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굶주린 늑대와 파트너 (1)
다희의 냄새에 흠뻑 빠진 유민은,
그녀의 꼬드김에 넘어가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로 다희의 집.
유민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에는 공간이 그리 여의치 않았다.
그녀는 건장한 유민과 키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정도로 체격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기에,
다희와 유민이 그 안에서 부대낀다면 집이 꽉 찬 것처럼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두 남녀는 여성 측의 거주지로 향하게 되었다.
다희의 집은 헌터마켓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오히려 마켓보다 유민의 집과의 거리가 더 가까운 수준이었다.
“들어와. 뭐, 그닥 볼 건 없긴 한데.”
다희의 말대로 일반적인 원룸과 비슷했지만, 유민의 좁은 집보다는 훨씬 평수가 넓었다.
푹신푹신해 보이는 침대와 함께, 이곳저곳에 트레드밀과 사이클링 머신 등 운동기구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 유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는, 헌터밀크의 냄새.
다희의 체취와 강렬한 고소함이 뒤섞여 집안에 짙게 배어 있었다.
그녀의 가슴팍에 직접 얼굴을 묻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방의 공기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그 냄새가 유민의 후각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댔다.
이에 유민이 살짝 정신을 놓고 고개를 살짝 젖힌 채 멍해져 있자,
그 모습을 본 다희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유민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약하게 후려쳤다.
“에라이씨, 야. 너네 집 좁다는 건 핑계고,
그냥 우리 집 냄새 맡고 싶어서 여기로 온 거 아냐?”
“어... 반쯤은?”
“참 내... 당당해서 좋구만. 빨리 들어와 임마.”
이곳이 낙원인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유민은 다희의 재촉을 받고 현관에 신발을 벗어 놓은 뒤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거기 앉아 봐.”
다희가 시키는 대로, 유민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침대는 그 외관처럼 푹신푹신하기 그지없었다.
늑대는 푹신한 곳에 눕는 걸 좋아한다더니, 그 때문인가.
손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몇 번 눌러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유민은,
어느 새 다희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민.”
“어, 응?”
다희는 황금색의 늑대 눈으로,
유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한 건 알고 있지?”
“...그렇지.”
“뭔 오늘 처음 만난 누나가, 갑자기 앵겨들고 냄새 맡으러 우리 집 오라 그러고.
아주 그냥 정신이 없었을 거야.”
“...”
비록 냄새에 홀려서 이렇게 집까지 따라오기는 했지만,
유민의 마음 속 어딘가 에서는 계속해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위화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다희는 쓴웃음을 머금고, 꼬리를 느리게 살랑거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더라.”
집업 앞주머니에 넣은 양 손을 꼼질거리며,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고 잠시 눈을 피하던 다희.
그녀는 그 상태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까 너랑 만났고.
근데 너는 다른 새끼들이랑 다르게 나한테 꼴린 티도 안 내고,
갑자기 명함에 코를 처박더니 그걸 칭찬하질 않나,
거기서 내 마음 속의 개새끼가 날뛰어 대질 않나...”
“...?”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나한테 있던 늑대가...
아오, 씨팔!”
그러다가 돌연히,
다희는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녀의 두 손이 앞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밝은 회갈색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다희의 그 갑작스러운 기행에 유민이 놀란 눈치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머리를 감싸 쥔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거친 숨을 몇 번 내뱉던 다희는 이내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강한 의지를 담은 채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다희는 늑대의 강인한 눈빛으로 유민을 마주하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마음속에 늑대고 뭐고, 다 개지랄이지.
그냥 솔직하게 얘기한다.
야, 유민. 너 내꺼 해라.”
“...어?”
“내가 뭐든 해줄 테니까, 내 파트너 하라고.”
“...”
다희의 갑작스러운 고백 비스무리한 것에,
유민은 혼란이 가득 담긴 표정을 한 채 옆머리를 긁적였다.
다희와 자신은,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비록 그 전날에 자신이 다희의 냄새를 처음으로 포착하고 뒤돌아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그녀와의 접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다희와 직접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인데.
대체 무엇을 계기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호감이 한계치까지 폭발하게 된 것인가?
자신은 평소대로 헌터밀크에 진지하게 임한 것뿐인데,
갑자기 자신을 단 둘만의 장소로 데려와 내 것이 되라느니 파트너가 되라느니.
어째서 이러한 급전개가 펼쳐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유민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다희는 쓰게 웃어 보였다.
“겁나 혼란스럽지? 나도 그래.
이런 건 원래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뭐 대충 그렇게 한대잖아?”
“...그렇, 지.”
“근데, 내가 멀쩡한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난 그게 안 되겠더라.”
다희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 앉아 있는 유민에게로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유민에게 껴안기듯이, 그의 무릎 위로 훌쩍 올라탔다.
다희의 커다란 엉덩이가 유민의 허벅지를 짓눌렀다.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가 좌우로 벌어져, 유민의 허리 뒤에서 종아리가 교차했다.
