


 얼굴을 힐끗 살펴보니 근래에는 본 적 없는 한없이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들었지."


"어."

혜정이가 비릿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래서 내려갔다 왔구나? 웬일로 내려간다 했더니."


내가 아무 말도 없이 빤히 바라보자 혜정이는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봤자야. 오빤 나랑 못 헤어져."


"..."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오빠만 손해니까."


얼마 전까지면 그랬겠지. 하지만 이젠 아닐걸.

"준비해."


"그래."

혜정이가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마시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 떠올려봤다.

일단 내가 이혼을 하겠다고 하면 혜정이가 지랄발광을 시작하겠지.

아마 내가 여고생이나 만나고 다니는 미친 새끼라며 매도하리라.


난리가 나겠지.

어제 수진이에게 고백하며 했던 말들이 그대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불안했다. 오른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려 하니 수진이가 준 염주가 눈에 들어왔다.


진정하자. 이건 어차피 시작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미끄러지면 수진이의 어머님과 대면하지도 못한다.

용기를 내자. 오늘은  38살 삶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는 날이다.


혜정이의 준비가 끝나고 우린 양가 부모님을 만나기로 한 장소로 출발했다.


그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정적이  폭풍전야와 같이 느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