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피곤한 안내원과 밀크 테라피 (2)
* * *
평원과 숲이 혼합된 던전답게,
몬스터들 또한 평원에서 출몰하는 녀석들과 숲에서 발견되는 개체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젠 그러려니 하는, 무척이나 화가 난 싱글혼 래빗들과 함께,
높게 자라난 나무 위에 앉아서 기회를 노리는 비행형 몬스터들 또한 존재했던 것이다.
길다란 부리를 마치 창처럼 휘두르고 찔러 대는 랜스 투칸(큰부리새)과,
공중에서 상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혀들며,
날카로운 부리로 일격을 가하려 드는 불릿 버드가 대표적이었다.
다만 D등급 던전답게,
그다지 상대법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다희와 서울에게는 더더욱.
랜스 투칸의 찌르기를 피해 낸 다희가 곧바로 부리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넣고,
마력이 서린 늑대 펀치로 놈의 유일한 무기를 동강내 버리는 순간 이미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빠르게 쏘아져 내려오는 불릿 버드의 돌진 공격을 서울이 타워 실드로 슬쩍 빗겨내 버리면, 녀석은 방패에 퉁 튕겨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나동그라졌다.
본래라면 공격 실패 시에 다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그 물 흐르듯이 이어진 패링에 튕겨나감과 동시에 균형을 잃어, 정상적인 비행을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동력을 상실하게 된 총알 새는,
자그마한 몸뚱아리 위로 떨어지는 방패 모서리와 단단한 부츠에 유명을 달리했다.
던전의 공략 자체는 그런 식으로 착실히 진행되었지만,
정작 유민 일행이 목표로 하던 녀석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서울의 힐링 밀크 포션 재료인 파랑바위꽃과,
다희의 특제 영양 육포로 탈바꿈할 블랙그레이 실키.
무려 헌터밀크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솔루션의 조건인 만큼,
그들 또한 하루이틀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허나 평원숲 혼합 던전 공략 2일차에도 허탕을 치게 되니,
조금은 실망감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두 번째 날에는 예약 스케줄 상 오전에 게이트를 통과했고,
살짝 늦은 오후쯤 던전 공략을 마쳤다.
이제는 거의 지정 장소가 된 다희의 집에서,
서울의 커다란 가슴을 쥐어잡아 유선 마사지를 실시하고 솔루션 회원들의 욕구 해소 작업을 진행한 유민.
그 이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서야,
유민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한 그는 두 여헌터와 살을 섞느라 흘린 땀을 씻어내고,
샤워 후의 헌터밀크 한 잔, 아니. 한 병을 즐기기 위해 냉장고로 걸어갔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
냉장고 문 손잡이를 붙잡으려던 유민은,
바닥에 놓인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에 멈칫했다.
누구지.
마녀가 오리진 포션이 완성될 때쯤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벌써 마무리가 되어서 전화한 것인가?
그런 생각과 함께,
유민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허나 화면에 표기된 이름은 시영이 아니었다.
[최시현 안내원님]
전화를 건 상대는,
그녀의 동생 쪽이었다.
“…!”
언니의 곁을 떠나, 헌터 협회에서 일하며 피로에 시달리는 시현.
밀크 솔루션의 다음 영입 대상인 그녀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그에 유민은 살짝 긴장감을 띈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예요.]
퉁명스런 목소리가 휴대폰의 스피커를 통해 유민에게 전해졌다.
왠지 모르게 날이 선 듯한 느낌에 흠칫하는 유민.
“아, 네. 안녕하세요, 시현 씨.”
[혹시, 지금 바빠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요…]
약한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직 일주일이 된 건 아닌데,
좀 도와줄래요?]
정신적인 회복 효과가 깃들어 있는 밀크마스터의 착유.
시현은 첫 날에 무례를 저지른 유민을 용서하는 대신,
자신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그러한 작업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줄 것을 부탁했었다.
그녀의 말대로, 처음에 정했던 일주일이라는 기간에서 약간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유민은 개의치 않았다.
달리 할 일도 없는데 헌터밀크를 접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자신에게는 시현을 만나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미션이 존재했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위치 찍어줄 테니, 그리로 오세요.]
