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승급 미션과 욕구불만 (6)
의도치 않게 무릎으로 서울의 보지를 강타해버린 유민.
예상 밖의 사태에 그는 크게 당황하여, 곧바로 무릎을 치워 주었다.
유일한 지지대가 사라지자, 서울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를 떨군 그녀의 눈동자는 잠시 초점이 맞지 않았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상태로 잠시 가만히 앉아 있던 서울은,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등을 벽에 기대었다.
“괜찮으세요?”
“...응. 계속하자.”
유민의 걱정 섞인 질문에, 살짝 붉은 얼굴의 서울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유민은 약간의 의문을 느꼈다.
갑자기 거기다 무릎을 왜 들이대냐며 성질을 내도 모자랄 판에,
서울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다시 일어나서 가만히 유민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 그녀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에 유민은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으나,
절정으로 인한 횟수 차감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항목들도 별다른 특이점은 발생하지 않았다.
속으로 물음표를 몇 개나 띄운 유민이었지만, 일단은 착유를 먼저 끝내고 승급 미션을 마무리 짓기로 결심했다.
“읏. 응.”
-퓻. 퓨븃.
유민이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손에 마력을 흘려보내며 헌터밀크를 짜내는 동안,
서울은 라임빛 눈동자를 유민에게 고정시킨 채,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눈을 피하거나 허공을 바라보는 등 다른 곳을 바라보며 쾌락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 반해,
지금의 서울은 이상하리만치 유민에게서 시선을 돌리질 않고 있었다.
왜 계속 쳐다보고 있냐고 물어보기도 뭣하기에,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유민은 일단 손을 움직여 착유를 계속했다.
무언가 미묘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15번째 착유가 끝났다.
그와 동시에 상태창의 메시지가 유민을 반겼다.
[4급 회원 ‘유서울’의 회원 승급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해당 회원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였습니다.]
허나, 유민은 서울을 신경쓰느라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서울은 장시간의 고난 끝에 마침내 미션을 성공했으나,
별다른 리액션도 없이 그저 조용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죽 플레이트를 다시 가슴께에 연결할 뿐이었다.
“...승급 미션, 끝났어?”
“아, 네. 3급 회원으로 승급됐네요.”
“그럼 나가자.”
그 말을 끝으로,
서울은 뒤도 안 돌아보고 먼저 게이트로 걸어가 던전을 나가 버렸다.
그 이상 행동에 의아해하면서도, 유민은 일단 서둘러 그녀를 따라나갔다.
관리원에게 출입 확인을 받고,
헌터마켓을 통해 부산물 거래를 마칠 때까지도,
서울은 유민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서울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유민은,
자신이 무릎으로 그곳을 강하게 자극한 것에 그녀가 이토록 화가 난 건가 싶어,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다.
“그, 선배님?”
“후배님.”
허나,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울이 유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이따가 후배님 집으로 갈게.”
“...네?”
“알겠지?”
서울은 그 말을 끝으로 싱긋 웃고는, 그대로 먼저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 모습에서, 유민은 명백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 결국 답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원룸에 도착한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민은 팬티만 입은 채 매트리스 위에 앉으려 했으나,
조금 뒤에 서울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티셔츠와 바지를 간단히 챙겨 입었다.
헌데 왜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다는 것인가. 3급 솔루션 때문에?
유민은 지금으로선 그것 이외의 이유를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서울의 이상 행동에 잠시 잊고 있었던 솔루션을 확인해 보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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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솔루션]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의 본분이자 모든 것.
▶ 헌터 밀크의 품질 상승을 위한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 조건 충족 시 신규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 회원 수 : 1
▷ 유서울 (3급)
- 조건 A : 동일한 생산자의 헌터밀크 3회 이상 복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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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회원 등급이 3등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외에는 전체적인 설명에서 변경점을 찾을 수 없었기에, 유민은 그녀의 회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의식을 집중하려 들었다.
-딩동.
바로 그 때,
유민의 방 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단 상태창을 치우고 현관으로 다가간 유민이 문을 열어 주니, 서울이 그 앞에 서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바로 찾아왔는지 살짝 젖은 우윳빛의 머리칼이 뺨에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입은 후드 점퍼 아래로 커다란 오버핏 티셔츠의 밑자락이 늘어졌다.
이전의 서울이 선보였던, 옷자락 아래로 자그마한 계곡을 노출하는 유사 하의실종과 달리,
이번에는 밑자락이 아예 허벅지 위쪽까지 내려와서 고간은 물론 하의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하의실종의 정석 같은 옷차림이었다.
“안녕, 후배님.”
