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굶주린 늑대와 파트너 (6)
“누나, 괜찮아?”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
물에 잠긴 듯이 흐릿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희의 의식을 조금씩 흔들어대었다.
점차 자신을 부르는 그 음성이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다희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어, 으... 유민이냐?”
“응. 맞아.”
목이 잠겨 한층 허스키해진 목소리가 다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물음에 목소리가 긍정을 표하자, 다희는 눈꺼풀을 올렸다.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자신의 침대 시트였다.
그와 함께 몸의 앞쪽으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
다희는 자신이 침대 위에 엎어진 채 축 늘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쯤 풀어헤쳐진 집업이 자신의 밑에 깔려 있어, 상반신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끙.”
그녀는 황금빛 늑대의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끄응. 하고 몸을 느릿하게 반 바퀴 돌려 옆으로 누우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유민의 다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허벅지 사이에서 우뚝 솟아오른 채 몸을 꺼떡이고 있던 수컷의 기둥. 그것으로 다희의 시선이 자연스레 끌려갔다.
다희의 애액이 가득 묻어 번들번들해진 채,
귀두 끝의 요도구에 백탁액이 맺혀 그 아래로 하얀 선을 그리며 스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탐스러운 자태를 멍하니 바라보던 다희는, 이내 흠칫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어째서 침대에 뻗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민의 자지가 몇 번이고 자신의 안에 쑤셔 박혀도, 사라지지 않던 갈증.
그것이 정액 때문임을 알아내고 보지를 조이며 사정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진하고 뜨거운 정액을 대량으로 자궁에 받아들이다가,
유민에게 외쳤다.
땡겨.
유민은 자신의 말대로 꼬리를 당기기는 했으나,
설마 그 와중에 자궁구를 뚫어버릴 듯한 공격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자궁과 자궁구, 꼬리에서 삼중주로 짓쳐들어오는 쾌락.
자신은 결국 그것을 버티지 못 하고, 그대로...
“...”
첫 교미에서 기절을 하다니.
자신이 이런 쪽으로 약한 것인가, 아니면 유민이 너무 우수한 수컷이라 그런 것인가.
다희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축 늘어져 있던 늑대 꼬리를 위로 치켜들고 침대 위를 팡팡 두들겨 보았다.
유민에게 그토록 거센 힘으로 잡아당겨졌음에도,
꼬리 또한 엄연히 헌터의 신체 일부인지라 아무런 이상 없이 멀쩡했다.
그녀는 이내 상반신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상체를 세웠음에도, 다희는 자신의 질구에서 별다른 이물감을 느끼지 못 했다.
유민의 자지 끝에서 쏘아져 나온 정액의 대부분이 자궁구를 뚫고 그 안에 소중히 보관되었기 때문이다.
배란유도인지 뭔지 하는 약 먹고 교미하면 임신 확정이겠구만.
그런 감상과 함께, 다희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유민의 다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양반다리 해. 위에 앉게.”
“아, 응.”
유민이 다리를 접어 교차해서 앉는 자세를 취하자,
그에게로 느긋하게 기어 온 다희가 유민의 허벅지 위로 큼지막한 엉덩이를 올린 채 마주보고 앉았다. 그녀의 다리가 유민의 등 뒤에서 살짝 얽혔다.
자신의 아랫배에 뜨거운 자지 기둥이 비벼지는 것을 느끼며, 다희는 유민의 목을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다희는 잠시 그 상태로 반쯤 눈을 감고 유민의 온기를 느끼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유민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야.”
“어, 어?”
귀에다 대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가.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귓구멍을 파고드는 다희의 숨결에 흠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희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을 이었다.
“내가 꼬리를 당겨 달랬지,
그렇게 강하게 박아 버리면 어떡하냐. 뚫리는 줄 알았잖아...”
“아, 미안. 그렇게 하면 더 좋을 줄 알고... 별로였어?”
