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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2) (51/116)



〈 51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2)

유민의 허락 아닌 허락을 받고,
다희는 집업과 반바지형 레깅스를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알몸이 된 다희의 모습에 순간 유민의 눈이 빠르게 상반신을 훑었으나,
다희는 유민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육체를 활용하는 직업답게 적당히 발달된 등근육이 드러나 건강미를 뽐냈다.

그녀의 압도적인 하반신을 포함한 뒤태는 분명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풍경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유민은 그 남자들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저 무심히 고개를 내려 스마트폰을 바라볼 뿐이었다.

고개를 힐끔 돌려 그런 유민의 모습을 확인한 다희는,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으로 화장실을 향해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나  씻고 올 테니까,
그동안 걔한테 연락 넣어보고 있어봐.”

“알았어, 누나.”


이후 그녀가 샤워를 하러 간 사이,
유민은 휴대폰의 전화번호부에서 서울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곧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유민이?”

“네, 선배님. 유민입니다.
주말에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유민의 사과에,
서울은 괜찮다는 듯이 밝게 대답해 주었다.

“어? 아냐! 괜찮아. 집에서 쉬고 있었어.”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헌터유 등급심사 신청은  하셨어요?”

“으응. 아마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결과 나오지 않을까?”

“그럼 그 때부터 3등급으로 팔 수 있는 거죠?”

유민이 그렇게 묻자, 서울이 한층 활기찬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응, 인증받자마자 바로 마켓에 올려야지.
그럼 이제 좀 여유가 생기는 거야! 돈 모아서 냉장고도 바꾸고!”

“아, 그러네요. 냉장고 고장 났었지.”


최소 15년을 돌아갔다는 고물 냉장고를 떠올리며, 유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할 정도의 가동 시간이다.


“그래. 이번에는  10년만 쓴 걸로 사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  덜 돌아간 중고로 사시라고요...”

“에이, 얼마  쓴 거  거면 새거 사는 게 낫지!”

“아, 예. 그럼 이 참에 새 걸로?”

그녀의 귀중한 헌터밀크가 그런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에서 보관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유민은 무척이나 마음이 쓰렸다.

그렇기에 넌지시  냉장고에 대한 제안을 해 보았지만,
서울은 곧바로 정색하여 칼같이 그것을 끊어냈다.
유민이 거의 들어보지 못 한 차가운 목소리였다.


“안 돼.”

“앗...”

그에 잠시 유민의 말문이 막히자,
서울은 다시 원래의 말투로 돌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런  살 바에, 어?
차라리 파티에 들어가서 탱커 하고, 방패 수리비로 보태 쓰는 게 낫겠다!”

“...!”

파티.
서울의 말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잡아낸 유민은,
자신이 서울에게 전화를  목적을 떠올렸다.


“선배님.”

“아니면 국밥을... 응?”

“저도, 그거 관련해서 말씀드리려고 선배님한테 연락했습니다.”

“엥...? 뭐 어떤 거? 냉장고?”

“아뇨... 파티요.”


유민의 대답을 들은 서울의 목소리에 의문이 섞여들었다.

“갑자기  파티? 지인 중에 아는 헌터 있어?”

“그건 아닌데, 오늘 생겼어요.”

“...으으응?”


유민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서울의 말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아무렴 헌터 지인이 하루아침에 생겨났다는 말을 어찌 쉽게 믿을  있겠는가.

그렇기에, 서울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은 몹시 타당하기 그지없었다.


“후배님, 사기 당했어?”

“...그, 이해는 가는데요, 사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하루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괜찮아?”

“사기 아니라니까요...
혹시, 강다희 누... 헌터라고 아세요?”

“강다희?”


유민의 질문에 잠시 흐음, 하고 콧소리를 내던 서울은,
이내 알았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강다희... 아!  솔로잉 늑대 수인 말하는 거지?”

“네. 같이 둘이서 던전 몇 번 돌았다고...”

“응, 맞아. 좀 무섭긴 했었는데.
근데  사람은 왜... 어.”

순간 말이 없어진 그녀는, 이내 설마 하는 기색을 담아 유민에게 물었다.

“...오늘 생겼다는 지인이, 설마  강다희 헌터야?”

“그 지인이라고 해야 할 지, 뭔가 좀  깊은 그런...”

“아니, 진짜 뭔 일이 있었던 건데?! 후배님 지금 어디야?”

