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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계약 성립과 파티 사냥 (2) (57/116)



〈 57화 〉계약 성립과 파티 사냥 (2)

서울이 제시한 30퍼센트의 헌터밀크 수익은 분명 유민을 당황시킬 만한 것이었다.
돈을 받게 된다 해도 많아야 10퍼센트 내외로 생각했던 그였기에,
30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였고, 부담감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허나,
그와 함께 협상안으로 내밀어진 헌터밀크 자유이용권.

던전 내에서 착유 또는 수유를 자신의 마음대로 행하는 것이 가능한 그 권리는,
헌터밀크에 누구보다 진심인 유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민의 고민은 그닥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유민은 수익 30퍼센트를 결코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겠노라 마음먹었다.
그것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본인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이자,
회원들에 대한 책임감을 몇 번이고 되새기게  줄 매개체와도 같은 것이다.

또한 그 조건을 받아들여서 솔루션 회원들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헌터밀크 자유이용권을 획득할  있다면,
이 협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이익의 결과로 마무리지어지게 된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린 유민은,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진짜지? 30퍼센트 다 받는 거지?
아니지. 최소라고 했으니까 좀 더 올려줄 수 있는 거잖아?”


 말에 화색을 띤 서울이 얼굴을 들이밀며 은근슬쩍 퍼센테이지를 올려 보려 시도했지만,
유민은 얼굴을 굳힌 채 단호히 대답할 뿐이었다.

“여기서 더 올리면 아무것도 안 받고 그냥 솔루션 진행할 거야.”

“아, 안 돼! 알았어, 알았어! 그러지 마! 30퍼센트로 하자!”

무료 솔루션이라는 부담감 공격에 기겁한 서울이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다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혀를 쯧쯧 차면서 입을 열었다.

“뭐, 그럼 결정  거지? 수익 30퍼에 그 뭐냐... 자유이용권.”

“응. 누나들이 그걸로 좋으면 그렇게 할게.”

“그래. 난 찬성. 이제 좀 마음이 편하구만.”

“나도 좋아. 나중에 계약서... 아니, 어디에 들키면 안 되니까 일단 그건 보류!”


그렇게 밀크마스터와 솔루션 회원 간의 계약이 성사되고,
그들은 다시 서울의 솔루션으로 화제를 돌렸다.


“10시간이라고 했는데...
그럼 이거, 하루에 얼마나 할 수 있는 거야?”


서울의 물음에,
유민은 한 손을 쥐었다 펴길 몇 번이나 반복하며 답했다.

“일일 제한은 잘 모르겠는데,
아까 열심히 했는데 7분밖에 안 찍힌  보면... 아마 오래는 못 할 거 같아.”

“아까 옆에서 구경해 보니까,
 반응은 둘째 치고 유민이가 되게 힘들어 보이더만.”

“으응... 그래요?”

유민의 말과 다희의 감상평을 들은 서울은,
수건이 얹힌 자신의 봉우리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유선 마사지로 인해 낯선 자극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반쯤 정신을 놓게 되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결코 괴롭다거나 고통스러운 감각이 아니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사정이고,
솔루션에 진지하게 임하는 유민이 어려울 것이라 말할 정도면, 이 마사지는 고난이도의 미션임이 틀림없다.

서울은 유민이 본인의 솔루션 때문에 정신을 혹사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기에,
다시 고개를 들어 유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민이가 힘들면, 되도록 짧게 끊어서 하자.
그렇게  서두르거나 할 건 없으니까.”


허나, 유민은 서울의 말에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앞으로 30퍼센트라는 수익까지 받게 되어 솔루션에 대한 책임감이 증폭되었으므로,
그는 자신이 조금 힘들다고 해서 솔루션의 진행을 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냐. 이제 보수까지 받으면서 하는 건데, 빨리 진행해야지.
좀 더 하다 보면 익숙해질-”

“유민아.”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대충이나마 유민의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서울은,
곧바로 표정을 굳히며 유민의 말을 끊어냈다.


“우리가 너한테 왜 보수를 준다고 했지?”

“...부담감 때문에.”

“그래. 부담감도 있고,
유민이가 원래 받아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고,
또 유민이한테  잘해주고 싶어서야.

근데 네가 솔루션 때문에 막 혼자 고생하고 있으면, 누나들이 어떻게 생각할 거 같아?
돈도 주고 자유이용권도 줬으니까  정도는 해 줘야지.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우리가?”

“...”


그녀의 질문에 말문을 잃은 유민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서울은 그런 유민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풀고 살포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손을 슬쩍 뻗어 유민의 커다란 손아귀를 가져와,
손바닥을 맞대고 마주 잡아 주었다.