유민이 그렇게 사과하며, 집업 자락 위로 다희의 등을 다시금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꼬리를 즐거이 흔들며, 다희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아... 아니. 그, 싫었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임마. 오늘이 첫 경험인 사람을 기절시키는 건 좀 그렇잖아.”
“...그렇긴 하네. 꼬리는 괜찮아?”
등을 쓰다듬지 않고 있던 손으로, 유민은 등허리 아래쪽의 늑대 꼬리가 돋아난 부분을 문질러 주었다.
그러자 다희가 후읏. 하고 신음이 섞인 숨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늑대 귀가 위로 쫑긋 세워졌다.
유민에게 다시금 꼬리 근처를 만져지자,
꼬리를 확 잡아당기며 자궁구를 강타 당하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다희는 살짝 흥분이 섞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흣, 야아... 조심해서 만져라. 또 발정나면 힘들다고.”
“알았어, 누나.”
그렇게 대답한 유민이 팔을 뻗어 복슬복슬한 늑대 꼬리를 뿌리부터 끝 쪽까지 살살 쓸어 주었다.
자신의 등과 꼬리로 느껴지는 유민의 손길.
그것에 다희는 마음속으로 충족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유민의 냄새, 온기, 감촉.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역시, 자신에게는 유민이 필요하다. 놓칠 수 없는 수컷이다.
기분 좋게 그릉대며 유민의 목덜미에 머리를 비비던 그녀는,
유민을 자신의 파트너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유민.”
“응? 왜?”
“지금, 파티 들어가 있냐?
“파티? 어...
솔로잉 헌터랑 짐꾼으로 다니는 것도 파티인가?”
유민의 물음에,
그의 목덜미에 기대고 있던 다희의 고개를 대신해서 늑대 꼬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건 그냥 솔로잉이야. 포지션 없으면 파티원으로 안 쳐준다.”
“그래? 어쨌든 솔로잉 하는 헌터랑 같이 던전 다니고 있어.”
“흐음, 그 헌터 이름이 뭔데?”
“...이름은 왜?”
살짝 우려가 깃든 유민의 반문에, 다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입을 벌려 앙. 하고 유민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아 주었다.
이빨 자국도 남지 않은 목덜미를 혀로 한 번 할짝 핥아 주며, 그녀가 말했다.
“스릅... 짐꾼 계약 파토 내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임마.
나도 거기에 낄 수 있으면 끼고 싶어서 그래.”
“누나가 낀다고?”
“그래. 괜히 나댔다가 너랑 잘못되기 싫으니까, 아예 정식으로 파티에 들어갈라고.
나 이래봬도 C급 중에선 좀 치는 년이야.”
“...의외로 착하네, 누나.”
유민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살짝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다시금 유민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턱에 힘이 들어간 공격에 유민이 어깨를 움찔했다.
“윽.”
“씁... 너 꼬시려고 하는 건데 당연히 처신 잘해야지, 자식아.”
“농담이야...”
“빨리 그 헌터 이름이나 알려 줘봐.”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유민은,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유서울이라고, D급...”
“서울? 아, 그 겁나 큰 방패 들고 다니는 애?”
헌데, 유민으로선 다희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이름만 듣고 그녀의 특징을 바로 알아맞힌 것이다.
“누나도 알아?”
“아니 뭐, 그렇게 친한 건 아닌데... 전에 몇 번 탱커랑 딜러로 파티 짠 적은 있었지.
솔로잉 둘이서 던전 돈 거 치곤 나름 괜찮아서 기억난다야.”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서울과 일면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이 파티를 맺어서 던전을 돌았던 경험까지 존재했다.
“솔로잉 헌터 둘이서 파티를...?”
“어. 그런 거 가끔 있어.
공략할 던전 겹치는데, 빨리 깨고 딴 데 돌아야겠다 싶으면 그렇게 임시로 파티 맺고 그러는 거야.”