이내 통화가 끊어진 유민의 스마트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시현에게서 보내져 온 어딘가의 주소였다.
그것을 바라보던 유민은,
이내 가장 최근에 추가된 전화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시현에게서 호출이 왔으니, 약속대로 마녀에게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방금 동생 분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유민이 그렇게 메시지를 남긴 채 옷을 챙겨 입고 있자,
스마트폰이 다시금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언니 쪽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문자 봤어요, 신입.
그럼 동생이랑 오늘 만나는 거예요?]
“네. 지금 나갈 준비 하고 있습니다.”
유민의 대답에,
마녀는 살짝 초조한 듯이 침음성을 흘렸다.
[으으음… 그래요.
조언은 저번에 다 해 줬으니까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우리 시현이, 잘 부탁해요.]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유민은 냉장고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곧 신선한 헌터밀크를 짜낼 수 있는데,
굳이 저런 냉장 보관된 헌터유를 마실 이유가 없었다.
시현이 보낸 주소는 유민이 드나들던 헌터 협회 지부 근처였기에,
집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유민은 원룸 빌라의 계단을 올라,
주소에 기입된 호수가 적혀 있는 문 옆의 초인종을 눌렀다.
곧 현관문이 스르르 열리고,
그 너머로 시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묶음머리를 풀어 풍성한 머릿결을 어깨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시현의 머리칼 역시 조금씩 굽이치며 약한 웨이브를 그리고 있었다.
평소의 하얀 블라우스와 스커트 대신에,
마치 잠옷과도 같아 보이는 커다란 와이셔츠를 걸친 시현.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그 헐렁한 옷자락으로도, 큼지막한 젖가슴의 실루엣을 숨길 수는 없었다.
가슴의 첨단 부분은 이미 헌터밀크에 의해 촉촉이 젖어,
빳빳이 발기한 선홍빛의 유두에 흰 옷자락이 착 달라붙어 있는 바람에 그 탐스러운 모양새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유민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더니, 손짓을 하여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유민이 잠깐 볼 수 있었던 시현의 얼굴에는,
첫 만남 때의 모습 이상으로 피로가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살짝만 눌러도 진득한 피로감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토요일과 오늘 목요일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유민은 그러한 의문과 함께 시현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며, 그녀를 따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내 원룸의 전체적인 풍경을 눈에 담게 된 유민은,
작게 숨을 집어삼켰다.
방은 깨끗했다.
아니. 이것은 깔끔하다 어떻다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어지럽혀졌을 때의 광경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방 안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침대와 작은 탁자, 의자.
냉장고와 부엌. 싱크대와 옷장.
콘센트의 충전기에 아랫구멍이 연결된 채 침대 위에 놓여 있는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무언가 특징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썰렁한 곳이었다.
그런 모습에 약간의 충격을 받은 채,
방의 입구 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민.
화장실에서 수건 몇 장을 가지고 온 시현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원래는 주말에 모텔에서 보려 했는데,
평일에는 잠을 집에서 자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집으로 불렀어요.”
“아… 네.”
자기 자신에게 변명하듯이 그렇게 설명한 시현은,
이내 침대 위에 수건들을 펼쳐 깔았다.
그리고는 그 위에 올라가서 똑바로 누운 채,
목 아래까지 잠겨 있는 와이셔츠 자락을 붙잡고 양 옆으로 끌어당겼다.
와이셔츠의 단추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똑딱이였기에,
시현의 움직임으로 인해 또도독 하고 결합이 쉽게 해제되어, 와이셔츠의 앞섶이 풀어헤쳐졌다.
그러자 그 안에 갇혀 있던 커다란 봉우리가 셔츠 밖으로 탄력 있게 튀어나오며 바깥공기를 마셨다.
그렇게 젖가슴을 드러낸 시현은,
별다른 표정 없이 허공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시작해요.
처음부터 빨아도 상관없어요.”
“…”
그 말에, 유민은 그녀의 흉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워 있음에도 그 큼지막한 유육은 결코 퍼지지 않고 탱글한 모양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꼿꼿이 곤두선 유두가 봉우리 위에 조그마한 산을 만들고 있다.