“일찍 오셨네요.”
“응. 시간 아끼려고.”
“시간이요?”
서울은 유민의 물음에 답해주지 않고, 거침없이 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매트리스 앞에 우뚝 서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유민은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가, 그런 서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도 의문점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뭔가 용건이 있으니 자신의 집에 온 것이리라 짐작한 유민은 슬쩍 매트리스를 가리켰다.
“...일단 매트리스에 앉으실래요?”
“아니.”
허나 서울은 그런 유민의 권유를 짤막하게 거절했다.
-꽈악.
그리고는,
팔을 뻗어 유민의 멱살을 굳게 잡아쥐었다.
“?!”
당황한 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서울은 유민을 번쩍 들어, 매트리스 위로 메쳐 버렸다.
-파앙!
시원한 매트리스의 파열음.
유민은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자신의 침구 겸 의자 위로 메다 꽂혀졌다.
휙휙 돌아가는 시야에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 하던 유민은,
어느새 자신이 매트리스 위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유민은 배 위로 무엇인가가 주저앉는 감각과 함께 무게감을 느꼈다.
그 정체는 서울이었다.
어느 새 후드 점퍼를 벗어던진 그녀가,
유민의 배 위에 올라타 있었다.
“후배님.”
“서, 선배님? 갑자기 이게 무슨.”
유민이 뭐라 말하거나 말거나,
서울은 천천히 자신의 용건을 밝혀나가기 시작했다.
“솔루션은 내가 대가를 주고 후배님한테 지시를 받는 거지?”
“네?”
“그러면, 솔루션 때문에 발생한 문제도 해결해 주는 거지?”
“...문제라뇨?”
서울의 뜬구름 잡는 말에 유민이 그렇게 반문했다.
허나 그녀는 대답 대신,
좌우로 벌어진 허벅지의 위로 늘어져 있는 티셔츠 자락을 슬쩍 들어올렸다.
“...!”
유민은 셔츠의 밑자락이 위로 올라가면서 드러난 서울의 하반신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놀랍게도, 서울은 하반신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방금 전에 유민이 정석이라 평가했던 그녀의 하의 실종 패션.
그것은 정말 문자 그대로의 하의 실종이었던 것이다.
유민의 반응을 본 서울은 슬쩍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걷어 올린 채 슬쩍 무릎으로 균형을 잡으며, 몸을 살짝 일으켰다.
허벅지 안쪽과 그 사이로 보이는 둔덕은 이미 음즙으로 흥건한 상태였다.
“아...”
그제서야,
유민은 지금 서울의 상태가 어떠한지,
왜 지금까지 그런 이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과도한 성적 자극을 겪고도 절정에 달하지 못하는 상태를 지속하며 차츰 이성이 희미해지고 있다가,
어떠한 결정타를 맞고 한순간에 이성이 욕망에 패배하게 되어, 이렇게 자신을 덮치기 위해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타는,
자신의 무릎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 와중에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모든 일을 마무리지은 다음에야 자신에게 덤벼들었으니,
이성이 붕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도 그런 점에서는 착실한 것이 과연 서울답다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민은 머릿속에 가득 들어있던 물음표들을 전부 치워 버렸다.
“후배님.”
다시 유민의 배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서울이,
유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나랑 하는 건 싫어?”
그녀의 촉촉한 라임빛 눈동자가 유민을 마주한다.
“나는 후배님이랑 하고 싶은데.”
서울의 반라를 보고 이미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던 유민의 자지가,
그 말을 듣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곧장 최대 크기로 뻣뻣하게 발기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민은 이성적으로 생각을 이어나갔다.
어째서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인가.
생각보다 그에 대한 답은 금방 도출되었다.
솔루션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은 그녀가 솔루션에 의해 겪고 있던 곤란함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민이 아무리 헌터밀크에 미쳐있다고 해도,
헌터밀크의 생산자를 불행하게 만들면서까지 억지로 등급을 올릴 생각은 없었다.
남을 희생하여 본인의 욕심을 채우는 것은 올바른 탐구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생산자의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좋은 헌터밀크를 만들 수 있다.
유민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유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솔루션의 지시사항만을 의존해선 안 된다.
솔루션에서 지시하는 것 이외에도, 회원에 대한 개인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서게 된 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께 발생한 문제를, 책임져드리면 되겠습니까?”
유민은 성행위에 대해 별다른 경험이 없었고, 성욕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헌터밀크를 위해 자신의 성욕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유민의 우람한 남성기가, 드디어 제 기능을 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유민이 드디어 올바르게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인지,
서울은 진득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책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