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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늑대와 헌터 마켓 (6) (43/116)



〈 43화 〉늑대와 헌터 마켓 (6)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어대는 다희의 모습에,
유민은 머릿속의 물음표가 점차 커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다희 누나?”

“...어. 후우,  거 아냐.”


어깨를 으쓱이며 그리 대답한 다희는, 이내 유민의 곁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유민의 목어깨에 팔을 둘러 어깨동무를 했다.
건장한 체격의 유민과 키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적당한 볼륨의 젖가슴이 집업 자락을 사이에 두고 유민의 흉부에 슬쩍 눌렸다.
다희의 탄탄한 허벅지와 커다란 골반이 유민의 다리 바깥쪽과 접촉했다.
그녀의 밝은 회갈색 머릿결이 유민의 볼을 간지럽혔다.




“어...”


강렬한 곡물과 견과류의 향기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그녀에게서 흘러나와 유민의 후각을 거세게 자극함에,
유민은 살짝 당황스러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다희는 숨결이 닿을 만한 지근거리에서 유민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의 이성과 마음  늑대의 의지가 일치하게 되니, 다희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이 멋진 수컷을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파트너로 점찍어 놓은 대상에게 냄새를 가득 묻히고,
자신의 냄새를 좋아하는 유민을 유혹하려는 의도도 듬뿍 담아서,


다희는 그렇게 유민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몸을 조금씩 부비적댔다.
살짝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그녀는 태연히 유민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어디까지 얘기했었냐?
아까 뭐, 내 냄새가 좋다는 건 들었는데.”




그녀의 숨결과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유민의 귓가를 간질이자,
유민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그... 누나? 갑자기 너무 가까운.”


“그 좋다는 냄새 많이 맡게 해 주려고 그런다.
왜, 싫어?”

“...아니.”


다희가 갑작스럽게 들이대는 것에 살짝 당황하기는 했으나,
헌터밀크에 언제나 진심인 유민은, 이런 기회를 결코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유민의 정직한 대답에, 다희는 킥킥 웃으며 그를 재촉했다.



“그래. 그래서?
뭔 얘기 하고 있었더라?”

“어... 공기 집어넣어서 부드러운 것보단, 있는 그대로가 낫다고.”


“아. 맞네. 내 냄새처럼 오리지널이 좋다고 했지?”




그렇게 맞장구치며,
다희는 반대쪽 팔을 들어 집업의 지퍼 손잡이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만약 그것을 잡고 지퍼를 아래로 내리게 되면,
집업 옷자락의 안쪽에 갇혀 응축되고 있던 헌터밀크의 고소한 내음이 열린 틈새로 빠져나와, 유민의 코에 직격하게 될 판이었다.

그런 생각에, 유민은 다희의 손가락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허나 손잡이를 건들기만 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모습에 의아해하던 그는,
다희가 능글능글한 웃음을 머금은 채, 황금빛 늑대의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민이 그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눈을 피하자,
그런 유민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은 다희가 작게 말했다.
약간의 허스키함이 섞인, 속삭이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유민의 귀를 살살 간질였다.


“왜? 안쪽 보고 싶냐?


“아니, 그...”


“아, 그래.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냄새가 맡고 싶은 거지?”


“...”

정곡을 찔린 유민이 고개를 슬쩍 숙였으나,
귓가에 다시금 다희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야, 유민. 고개 들고 이쪽 봐.”


“...”

갑자기 이 누나가 왜 이렇게 달라붙어서 능글맞게 구는 것인가.
분명히 방금 전 보았던, 그녀 혼자 깜짝 놀라고 멍하니 있는 등의 기행이 필시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다희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홍조띈 얼굴로, 날카로운 눈매를 살짝 휘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안쪽, 냄새 맡고 싶냐?”

“...응.”


“그럼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

다희의 북슬북슬한 꼬리가 유민의 허리에 천천히 감겨들었다.
유민이 그 부드러운 압박감에 흠칫하고 있을 때,
다희는 늑대 귀를 열심히 쫑긋거리며 주변에 누군가 있는지 탐색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다희는,
한층  얼굴을 유민의 귀 쪽에 가까이 접근시키며, 작게 속삭였다.



“5초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야.
그럼 공평하게 너도 여기 냄새 5초 동안 실컷 맡게  줄게.”


“...”



그게 공평한 것이 맞는지 약간 의문이  유민이었지만,
그런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희가 제시한 보상 또한 유민에게 있어서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명함에 배어든 냄새만으로도 유민을 반강제로 집중하게 만들었는데,
그녀의 집업 안에 응축되어 있는 원본은 대체 얼마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군침이  지경이었기에,
유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도 아닌 듯 했으니,
5초 정도는 내어줄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수락의 뜻을 표한 것이다.


