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계약 성립과 파티 사냥 (5)
* * *
서울이 저만치 떨어져 있던 유민을 호출하여 토끼 뒷다리와 뿔의 회수를 시키는 동안,
다희는 작게 신음성을 흘리며, 가죽 집업에 감싸인 본인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몇 번의 전투가 지속되며 계속해서 헌터밀크를 생산해 내던 그녀의 유선.
그곳에 내용물이 꽉 들어차게 되자 욱신거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시하고 진행할 수도 없는 것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를 방치했다가는, 지금의 미약한 통증이 어느 새 척수를 헤집는 격통으로 바뀌어 당사자를 반쯤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전투 도중에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 헌터는 결코 무사하지 못하리라.
약간 불편한 기색으로 시선을 내리고 있는 다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서울이 대강이나마 사정을 눈치 채고 말을 걸었다.
“헌터유, 빼내야 돼요?”
“그래. 아까부터 불편하더니, 이제 안 되겠다야.”
다희의 대답에, 서울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쪽에서 큼지막한 토끼 뒷다리를 가방에 집어넣고 있던 유민을 불렀다.
“알았어요.
유민아, 부산물 다 챙겼어?”
“이거만 넣으면 돼.”
“지금 우리가 하던 말 들었지? 어떻게 할래?”
“음...”
헌터유에 관한 화제였기에,
유민은 부산물을 주워 담으면서도 다희와 서울의 문답을 모두 귓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다희의 젖샘에 한계가 찾아왔다는 사실 또한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유민은 마지막 부산물을 가방에 집어넣고 잠금 장치를 체결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다희에게로 다가갔다.
밀크마스터와 솔루션 회원 간에 맺게 된 계약.
그 조건에는 30퍼센트의 헌터밀크 지분과 함께, 던전 헌터밀크 자유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다.
던전 내에서 자유롭게 회원의 헌터밀크를 착유하거나,
30퍼센트 지분만큼 수유를 가능케 하는 것.
계약을 맺으면서, 유민은 그러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다희는 유민이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에게서 진하게 흘러나오는 헌터밀크의 향기.
유민은 그 난폭하리만치 고소한 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맑은 눈으로 다희를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헌터밀크에 열정적인 탐구자의 담대한 의지가, 그 눈빛에 담겨 있었다.
이내 그의 입이 열리며,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유이용권. 써도 되는 거지?”
“어, 뭐... 그렇지. 계약을 그렇게 했으니까.”
다희가 살짝 붉어진 뺨을 긁적이며 그렇게 대답하자,
유민은 그녀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럼 시작하자.”
“엉? 시작하자면서 왜 뒤로... 아.”
무심코 그리 말하던 다희는,
유민의 저의를 눈치 채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옷을 풀어헤쳐 젖가슴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 준 것이다.
눈앞의 여자가 옷을 벗기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반짝이는 유민의 눈빛.
다희는 이제 그것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희는 한 손을 자신의 목덜미 쪽으로 가져갔다.
그곳에는 끝까지 잠겨진 집업 지퍼의 손잡이가 위치해 있었다.
지퍼 손잡이를 잡고 밑으로 내리려던 다희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씩 웃으며 유민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뭐냐... 냄새 안 맡아도 돼?”
“...!”
다희의 물음에, 순간 유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련의 전투를 거치며 집업 속에 한가득 응축되고 있던, 고소한 헌터밀크의 내음.
그것은 확실히 유민으로서 하여금 군침이 절로 돌게 만한 요소였다.
“...”
서울은 유민에게 마켓에서의 일 집업 속의 냄새로 유혹당한 상황을 전해 들었었다.
그와 유사하게 지금도 다희의 말을 듣고 유민이 짧게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자신도 집업 같은 것을 구비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허나, 서울에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유민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희의 제안을 거부했다.
“아직 던전 공략 덜 끝났으니까, 괜찮아.
지금은 빨리 헌터유부터 짜내자.”
“오, 그래?”
자신의 욕심보다 던전의 공략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작업을 진행하려는 유민.
프로 의식이 느껴지는 전문가와도 같은 그 모습에 다희가 작게 감탄했다.
허나,
그런 다희의 감상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 했다.
“냄새는 공략 끝나고 한 번에 맡을게.”
“...”
지금은 괜찮다고 했을 뿐이지, 유민은 다희의 체취와 헌터밀크의 향이 뒤엉켜 농밀하게 숙성된 그 매력적인 것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다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헛웃음을 머금고,
손잡이가 거의 끝자락에 도달할 때까지 지퍼를 주욱 내렸다.
