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늑대 밀크와 두 번째 회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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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농밀하고 진득한 스케줄이 세 명의 주말에 추가되고 난 뒤,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겨 던전 공략을 진행했다.
메에엑! 하고 날카롭게 울어 대며 돌진하는 초록빛 털의 양.
방패를 비틀어 그 살벌한 몸통박치기 공격을 빗겨낸 서울이 타이밍을 맞춰 그 푹신한 몸을 밀쳐내자, 균형을 잃은 그린 램이 바닥에 우당탕 넘어진다.
몸이 온통 양털로 둘러싸여 있어 별 충격은 없었지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다희의 진각은 놈의 천연 갑옷이 막아줄 수 없었다.
콰직. 하고 또 한 마리의 몬스터가 생명 반응을 상실하는 동안,
유민은 저만치 떨어져서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스킬을 살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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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감별사]
○ 패시브 스킬
▶ 헌터밀크 복용 시 해당 헌터밀크의 생산자를 확인 가능하다.
▶ 복용한 헌터밀크의 특성과 복용량에 따라 일시적인 버프를 부여한다.
버프 부여 중 (강다희)
힘 4% 증가
민첩 4% 증가
지속 시간 :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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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를 획득한 지 시간이 꽤 지난 터라, 남은 지속 시간이 줄어 있었다.
그것을 먼저 확인한 유민은 시선을 살짝 올려 버프의 효과에 집중했다.
안내원 시현의 헌터밀크로 민첩을,
서울의 헌터밀크로 힘 버프를 획득했던 유민은,
이번에 처음으로 2가지 효과의 버프를 부여받게 되었다.
서울에게서 8퍼센트의 힘 증가 효과를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 그였기에,
유민은 힘과 민첩이 4퍼센트씩 증가한다는 그 설명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추정컨대,
버프로 부여받을 수 있는 스펙의 최종 증가량은 정해져 있고,
그 효과의 수가 늘어날수록 해당 수치에서 분배되어 적용되는 방식인 듯 했다.
만약 총 증가량이 10퍼센트였다면,
다희의 버프는 힘과 민첩이 각각 5퍼센트씩 오르지 않았을까.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밀크 감별사 스킬에서 눈을 떼고 다른 스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밀크마스터의 진가를 드러내기에 충분한, 밀크 솔루션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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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솔루션]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의 본분이자 모든 것.
▶ 헌터밀크의 품질 상승을 위한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 조건 충족 시 신규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 현재 회원 수 : 1
▷ 유서울 (3급)
조건 A : 동일한 생산자의 헌터밀크 3회 이상 복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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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언급했던 유민의 연구에 따르면,
헌터유 복용을 통해 밀크 감별사 스킬로 버프를 획득하는 것이 조건 A의 세부 기준이었다.
물론 서울을 회원으로 만든 후에 진행한 연구인만큼,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었기에,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높은 추측에 가까웠다.
그리고, 오늘 유민은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일단 다희와의 수유를 통해 버프를 성공적으로 확보했으니,
다희의 조건 A 달성 횟수는 1회로 책정한다.
버프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이 버프를 획득하는 것은 서울의 회원 등록 과정에서도 확인되었기에,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는 조건 달성 방법이었다.
이 때, 유민은 나머지 2회를 채워나가면서 약간의 실험을 해 볼 예정이었다.
먼저 서울의 밀크를 마셔서 버프를 교체한 다음,
그 상태에서 다희의 것을 복용하여 다시금 버프를 갱신한다.
이 또한 연구 과정에서 조건 A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방법이니,
이것으로 총 복용 횟수가 1회 증가하여 총 2회가 된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둔 뒤,
다희의 버프 지속 시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번 더 다희의 헌터유를 마신다.
이 경우 버프는 새로이 부여되지 않는다.
기존의 버프 지속 시간이 복용량에 비례하여 추가될 뿐이다.
그렇다면,
조건 A의 달성 여부에는 과연 변화가 있을 것인가?
유민이 행하게 될 실험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것이었다.
버프의 지속시간 추가만으로도 조건 A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마지막 한 번의 달성 횟수를 확보하여 회원 등록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중복된 복용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상태창은 다희의 회원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잠잠할 것이다.
유민이 생각하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후자였다.
이 경우 다시금 서울의 밀크를 들이켜서 버프를 변경하고,
다희의 것을 복용하여 또 한 번 버프를 갱신한다.
버프의 지속 시간이 만료되기를 기다렸다가 다희의 것만 복용하면 서울의 헌터밀크를 1병 아낄 수 있겠지만,
유민이 염두에 두고 있는 모종의 가능성을 위해서 한 번 더 버프의 갱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버프의 이중 갱신으로 복용 횟수를 늘리기 위해,
서울의 것을 1병, 그리고 다희 것을 1병.
