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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 액체의 마녀와 비밀 거래 (1) (75/116)

〈 75화 〉 액체의 마녀와 비밀 거래 (1)

* * *

다음 날.

세 명은 다시금 게이트를 통과해 던전에 입장했다.

어제와 동일한 D급의 평원 필드 던전이었다.

본격적으로 공략을 시작하기 전에,

유민은 파티원들에게 오늘 착유나 수유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일렀다.

“엉? 갑자기?”

“무슨 일 있어?”

헌터밀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민이 이런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었기에,

밀크마스터의 임시휴업 선언에 다희와 서울이 의문을 표했다.

“연금술 공방이 오늘 열어서.

파랑바위꽃 관련해서 정보 좀 얻어 오려고.”

“...그거랑 젖 안 짜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

공방의 방문과 착유를 하지 않는 것의 관계성을 찾지 못한 다희가 그렇게 묻자,

유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내가 자극해서 몸 상태 안 좋아졌다가,

공략 끝나고 시간 없어서 그거 조치 못해주면 안 되잖아.”

“아.”

그 말에 곧바로 납득한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몇 번이고 유민에게 젖가슴을 자극당하면, 끝에 가서는 상당한 욕구 불만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유민의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지 않았는가.

그러던 중,

서울은 연금술 공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유민에게 ‘그 곳’을 추천해 주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유민아. 근데 오늘 간다는 공방이 혹시 내가 알려줬던 거기야?”

“맞아.”

“어...? 거기 여는 시간 되게 랜덤이었는데? 주인이 너한테 알려줬어?”

“어쩌다 보니까 조금 친해져서...”

놀라움이 섞인 서울의 물음에, 유민은 그리 얼버무렸다.

자칭 리퀴드 위치, 검은 마녀 최시영과 있었던 일을 그들에게 알릴 순 없다.

감당하기 힘든 정보에 대한 리스크를 회원들에게까지 지게 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녀를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든 뒤에야 가능하리라.

유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 때,

집업 앞주머니에 손을 꽂은 다희가 서울에게 질문을 던졌다.

“랜덤이라는 데가 설마 거기냐? 그 협회 옆에 있는 조그만 데?”

그에 서울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맞아요. 공방을 취미로 하는 것 같은 거기.”

“거기 주인장 젖탱이 엄청 크던데...

쓰읍, 벌써 세 번째 회원 영업 들어가는 거냐?”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압도적인 크기의 젖가슴을 떠올린 다희.

그녀는 이내 묘한 눈빛으로 유민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추궁에 들어갔다.

그에 유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건 아니야... 솔루션은 알려주지도 않았어.”

그 극상의 유육에 담긴 밀크를 관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아쉬움을 담아 그렇게 대답하는 유민을 보며,

다희와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솔루션의 정체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던 공방 운영 시간을 가르쳐줄 정도로 친해졌단 말인가?

“신기하네. 유민이한테 뭐가 있나?”

“음. 유민이한테...?”

이내,

그녀들은 동시에 유민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헌터밀크에 관련되기만 하면 그 맑고 깊은 탐구자의 눈빛이 드러나는 저 눈.

두 사람도 그 진실된 눈동자에 이끌려 유민과 함께 하게 되지 않았는가.

만약에,

그 커다란 가슴의 연금술사도 유민의 눈빛에 숨겨진 진가를 알아챈 것이라면?

...아니. 사실 알아채지 못할 확률이 더 낮지 않을까.

분명히 엄청나게 진중한 얼굴로 그 커다란 젖가슴을 빤히 바라봤을 테니 말이다.

“...있긴 하네. 확실하게.”

“그러게요.”

“...?”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 그녀들의 영문 모를 중얼거림에, 유민이 의문을 표했다.

그에 피식 웃어 보인 다희가 입을 열었다.

“뭐, 알았어. 어쨌든 재료 물어보러 공방 간다는 거 아냐.

같이 가 줄까?”

“어... 아냐. 괜찮아.”

다희의 물음에 유민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상대는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

다른 공방의 손님들에게는 그저 괴짜 연금술사일 뿐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그 정체를 드러내 보였다.

솔루션의 진행에 필요한 재료 중 하나.

리퀴드 위치 사의 ‘오리진’ 힐링 포션.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그것의 행방을 찾기 위해,

유민은 신분을 위장한 연금술사가 아니라 리퀴드 위치로서의 그녀를 만나야 했다.

물론 그녀가 정말로 액체의 마녀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지만,

유민이 그 포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이것이 가장 확실했다.

“그 사람이 좀 많이 특이해서...나 혼자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정도였나...? 그냥 흔한 연금술 쪽 애들 같던데.

뭐, 그래라 그럼.”

그 젖탱이 연금술사가 조금 수상하기는 했지만,

마음속의 늑대가 아무런 반응 없이 얌전했기에 다희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또한 약간 불안한 눈치였으나,

자신보다 직감이 뛰어난 다희가 저렇게 반응하니 거기에 토를 달기가 애매했다.

이내 한숨을 작게 내쉰 서울은,

잠깐 바닥에 세워 두었던 묵빛 타워 실드를 들어 등 뒤에 매었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마사지도 못 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 일이 빨리 끝나면 누나한테 전화할게.”

