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안내원과 두번째 기회 (3)
본인이 호출해 놓고, 무슨 용건으로 왔느냐 묻는 것은 뭐란 말인가.
그녀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다가, 유민은 일단 안내원의 말에 맞춰 주기로 했다.
“그, 2시에 능력 재검사를 예약...했습니다.”
“네. 확인됐습니다, 김유민 헌터님. 따라오세요.”
“...”
따로 확인 절차도 없이 대뜸 그렇게 대답한 시현은,
프런트를 벗어나 2층의 복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내원의 걸음걸이마다, 그녀의 흰 블라우스에 감싸인 봉우리가 한 번씩 상하 운동을 하며 출렁거렸다.
그런 그녀를 따라서 유민이 들어간 곳은, 이전에 능력 측정을 받았던 예의 작은 방이었다.
방 한가운데의 높은 받침대와,
그 위에 놓여 있는 주먹 2개만한 구슬도 여전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등받이가 있는 의자 하나가 받침대 옆에 추가되었다,
그 위에는 곱게 개인 수건과 헌터 밀크 보관용기 서너개가 놓여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민이 보기에는 그 일에 대하여 철저히 준비해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쿵. 철컥.
문을 닫고, 문고리를 잠그는 소리가 유민의 귀에 이어 들려왔다.
시현은 문 앞에서 뒤돌아, 유민을 지나쳐 구슬 앞으로 걸어갔다.
“제가 그쪽을 왜 불렀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사무적이고 공손한 기색이 담겨있지 않았다.
다소 서늘하면서도 피곤함이 느껴지는 그 음색에, 유민은 머뭇거리며 답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헌터밀크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대충은 맞는 말이네요.
일단 사용 실적은 남겨야 하니까 이것부터 처리하죠.”
안내원은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들어 구슬 위에 얹고, 입을 달싹였다.
이전과 동일하게, 어두운 색으로 가득 차 있던 구슬이 푸르게 빛을 발했다.
녀석은 웅웅거리는 소리를 작게 흘리며 자신이 활성화된 것을 알려 왔다.
“윽.”
그 때,
시현이 미간을 약간 좁히며 짧은 신음성을 내었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커다란 봉우리 아래쪽을 두 팔로 감쌌다.
그러자,
얇은 헌터유 한 줄기가 블라우스에 달린 밀크커버를 뚫고 피슉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유민의 눈이 크게 뜨였다.
동시에, 날카로워진 눈매 속에서 진중한 분위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헌터유가 쉽게 분출되는 것.
마력의 사용으로 유선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을 경우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유방에서 답답함이 느껴지게 되며,
헌터유가 더 생산되어 증세가 악화될 경우 묵직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 상태에서 방치를 하게 된다면 아픔은 더욱 심해져, 둔통에서 격통으로 바뀌게 된다.
설령 보관 용기가 없다고 할지라도, 여성 헌터들이 던전에서 주기적으로 헌터유를 배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계에 달한 유선을 진정시키지 않고 무작정 진행할 경우, 자칫하면 중요한 순간에 전투 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약간 주춤거리는 움직임으로, 그녀는 받침대 옆에 놓여 있던 의자로 다가갔다.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수건과 보관 용기를 바닥으로 내려놓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옅은 한숨을 내쉰 시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유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유민은 자신의 젖가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짧은 시간동안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지,
이전처럼 넋을 놓은 듯한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진지하고, 숭고한 것을 앞에 둔 듯한 저 진중한 눈빛은-
“..!!”
그 순간, 유민의 눈동자에서 무언가를 포착한 시현이 헛숨을 들이켰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던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시현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젖샘이 한계에 도달해 있던 유방이 그 반동으로 크게 흔들린 탓에 통증을 느끼고 멈칫했다.
“윽...!”
그녀는 순간 움츠렸던 고개를 다시 들어 유민의 얼굴을 마주했지만,
거기에 있던 것은 그저 자신의 기행에 놀란 눈치를 하고 있는, 선한 느낌을 가진 눈빛뿐이었다.
시현은 그에 황망한 표정을 한 채 다시 자리에 스르르 앉았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었나? 하지만 그 표정은, 그 눈빛은 분명.
“그, 괜찮으세요?”
잠시 멍해져 있던 시현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유민의 당황 섞인 목소리였다.
그에 시현은 이내 표정을 다시 무(無)로 되돌리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시현은 자신의 커다란 젖가슴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저는 업무 중에 마력을 사용하게 되어 있어요.
