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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3) (52/116)



〈 52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3)

C급과 D급 헌터의 합작으로 순식간에 상의가 벗겨진 유민은,
얼굴에 진지함을 가득 담은 서울과 다희가 목과 어깨, 허리 등을 여기저기 만져 보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들의 손길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뭐,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아마도요. 후배님 혹시라도 지금 뻐근한 데 있어?”

“그 질문 아까도 들은 거 같은데요... 진짜 괜찮아요.”


유민은 서울이 건네주는 트레이닝복 윗도리를 받아서 다시 상반신에 걸치며,
그녀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유민의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해 다희와 서울 둘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 김에,
셋은  자리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여성 특유의 W 자세로 다리를 접은 채 앉아 있는 서울.
그녀는 이전에 입었던 것과 비슷한 후드티 밑자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으응... 그래. 뭐어, 일단 몸은 괜찮다니 다행이긴 한데.
후배님이 얘기했던  다 진짜에요, 강다희 헌터님?”


세탁기에 들어간 옷 대신 헐렁한 티셔츠와 돌핀팬츠를 입고,
양 발을 가운데로 붙여 앉은 채, 고간 아래쪽으로  손을 짚고 있는 다희.

개과 동물이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녀는,
서울의 질문에 늑대 귀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엉?  유민이가 너한테 뭔 얘기를 했는지 모르는데. 샤워하느라.”

“샤워...”


유민을 놔두고 태연하게 샤워를 했다는 점에서,
서울은 다희와 유민의 관계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대강이나마 짐작할  있었다.

서울이 표정을 약간 흐리고 있는 사이,
다희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유민에게 질문을 툭 던졌다.

“쟤한테 어디까지 얘기했냐?”

“응? 전부  얘기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여기서 교미한 것도?”

“맞아.”


유민의 말을 듣고 살짝 조심스러워진 다희의 물음에 그가 순순히 긍정의 뜻을 표하자,
다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오우씨... 내가 말하긴 좀 그런데 너도 상당히 노빠꾸다, 야.”

“...그런가?”


별 자각이 없는 듯한 유민의 말에,
다희는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를 휘둘러 유민의 등을 찰싹 후려쳤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간에, 뭐... 이렇게  이상 숨길 수도 없으니까. 다 사실 맞아, 그거.
어쩌다보니까 첫 만남에 뿅 가서, 최대한 같이 붙어있을라고.”

“...그래서, 저랑 파티를 맺으려는 거예요?”

“그래. 웬만하면 내일부터 바로.
헌터유 등급도 올라서 파티 가능하다면서?”

“그렇기는 한데...”


서울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인생에서 크나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
서울은 그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밀크마스터, 김유민.

서울은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다짐하고,
 말대로 거의 모든 첫 경험과 수치심을 희생해 가며 솔루션을 받아, 헌터밀크 등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잃은 것이 꽤나 있기는 했으나,
계속해서 가난의 굴레에 허덕이다 스러지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으니,
유민은 서울에게 분명히 은인과 같은 존재였고, 호감 또한 가지고 있었다.

헌데 그런 유민의 곁에 갑작스레 나타난 늑대  마리.
그 늑대는 유민에게 크나큰 매력을 느끼고 그를 유혹하여, 마킹을 하듯이 몸까지 섞으며 자신의 각오를 보여 주었다.

유민의 어디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긴 했다.

서울은 그 착한 심성으로 인해 특별히 다희에게 악감정 같은 것은 없었다.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약간 그녀를 마주하기 무섭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허나, 서울은 그녀에 대한 사연을 가끔씩 소문으로 들어왔었다.

수인에 대한 편견과 독특한 냄새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다 못해 파티를 관두고 솔로잉 헌터가 된, 고독한 늑대.
그것이 바로 다희였다.

그런데 헌터밀크에만 관심이 있는 우리 후배님은,
편견이고 뭐고 다 무시한 채 그녀를 마주하며, 몇 번이고 냄새 칭찬까지 했다고 한다.

외로웠던 늑대 입장에서는,
그렇게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봐주고 본인의 일부를 좋아한다며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남자가 처음이었을 것이며, 또 무척이나 반가웠을 것이다.

물론 무턱대고 유민을 집으로 끌고 와서 그렇게 덮쳐 버리는 것은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희의 심정을 이해는 할  있었다.

