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마녀 밀크와 새로운 포지션 (1)
* * *
“…뭐요?”
마녀의 예상과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그 소원의 정체에,
그녀의 입 밖으로 황당함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에 유민의 진중한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안 되는 겁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유민의 침울한 대답에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마녀는,
이내 멈칫하게 되었다.
솔루션 회원이 되면,
솔루션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유민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유민이 성욕을 의식할 수 있게끔,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에 꽤나 마음이 동하게 된 시영은, 우선 유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를, 왜 회원으로 만들려는 건데요?”
“우선 개인적으로는, 마녀님의 헌터밀크 맛이 지금 솔루션을 받고 있는 회원들만큼이나 특색이 있어서, 그 품질을 더 올려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유민의 그러한 대답에, 마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의 열성적인 맛 평가를 들었던 시영이기에, 그의 말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유민의 말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마녀님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요?”
시영이 그리 질문하기가 무섭게,
밀크마스터가 말을 이어나갔다.
“솔루션을 진행하다 보니, 포션을 제조해서 마셔야 하는 조건이 종종 등장했습니다.
분홍바위꽃 포션, 힐링 밀크 포션처럼 헌터 분들이 지금껏 접해 본 적 없는 새로운 포션들을 요구하고 있어요.”
“마녀님께서 그런 포션의 재료 연구와 제작을 도와주신다면,
예전의 그 마음을 되찾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러한 유민의 주장에,
시영은 자색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키워 내는 것에 집중하느라,
그 옛날처럼 포션 하나를 위해서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던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던 탐구자 정신을 버리고 오로지 안전을 추구해 왔기에,
현 상태로는 그날의 초심을 손에 넣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나 솔루션에 등장하는 미지의 포션들을 하나둘씩 연구하게 된다면,
그 순수한 탐구자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마음속에 불러낼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자신을 포션 제조에 이용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었지만,
유민의 올곧은 눈빛은 오직 동료 탐구자에 대한 호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이 솔루션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건, 좀 끌리네요.
솔루션 조건으로 포션이 많이 나오나 봐요?”
흥미를 보이는 마녀의 물음에,
유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직 포션의 출현 빈도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려 했다.
“확률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허나,
순간 그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에게, 솔루션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항을 아직 전하지 않은 것이었다.
마녀가 이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솔루션 회원이 되어 달라는 유민의 소원은 의미가 없어진다.
“마녀님. 죄송합니다.
중요한 걸 아직 말씀드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으응? 뭔데요?”
시영의 물음에,
유민은 잠깐 숨을 고르고는 진중한 얼굴로 그녀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마녀님께 드리는 솔루션이, 수위가 상당히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한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마녀가 벙찐 표정을 짓는다.
수위라는 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 것이 맞는 건가?
“…수위가 높다고요?”
“네. 마녀님의 몸에 손을 대야 할 수도 있고,
솔루션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유민의 설명을 듣게 된 시영은,
머릿속 깊은 곳의 욕망이 ‘부작용’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부작용…?”
그녀의 혼잣말과도 같은 물음에, 유민이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허나 결국 입을 열어, 사실을 고하게 되었다.
“그…. 제가 진행하는 작업 때문에 회원들한테 욕구가 쌓이게 되는데,
그걸 풀어주지 않으면 폭주하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
그에 마녀가 할 말을 잃은 듯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민은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저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을 지고 회원 분들을 케어하려 노력 중입니다.
회원이 행복하지 못하면 좋은 헌터밀크를 만들 수 없으니까요.”
“….”
마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시영의 모습에 유민의 마음이 조금씩 초조해져 갔다.
허나,
시영은 결코 유민에게 실망하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솔루션을 핑계로 유민과 끈적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쾌재를 부르며,
어떻게 하면 그 부작용이라는 것을 역이용하여 유민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회원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고 케어해 준다면,
그 과정에서 회원이 어떠한 요청을 하게 될 경우, 유민이 과연 그것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본인의 사심이 듬뿍 담긴 ‘보상’을 선사하기 위해 시영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마녀의 그 음흉한 속내를 알 리가 없는 유민이,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
“그, 마녀님…?”
“…아, 으음. 그래요.
유민이 책임지고 회원들을 관리한다고 했죠?”
“그렇기는 한데….
