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신규 솔루션과 마사지 플레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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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 기다리고 있던 그 메시지가 출현하자,
그는 지체할 것 없이 입을 열어 곧바로 등록을 수락했다.
“등록.”
[3급 회원 ‘강다희’가 신규 등록되었습니다.]
[해당 회원에게 버프가 제공됩니다.]
유민의 말에 등록 완료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이것으로 다희는 솔루션의 3급 회원이 되어,
헌터밀크의 품질 향상을 위해 밀크마스터에게 정식 솔루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흐뭇한 심정으로 그 메시지를 바라보는 유민.
그런 그를 지켜보며 실험 결과를 기다리던 다희는,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됐어? 성공한 거냐?”
“...아, 응. 메시지 떴어. 다희 누나도 이제 회원이야.”
“오... 근데 나한테는 뭐가 안 뜨네.
등록됐다고 알려주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이거?”
허공을 바라보며 상태창을 살피고 있는 듯한 다희의 투덜거림에,
유민은 서울을 솔루션 회원으로 등록했을 때,
그녀에게는 아무런 언질이 주어지지 않아 들키지 않았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상대에게 솔루션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솔루션 버프의 가시화 여부를 변경해 줘야 한다는 것 또한 기억해 냈다.
그는 곧장 상태창을 열어 솔루션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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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솔루션]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의 본분이자 모든 것.
▶ 헌터밀크의 품질 상승을 위한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 조건 충족 시 신규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 현재 회원 수 : 2
▷ 유서울 (3급)
▷ 강다희 (3급)
조건 A : 동일한 생산자의 헌터밀크 3회 이상 복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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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2명으로 늘어났고,
서울의 이름만 쓸쓸히 적혀 있던 회원 명단 아래로 다희가 추가되었다.
신규 회원의 등급은 실제 헌터밀크의 등급을 따라가는 것인가.
4등급 헌터유를 생산했던 서울의 초기 등급 역시 4급이었으니,
그것을 기억하고 있던 유민으로선 일리 있는 추측이었다.
서울의 회원 정보를 살폈던 것처럼,
유민은 다희의 이름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름 옆의 화살표가 빙글 돌아가면서, 다희의 세부 정보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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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다희 (3급)
솔루션 버프 부여 중 ()
헌터밀크 생산량 17% 증가
헌터밀크 저장량 17% 증가
유방 감도 3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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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되었기에, 솔루션 버프 또한 정상적으로 부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다희의 상태창에서 버프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의 눈을 간단화한 표식에 빗금이 쳐져 있는 모습.
현재 솔루션 버프가 불가시 상태임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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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다희 (3급)
솔루션 버프 부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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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은 그 빗금을 걷어내어, 솔루션 버프를 가시화했다.
그리고는 다희에게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 보라고 일러 주었다.
“엉? 아까 보니까 없더만. 어디보자...”
유민의 말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다희는 그의 요청에 따라 다시금 상태창을 불러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선을 쭈욱 훑던 그녀는, 이내 탄성을 내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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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솔루션 : 회원 전용]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 ‘김유민’에게서 공유됨)
▶ 헌터밀크의 품질 향상을 위한 솔루션.
▶ 밀크마스터에게서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 현재 회원 등급 : 3
▽ 버프 부여 중
헌터밀크 생산량 17% 증가
헌터밀크 저장량 17% 증가
유방 감도 3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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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있다! 그새 생겼네?”
상태창 맨 아래쪽에 생겨난 회원 전용 솔루션 버프.
다희는 신기한 눈치로 그것을 살펴보다가, 이내 표정이 묘해졌다.
생산량과 저장량이 늘어나는 것은 여러모로 이득이지만,
유방 감도를 굳이 증가시켜야 하는 것인가.
안 그래도 유민에게 젖을 짜이면 그 쾌감에 다리가 절로 풀리는데.
얼마나 유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게 하려고 이런 효과를 주는 건지.
“쓰읍... 유민이 가방에 접는 의자라도 하나 넣고 다닐까?”
“갑자기 의자는 왜요?
...아. 버프 효과.”
다희의 뜬금없는 말에 서울이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솔루션 버프의 세 번째 효과를 떠올리고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30퍼센트 증가된 감도로 유민과 착유나 수유를 진행하게 되면,
반드시 몸을 지탱할 무언가가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뭐 그건 나중에 찾아보고... 일단 나가자.”
“어... 솔루션 어떤 거 나왔는지 안 듣고?”
유민의 물음에,
다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궁금하긴 한데... 뭐 일단 회원 됐다는 게 중요하니까.
어차피 하루아침에 끝나는 건 아닐 거 아냐. 할 일 다 끝낸 다음에 얘기하자고.”
“알았어.”
그렇게 그들은 게이트를 통과하여 공략이 완료된 던전을 빠져나왔다.
게이트 관리원과 확인 절차를 거치고,
싱글혼 래빗의 뒷다리와 그린 램의 털뭉치 등 각종 부산물들까지 빠르게 거래를 마친 뒤,
셋은 그나마 제일 넓은 다희의 집으로 모이기로 하고 해산했다.
