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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1) (50/116)



〈 50화 〉파티 결성과 3급 솔루션 (1)

유민을 가만히 쳐다보던 다희는,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눈빛과 표정을 보니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헌터밀크의 등급을 상승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니까, 니가 그 사람 헌터유 등급을 올려 줬다고? 직업 스킬 같은 걸로?”

“맞아. 밀크 솔루션이라고, 스킬 중에 밀크 품질을 올려  수 있는  있어.”

“허...”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유민이 그렇게 대답하자,
다희는 이내 표정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유민의 말을 믿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민이 실제로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도 헌터밀크 등급을 올리기 위해 허덕이는 헌터들이 수두룩하다.
그 와중에 이것이 알려질 경우의 파급력을 떠올려 본 다희는,
늑대의 감이고 자시고, 잠깐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거, 좀 많이 위험한 거 아니냐?”

“나도 알아. 그래서 서울 선배님이랑 다희 누나한테만 얘기한 거고.”

“...선배님?”

“어? 응. 난 그렇게 불러.”

 와중에, 다희는 서울에 대한 유민의 호칭을 캐치했다.
선배님. 선배님이라.
그렇게 친근감이 느껴지진 않는 표현이다.

자신은 유민에게 일방적으로 마킹을 하고 들이대는 입장이니,
유민의 여성 편력에 대해 뭐라 참견할 수는 없다.

게다가,
늑대 수인인 그녀 기준에선 우수한 수컷에게는 암컷이 꼬이는 것이 당연하므로,
딱히 그에 대해서 따질 만한 마음 또한 들지 않았다.

허나 어찌되었든 간에,
다희는 유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보다 친밀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희에게 묘한 우월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흐흥, 그래? 나는 누나고  사람은 선배님인 거냐?”

“...?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기분 좋은 코웃음을 흘리며, 다희는 그렇게 자신의 우세를 확인하듯이 말했다.
허나, 다희에게는 불행하게도 그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유민이 다희의 말을 듣고,
칭호에 대한 모순을 감지한 것이다.

분명 처음 서울을 만났을 때는,
그 육중한 무게의 방패를 살벌하게 휘둘러 대는 무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기에 말을 놓으라는 요청을 유민이 거절했고, 그 결과가 선배님이었다.

헌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있는가?
자신의 회원이 되어 솔루션을 받고,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진하게 살을 섞는 사이인데,
계속해서 딱딱한 호칭을 사용할 필요성이 존재하는가?

물론 솔루션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은 사무적으로 행해지는 것이지만,
유민이 최근에 깨달았듯이, 회원에 대한 케어도 중요히 여겨야 한다.

서울이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고, 말을 놓기를 바란다면,
 정도의 요청은 들어주어도 괜찮은 것이 아닌가?

이미 한 번 호칭 정리를 끝내기는 했지만,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줘서 고마워, 누나.”

“...어? 뭐를?”

“다희 누나한테는 누나라고 부르고 반말도 하는데,
선배님한테는 지금까지 너무 딱딱하게 말한 거 같아서.”


유민의 말에,
다희는 자신이 자충수를 두었음을 깨달았다.
기분 좋게 살랑거리던 꼬리를 우뚝 멈춘 그녀가 입을 뻐끔거렸다.


“앗... 아니 그...”

“왜?”


멍청한 년. 괜한 말을 해서 스스로 우세를 없애버리면 어쩌자는 건가.
아니야. 어쨌든 유민에게 자신이 도움을 준 것이니까, 후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아냐, 아무 것도.
고마우면 등이나 계속 만져 주라. 후우...”

“...? 알았어.”

다희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스스로를 탓하다가, 애써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렇게 수습을 마쳤다.

그리고는 다시 유민의 상반신에 몸을 기대고 어깨에 머리를 얹은 채,
그녀의 요청대로 등을 살살 쓰다듬어 주는 유민의 손길을 느끼며 본래의 화제로 돌아갔다.

“아무튼 간에, 나한테 그걸 알려준다는 건...
나도 헌터유 등급 올려주려 그러는 거냐?”

“맞아. 던전 다니는 파티원한테 숨기기 힘든 그런 거라서.
아예 파티원들을 다 솔루션 회원으로 만들려고.”

유민의 설명에 흐음. 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던 다희는,
늑대 꼬리의 움직임을 순간 멈추더니, 살짝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혹시  때문에 위험 감수하는 거 아니냐?
내가 파티 들어간다 그래서, 억지로 그렇게 부담을...”

솔루션에 대한 정보가 통제되고 있었던 솔로잉 헌터 그룹에 자신이 끼어들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부담을 안고서라도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다희는 점차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행동이, 결국 유민에게 악영향을 준 것인가?


“어? 아냐, 누나.
파티 얘기 안 했어도 아마 내가 먼저 말했을 걸?”

하지만 그런 다희의 걱정은,
유민에 의해 금방 파훼되었다.


“뭐?”

“난 누나 냄새 처음 맡을 때부터, 이 사람 솔루션 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농담 기를  뺀, 유민의 진심이 담긴 말에,
다희는 순간 유민이 자신의 앞에서 엄숙한 분위기를 두르고 명함의 냄새를 맡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가. 유민은 자신의 냄새에 이끌려, 처음부터 영입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었나.
하기야, 냄새로 유혹당해서 본인의 집까지 따라온 것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설마 자신의 냄새에게 감사할 날이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다희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피식 웃을 수 있었다.


“하핫, 그래... 다행이구만.
그럼 그 솔루션이란 건, 뭐 어떻게 하는 거냐?”

“일단 회원으로 등록해야 되는데, 거기에도 조건이 있어.”