“어... 강다희 헌터 집이요.”

“니가 거기에 왜 있어! 설마 그 늑대 년한테 납치당한 거야?!”

“선배님, 일단 진정하세요.”

점차 과열되는 양상에, 유민은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듣는 사람이 절로 차분해질 만한, 유민의 진중한 목소리.

그에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더니,
이내 한층 진정이  서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다.


“...그래. 후배님이 아무 생각 없이 당한 건 아니겠지.
일단 제대로 설명을 좀  줘...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알겠습니다.”

유민이 헌터 마켓에서 다희를 만나고,
그녀의 눈앞에서 헌터 명함에 코를 박아 냄새를 음미한 일.

다희의 도움을 받아 상하의와 신발을 짐꾼 스타일로 맞추고,
헌터밀크 코너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냄새로 유혹당한 일.

다희의 집에서 고백 아닌 고백을 받고,
자신의 각오를 드러냄과 동시에 마킹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농밀하게 살을 섞은 일.

그리고,
그녀가 파티원으로서의 합류를 희망한 일과, 솔루션 회원 영입 제안까지.

유민은 오늘 하루 동안 벌어졌던 일을 빠짐없이 서울에게 전달해 주었다.
어차피 솔루션 회원으로 등록하고 파티원으로 합류할 것이라면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흐음. 으응. 하고 추임새를 넣어가며 유민의 말을 듣던 서울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조용해졌다.

“...그렇게 다희 누나가 선배님한테 연락을 하라고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


유민이 말을 끝마치고도, 서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선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단 한 마디를 던질 뿐이었다.


“어디야?”

“네?”

“어디냐고, 거기.”

“아, 위치 찍어드릴게요.”


유민이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공유해 주자,
서울은 ‘일단 거기서 얘기하자.’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


무언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서울의 한숨을 듣고 나니,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살짝 들게 된 유민이었다.

유민은 통화가 종료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침대 위에 앉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유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솔루션과, 파티의 포지션.
그리고 서울의 입장을 생각해 보며, 유민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기를 한참,
다희가 수건을 목에 걸친 채 육감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며 방으로 들어섰다.
무언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유민의 모습에, 그녀가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를 툭 던졌다.

“뭐야, 왜 그리 표정이 죽상이냐?”

“어, 응? 아니야, 아무것도.”

“왜, 일이 잘 안 풀렸어?”


유민을 따라 덩달아 표정이 심각해진 다희가 그렇게 물었으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모르겠어. 일단 이 쪽으로 온대.”

“흠. 그래? 그럼 된 거지 뭐.
너도 씻을 거면 씻고, 옷 입어라.”

“알았어.”

일단 서울의 말대로, 그녀가  곳에 도착하면 마저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은 유민은 서둘러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침대 가에 나란히 앉아,
유민이 자신의 허벅지를 간질이는 다희의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

딩동. 하고 초인종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침대에서 훌쩍 뛰어내린 다희가 현관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유서울이에요.”

“아, 그래.”


약간 경직된 듯한 서울의 목소리를 늑대 귀로 포착한 다희는,
씩 웃으며 현관의 잠금 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오랜만이네? 들어와.”

“...안녕하세요.”

문 너머로, 우윳빛 단발과 라임빛 눈동자를 지닌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에 조금 긴장감이 서린 그녀는, 작게 목례를 하고서 다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에 깊게 배어 있는 다희 특유의 고소한 헌터밀크 냄새.
그것에 서울은 마치 늑대 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허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그녀는 자신이 여기까지 찾아오게 만든 범인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후배님.”

“선배님, 오셨어요?”

“으응...”

그리고, 서울은 마침내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유민을 마주하게 되었다.

통화로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빠르게 유민의 전신을 훑어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유민은 무척이나 멀쩡해 보였다.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멀쩡하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 내가 좀 꽉 껴안긴 했는데 그래도...
어, 야. 진짜 멀쩡한  맞냐?”

별 문제 없을 거라는 듯이 말하던 다희는,
자신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고 안색이 변하여 덩달아 그렇게 질문을 해 왔다.

그에 서울의 얼굴이 바짝 굳어지자,
유민은 황급히 손을 내저어 보였다.

“누나까지 왜 그래. 나 진짜 멀쩡하다니까?  괜찮아요, 선배님.”

“일단 옷 벗어봐. 제대로 확인할 거야.”

“그래. 벗겨 보자.”

“아니,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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