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 4인 파티와 파랑바위꽃 (2) (114/116)

〈 114화 〉 4인 파티와 파랑바위꽃 (2)

* * *

이내 마녀가 임시로 합류한 4인 파티는 던전 공략을 시작했다.

다만, 던전 내에서의 첫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헌터밀크를 복용하여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현재 유민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짐꾼, 그리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밀크마스터일 뿐이었다.

시영의 경우에는 A랭크의 헌터라곤 해도 던전의 공략에 참여하기보단 그 외의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는 비전투직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우선 두 헌터의 전투 방식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추어서 그녀가 보조를 해 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다희와 서울은 그녀가 혹여 귀한 몸을 다칠까 싶어 염려스러워 했지만,

오랜만의 던전 나들이라며 꽤나 기분이 들떠 있는 듯한 마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인원이 늘어난다고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두 헌터는 떨떠름해하면서도 앞서 나아가며 곧 들이닥칠 몬스터들을 경계했다.

“야…. 경계 잘 해라. 마녀님 다치면 우리 그냥 좆되는 거야.”

“안 그래도 엄청 긴장하고 있으니까 언니야말로 조심해요….”

늑대귀를 쫑긋 세우고 황금빛 눈을 빛내는 다희와,

거대한 방패를 왼팔에 장착한 채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서울.

긴장감이 서린 표정으로 툭툭 말을 주고받는 둘의 모습에,

그 뒤에서 걷고 있던 마녀가 옅은 미소와 함께 한 마디를 던졌다.

“괜찮으니까 평소대로 해도 돼요.”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업계 거물을 모시고 긴장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다희는 그런 생각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

그러다 문득, 그녀의 머리 위에 쫑긋 세워진 늑대귀가 움찔거린다.

깃털이 자그마하게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감지한 것이다.

“온다! 오른쪽 위에 총알새!”

“확인!”

늑대 꼬리를 위협적으로 치켜든 다희가 고개를 들며 그리 외치자,

곧장 서울이 신속히 반응하여 앞으로 나선다.

이내, 조그마한 잿빛의 새들이 높다란 나무기둥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선두에서 날고 있던 녀석을 시작으로, 불릿 버드들은 뾰족한 부리를 앞세워 하늘에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울은 곧장 묵빛 타워 실드에 마력을 담아 바닥을 쿵 하고 내리찍었다.

방패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마력의 파장이 불릿 버드를 자극했다.

그러자, 지상으로 가까워져 오는 그들의 머리가 일제히 서울을 향했다.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을 굳게 디디고 선 서울.

그녀는 조그만 비행형 몬스터들이 쏘아져 내려오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그들이 바로 근처까지 날아온 뒤에야 행동에 나섰다.

왼팔에 장착한 대형 방패의 각도를 교묘하게 틀어, 적을 궤뚫기 위해 돌진해 들어오는 놈들의 몸통 박치기를 흘려낸다.

통. 팅. 탱. 하고 다소 가벼운 소리와 함께 연속적인 패링을 선보인 서울의 주위로 불릿 버드들이 균형을 잃고 나동그라진다.

그 자리에 곧장 다희가 난입하여 바닥에 떨어진 불릿 버드를 각반으로 내리찍고, 그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날아오르려는 녀석에겐 마력 서린 주먹을 휘둘러 바닥에 처박았다.

늑대 귀를 세우고 잔여 몬스터가 없는지 확인한 그녀는, 이내 유민을 불렀다.

그에 유민은 곧장 전투가 벌어지던 현장으로 달려나가 짐꾼용 백팩을 열고 불릿 버드의 조그만 깃털과 부리 등의 부산물을 주워 담았다. 몬스터의 크기가 크기다 보니 그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일련의 전투 및 수습 과정을 지켜보던 마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봤어요.”

시영의 목소리에, 두 헌터와 한 명의 짐꾼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마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난 던전에 그렇게 많이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팀워크가 좋아 보이네요.”

“아….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헌터 업계 거물에게서 칭찬을 듣게 된 두 여헌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허나 그 뒤로 이어진 시영의 말에, 그녀들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포지션에 그렇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나도 같이 싸울게요.”

귀한 몸으로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마녀의 선언에,

다희와 서울의 시선이 짐꾼용 백팩을 다시 등에 메고 있던 유민에게로 향했다.

도움을 바라는 그 눈빛들에 순간 움찔한 유민이었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어 보일 뿐이었다.

“보조만 하신다고 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저, 저.

지는 안 싸운다고 나몰라라 하는 거 봐라.”

