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피곤한 안내원과 밀크 테라피 (5)
* * *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시현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아쉬움, 분노, 혼란 등등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유민은 그러한 모습이 꽤나 익숙했다.
회원들이 자신과 솔루션, 또는 착유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욕구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욕구가 일정량을 넘어서게 되면,
본인이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겉모습으로 신호를 보내게 된다.
허벅지를 슬쩍슬쩍 비비고, 숨이 평소보다 거칠어지고, 눈빛이 탁해진다.
거기에서 욕구 불만 상태가 더 심화되면,
지금 시현의 모습처럼 핏발 선 눈으로 거의 노려보듯이 빤히 쳐다보곤 했다.
다시 말해, 시현은 현재 욕구의 해소를 꽤나 절박하리만치 갈망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에 잠시 굳어 있던 유민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시현 씨?”
“후우, 흐으, 왜요.”
“괜찮으세요?”
“….”
유민의 물음에,
그녀는 말없이 유민을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바지춤에 시선을 꽂아 넣고 있었다.
항상 이성적이던 그도 남자의 본능을 아예 이겨낼 수는 없었던 것인지,
우람하게 불끈거리는 남성기의 윤곽이 허벅지 위로 드러나 있었다.
너무나 비대해진 욕구로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시현의 머릿속은,
천박하고 음탕한 생각으로 점령당하려는 것을 한 줌의 이성이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었다.
당장 마력으로 유민의 바지 앞섶을 찢어버리고,
그 위에 올라타 허리를 마구 흔들고 싶다.
아랫구멍으로 저 우람한 자지를 한가득 삼킨 채, 엉덩이를 들썩이고 싶다.
난폭한 암컷이 그렇게 시현의 내면에서 외쳐 대자,
형체를 점점 잃어가는 이성이 필사적으로 변호에 나선다.
허나 그래선 안 된다.
지금은 그저 피로를 풀기 위해서, 유민을 불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유민은 그렇게 끈적한 관계가 아닐 뿐더러,
첫 경험을 그런 식으로 단순한 욕망에 등 떠밀리듯이 겪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그에 암컷은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보라.
기껏 피로를 해소했더니, 이 터질 듯한 욕구로 인해 다시 스트레스를 불러오게 될 판이다.
자신이 평소에 가끔 하던 그 시시해 빠진 자위로,
과연 이 거대한 성욕을 해결할 수 있을까?
눈앞에 저렇게 훌륭한 수컷이 놓여 있는데, 어찌하여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당장 자신의 몸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본인도 뻔히 알고 있을 터.
단지 순결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신 건강을 망쳐 놓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
그러한 내면의 속삭임에,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화끈하게 달아오른 몸이 그녀를 계속해서 재촉해 왔지만,
시현은 결코 아래쪽에서 찌르르 올라오는 신호에 답해줄 수 없었다.
그래도 협회 안내원이라는 여자가, 마사지 좀 받았다고 흥분해서 남자를 덮친다는 것은 시현으로서 결코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 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참아 주겠다.
혼자서 몇 번이고 자위를 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성욕 따위에 지배당하여 스스로 남자에게 안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멋대로 발정한 자신의 몸뚱이에,
시현은 그렇게 분노와 함께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한 줌의 의지마저 하얀 재가 되어 사라졌을 때,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는 애써 무시한 채 말이다.
“괜, 찮아요. 마저 진행해요.”
괜찮지 않아 보이는 것이 뻔히 눈에 보임에도 시현이 그렇게 오기를 부리자,
유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승급 미션을 진행하며 욕구에 괴로워하던 서울과, 그녀가 겹쳐 보인 것이다.
허나 섣불리 그녀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지금껏 그녀의 젖가슴을 빨고 밀크 테라피로 몸을 만진 것은,
모두 그녀가 의뢰했던, 밀크마스터 기술을 사용한 피로 회복 작업의 일환이었다.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것은 명백히 그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다.
유민이 솔루션 회원들에게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솔루션에 대해 경고를 하고,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시현은 아직 솔루션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말하자면 타인이었다.
그렇기에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면, 지금의 유민은 그녀에게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유민은 못 다한 작업을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마저 진행하라는 시현의 말을 듣고 보니,
아직 그녀의 젖가슴에서 헌터밀크를 완전히 짜내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흐읏…!?”
유민은 그렇게 대답하며,
두 손을 벌려 아직 수유를 진행하지 않은 쪽의 큼지막한 유육을 둥글게 쥐어 잡았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젖가슴 위로 얼굴을 가져다댔다.
허나,
다시금 유두를 입에 넣고 있는 유민의 모습에, 시현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시현이 마저 진행하라고 했던 것은 아랫배를 문지르며 은근한 자극을 주는 쪽의 작업이었지,
지금처럼 다시 수유를 진행하며 강렬한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은 예상에 없었던 것이다.
“아…! 그, 잠…캬흑…!?”
하지만 시현이 유민에게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는 젖가슴을 넓게 둘러싼 두 손에 힘을 주어 꾸욱 짜내며 밀크마스터의 마력을 흘려 넣었다.
