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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밀당의 고수?(2) (25/301)



〈 25화 〉밀당의 고수?(2)

결혼기념일에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으니 내가 직접 요리를 대접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내 말을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에서 물러났다.

그래. 김준수는 원래 이런 녀석이었다.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그때와 같이 행동해야지.

자, 그럼 결혼기념일에 어울리는 요리는 준비하자.

결혼기념일에 어울릴 요리. 그리 특별하진 않다.

아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하는 거니까.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준비하면 끝난다.

스테이크... 집에서 만들기엔 조금 귀찮은 요리.

생각해보니 아내가 조금 비싼 고기를 산 것을 보며 의아했는데 결혼기념일을 떠올려서 그렇게 한 걸까.

아니, 지금은 고기를 굽는  우선이다.

대충 준비가 끝난 안심을 프라이팬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반으로 자른 통마늘도 함께 굽는다.

이때 기름은 버터를 사용하는 게 포인트다.

양면이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고기를 통마늘 위에 올려놓고 프라이팬에열기가 고기에 직접 닿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 채 버터기름을 퍼 올려 고기에 끼얹어주며 익히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하면 고기의 표면이 마르지 않아 맛있게 된다고 하지.

귀찮다. 그냥 사 먹고 오면 끝날 일인데 이러고 있으니 뭘 하는 건가 싶다.

스테이크. 아내와의 첫 맞선에서 먹었던 요리.

스테이크는 맛있는 요리다. 돈만 많다면 자주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바쁘고 힘들게 살아왔던 나에겐 사치스러운 음식이었지.

그런 나에게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익숙하다는 듯이 파스타를 먹던 너는 굉장히 교양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정말 등신 호구 새끼였다.

미디엄 레어 정도의 굽기로 스테이크를 즐기는 너.

미디엄 레어는 생각보다 잘 썰리지 않는다.

그런 고기를 써는데 접시를 긁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 너는 도대체 얼마나 레스토랑에 다녔던 걸까.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와 그런 데이트를 즐긴 걸까.

아내의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가 준비되고 내가 즐겨 먹는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가 준비됐다.

파스타도 준비가 끝났다.

아는요리가 끝났으니 식사를 하자고 아내를 불렀다.

"와, 당신이 이런 요리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하는 거보다 사 먹는   편하니까."

"뭐, 하긴 그렇지."

아내는식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에서 유리잔을 2잔 꺼냈다.

그리곤 와인을 하나 꺼내 식탁에 올렸다.

"그건?"

"기념일이니까."

조금 비싸 보이는 레드와인.

아~ 알고 있다. 저건 아내가 특별한 날에 먹겠다고 친가에서 가져왔던 물건이다.

술을 좋아하시는 장인어른이 뭔가 아쉬운 눈빛으로 와인을 바라보셨었지.

옆에서 `우리 사위 잘 좀 챙겨주고 우리 바깥양반은 나이도 있는 양반이 왜 이리 술을 좋아하는지 몰라`라며 더 가져가라며 와인을 2개  챙겨주던 장모님.

너를 닮은 장모님과 유해 보이시던 장인어른.

그러고 보니 그런 글이 있었지.

결혼 전에 상대방 집안의 분위기를 보고 결정하라는 글.

아내와 장모님은 죽이 참 잘 맞아 친구 같은 느낌이었고 장인어른은 뭔가 가족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소외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때 모습을 보고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아내가 따라준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온통 후회라는 단어뿐이었다.

***

술에 취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서로 짐승이 되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자연스럽게 나를 방으로 끌어들였고 나는 아내를 침대로 밀쳤다.

불을 꺼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무시하고 아내의 옷을 벗기고 애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평소의 루틴으로 부부관계를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아내는 조금 달랐다.

다가붙는 나를 멈춰 세운 아내는 내 바지를 벗기고  자지를 꺼내 귀두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를 올려다보며 귀밑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정성스럽게 내 자지를 빨기 시작하는 아내.

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내의 펠라를 즐겼다.

애무하면서도 자신의보지를 손으로 만지며 자위를 시작한 아내.

그 음탕한 모습이 내 마음에 불을 질렀고 나는 아내를 덮쳐 곧장 섹스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나를 멈추어 세우고 서랍에서 콘돔을 꺼내오는 아내.

준비가 착실하구나.

이 콘돔은 날 위해 준비한 거냐? 아니면 저번에 그 남자와 하고 나서 남은 물건이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역겨움과 취기가 내 머리를 범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불쾌한 기분을 아내에게 토해냈다.

도구처럼 다루고 짐승처럼 아내를 범하는 나.

하지만 아내는 내가 거칠게 대하면대할수록 더 달뜬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씨발년 오늘도 씹물이 질질 흐르네? 기대했어?"

정상위에서 서로의 몸을 포개면서 귀에 대고 속삭이자 아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으... 응..."

"응? 응? 시발 존댓말 해야지. 선생님 말이 말 같지가 않아요?"

"네, 네 죄송해요. 선생니임."

아내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신기했다.

그 도도하고 까칠하게 느껴지던 아내가 내 말에 복종하는 모습이.

아내는 내 거친 애무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좋다. 그렇다면 나도 너의 그 변태적인 성벽에 어울려주지.

나는 아내를 괴롭히며 머릿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그녀. 이수진.

아내를 범하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교성을 울리는  소리를 어떻게든 수진이의 신음이라고 생각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아내가 달뜬 신음을 토해내면 나는 그 답례로 발정 난 년이나 썅년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체벌이라며 엉덩이를 때리고 어깨를 깨물었으며 유륜을 간지럽히고 유두를 쥐어뜯었다.

내 거친 애무에 숨이 넘어갈 교성을 흘리는 아내.

