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늑대와 24시간 미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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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천장은, 그의 좁은 원룸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 눈을 끔뻑이며 의문을 표하던 그는, 이내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자지에 마력을 담아 자궁을 자극하는 신기술과 함께 사정을 참지 않고 정액을 계속해서 쏘아내자, 유민의 품에서 거칠게 허덕이며 울부짖던 서울은 다희와 비슷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널브러지게 되었다.
그러자 유민과 서울의 격렬한 섹스를 보며 흥분하게 된 다희가 다시금 유민에게 엉겨 붙었고,
그녀는 정상적인 기승위로 유민의 위에서 허릿방아를 찧으며 쾌감에 젖어 울부짖었다.
다희의 요청으로 암컷을 미치게 하는 그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결합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고, 그러는 동안 정신을 차린 서울이 다희와 수컷 자지 쟁탈전을 펼치면서 농밀하고 끈적한 밤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자정을 넘어서 몇 시까지 그렇게 몸을 섞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음에, 유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꺾어, 자신에게 엉겨 붙어 있는 두 여헌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은 유민의 몸 위에 엎드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그녀와 밤새 섹스를 했던 날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우윳빛 머리칼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반짝이며 유민의 눈길을 끈다.
다희는 유민의 옆에 둥글게 몸을 말고 누워,
그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은 채 따스한 체온을 공유하고 있었다.
짐승의 갈기와도 같은 회갈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유민의 어깨와 옆구리를 간지럽히고, 허벅지 쪽에서는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의 감촉이 느껴진다.
서울을 조심히 자신의 몸 위에서 내려서 침대 위에 눕힌 유민은,
이내 상반신을 천천히 일으켜 자신의 고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수컷 기둥은 아침을 맞아 기운차게 일어서 있었다.
나름 자신에게 축적되어 있는 욕구를 해소하겠답시고 열심히 정액을 배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인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그새 회복이 되어서 이러한 모습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옆머리를 긁적이며 복잡한 표정으로 본인의 자지를 쳐다보던 유민은, 이내 몸을 씻어내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하려 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방바닥에 발을 딛으려던 유민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젯밤 내내 신경 쓰고 있었던 그 거리. 2m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엉거주춤한 상태로 정지한 그는, 서둘러 상태창을 불러내어 다희의 회원 정보에 나타난 솔루션 진행 현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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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솔루션 진행 중
밀크마스터와 2m 이내 간격 유지 :
연속 24시간 (달성)
특제 영양 육포 1인분 섭취 (미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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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조건의 달성 여부를 확인한 유민은,
그제서야 다시 몸을 움직여 방바닥에 발을 딛고 설 수 있었다.
솔루션의 거리 유지 조건은 상당히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2m의 제약 덕에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 해서, 둘 중 한 명이 화장실에 갈 때면 상대는 바깥에서 화장실과 제일 가까운 벽에 최대한 몸을 붙여 거리를 유지토록 해야 했다.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아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일은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수치심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주로 다희 쪽이 말이다.
유민은 알몸을 드러내는 것보다 화장실에서의 2m 거리 유지를 더욱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는 다희의 모습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희가 물어보면 때려죽이겠다는 듯한 눈초리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기에,
그는 그러한 의문을 가슴 속에 고이 묻어 둔 채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원래라면 그리 부끄러워하는 다희에게 뭐라 한 마디라도 하면서 놀려먹을 법한 서울 역시 이번만큼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희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떠올린 유민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샤워를 이어나가던 그 때,
갑작스레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에 깜짝 놀라 입구 쪽을 바라본 유민은, 부스스한 회갈색 머리카락 아래로 뭔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문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다희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적당히 커다란 젖가슴과 복부에 아로새겨진 11자의 복근, 그리고 색정적으로 발달된 하반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던 그녀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자신을 쳐다보던 유민에게 다급히 말을 걸었다.
“야, 유민! 2미터 어떻게 됐어?!”
“아.”
그에 유민은 다희가 왜 그렇게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귀가 좋으니 화장실 바닥에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을 터.
이내 자신이 화장실에서 씻느라 2m 거리를 훌쩍 넘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깜짝 놀라서 달려온 모양이었다.
어제 그렇게 부끄러워했으니, 이러한 거리 유지 조건을 재도전하고 싶지는 않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민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괜찮아, 누나. 시간 채웠어.”