“느긋하게 해도 괜찮아, 유민아.
솔루션 받는 사람이 행복해야 된다며?
우리가 그러길 바라면, 너도 똑같이 행복했음 좋겠어.”

“...난 그냥, 누나들한테 솔루션 해 주는 게 좋은 건데.”

침묵하던 유민이 그렇게 변명하듯이 말을 꺼냈지만,
옆에서 같이 자신의 반대편 손을 잡아 준 다희의 손아귀에 슬쩍 힘이 들어가자 흠칫하고 입을 다물었다.

“야. 니 몸 망쳐가면서 그렇게 솔루션 하면 다냐?
우리가 옆에서 너 존나 힘들어하는 거 보게 되는 건 생각 안 해?”

“아, 아니... 그렇게 몸이 망가질 정도로 힘든 건.”

“지금 하는 꼬라지 보니까 그 때도 그럴 거 같아서 미리 말하는 거다, 임마.
솔루션 하루아침에 끝나는 거 아니니까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그렇게 투덜거리듯 말하면서도,
다희의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는 천천히 살랑이며 유민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호의와 걱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


등을 통해 느껴지는 꼬리의 부드러운 감촉.
양 손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온기.

유민은,
두 사람이 얼마나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헌터밀크 외길 인생을 걸어온 유민에게, 그 간질간질한 감정은 꽤나 낯선 것이었다.

좋은 품질의 헌터밀크를 위해, 자신은 솔루션의 회원인 누나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나들은 자신이 무리하지 않아야 그들 또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솔루션 회원들에 대한 책임감.
유민은 그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통감하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알았어. 무리 안 할게.”

“진짜지? 약속한 거다?”

“흠. 구라 치다 걸리면 어떻게 할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눈빛으로 서울을 바라보며 다희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우윳빛 단발을 한 번 쓸어 넘기며 단호히 대답했다.

“자유이용권 한 달 압수.”

“그거 좋네.”

“...?!”

다희는  말에 씩 웃어 보였지만,
유민은 너무나 커다란 페널티가 예고되어 당황한 나머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얼레. 얘 눈깔 봐라? 설마 진짜로 구라 칠 생각이었냐?”

“어어? 괘씸죄로 일주일 압수?”

“아, 아니야 누나!”

그렇게 약간의 소란이 지나가고,
필사적인 호소로 헌터밀크 자유이용권을 지켜낼  있었던 유민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서울에게 말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유선 마사지 방법을 알아낸 걸로 만족하자.
내일 파티로 던전 들어가니까, 그거 준비도 해야 된다면서.”

“그래, 잘 생각했어. 언니 지금  시예요? 밖에 점점 어두워지는 거 같은데.”

그 말에 유민이 창문을 바라보았다.
처음 다희의 방에 입성했을 때보다 광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오늘도 하루 만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모습이었다.

유민을 따라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던 다희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6시 반쯤 됐을걸... 맞네. 35분.”

“그럼 이 쯤에서 얘기 끝내고 이만... 아, 옷이.”

침대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말하던 서울은,
아직 유선 마사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후드티의 감촉을 느끼고 멈칫했다.

 모습을 본 다희가 엄지로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는 옷장으로 추정되는 가구가 있었다.


“하나 빌려 가라.
뭐, 그 찌찌 때문에 지퍼 뜯어지면 니가 물어내고.”

“아니, 지퍼는 가슴 땜에 망가진 적 없거든요!”

“그럼 단추는 뜯긴 적 있다는 소리냐?”

“...”

허를 찌르는 다희의 물음에, 서울은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했다.

셔츠의 단추를 몇 번이고 허공으로 발사시킨 전적이 있던,
자신의 커다란 봉우리를 두 팔로 슬쩍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희는 날카로운 늑대의 감각으로 진실을 확인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질투심에 황금빛 눈을 노랗게 빛내며 으르릉댔다.


“왜 말이 없지? 어? 열받네?
꼭지 딱밤 마렵게 할래?”

“하, 하지 마요 그거!
뜯겼어요! 단추 뜯긴 적 있다고요!”


위협적으로 손가락을 팍팍 튕겨 보이며 서서히 서울에게 접근하는 다희의 모습에,
서울이 질겁하여 상반신을 그녀에게서 돌리며 사실을 토해냈다.
허나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있던 다희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성질을 돋우게  뿐이었다.


“그게 왜 진짜지? 더 빡치네? 일로와이씨.”

“히악?! 유, 유민아!  언니 말려줘어!”

“...무리  할게.”

“그건 솔루션 얘기잖아아! 아! 하지 마요!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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