그 성욕에 물든 추잡한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 후배위로 아내의 보지를 범했다.

아내는 후배위가 더 기분이 좋은지 선생님을 부르며 연신 교성을 흘렸다.

선생(先生)님.

교사를  번이나 중복으로 존칭해서 부르는 명사.

먼저 삶을 살아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성직자 같은 존재가 되도록 자신을 규정짓는 단어.

성실하며... 성실이 뭐였더라?

나는 내 앞에서 암캐처럼 헐떡이는 아내의 등을 바라봤다.

능숙한 자세로 몸을 지탱하고 자지가 쉽게 삽입되도록 각도를 잡아주고 있는 아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추 새끼들이랑 몸을 섞은 걸까?

걸레 같은 년.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찌질하며 추잡한 인간으로 만든 년.

나는 후배위를 해본 적이 없다.

아내는 4년간 나와 섹스를 했으면서도 한 번도 나에게 엉덩이를 내민 적이 없다.

짐승처럼 범해지는 건 기분이 나쁘다고 거절했었던 아내다.

물론 펠라치오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불쾌했다.

나에겐  번도 허락해준 적이 없던 체위를 이제 와서 허락해준  태도가.

너무나 능숙하게 자지를 빨고 후배위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나는 그 불쾌함을 그녀의 엉덩이에 털어냈다.

"개 같은 걸레년. 스스로 허리 흔드는 거 봐라, 씹창년. 기분 좋냐?"

"아윽!"

나는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를 잡아당겼다.

나에게 머리를 붙들린 상태로 신음을 토해내는 아내.

"허리 흔들어봐, 개년아. 빨리!"

잠시 허리를 멈추자 아내가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자신을 하대하고 괴롭히며 욕설을 퍼부을수록 나에게 점점 더 빠져들고 흥분하는 아내.

아내가 허리를 흔들면서 애교를 부려왔다.

"선생니이임."

좆같다.

아내와 이 지경이 된 건 사실 나의 문제도 있겠지.

내가 한 번이라도 연애 경험이 있다면 이렇게 병신같은 꼬락서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인과 한 번이라도 싸워본 적이 있다면 어떻게든 사과를 하고 관계를 돌려보려고 노력했겠지.

하지만 연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나이를 먹으며 고집만 늘어 아내에게 사과할 찬스를 놓쳐버렸다.

아내도 아내였다.

연애경험이 풍부해서 어른스러운 대응을 보이던 아내는 결혼한 그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마 결혼하고 난 다음부터가  모습이었겠지.

결혼하고 유부녀가 되어 30대 중반이 되었으나 아직도 20대의 꽃다운 나이를 잊지 못한 아내.

그 나잇대의 남자들이 너를 떠받들던 것처럼 나도 고개를 숙이고 조아리길 기다렸겠지.

철이 없던 여자.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몸과 자신을 병풍 취급하는 나의 태도에 화가 났겠지.

그러니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남자를 만나며 나의 신경을 긁고 있던 거겠지.

하지만 나는 너의 의도와는 다르게 너에게 관심과 질투보단 혐오와 증오가 늘어갔다.

하지만 수진이를 만나며 마음에 여유를 찾아가기 시작하자 아내의 행동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병신같아 보이는 짓거리는 밀당에가까운 그 무언가겠지.

 말고 많은 남자가 다녀간 너에게 나는 증오와 분노, 질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결혼하고 같이 생활해오며 한 번도 신경 쓰지않았던 그 문제가 나를 괴롭힌다.

병신같다. 수진이를 사랑하면서도 육체적으론 내 수중에 있는 아내를 질투하고 있다.

그러니 구분 짓는 것이다.

아내는 나의 자위 도구 혹은 그에 가까운 무언가, 그래 섹스파트너다.

그러니 이것은 바람이 아니다.

나는 선생님을 애타게 찾는 아내를 오래도록 범했다. 수진이의 대용으로.

***

결국, 어제밤은 아내와 같이 자는 바람에 수진이에게 전화도 카톡도 못했다.

자기 전에 잔다고 카톡을 보내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으니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무섭다.

나는 수업준비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카톡을 살펴봤다.

뭐라고 카톡을 보낼까 고민하고 있으려니 수진이의 상태 메시지가 `...` 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엔 노래가 추가되어 있었다.

에디킴 - 밀당의 고수.

아,이건 나도 나는 노래다.

기타와 부드러운 보이스가 인상적인 노래였지.

그런가... 밀당의 고수.

내 그 행동을 밀당으로 받아들여 준걸까.

그래. 아직은희망을 품어도  거 같다.

그녀에게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자.

나는 이제 그걸  수 있는 남자니까.

***

"그... 미안."

"..."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있지만, 꼭 낯선 곳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내 뒤에 앉아있는 수진이에게 느껴지는 언짢음 때문이겠지.

나는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혼, 할 거야. 근데 학원도 바쁘고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학원이 1개월 쉬면 그때 하려고..."

이혼은 뭔가 해야  게 많다고 들었다.

아내의 외도니 도장 쾅이 아닌 재산분할문제로 다툼이 일어나게 되겠지.

뭐... 지금은 나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니 떳떳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렇게  예정이다.

내 말이 끝나도 수진이는 아무말이 없었다.

나는 그 침묵이 괴로워 또다시 다른 말을 꺼내려 했다.

"...했어요?"

"응?"

"어제  전화 안 했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수진이를 쳐다봤다.

고개를 수그리고 어깨를 떨고 있는 그녀.

"왜 어제 안 했어? 그렇게 아내가 소중해?"

"그..."

"내가 소중한 거 맞아요? 사실은 아내가 더 소중한  아니야?"

나는 수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나는 밀당의 고수가 아니다.

그냥 38살이나 처먹고 우유부단한 찌질이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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