그리고는 가운데가 벌어진 집업의 윗자락을,
좌우로 휙 넘겨 팔 윗부분에 걸치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집업에 가려져 있던 가슴팍과 어깨가 고스란히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일상이 아닌 전투용 옷차림이었기에, 다희는 안쪽에 회색 크롭 탱크탑을 입고 있었다.
허나 민소매 탱크탑인 만큼 옷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았으므로,
목덜미 아래에서 좌우로 뻗어나가는 쇄골과 둥그런 어깨가 거의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또한 가슴 바로 아래까지만 밑자락이 가리고 있어,
매력적으로 발달된 11자형의 복근이 탱크탑과 집업 자락 사이의 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다희의 건강미 넘치는 자태가 그렇게 유민의 앞에 펼쳐졌으나,
유민의 관심은 옷자락에 감싸여진 그녀의 젖가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의 유두가 단단하게 발기하여 옷자락을 한껏 들어 올리며 그 존재감을 뽐내고,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헌터밀크에 의해, 유두 근처에서부터 진회색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적당한 조임새로 다희의 유육을 감싸고 있던 탱크탑은,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게 되자 가슴의 표면에 찰싹 달라붙어 그 완연한 곡선의 실루엣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
진중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빤히 들여다보는 유민.
그에 다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뭇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들에 무척이나 민감하던 늑대의 감각이,
그가 바로 앞에서 가슴을 응시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심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유민이 너무나 좋기도 하지만,
그를 꼬시려 드는 자신의 입장으로선 반대로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희는 두 손으로 회색 탱크탑의 밑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쇄골 아래까지 쭈욱 끌어올렸다.
표면에 달라붙은 옷자락이 끌려올라가자 덩달아 가슴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가,
이내 마찰력이 버틸 수 있는 한계선을 넘기고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왔다.
출렁. 하고 적당한 크기의 유육이 상하 운동으로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분홍빛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 유두 한 쌍에서 희멀건 액체 몇 방울이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 다희의 젖가슴.
서울보다는 크기가 작지만, 그녀의 유육 역시 탄력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큼직한 볼륨의 유방과, 첨단을 발갛게 물들이는 유륜. 그리고 그 가운데에 우뚝 곤두선 유두.
탐스럽게 발기한 유두 끄트머리에서, 희멀건 액체가 방울방울 흘러나와 유륜을 타고 아랫가슴의 완연한 곡선을 따라 주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희는 탱크탑 자락에서 두 손을 놓았다.
축축히 젖은데다가 봉우리의 위쪽에 안정적으로 걸쳐져 있었기에,
회색, 아니. 진회색에 가까워진 탱크탑은 쇄골 아래쪽까지 말려 올라간 채 그대로 고정되었다.
그것을 확인한 다희는, 뒷짐을 지고 상반신을 유민에게 내밀어 보였다.
남자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기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녀는 진득한 미소를 머금었다. 복슬복슬한 늑대 꼬리가 유혹하듯이 느리게 살랑거렸다.
이미 진득하게 교미를 하며 첫 경험도 바치고,
무릎 위에 앉아 물고 빨며 첫 키스도 했는데,
정작 가슴을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니.
뭔가 순서가 심히 이상해진 것 같았지만,
어차피 모두 유민에게만 해 주는 것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하며, 다희는 입을 열었다.
“...어떠냐?”
“좋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유민의 대답에,
그녀는 만족감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허나,
그 뒤를 잇는 불청객의 목소리에 의해, 다희의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뭐야, 저보고 크다고 뭐라 하시더니,
언니도 그렇게 작은 거 아니잖아요.”
유민의 옆에서 다희의 맨 가슴을 바라보던 서울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투덜거린 것이다.
잠시 유민에게 집중하느라 서울의 존재를 잊고 있던 다희가,
그녀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꼬리를 치켜세우며 상반신을 틀었다.
“뭐, 뭐야! 넌 왜 보는데!”
당황 섞인 다희의 외침에, 서울이 눈썹을 올리며 대답했다.
“어제는 저 보고 창피해하지 말라면서요?”
“아, 아니. 그건...!”
“같이 솔루션 받는 사이끼리 당당해지자고 했잖아요.”
“...”
서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받게 된 다희.
어제와 다르게 입장이 역전된 그녀는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임마... 보여주면 될 거 아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