걸음을 천천히 옮겨 침대 옆으로 다가간 유민은,
시현에게 조심스레 허락을 구했다.
“침대 위에, 올라가도 괜찮을까요?”
“…그래요.”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유민은 겉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 몸을 실었다.
무릎걸음으로 그녀의 곁에 다가간 유민.
그가 내려다본 시현의 얼굴은, 피폐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로에 지쳐 있었다.
앞으로 솔루션의 회원이 될 수도 있는 그녀였기에,
유민은 시현의 그런 어두운 표정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보유한 밀크마스터의 기술로,
그녀의 정신적인 건강을 치유하고 얼굴의 그늘을 걷어내 주리라.
그런 생각으로 비장한 분위기를 두른 유민은,이내 허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얼굴을 그녀의 젖가슴 쪽으로 접근시키며,
두 손으로 유방 한 쪽의 바깥 부분과 안쪽 부위를 동시에 감싸듯이 잡아 쥔다.
“읏…”
그 움직임만으로 유두 끄트머리에서 퓨븃. 하고 희끄무레한 액체가 솟아나온다.
밖으로 튀어나온 헌터유가 완만한 봉우리를 타고 내려가 수건을 적시기 전에,
유민은 재빨리 입을 벌리며 머리를 돌진시켜, 유륜과 유두를 입으로 콱 물었다.
젖가슴을 붙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미세한 마력을 젖샘으로 흘려 넣는다.
그와 함께 손을 가운데로 모으듯이 꾹 누르며 첨단 쪽으로 밀어 짜낸다.
“흐그윽…!”
퓨츄우웃!
유방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하는 착유의 쾌락에, 시현의 허리가 살짝 공중으로 띄워진다.
밀크마스터의 마력과 손놀림에 마구 자극당한 젖샘이 헌터밀크를 쭉쭉 뽑아내어, 유두를 통해 유민의 입안에 뿜어낸다.
헌터밀크의 달콤한 베이스에 감겨드는 그윽한 쓴맛.
유민은 이전보다 그 씁쓸함의 강도가 한층 진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짝 불쾌할 수도 있는 정도의 그 쓴맛은,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녀에게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헌터밀크의 맛에 이 정도로 영향을 미친 것인가.
생각보다 시현의 상태가 심각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유민은 얼굴 근육에 힘을 주고 유두를 쭈욱 빨아들여 본격적으로 헌터유를 탐하기 시작했다.
“흑, 하읏! 아흐윽…!”
두 손으로 침대에 깔린 수건을 꽉 쥐며, 시현은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가슴의 민감한 첨단 부분을 쪽쪽 빨리는 자극으로 인해, 몸속의 깊숙한 곳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현이 허리를 꿈틀거리고 뒤통수를 침대보에 비비며 수유의 쾌락에 허덕이는 동안,
유민은 계속해서 손과 머리를 움직이며 시현의 젖샘에서 헌터밀크를 배출해 냈다.
바로 그 때,
유민의 시야 한복판에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건 A를 달성했습니다.]
[생산자 ‘최시현’을 3급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시현의 솔루션 회원 등록 여부를 묻는, 상태창의 메시지.
난데없는 그 물음에 유민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자신은 이미 그녀의 헌터밀크를 2번이나 수유 받은 이력이 있고, 그 복용량 또한 충분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유로 조건 A가 달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그녀의 회원 등록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인데.
잠시 고민하던 유민은,
일단 등록을 수락하기로 했다.
자신이 솔루션 버프를 가시화하지 않으면 상대는 회원 등록이 된 것을 알아차릴 수 없으니,
설령 시현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녀의 솔루션을 진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등록까지 미리 해 버린 이상,
자신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부딪혀 볼 생각이었다.
안 되면 말고. 라는 안일한 생각은 결코 유민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유민이 속으로 수락을 외치자,
다시금 상태창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3급 회원 ‘최시현’이 신규 등록되었습니다.]
허나,
그 뒤로 이어지는 문장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경고 : 버프 제공 불가.]
[3급 회원 ‘최시현’의 긴급 미션이 제공됩니다.]
[조건 충족 시 버프와 3급 솔루션이 제공됩니다.]
“…?!”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경고 문구에,
유민의 눈이 부릅떠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