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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4) (53/116)



〈 53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4)

유민이 모르는 사이에 다희와 서울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게  후,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를 느리게 살랑이던 다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랑 파티 맺는 거지?”

“네. 뭐, 후배님이 저러니까...
일단 그렇게 해요. 이제 2인 파티 정도는 유지비가-”


유민을 힐끔 째려보며 그렇게 대답하던 서울은,
말을 하다 말고,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아.”

“엉? 갑자기 뭐야. 왜 그래?”

“냉장고...”

“냉장고?”


서울의 영문 모를  마디를 듣고 늑대 귀를 까딱이며 의문을 표하는 다희와 다르게,
유민은 곧바로 그 뜻을 눈치 챌  있었다.


“그... 선배님네 냉장고가 고장 나서 그래.”

“뭐? 냉장고가 고장 났으면 걍 하나 사면 될... 아.”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그렇게 말하던 다희는,
서울의 사정이 어떠한지를 기억해 내고, 살랑이던 꼬리의 움직임을 멈칫했다.
 모습에 서울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지금껏 자기 방패 수리비도 없는 살림 끌어 모아 지불하느라 허덕이고 있었는데,
냉장고를 구입할 만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그렇기에 3등급으로 승급한 다음에야,
서울은 여윳돈을 모아서 냉장고를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이다.

헌데 그러기도 전에 다희와 파티를 맺어서 탱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경우,
방패의 유지비가 늘어나서 냉장고의 구입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서울이 금요일에 승급 미션을 수행하며 짜낸 3등급의 헌터밀크는 현재 유민의 냉장고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지만, 언제까지고 그에게 의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거래를 할 때마다 유민의 집에 들러 헌터밀크를 꺼내가야 한다면 그 또한 민폐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의 파티 결성은 서울로서 꺼려지게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냉장고를 구입하고 나서  2인 파티를 맺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그런 서울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있던 다희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사 줄게, 냉장고.”

“...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서울이 그렇게 물었으나,
다희는  귀찮게 또 묻냐는 듯이 대답할 뿐이었다.


“내가 냉장고  주겠다고.”

“아, 아니... 그렇게까진  해도.”

“거 참, 나도 그냥 주는 거 아니야.
어쨌든 내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이니까 곤란한  아냐?
그러니까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야, 이건.”

“...”


멋쩍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으며 그렇게 말하는 다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서울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의외로 되게 착하네요, 강다희 헌터님.”

“아이씨, 너까지 그러기냐!”

“앗따가!”

아까 전에 누군가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던 다희가 성질을 부리며 꼬리를 휘둘렀다.
그녀와 가까운 곳에 놓여 있던 서울의 종아리가 그 움직임에 봉변을 당했다.

서울이 다희의 갑작스러운 꼬리 공격에 놀라 몸을 들썩이자,
커다란 유육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크게 출렁인다.
펑퍼짐한 후드티 자락은 결코 그 막대한 볼륨의 상하 운동을 감출  없었다.

그것을 목격한 유민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지며,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서울의 젖가슴에 시선을 집중했다.


“...”

그런 유민의 표정을 목격한 서울이 흠칫하더니,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슬쩍 한쪽 팔을 들어 젖가슴 아래쪽을 받쳐 주었다.

받침대가 생긴 서울의 거유는 금세 움직임을 멈추고 얌전해졌지만,
반대급부로 큼지막한 유육이 팔에 얹히며, 그 실루엣이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그 탐스러운 자태를 잠시 바라보던 다희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팍을 쳐다보았다.
다희 또한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유방을 지니고 있었으나, 서울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괜한 심술이 솟아오른 다희가 한 손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다.
그녀의 목표는, 서울의 커다란 젖가슴  쪽에서 후드티 자락을 슬쩍 들어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두였다.

은밀하게, 그리고 잽싸게 손을 뻗어 유방의 첨단으로 접근한 다희의 손가락.
그녀는 씩 웃으며, 후드 자락이 부풀어 오른  곳을 정확히 조준해서 약하게 딱밤을 날렸다.

-탁.

“아흑?!”


다소  빠지는 타격음이었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유두를 핀 포인트로 얻어맞은 서울이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교성을 내뱉고는, 젖가슴의 첨단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에 다희가 낄낄대자, 서울의 귀가 발갛게 물들었다.


“무,  하는 거예요!”

“니가 찌찌 내밀고 있길래 때려달라는 줄 알았지.”

“아니, 그게 무슨...”

“그러니까 작은 사람 앞에서 빅젖 자랑하지 말라고, 임마.”

“제가 언제 자랑을 했어요! 그냥 후배님이 쳐다보길래...”

“뭔 말이 많어,  꼭지에 딱밤 맞고 싶냐? 엉?”

“하, 하지 마요!”


다희가 으르릉거리며 딱밤 자세를 취한 손을 들어 올려 보이자,
서울이 황급히 두 팔로 자신의 커다란 젖가슴을 감싸며 다희에게서 물러섰다.

두 여헌터가 젖가슴으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유민으로서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었지만,
이제 솔루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밀크마스터로선 그렇지 않았다.