한순간에 날카로운 자극이 젖가슴에서 쏘아져 나와 뇌리를 강타하자, 시현의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아직 상당한 양의 헌터밀크가 담아 있던 시현의 젖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탱글하게 발기한 유두를 통해 희멀건 액체를 퓨븃 내뿜었다.
시현이 그 쾌락을 미처 소화하기도 전에,
유민은 시현에게 한층 더 강렬한 자극을 선사해 주었다.
젖가슴을 첨단 쪽으로 꽉꽉 쥐어짜며,
유두를 입에 넣은 채로 얼굴 근육에 힘을 주어 빨아 당김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를 뒤로 당겨내며 유육 전체를 쭈욱 늘린 것이다.
“끄… 햐악…!”
그 움직임에, 시현의 허리가 같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마치 유민의 입에 물려 있는 젖가슴에만 지탱한 채로 상반신이 들려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미 한 번 잽을 맞아 혼미해져 있던 시현의 머릿속은,
그 진득한 수유의 쾌락에서부터 솟구쳐 들어오는 어퍼컷에 그대로 직격 당했다.
은근하게 스며들어오는 밀크 테라피의 자극에만 대비하고 있던 그녀는,
그 거칠고 난폭한 열락을 감당해 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의지를 연료 삼아 뜨겁게 타오르고 있던 불꽃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려 댔다.
하지만 유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유육을 짓누르며 마력을 침투시키고,
앞니로 유륜을 살짝살짝 깨물어 자극함과 동시에, 혀로 유두 끝을 문지르다가 톡톡 튕기며 빙글빙글 돌리듯 괴롭힌다.
그의 얼굴은 아래로 하강하여 탄력 있는 유육에 푹 파묻혔다가,
유두를 강하게 빨아냄과 동시에 쭉 상승하여 젖가슴을 위쪽으로 크게 당겨 주는 것을 반복했다.
젖가슴의 모든 부위 하나하나에서 발생한 자극이 뭉치고 뭉쳐,
거대한 격류가 되어 사나운 기세로 몰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아대…! 안대엣…!”
의식이 몽롱한 와중에도 그것을 감지한 시현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댔지만,
이미 때는 한참이나 늦어 있었다.
시현의 온몸을 휩쓸고 다니던 쾌락의 파도가 마침내 척수를 타고 뇌리에 도달하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이 그 물살에 휩쓸려 녹아내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절정을 맞이하게 되었다.
풍전등화와 같이 흔들리던 의지의 불꽃은,
시현이 미처 추슬러 보기도 전에 그대로 급류에 휩쓸려 버렸다.
타고 남은 재조차도 모두 사라져 버린,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흐긱…!!”
침대를 짚은 발끝에 의지하여,
시현의 허리부터 시작해서 골반, 허벅지까지 모두 공중으로 떠올랐다.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덜컥인다.
그에게 붙잡혀 있지 않던 유두가 허공을 향해 헌터밀크 줄기를 분사했다.
유민의 입에 마구 괴롭힘 당하던 유두 역시, 복수라도 하듯이 강한 분출압으로 헌터유를 쏘아냈다.
하지만 유민은 이미 고개를 슬쩍 교묘한 각도로 틀고 있었기에,
굵은 줄기로 세차게 뿜어진 헌터밀크는 그의 볼 안쪽을 부드럽게 타고 올라가다가 튕겨나가며 그 기세를 잃어버렸다.
서울이 타워 실드를 통해 시전하는 패링을 보고, 그 원리를 응용하여 터득하게 된 기술이었다.
수유 상대가 절정했을 때, 입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밀크 패링이다.
서울이 그 모습을 보았다면 헛웃음과 함께 본인의 이마를 손으로 탁 쳤을 것이 분명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렇게 유민의 기술 같지도 않은 기술에 당한 헌터유는,
유민이 오늘 처음 느꼈던 맛보다 씁쓸함이 확연히 줄어 있었다.
시현의 피로가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그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유민은 시현의 가슴에서 입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는 일으키려 했다.
어느 순간 뻗어져 있는 시현의 손아귀에,
자신의 멱살이 틀어쥐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민은 시야가 휙 반전되는 것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비슷한 꼴을 당한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쿠웅!
침대의 매트리스를 받치고 있던 스프링이 한 차례 크게 출렁인다.
침대 위에 대자로 널브러지게 된 유민.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복부 위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을 느꼈다.
시현이 유민의 배를 깔고 앉은 것이다.
잔뜩 풀어헤쳐진 와이셔츠 자락 사이로 드러난 젖가슴에서 밀크를 뚝뚝 흘리며,
그녀는 자신의 언니보다 조금 더 짙은 보라색의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날카로운 예기와 서늘한 냉기가 한가득 담겨 있었지만,
모순되게도, 냉철하거나 이지적인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마치 뜨거운 욕구가 한계를 맞이한 끝에 그 열기가 오버플로우되어,
역으로 한없이 싸늘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유민의 멱살을 붙잡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시현의 입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 애 타게 하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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