중복된 헌터유 복용으로 조건 달성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다희의 헌터밀크 1병.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이중 갱신을 위해서,
서울 우유, 아니. 밀크 1병, 늑대 밀크 1병.
“...”
실험에 필요한 헌터밀크의 양을 계산해 본 유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희의 헌터밀크 3병과, 서울의 헌터밀크 2병.
다희와 수유를 진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3등급 헌터밀크를 6병이나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헌터밀크를 누구보다 사랑하던 그로서는 꽤나 속이 쓰린 일이지만,
밀크 솔루션의 연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연구 결과로 도출된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버프가 교체된 시점에서 조건A가 달성될 것이고,
실험은 성공적으로 종료된다.
허나, 안심하기는 이르렀다.
유민이 염두하고 있던 가능성이란 녀석이 아직 남아 있었다.
만약 낮은 확률로 그 상태에서도 조건 A가 달성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유민의 골치가 꽤나 아파 오게 되는 것이다.
2회를 달성하기 위해 2번의 버프 갱신과 1번의 버프 시간 추가가 발생했는데,
이것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경우의 수가 2가지로 나뉘게 된다.
버프 갱신 또한 조건A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거나,
밀크마스터의 예상을 박살내고 헌터유의 중복된 복용만이 조건 달성에 영향을 주는 것.
후자라면 그냥 회원 후보의 밀크를 3병 연속 들이키면 되는 것이니,
조건 달성의 난이도가 훨씬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전자가 된다면...
실험은 미궁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으.”
그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유민은 진저리를 쳤다.
작게 신음성을 흘린 그는 가방 안 쪽 깊숙한 곳에 들어 있던 헌터밀크 보관용기를 하나 꺼내들어 손아귀 안에서 굴려 댔다.
괜한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한 유민 나름의 방법이었다.
“...”
약간 찌푸리고 있던 그의 얼굴에 이내 평온이 찾아들었다.
탐구자의 담대한 의지가 다시금 유민의 눈빛을 휘감았다.
그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자신에게 펼쳐지게 되어도 상관없다.
밀크마스터로서,
헌터밀크의 대가가 될 탐구자로서,
자신은 반드시 답을 찾아낼 것이다.
유민이 마음을 그리 굳건하게 다지고 있자,
어느새 그린 램들을 모두 먼지로 흩날리게 만든 두 헌터가 그를 불렀다.
“유민아, 끝났어!”
“지금 갈게!”
서울의 외침을 듣게 된 유민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저기에 양털하고, 저쪽엔 가죽도 좀 있더라.”
“알았어.”
그는 다희가 일러주는 곳으로 달려가,
푹신한 양털 뭉치 몇 개를 주워다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테니스공보다 조금 더 커다란 초록색 양털 뭉치.
아까 그린 램을 만났을 때 이것을 어디에 쓰는 것이냐고 유민이 묻자,
초록색 옷 만들 때 쓰지 않겠냐는, 별 영양가 없는 대답이 되돌아온 뒤였다.
부산물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지만,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큰 연관이 없고, 시세가 이미 안정되어 있는 이상,
그것의 정확한 사용처는 헌터들의 관심 밖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렇게 답해 주었던 저 늑대 누나가 별 생각이 없는 것이거나.
유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희를 힐끔 쳐다보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늑대의 황금빛 눈동자를 맞닥뜨리고 흠칫하여 시선을 피했다.
다희로서는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기에,
그녀의 북슬북슬한 꼬리가 느긋하게 살랑이다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야, 왜?”
“...아냐. 아무것도.”
“엉?”
마음속의 늑대는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선 관대하기 그지없었기에,
유민의 수상쩍은 행동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에 노랗게 빛나는 늑대의 눈으로 유민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다희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당사자는 별 생각이 없는데 유민 혼자 압박감을 느끼는 괴상한 대치 구도.
그것이 잠깐 동안 이어지고 있던 그 때,
제 3자가 그 묵직한, 어디까지나 유민에게만 무거운 분위기를 깨 버렸다.
“읏.”
방패를 바닥에 세워 놓고 겉면을 잠시 살피던 서울이,
짧게 신음성을 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큼지막한 봉우리 한 쌍을 내려다보았다.
가죽 갑옷과 셔츠에 감싸인 유방 속 젖샘이 한계에 달하여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다희에 이어서 서울에게도 찾아온 신호.
헌터밀크를 배출해 내야 할 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