내키지 않으신다면 회원 등록은 제외하고 포션 연구만 도와 주셔도”
마녀가 솔루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한 유민이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차선책을 권유해 오자, 시영이 흠칫 놀라 황급히 그의 말을 끊어냈다.
“어? 아뇨, 아뇨. 안 한다고 한 적 없는데요?”
“네? 아무 말씀 안 하고 계시길래….”
“그건….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어요. 갑자기 입 다물고 있어서 오해했나 보네요.
신입이 말해 준 거…. 수위가 어떻든 부작용이 어쨌든 간에, 난 괜찮아요.
유민이 케어해 줄 거라면서요?”
시영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긍정적인 답을 돌려주자,
유민의 안색이 다시금 밝아진다.
“그러면…. 제 소원, 들어 주시는 겁니까?”
“그래요. 나도 우리 신입한테 솔루션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죠. 밀크 품질도 올려 주고 초심 찾는 것도 도와주는 건데.
소원권은 그냥 안 쓴 셈 칠게요. 다시 넣어둬요.”
“네? 그래도”
소원권을 받지 않겠다는 말에 놀란 유민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가녀린 손가락 하나가 그의 입술을 슬쩍 누르며 말문을 막아 세웠다.
“쓰읍.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
그건 나중에, 정말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을 때 써 줘요.”
그런 심정으로 아까 소원권을 썼던 건데요.
마녀의 검지에 입이 막힌 유민이 눈빛으로 그리 항변했지만, 시영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내 손가락을 치워 준 마녀가, 유민에게 솔루션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회원 등록은 어떻게 하면 돼요, 신입?
그렇게 좋은 스킬이면 분명 조건 같은 게 있을 거 같은데?”
“아, 네. 헌터밀크를 세 번 마시면 됩니다.”
“…? 그거면 된다고요?”
스킬의 효과에 비해 터무니없이 간단해 보이는 회원 등록 조건에 시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유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건A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헌터밀크 보관 용기 한 병 정도의 분량을 마시면 밀크 감별사라는 스킬을 통해 일시적으로 버프를 얻게 됨과 동시에 헌터밀크 복용 조건 달성량이 1회 증가한다는 것부터,
같은 헌터밀크에 의한 버프가 이미 부여되어 있다면 조건 달성 횟수가 증가하지 않고,
나머지 경우에만 조건이 충족된다는 세부 사항까지 모두 전해 준 것이다.
그것을 경청하고 있던 마녀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네요.
버프 사라지기까지 기다렸다가 한 병씩 마시던지, 아니면 같은 밀크 세 병이랑 다른 밀크 두 병 준비해 놓고 번갈아서 마시면 되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그래도 후자는 조금 헌터밀크를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서….”
다희를 회원으로 등록시킬 때, 한순간에 헌터밀크 다섯 병이 뱃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것은 헌터밀크에 언제나 진심인 유민의 입장에서 상당히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조건 A의 세부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었다면 결코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쓰게 웃어 보이는 유민의 모습에, 마녀가 피식 웃었다.
“뭐어, 그렇긴 하네요. 웬만하면 그냥 한 병을.”
그러다 돌연,
시영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느긋한 분위기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주위에, 무언가 수상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마녀님?”
갑자기 침묵하게 된 시영의 모습에 유민이 의문을 표하자,
그에 상념에서 깨어나듯이 순간 몸을 움찔하는 마녀.
어느새 귀를 살짝 붉히고 있던 시영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민.”
“네?”
“그러면, 아까 내가 줬던 그걸로는….
조건이 아직 안 채워진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 물음에, 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프 부여 및 조건 충족의 최소 조건은 헌터밀크 보관용기 한 병 정도의 분량이다.
방금 전에 마녀가 그에게 먹여 주었던 한 입 크기의 헌터밀크 덩어리로는 부족했다.
유민이 그렇게 복용량이 부족했음을 시인하자,
마녀의 입가에 요염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내, 슬그머니 가슴 밑으로 팔짱을 끼는 시영.
마녀의 거대한 젖가슴이 두 팔에 받쳐지며, 유민을 향해 한껏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탐스러운 윗가슴과 그 풍성한 유육 사이로 깊게 패인 가슴골이 그를 유혹한다.
푹 젖은 하얀 옷자락 너머로 통통한 유두의 실루엣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유민의 귓가로, 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그러면,
좀 더 마실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