서울이 그랬듯이,
마치 자신에게 찾아온 운명처럼 느껴졌을 테니까.

허나,
그렇다고 이대로 유민이 다희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희가 유민을 필요로 하듯이, 서울 또한 유민이 필요했다.

이미 유민에게 모든 것을 바치리라 다짐한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다짐이 착실히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이제 와서 철회하기에는 한참 늦어 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서울에게 있어서 유민은 반쯤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다희처럼 진심어린 애정을 마구 표출할 자신은 없었지만,
유민을 지키고자 하는 각오만큼은 충만했다.

지금은 이미 다희에게 솔루션까지 공개된 상태이니,
그녀를 아예 배제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물론 만약 솔루션을 모르는 상황이어도, 다희를 자신이 완전히 물리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


 때,
복잡하게 흘러가던 서울의 사고를 강제로 끊어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에 서울은 약간 숙이고 있었던 고개를 들고,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

그 다음 순간,
서울은 어깨를 움찔하며 헛숨을 삼켰다.

단 한 마디로 서울의 고뇌를 중단시킨 다희가,
황금빛 늑대 눈을 형형하게 번뜩이며, 시선만으로 꿰뚫어 버릴 것처럼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 굴리는  다 보인다.”

“...네?”

“지금 나 어떻게 떼어놓을까 고민하고 있잖아.”

“아, 아니... 그게...”

늑대의 무섭도록 날카로운 눈빛을 정면으로 목도한 서울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차마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하고 어물댈 뿐이었다.

그런 서울을 구원해 준 것은,
의외로 그녀를 패닉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으음. 아니 뭐, 그렇겠지.”

사나운 눈초리를 거두고, 다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옆머리를 긁적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태도 변화에 서울의 눈이 동그래지거나 말거나, 다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둘이서 으쌰으쌰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얘를 채 가겠다고 하면 싫을 수밖에 없긴 해. 이해한다.
방금 내가 너 째려보니까 유민이 표정도 되게 안 좋아졌고.”

“...”

“유민이한테 얘기를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나도 엄청 필사적이다?
내 첫 경험까지 줘 가면서 마킹도 하고, 최대한 유민이한테 민폐 안 끼칠라고 노력 중이야.”

“네...”


얼떨떨한 서울의 대답에,
다희는 씩 웃으며 유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유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

“어?”

“난 너를 갖고 싶고, 쟤는 널 뺏기기 싫어하는데?”

“...”

그 말에, 유민은 서울을 바라보았다.
살짝 얼굴에 붉은 기가 돌면서도, 그녀의 라임빛 눈동자는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그것은 다희의 말을 긍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가.

돌이켜 보면,
서울 또한 솔루션에 필사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본인의 수치심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자신의 지시를 따르려 했다.
서울은 진심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희가 나타나 자신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니,
그녀로선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다희와 서울에게 해야 하는 말은 무엇인가.

유민은 천천히 입을 열어,
진중한 목소리를 꺼내들었다.


“두 사람 다,
내가 끝까지 책임질게.”


 번 솔루션의 회원으로 받아들인 이상,
유민 또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밀크마스터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그녀들을 헌터밀크계의 꼭대기에 올려놓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헌터밀크에 대한 잠재력이 충만한 인재들인데,
 중간에 누군가를 내친다는 것은, 유민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비장함을 담아,
유민은 다희와 서울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

“...”


다만,
그  말을 듣게 된 다희와 서울의 표정은 미묘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는 거의 같은 타이밍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이런 새끼한테 홀려가지고...”

“설마설마 했는데... 아니 뭐, 후배님이니까.”

“어?”


무언가 해탈한 듯한 그녀들의 반응에 유민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다희는 서울에게 손을 뻗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뭐 어찌됐든 간에, 우리  다 끝까지 책임져 주겠대잖냐. 일단 걱정은 덜었지?”

“그것보다 다른 걱정이 생길 거 같은데요, 지금...”

“그건 나도 똑같으니까 피차 힘내보자고.
앞으로 다른 회원들 들어와도 이럴  같으니까.”

“네에.”

“...?”

어리둥절 하는 유민을 사이에 두고,
다희와 서울은 서로를 다독이며 전우애를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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