“조건?”

“그, 등록할 사람 꺼의 헌터밀크를 세 번 마셔야 돼.”


헌터밀크  번 복용이라.
그냥  모금에 걸쳐서 마시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다희는 잠시 생각했지만,
곧 속으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래도 무려 헌터밀크의 등급을 상승시켜 주는 스킬인데,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대충 후딱 끝낼 수 있는 조건 같지는 않았다.

“흠...  세 번을, 그냥 마시는  아니겠구만?”

“응. 선배님 등록할 때는 어떻게든 잘 됐는데,
연구를 해 보니까 약간 생각해야 될 게 있었어.”

“연구까지야... 아니 뭐, 그럴 만 한가. 그래서?”

“아까 전에 내가 헌터밀크 마시면 버프 얻는다고 했었는데,
그거랑 연관이 있는  같아.”

유민은 언제나 헌터밀크에 진심이었기에,
솔루션의 조건에 관해서도 나름 여러 방면으로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리고 유민이 냉장고에 들어있던 서울의 4등급 밀크를 홀짝여 보며 알아낸 정보는 이러했다.

밀크 감별사 스킬로 인한 버프.
다시 말해 헌터밀크의 복용에 의한 버프가 걸려 있는 동안에는,
동일한 밀크를 마시게 될 경우, 버프가 새로이 생성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버프의 지속 시간이 복용량에 비례하여 추가될 뿐이었다.

결국 약간의 간격을 두고 헌터밀크를 나눠 마시는 것과,
한꺼번에 많은 양의 헌터밀크를 마시는 것은 동일한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것을 파악한 유민은,
서울의 등록 조건을 충족시키던 상황을 돌이켜 보며 분석했다.

던전에서 서울에게 헌터밀크를 구매해,
눈앞에서 맛깔나게 들이켜고 그녀에게 혼났다.
1회.

그 이후로   더 헌터밀크를 구매하여,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마셨다.
2회.

던전 공략이 끝나고 집으로 귀가한 뒤,
냉장고에 있던 그녀의 헌터밀크를 꺼내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것으로 3회.

이를 복기하며, 유민은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 세 번의 복용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버프가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다른 종류의 헌터밀크 버프가 활성화되어,
밀크를 복용하여 새로운 버프를 부여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유민은 어제의 자신이 알아낸 그것을, 다희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늑대 귀를 쫑긋거리며 그것을 경청하고 있던 다희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니까, 버프 시간 끝나서 없어질 때마다 한 번씩 먹어야 된다고?”

“내 생각으로는 그래. 자세한 건 더 알아봐야 되긴 한데.”

“그럼 아주 조금만 마시면 시간도 그만큼 짧으니까,
그렇게 깔짝 깔짝 해서  병으로 끝낼  있는  아냐?”


다희의 물음에,
계속해서 그녀의 등을 쓸어 주던 유민이 부정의 뜻을 표했다.


“그것도 테스트해봤는데, 최소  병은 마셔야 버프가 걸리더라.
나중에 헌터 등급 오르면 한 모금으로도 되지 않을까?”

“거 참, 스킬  번 겁나 까다롭네.”

“나름 연구하는 맛이 있어서 재밌어.”

“...너야 그렇겠지. 난 그냥 하울링 지르고 때려부시는  낫다.”

그렇게 투덜거린 다희는, 이내 유민의 품에서 벗어나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은  그에게 안겨 있고 싶었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유민.   사람 번호 알지?”

“전화번호? 그렇지.”

“우리 집으로 부르자.”

“어? 지금?”

유민의 물음에,
다희의 늑대 귀가  번 까딱인다.

“왜? 내일부터 파티 맺는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그럼 정비 날에 미리미리 인사하고 준비를 해 놔야지.
당일에 그렇게 하면 시간 없어서 던전  간다야.”

“아... 그렇네. 알았어.”

“자, 폰 받아라.”

유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희는 그가 방바닥의 한 쪽 구석에 내려놓았던 스마트폰을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는 땀에 젖은 자신의 집업 자락을 들춰 보더니, 미간을 슬쩍 좁혔다.

“빨아야겠구만, 이거.”

“어?”

“엉?”

유민이 자신의 혼잣말에 격하게 반응하자,
그에 의문을 가진 다희가 유민 쪽을 바라보았다.


“옷을...?”

“...”

그리고,
다희는 유민의 아련한 감정이 담긴 얼굴을 보게 되었다.
무언가 귀중한 것을 상실함에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희의 체취와 헌터밀크의 고소한 냄새가 가득 배인 집업이,
세탁기에 마구 유린당해 향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을 무척이나 아까워하는 눈치였다.

그런 유민의 시선에,
다희는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땀 때문에 찝찝해, 임마.”

“...”

“아니... 야, 이건 좀 봐주라. 세탁을  할 수는 없잖아...?”

“...”

여전히 다희에게 푹푹 꽂히는 유민의 애처로운 시선.

다희는 분명 유민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음에도,
늑대의 날카로운 감각에 의해 그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북슬북슬한 꼬리를 움찔대던 그녀는, 견디다 못해 결국 대안 책을 내놓았다.


“...에이씨, 어차피 내일 던전 가면 옷이 헌터유에 쩔어 있을  아냐!”

“아, 그렇네. 미안해 누나.”


그런 다희의 외침에,
유민은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휴대폰으로 서울의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다희는 고개를 돌려, 그런 유민의 모습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유서울.
너는 이런 놈이랑 던전에서 부대끼고 다녔던 거냐.

그녀는 뭔가 벌써부터 서울의 고충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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