“유민이 너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유민을 째려보는 두 헌터의 모습에,

마녀는 유쾌한 듯 작게 웃음을 흘리고는 유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민. 아까 내가 줬던 시험관 비슷한 거 있죠?”

“아, 네.”

“그거 들어 있는 주머니, 한 번 열어 볼래요?”

유민은 시영의 말에 따라, 투명한 시험관 모양의 용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안쪽 주머니를 열었다. 출발하기 전에 그녀가 백팩에 보관하고 있으라며 건네 주었던 것이었다.

이내, 신비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열린 주머니에서 마녀의 시험관들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관의 입구를 막고 있던 마개가 스스로 열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시험관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이 입구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금속과도 같은 질감의 은빛 액체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길다란 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마녀의 근처에서 멈춰선 두 줄기의 액체는 이내 각자 둥글게 뭉쳐들기 시작하더니,

최종에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변모했다.

은색으로 빛나는 송곳 두자루가 마녀의 주위를 맴도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유민 일행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닿았다.

“메탈 슬라임 체액으로 만든 거예요.

두 사람처럼 잘 싸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소소한 컨트롤 같은 건 자신 있으니까 제대로 보조해 줄게요.”

그 어떤 헌터도 보지 못 했던 리퀴드 위치의 전투 기술.

그것을 목도한 두 헌터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허나,유민은 그 은빛의 송곳보다 다른 쪽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마녀는 금속성의 액체를 조작하기 위해 마력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그녀의 유방 속 젖샘에서 헌터밀크가 생산되기 시작했기에,

마녀의 거대한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어두운 색의 블라우스가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봉우리의 첨단에 위치한 옷자락이 밀크에 적셔지자,

그 밑에 있던 유두가 그 탐스러운 실루엣을 수줍게 드러내며 유민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만 블라우스의 밑가슴에서부터 그어져 올라오는 정체불명의 은빛 선이 유두 위를 통과함에 따라, 시선이 분산되게 되었다.

그 길다란 은빛 장식은 유두 위를 지나가며 불룩 튀어나와 있었기에,

이는 유두의 세세한 실루엣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 주는 한편, 마녀의 유두가 얼마나 크게 발기한 채로 옷자락을 들어올리고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의 진중한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뻔히 알고 있던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젖가슴 밑으로 팔짱을 꼈다.

마녀의 팔에 받쳐진 유육이 한껏 강조되어, 블라우스 안에 갇혀 있는 막대한 볼륨과 함께 가슴에 그어진 은색의 선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든다.

유민이 자신의 이러한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마녀는 몸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 야릇한 감정을 뒤로 한 채, 마녀는 시치미를 뚝 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다시 출발할까요?”

마녀의 묘기와도 같은 기술 시연이 끝나고,

유민 일행은 다시금 걸음을 옮겨 평원과 숲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던전을 나아갔다.

마녀의 기술은 근거리에서 활용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시영은 유민처럼 아예 숨는 정도는 아니어도 전투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두 헌터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그들이 다음으로 조우한 몬스터는 랜스 투칸(큰부리새).

커다란 덩치로, 길다란 부리를 마치 창처럼 휘두르고 찔러 대는 녀석들이었다.

“먼저 공격할게요.”

마녀가 미리 언질해 놓은 내용에 따라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지 않고 대기하던 다희와 서울은,

그녀의 주위를 맴돌던 은빛의 송곳 두 자루가 몬스터들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드릴처럼 빠르게 회전하여 막대한 관통력을 얻은 채로 날아가던 송곳은, 그대로 랜스 투칸 두 마리의 몸통을 궤뚫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랜스 투칸들이 꿰에엑. 하고 괴성을 질러댔다.

송곳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 탓인지 즉사만큼은 면하게 되었지만,

관통상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비틀거리는 모습은 분명 온전한 상태라고 보기 힘들었다.

세 마리 중 두 마리에 치명상을 입힌 마녀의 공격.

그에 다희와 서울은 곧장 놈들에게로 달려들어 전투를 벌였다.

멀쩡한 녀석의 부리 공격을 서울이 대형 방패로 패링해 내는 동안,

다희는 영 상태가 좋지 못 한 두 녀석의 부리를 곧장 동강낸 다음 서울에게 합류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인 건 한 마리밖에 없었으므로,

근접전은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지어졌다.

단순한 보조라고 하기엔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녀의 활약에, 두 헌터는 적잖이 놀란 눈치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에 마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한 마디를 던질 뿐이었다.

“이래 봬도 A급이니까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