“그래... 무리하지는 말고.”

“야, 서울. 우리도 저녁에 연금술 공방 좀 뒤져볼까?”

“그럴까요? 근데 유민이 마사지 받을 수도 있는데...”

“끝나고 전화한대잖어.”

두 헌터와 짐꾼 한 명은 이내 던전 공략을 재개했다.

그 과정에서 분홍바위꽃에 둘러싸인 바위를 몇 번이나 발견했지만,

파란색을 띤 꽃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피어나는 꽃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결국 2일차 탐색도 별 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 한 채, 던전이 공략되었다.

공략 여부 확인, 부산물 판매 등의 과정을 거친 파티원들은 이내 해산했다.

집에 도착한 유민은 가방에서 헌터밀크 보관용기들을 꺼내어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밀크마스터와 솔루션 회원 간의 계약으로 인해, 다희와 서울에게 받은 것들이었다.

냉장고 안에 나란히 줄지어 세워진 그 유리병들을 바라보면서, 유민은 각오를 다졌다.

자신을 믿어주는 그녀들을 위해,

오늘 검은 마녀에게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내리라.

해가 떨어지며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샤워를 마치고 저녁이 되길 기다리던 유민은 커다란 가방 대신 작은 슬링백 하나를 메고 집을 나섰다.

가방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그녀의 공방에서 파랑바위꽃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담겨 있었다.

헌터 협회 지부 근처에 도착한 유민.

그는 이내 마녀의 공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에서 빛이 비쳐들고 있다.

그녀가 일러 준 대로, 공방은 영업 중이었다.

문 근처로 천천히 발을 옮기자, 이전과 같이 스스로 열리며 손님을 맞이하는 출입문.

편의점과 비슷할 정도로 깔끔함이 돋보이는 공방의 내부가 드러났다.

유민이 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른한 기색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간질인다.

“왔어요, 우리 신입?”

“아,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우리 신입 얼굴 좀 볼까요?”

유민은 나긋한 그녀의 음색을 따라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상대는 지난번과 같이 늘어진 모습으로, 카운터 뒤에 앉아 있었다.

검은 웨이브 머리가 우아하게 굽이치며 어깨 밑으로 흘러내린다.

그 위에는 조그마한 나비 장식의 머리띠가 씌워져, 그녀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신비한 기운이 아른거리는 자색 눈동자가 웃음기를 머금고 유민에게 시선을 향한다.

압도적인 크기의 유방은 여전히 오프숄더 셔츠 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채,

탐스러운 윗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심연의 골짜기와도 같은 가슴골에 시선이 끌려 내려가지 않도록 노력하며,

유민은 자칭 리퀴드 위치를 마주했다.

“진짜로 놀러 와 줬네요? 기특해라.

으음, 아니면 다른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나요?”

“찾는 물건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랬구나아. 조금 섭섭하네요?

찾는 게 없으면 안 올 생각이었나...?”

묘한 압박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 유민이 흠칫했다.

그런 유민의 반응을 본 마녀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농담이에요, 우리 신입. 바쁘면 못 올 수도 있고 그런 거지.

그래요 그럼. 일단 원하는 물건이 뭔지부터 들어볼까요?”

“네... 그, 파랑바위꽃을 찾고 있습니다.”

“파랑바위꽃?”

파랑바위꽃. 파랑바위꽃이라.

마녀는 그렇게 꽃의 이름을 되뇌이며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톡톡 두드렸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듯 했던 그녀는,

이내 머리를 갸우뚱했다.

“다른 색깔은 몰라도, 파랑바위꽃은 접해본 적이 없네요.

혹시 색을 착각한 거 아니에요, 신입?”

그 말에, 유민은 혹시나 하고 다시금 솔루션 스킬을 살펴보았다.

힐링 밀크 포션의 제조법에는 여전히 ‘파랑바위꽃’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유민은 고개를 작게 저어 보였다.

“파랑바위꽃이 맞습니다.”

“으으음, 뭘까요. 일종의 돌연변이인가?

정보가 부족하네요. 그걸로 뭘 하는 건지 알 수 있다면 또 모를까.”

“...”

넌지시 자신을 떠 보는 마녀의 말에,

유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다간 솔루션에 관련된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었기에,

그는 일단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아... 그리고 그것 말고도, 하나 더 찾고 있는 게 있습니다.”

“으응? 하나 더? 또 어떤 걸 찾고 있어요?”

유민의 의도에 순순히 맞춰주는 듯한 그녀의 질문.

그에 유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파랑바위꽃도 파랑바위꽃이지만, 오리진 힐링 포션 또한 중요한 재료였다.

돈이 있어도 구매할 수 없는, 힐링 포션의 한정판.

그녀가 정말로 리퀴드 위치라면,

반드시 상대에게서 정보를 얻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으며,

유민은 입을 열었다.

“오리진 힐링 포션입니다.”

“...오리진?”

그 말에,

마녀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별 다른 고민을 거치지도 않고, 그녀의 입이 자연스레 열렸다.

“그건 내가 직접 만드는 포션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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