그렇게 간략히 설명한 다희는,
늑대 꼬리를 움직여, 녀석을 쓰다듬는 유민의 손바닥에 꼬리털을 비벼대며 혀를 찼다.
“씁. 근데 걔랑 파티 할 수 있나?
지 방패 수리비 겁나 깨진다고 탱커 포지션 싫어하던데.”
“아...”
유민을 만나기 전의 서울은,
그 커다란 타워 실드의 유지비에 허덕이고 있었다.
급한 사정으로 솔로잉 헌터 둘이 파티를 맺고 저급 던전을 빠르게 공략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파티의 인원이 많아질수록 던전에서 발생하는 수익 또한 잘게 쪼개지기 때문에,
공략하는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그렇기에 탱커 포지션으로서 적극적으로 방패를 활용해 강한 몬스터들과 부대끼게 되면,
그만큼 방패의 내구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유지비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서울의 지갑 사정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솔로잉을 고집하던 것이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민과 솔루션을 진행하기 전까지의 상황.
서울은 이제 헌터밀크의 등급이 상승하여, 어느 정도 재정에 여유가 생기게 될 터.
등급이 1단계 차이 나는 다희와 2인 파티를 맺게 된다면,
지금까지 공략하던 던전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아지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서울이 정식으로 협회로부터 3등급 인증을 받고 헌터유를 판매하기 시작하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다.
“...”
유민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밀크 솔루션.
그것은 서울의 승급 미션처럼, 던전 안에서의 작업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같이 던전을 공략하던 파티원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없고,
혹여나 솔루션의 존재를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유민이 속한 파티는 모두 솔루션의 회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 말인즉 서울과 파티를 맺을 다희 또한 자신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
유민은 다희의 영입에 대해 생각했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다희의 고소한 향기에 푹 빠져 있었고, 몇 번이나 그녀의 영입을 고려하지 않았는가.
밀크마스터로서 그녀만한 인재를 놓치는 것은 크나큰 손해였다.
다희가 자신을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하듯이, 자신 또한 다희를 회원으로 등록시키고 싶었다.
유민은 천천히 입을 열어,
진중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누나.”
“어... 뭐야. 왜 또 진지해졌어?”
“파티 맺는 거, 할 수 있어.”
“가능하다고? 그거 방패 유지비 미쳤다는데?”
“헌터밀크 등급이 올라가서 이젠 가능해.”
유민의 말에, 반쯤 감겨 있던 다희의 황금빛 늑대 눈이 크게 뜨이며 놀라움을 표했다.
“오, 진짜? 그건 다행이네.
3등급만 돼도 좀 여유가 생기니까.”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야. 등급.”
“...뭐가? 헌터유 등급이?”
“응.”
“에이씨, 뭔 소리야?
헌터 등급도 아니고 그게 어떻게 계속 쭉쭉 올라가?”
유민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며 꼬리를 살랑이는 다희.
그에 유민은 차분히 그녀를 불렀다.
“누나.”
“...왜?”
여전히 진지하기 그지없는 유민의 목소리에,
다희의 동물적인 감각이,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경고했다.
“내 직업이 뭐라고 했지?”
“직업? 그 뭐냐... 밀크마스터인가, 그랬잖아.”
유민의 직업명을 입 밖으로 내게 된 다희는,
잠시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이내 살랑거리던 늑대 꼬리를 우뚝 멈춰 세웠다.
“...밀크, 마스터.
밀크...”
유민의 직업명, 밀크마스터.
그런 유민과 함께 한 유서울의 헌터밀크 등급 상승.
날카롭게 벼려진 늑대의 감이,
그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정황을 눈치 채고 다희에게 정답을 일러주었다.
다희는 그 즉시 유민에게 기대고 있던 상반신을 일으켜,
유민의 두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탐구자의 굳건한 의지를 휘감은 채,
흐려지지 않는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다희는 그 맑은 눈동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감지한 내면의 늑대는,
유민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고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짜냐?”
유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