“…아, 그러냐? 어우, 씹. 아침부터 개놀랬네.”
유민의 대답에, 다희는 몸을 문에 기대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긴장한 듯 빳빳이 곤두서 있던 늑대 꼬리가 아래를 향해 축 늘어진다.
복슬복슬한 꼬리털이 온갖 체액을 머금고 떡져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내 씩 웃으며 욕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이왕 여기까지 쳐들어온 김에, 유민과 함께 몸을 씻기 위함이었다.
다희가 욕실에서도 유민과 교미를 해 볼까 궁리하는 사이에 서울까지 난입해 들어오게 되면서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 셋은, 어제 저질러 놓은 참상을 대강 정리해 놓은 뒤 방바닥에 모여 앉게 되었다.
온갖 체액으로 침대 시트가 질척해진 탓에, 다시 그 위로 올라앉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유민은 어제 미처 꺼내지 못 했던 이야기를 서울과 다희에게 늘어놓았다.
마녀가 직접 오리진 포션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에 흥미를 표하던 둘은,
아예 그녀까지 솔루션 회원으로 영입하게 되었다는 말에 경악하게 되었다.
그 리퀴드 위치가, 자신들처럼 유민에게 헌터밀크 품질 관리를 받는다니.
엄청난 거물을 꼬셔 놓고도 덤덤해 보이는 유민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졌지만,
무엇보다 헌터밀크에 진심인 유민의 특이성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갈 것만 같은 그녀들이었다.
“언니. 그 분 솔루션 받을 때도 옆에서 지켜볼 거예요?”
“어, 어어….”
서울의 물음에, 다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헌터 업계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마녀가 유민에게 솔루션을 받으며 허덕이는 그림 같은 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는 볼 거냐?”
“…글쎄요.”
그리고 그건 서울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 역시 다희의 되물음에 확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여헌터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유민이 한 마디 했다.
“다 같은 솔루션 회원이니까 괜찮아. 내가 잘 말해 볼게.”
유민의 말에, 다희와 서울은 그제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래. 너무 사회적인 위치에 얽매이지 말자.
어차피 그녀 역시 가슴에서 헌터밀크가 뿜어져 나오는 여헌터들 중 한 명이지 않은가.
상대는 그의 말대로 자신들과 똑같이 헌터밀크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솔루션을 받는 회원일 뿐이다.
“…아니, 근데 어차피 그 사람은 같은 파티 할 것도 아닌데 우리가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으응,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역시 껄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들은 유민처럼 그러한 거물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은근슬쩍 사양해 오는 다희의 말에, 서울이 맞장구를 치며 부담감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자, 유민이 미처 말하는 것을 깜빡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파티 하니까 그 얘기 하는 걸 까먹었네.”
“…뭔 얘기?”
가슴 속에서부터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표정을 흐린 다희가 그리 묻자,
유민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폭탄을 떨어뜨렸다.
“내일 마녀님도 같이 던전 돈다는데.”
“어?”
“응?”
순간 본인들의 귀를 의심한 두 여헌터는,
유민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 리퀴드 위치가,
내일 자신들의 파티에 합류한다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다희가 본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회갈색 머리칼과 늑대 귀가 삐죽 튀어나온다.
“아니, 야! 그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그러니까! 파티 얘기 안 꺼냈으면 어쩔 뻔했어!”
다희처럼 박차고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무릎걸음으로 몸을 일으키며 울상을 지은 서울이 유민의 어깨를 움켜잡고 다희의 외침에 동조해 보인다.
평소대로의 던전 파티에 마녀 한 명 추가되는 건데 미리 말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나 싶었지만, 패닉에 빠진 그녀들의 모습에 유민은 일단 사과를 건넸다.
“어…. 미안. 그래도 저번 주에 가던 곳 똑같이 가는 거라서 괜찮지 않아?”
“그래, 임마. 괜찮지가 않다.”
“응. 진짜로.”
“…?”
그런 거물을 옆에 끼고 던전을 돌아야 한다는 사실에, 두 헌터는 벌써부터 근심이 생기려 했다.
허나 그녀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하던 밀크마스터는,
다시금 다희와 서울의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
“미리 만나서 정비해야 되는 거면 지금 마녀님 부를까?”
“뭐, 뭐? 아니야! 새꺄! 가만있어!”
“아냐아냐! 부르지 마! 그냥 내일 만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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