덕분에 헌터유도 이렇게 자꾸 쌓이게 되고요.”
그녀가 젖가슴 밑으로 팔짱을 끼자,
다시금 밀크 커버 너머의 유두에서 희멀건 액체가 피슛, 하고 쏘아져 나가 시현의 발 밑을 적셨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당신이 이걸 좀 짜 줬으면 좋겠네요.”
그런 그녀의 말에, 유민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이 시현에게 잘못을 저질렀기에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고,
또한 거유 미인 안내원이 자신의 밀크를 짜 달라고 요청해 오는 것을 결코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여성 헌터- 여성 각성자들은 스스로 헌터유를 배출해 내는 것이 정상이고, 이는 다분히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 중 하나일 터인데.
그것을 굳이 자신에게 맡겨야 할 까닭이 있는가?
“뭐, 숨길 생각은 없으니까 말해 줄게요.”
시현은 유민의 표정에서 그런 의문을 읽었는지,
옅은 미소를 쓰게 머금고 어깨를 작은 움직임으로 으쓱해 보였다.
“본인은 모르는 거 같은데, 당신의 그 헌터유를 짜는 기술은... 정신 쪽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직업 특성 같은 거겠죠.”
“긍정적인... 효과요?”
“네. 덕분에 좀 험한 꼴을 당하긴 했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싹 가셨거든요. 그 날.”
“아...”
시현의 말에,
유민은 아까 자신이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피곤한 기색이 덜해진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피로가 해소되어서 그렇게 보였던 것인가.
유민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현이 조금 안쓰러웠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전부 해소되었음에도, 이틀 만에 또 그만큼의 피로가 쌓이다니.
헌터 협회의 안내원은 유민의 예상보다 훨씬 더 고된 직업인 듯 했다.
유민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현은 축축히 젖은 가슴 첨단의 밀크커버에 손을 가져다대면서 말을 끝맺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용서받고 싶으면... 당분간 좀 도와줘야겠어요.”
일의 전말을 알게 되니,
유민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명분도, 이유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그로써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자신이 던전에서 서울의 착유를 진행하며 습득한 마력 조절 기술을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기에, 유민은 진지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요.”
시현의 예상보다 훨씬 더 진심으로 임하려는 듯한 유민의 말에,
그녀는 밀크커버를 제거하려는 손짓을 멈추고, 의외라는 눈초리로 유민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시현은 자신의 눈썰미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담대한 의지가 서려 있는 그 눈빛.
“...역시.”
“네?”
“음. 아니에요, 아무 것도.”
그러한 것을, 이런 남자에게서 볼 수 있을 줄이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시현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에 유민은 의문을 느꼈지만,
이내 그녀의 손길에 쯔즉. 하고 물기 젖은 파열음과 함께 밀크커버가 분리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흰색 벨크로테이프로 결합되어 있던 주머니 모양의 커버가 떨어져 나가고,
그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선홍빛의 유륜과 탐스러운 모양의 유두가 드러났다.
흰색 천으로 감싸인 커다란 젖가슴과, 그 한복판에 홀연히 나타난 붉은 포인트.
그것은 너무나도 강한 대비 효과를 주며 유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쯔즈즉.
하지만 시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반대편 손을 들어 나머지 하나의 밀크커버까지 가슴팍에서 분리해 내었다.
옷자락에 가득 눌러 담겨 있는 유육은 답답하다는 듯이 한껏 앞으로 돌출되어 흰색 천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덕분에 밀크 커버가 제거되어 바깥공기를 마시게 된 양쪽의 첨단 부위는 커버 구멍의 테두리를 따라 툭 튀어나온 상태로 강조된 모습이 되었다.
꼿꼿이 발기한 유두에서 희끄무레한 액체가 방울방울 새어나왔다.
액체는 이따금씩 퓻 하고 약한 세기로 한 줄기씩 쏘아져 나갔다.
단정한 흰색 블라우스에서 선홍빛의 유륜과 유두 부분만을 훤히 드러낸 채,
무표정의 거유 안내원은 헌터유를 젖가슴의 첨단에서 질질 흘려댔다.
그녀의 양 손에는 축축한 천 조각이 한 개씩 들려 있었다.
이내, 시현의 손에 집혀 있던 밀크커버 두 장이 바닥으로 낙하했다.
“그럼, 시작하죠.”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찰팍. 하고 축축한 소리가 유민의 귓가를 간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