다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씩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나 먼저 시작할까?
자, 시작.”




유민이 뭐라 답할 새도 없이 그대로 시작 선언을  그녀는,



“하음.”


“...?!”


곧바로 입을 벌려 유민의 귓바퀴를 살짝 물었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유민이 크게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희는 유민의 목어깨에 팔을 두른 채 고개를 살짝씩 움직였다.
그녀의 입이 조금씩 유민의 귀 바깥쪽을 훑어 가며, 여기저기를 맛보았다.


“헤릅, 흐므믐.”



분홍빛 혀를 내밀어 귓불도 살짝 핥아 보고,
입술을 우물거리며 약간 단단한 귓바퀴살을 주물렀다.
귀의 위쪽 부분도 입에 넣고 아주 약하게 잘근잘근 씹어댔다.


애정을 듬뿍 담아 귀를 애무하는 듯한 다희의 움직임에,
유민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극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에 몸을 움찔거리는 동안 5초는 순식간에 지나가, 다희의 입이 귀에서 물러갔다.
유민의 귀는 그녀의 타액으로 살짝 젖어 있었다.


자신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충실히 유민을 괴롭힌 다희는 만족스러운 기분에 킥킥 웃었다.
그리고는 방금 전까지 유민의 귀를 물고 있던 입을 열어 작게 말했다.


“자, 5초 끝.
이제 네 차례다. 준비 됐어?”

“어... 네.”


설마 자신의 귀를 가지고 놀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유민이 그렇게 얼떨떨하게 대답하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다희는, 자신의 집업을  여매고 있던 지퍼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러자 잠시 멍해져 있던 유민의 얼굴이 삽시간에 진지한 분위기를 품게 되었다.


헌터밀크에 대한 놀라운 의지가 느껴지는 유민의 모습.
그것을 바라보던 다희는, 앞으로 자신이 벌일 행동에 대한 기대감에 늑대 귀를 한차례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지퍼를 한순간에 흉부 아래쪽까지 내리고, 옷자락을 젖히면서 낮게 외쳤다.

“시...작!”

그리고는,
유민의 목에 걸치고 있던 팔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움켜잡고,

그대로 유민의 얼굴을 자신의 맨 가슴에 처박았다.

“흐읍?!”

자신의 얼굴이 탱글한 탄력을 가진 유육에 감싸이자,
화들짝 놀란 유민이 순간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민은 후각으로 짓쳐들어오는 살결의 내음과 농밀한 헌터밀크의 향기에 금세 얌전해졌다.


풋풋함이 느껴지는 다희의 체취 또한 매력적이었지만,
견과류와 곡물의 축제와도 같은, 강하디 강렬한 고소함.
그것이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콧속에서 난폭하게 터져 나오는 그 충격은 유민의 의식을 잠시 흐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감칠스러운 미향의 향연에 유민의 눈이 스르르 감기려는 순간,


뒤통수를 붙잡고 있던 손이, 그의 머리통을 뒤로 끄집어 당겼다.

“자, 5초 끝.”


풋풋한 체취도,
폭력적인 헌터유의 향도,
한순간에 유민의 감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갑작스레 다희의 가슴에서 벗어나게  유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는 사이,
다희는 빠른 손놀림으로 집업의 지퍼를 다시 끝까지 채워 올렸다.

그것을 목격한 유민은,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을 자각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5초가, 금세 지나 버린 것이다.


유민의 표정에 진하게 서려진 아쉬움.
그 모습을 본 다희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씩 웃었다.

자신의 맨 가슴에 남자의 얼굴을 처박았다는 사실에 볼이 뜨거워지기는 했으나,
유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부끄러움 정도야 감수할 만 했다.

오히려 자신의 일부를 온전히 파트너에게 내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다희의 가슴이 만족스레 두근거리게 되었다.


그런 느낌을 소중히 간직하며,
다희는 유민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5초는, 부족하지?”


“...”

유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응축된 헌터유의 내음을 온전히 느끼기에, 5초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아예 코를  적이 없다면 그렇게 아쉬움이 크지 않았겠지만,
이미 그 향기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맡게  이상, 유민으로서는 욕심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감정을 날카로운 늑대의 눈썰미로 읽어 낸 다희.
그녀는 실실 웃으며 다시금 입을 유민의 귓가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근데, 계속 하기엔 장소가 안 좋은데...
어디로 가면 좋을 거 같냐...?”

“그...”



끈적이는 듯한 속삭임을 듣고 유민이 입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의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다시금 유민의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야... 둘  하나, 선택해라.

우리 집, 아니면 너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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