유민은 상황 진압을 위해 슬쩍 팔을 뻗어,
서울에게로 몸을 내밀고 있는 다희의 등허리로 손을 접근시켰다.
유민에게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기에, 늑대의 감각은  움직임을 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덕분에 유민은 다희에게 들키지 않고,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의 뿌리 부분을 움켜쥐며 자신 쪽으로 당겨올 수 있었다.

그러자,
능글맞은 웃음을 머금으며 서울에게 위협 아닌 위협을 하던 다희의 얼굴이,
한순간에 암캐의 그것으로 변했다.

“아후으?!”

“...?!”


목을 위로 쭉 내밀며 짐승의 것과 비슷한 교성을 내지르는 다희.
서울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다희의 그런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누나, 그만 하고 와서 앉아. 선배님도요.”

“핫, 캬흣, 야아...! 갑자기 꼬리르을...!”

“그러게 선배님 거기에 딱밤을 왜 놓고 그래. 빨리 와.”

“후읏, 알았으니까아...! 그, 그만 땡겨어! 아흐...!”

꼬리의 뿌리 쪽을 잡고 절묘한 손놀림으로 주물럭거리며 쭈욱쭈욱 당기는 유민의 손길에,
다희는 도통 맥을 못 추고 몸을 움찔거리며 무력하게 끌려왔다.

F급 짐꾼이 C급 헌터를 순식간에 제압해 자신의 앞으로 끌고 오는 진기한 광경.
서울은 그것을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

“...”


유민의 진압으로 다시 원래 자리에 돌아온 둘은,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상대의 앞에서 꽤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수치심이 뒤늦게 찾아온 것이다.

유민이 그 미묘한 분위기를 타파하며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마저 얘기를 해 볼까요, 선배님?”

“으, 응? 아... 그러니까, 냉장고 말하는 거지?”

“어? 어어. 그래. 그거는 내가 쟤한테 사 준다고 했지.”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흠칫한 다희와 서울이,
서로를 흘끔거리던 시선을 거두고 그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일단 내일부터 파티로 던전을 공략하는 거죠?”

“응, 그렇지. 파티 계약 맺고, 짐꾼 계약도 수정해야 돼.”

“그거는 뭐, 우리가 알아서  테니까 싸인만 똑바로 해 주라.”

“안 돼요, 강다희 헌터님! 후배님도 확인할 건  해야죠!”

계약을 중요히 여기는 서울이 다희에게 그렇게 따지자,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린 다희가 서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그 전에. 너도 호칭 좀 줄여라.
앞으로 계속 얼굴 볼 건데 언제까지 헌터님 헌터님 할래?”

“...그럼 뭐라고 해요?”

“그냥 언니라고 하든가,  이름을 부르든가.”

다희의 말을 듣고 보니,
유민은 아까 전에 생각했던 서울과 자신의 호칭에 대한 것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선배님.”

“그러면 앞으로 언니라고 부를, 어? 왜?”

“저희도 말 놓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랑...?”


그 말을 듣고 서울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유민이 자신에게는 선배님이라며 깍듯이 존칭을 사용하는데,
다희에게는 아주 편하게 누나 누나 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먼저 만났는데,
먼저 던전도 같이 돌고 솔루션도 진행하고 이것저것 다 했는데,
 저 늑대년한테만 친근하게 구는 것인가.

무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서울은,
곧바로 유민의 두 어깨를 부여잡고 뒤흔들며 성질을 냈다.


“네. 처음에는 조금 어색-”

“이씨, 그걸 왜 이제 말해! 너 빨리  놔! 놓으라고!
빨리 나한테도 누나라고 해!”

“으, 어, 선브, 잠.”

“야, 야! 애 잡겠다!”

심상치 않은 무브먼트로 유민의 머리가 덜컥이자,
그것을 보고 기겁한 다희가 황급히 서울을 뜯어말렸다.

다희에게 두 팔을 붙잡혀 제압당한 채 서울이 씩씩거리고 있는 사이,
침대 위에 잠시 널브러져 있던 유민이 마구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리하며 몸을 일으켰다.

“죄송-”

“뭐?”

한기가 서려 있는 서울의 눈빛에 찔끔한 유민이 곧장 말을 낮추었다.

“아, 아니. 미안해.  놓을게, 누나.”

“응. 좋아, 유민아.”

그제서야 만족스런 기색을 보인 서울이 다희에게 잡혀 있던 두 팔에서 힘을 풀었다.
그것을 느끼고 서울을 놔 준 다희가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며 작게 투덜거렸다.

“어후, 씨. 겁나 큰 방패 드는 년이라 힘도 드럽게 쎄요, 아주.”

“뭐라고요?”

“암 말 안했는데?”

서울의 날카로운 시선이 다희에게로 향하자,
유민의 반말을 선점한 이력이 있던 다희는 슬쩍 눈을 돌려 회피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파티원 간의 호칭 정리까지 마치고,
계약 관련 사항까지 마저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유민은 겨우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 계약은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이제 중요한 게 남았어.”

“중요한 거...? 아, 솔루션.”


유민의 말에 서울이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미뤄져 있던 서울의 3급 솔루션.
이제는 그것을 진행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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