유민의 집을 아직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한 다희가 잠시 투덜거리기는 하였으나,
그 비좁은 원룸에 세 명이 들어가면 생각만 해도 답답하기 그지없었으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어제와 비슷한 모습으로,
그들은 다희의 방에 놓인 침대 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살벌한 느낌의 헌터 장비들을 모두 벗고 펑퍼짐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환복한 다희.
늑대 꼬리를 느긋하게 살랑거리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 솔루션은 확인해 봤냐?”
“나도 아직 안 봤어. 누나들이랑 같이 보려고.”
“그래? 그럼 얼른 까 봐. 궁금하다 야.”
다희는 그렇게 유민을 재촉하며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의 움직임에 흥을 더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울이 꼬리털 흩날리면 치우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민은 상태창을 열어 다희의 3급 회원 정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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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다희 (3급)
솔루션 버프 부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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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솔루션 진행 중
밀크마스터와 2m 이내 간격 유지 : 연속 24시간 (미달성)
특제 영양 육포 1인분 섭취 (미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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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과 다희 간에 2미터의 간격을 유지하고,
수상쩍은 이름의 육포를 먹는 것.
그다지 난해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간단해 보이는 것은 또 아닌 듯한 조건들이었다.
특히 저 ‘특제 영양 육포’라는 녀석은 꽤나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에 유민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하자,
다희는 신나게 휘두르던 꼬리를 멈칫하게 되었다.
“...왜? 설마 또 파랑바위꽃 같은 거 나왔냐?”
“어... 잠깐만. 마저 확인해 볼게.”
살짝 불안감이 섞인 다희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 유민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특제 영양 육포’의 제조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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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제 영양 육포 제조법
재료:
① 그레이블랙 실키 가슴살 1덩이
② 3등급 이상의 헌터밀크 적당량
③ 기호에 따른 액체 조미료 적당량
④ 가정용 식품 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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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 밀리리터 등의 정확한 단위가 사용되던 서울의 것과 달리,
다희의 성향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이 무언가 제대로 된 계량법이 존재하질 않았다.
약하게 쓴웃음을 지은 유민은 흘끗 다희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다시 레시피에 집중했다.
“...?”
그런 유민의 행동에 머릿속의 물음표가 더욱 더 커져만 가는 다희였지만,
유민은 그녀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대충 늘어놓은 듯한 재료와 달리,
제조법이 상당히 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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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레이블랙 실키를 사냥한다.
2. ①을 획득하는 즉시 밀크마스터의 마력을 주입한다.
(표면에 윤기가 돌 때까지 지속한다.)
3. 마력이 주입된 ①을 깨끗이 씻어, 얇게 포를 뜬다.
4. 바닥이 충분히 깊은 그릇에 ①을 넣고,
①이 완전히 잠길 때까지 ②를 그릇에 붓는다.
5. 밀크마스터의 기술을 응용하여 30분간 ①을 주무른다.
6. ①을 그릇에서 꺼내어,
키친타올 등을 이용하여 물기를 제거한다.
7. ①을 ③에 30분간 재운다.
8. ④를 사용하여 ①을 80도에서 9시간 건조시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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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시간을 들여 그것을 모두 읽은 유민은,
아까보다 밝아진 표정으로 옆머리를 긁적였다.
8단계나 되는 제조법에 약간 긴장했던 그였지만,
실상은 그저 멀쩡한 음식 하나 만드는 정도의, 약간 손이 가는 레시피일 뿐이었다.
거기에 첫 번째 재료 그레이블랙 실키의 가슴살만 얻어낼 수 있다면,
나머지 단계는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어렵지 않게 해치워 버릴 수 있었다.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서울과 다희에게 솔루션을 설명해 주었다.
2m 이내 거리 유지와 특제 영양 육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그들은,
방금 전의 유민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2미터 그거는 뭐, 주말에 어떻게 하다 보면 될 거 같고...
그 블랙그레이 뭐시기만 잡으면 사실상 끝나는 거네?”
“검색해 보자! 나 그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아.”
곧바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검색하기 시작하는 서울.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다희는, 이내 뭔가 탐탁지 않은 기색으로 툴툴거렸다.
“아니, 근데 얘는 평범하게 포션 같은 거 만들어 주는데, 왜 나는 육포냐?
이름도 뭐? 특제 영양 육포?뭔 댕댕이 간식도 아니고 무슨...”
“큽”
두 손가락으로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던 서울이,
‘블랙그레ㅇ’까지 입력하다 말고 다희의 투덜거림에 웃음보가 터졌다.
늑대는 개과 동물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보니 해당 솔루션이 늑대 수인인 그녀와 썩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자신도 검색에 동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고 있던 다희는,
서울의 웃음소리를 늑대 귀로 포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꼬리를 휘둘러 그녀의 등짝을 후려쳤다.
“앗 따가!”
“웃어?
육포 만들 때 생고기 담가놨던 헌터유 들이키고 싶냐?”
“...”
생각만 해도 고기 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올 것만 같은 끔찍한 협박에,
서울은 필사적으로 정색을 유지한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유민은,
덩달아 웃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유민이라도 생고기가 목욕했던 밀크를 그대로 마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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