한순간에 자신의 무릎에 올라탄 다희의 얼굴이 훅 다가오자,
유민은 순간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다희의 강인한 손길이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에,
그는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느리게 살랑이는 북슬북슬한 늑대 꼬리를 배경으로,
다희는 유민의 코앞에서 날카로운 눈매를 살짝 늘어뜨리며 진득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서... 일단 마킹부터 해 놓은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
“자, 잠깐만. 누나?”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그냥 받아들여. 이제 못 참겠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다희는 유민의 목을 살짝 끌어안으며 그의 뒤통수를 잡아 고정시켰다.
그녀는 머리를 낮춰 유민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거칠게 그의 냄새를 흡입했다.
건강한 수컷의 체취에, 달달한 헌터밀크의 냄새가 은은히 섞여 들어왔다.
뭐, 이제는 고소한 냄새로 바뀔 테지만.
다희는 흥분감에 물든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유민의 목에 비비적댔다.
그녀의 허리가 앞뒤로 조금씩 흔들려, 탄탄한 엉덩이가 유민의 허벅지에 비벼지기 시작했다.
무릎 위에 앉은 다희가 유민을 껴안게 되면서,
유민의 얼굴이 자연스레 다희의 쇄골 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집업에 감싸인 다희의 가슴팍에서 암컷의 체향과 함께 고소한 헌터유의 향기가 흘러나와,
그의 사고를 조금씩 흐리게 하고 무언가 말하려던 유민의 입을 막았다.
유민의 목에 머리를 비벼대면서도,
다희는 쫑긋거리는 늑대 귀로 유민의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을 파악했다.
그에 다희가 피식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 그래. 냄새도 맡게 해 줘야지.”
유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다희는 상체를 슬쩍 비틀며 한쪽 손을 유민의 목 뒤에서 끌어다가 집업의 지퍼를 주욱 내렸다.
유민과 밀착해 있는 탓에 복부 아래쪽으로는 지퍼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집업 속의 농밀한 냄새를 유민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한층 강렬한 헌터유의 내음이 고소하게 유민의 콧속으로 침투하게 되자,
유민은 침대보를 쥐고 있던 두 손을 저도 모르게 다희의 등허리 뒤로 뻗어 감쌌다.
수컷의 탄탄한 팔이 자신을 감싸 안는 감각에 가슴이 크게 뛰기 시작한 다희는,
질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두 손으로 목을 감싸고 고개를 비틀어, 얼굴을 유민의 머리에 가까이 댔다.
“헤음.”
벌려진 다희의 입술 사이로 분홍빛 혀가 소심하게 모습을 드러내어,
유민의 볼을 살짝 핥았다.
짭짤한 수컷의 맛.
중독될 것만 같은 그 맛에, 다희는 다시금 유민의 뺨에 혀를 갖다 대고 천천히 훑었다.
사악, 사악. 하고 유민의 얼굴 피부 위를 기어가는 말랑한 혀.
유민의 한쪽 볼을 열심히 핥아대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움직여 목적지를 바꾸었다.
자신이 찾던 목표물에 입을 대고,
다희는 끈적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야... 내꺼 냄새, 좋냐...?
찐득, 찐득하고 고소한... 그 냄새가, 그렇게 좋아...?”
“아, 하아...”
고막을 핥는 것만 같은 그 속삭임에, 유민이 무심코 숨을 들이쉬며 어깨를 움찔했다.
그런 유민의 반응에 짙은 미소를 머금은 다희가, 입을 슬쩍 벌리고 혀를 길게 내밀었다.
“귀엽네... 헤릅.”
“...!”
공중으로 뻗어진 분홍빛 혀의 끝이,
귓바퀴의 오목한 곳을 슬쩍 파고들었다.
그 자극에 유민의 허리가 순간 흠칫했지만, 다희의 혀는 멈추지 않고 서서히 기어가 귓바퀴 바깥쪽을 살살 쓰다듬으며 위쪽으로 향했다.
“헤레... 헤음.”
다희가 혀를 꿈틀대며 자신의 귀를 야릇하게 핥아대는 감각에,
그녀가 무릎에 올라탔을 때부터 반 발기 상태가 되어 있던 유민의 자지가 바지춤 안에서 완전히 팽팽해져, 그 우람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유민은 허리를 살짝 뒤로 빼며 자지가 발기했다는 것을 숨기려 시도했다.
허나,
열심히 유민의 허벅지 위에서 엉덩이를 비벼대던 다희는,
이미 딱딱한 자지의 존재를 눈치 채고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하.”
귓바퀴의 안쪽을 혀로 둥글게 훑으며 열심히 유민의 귀를 핥아 주고 있던 다희.
그녀는 천천히 혀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꼬리를 살짝 휘며,
야릇한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하기 그지없는 다희의 속삭임.
그것이 유민의 귓구멍을 끈적하게 파고들었다.
“야...
밑에 이거,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