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승급 미션과 욕구불만 (1)
서울이 본인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동안,
유민은 상태창이 제시하는 분홍바위꽃 포션 제조법을 따라 30분 동안 꽃이 담긴 물을 끓였다.
그리고는 냄비에 담겨 있던 그것을 모두 물통에 담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가득 담긴 것을 받아들이게 된 냉장고가 성질을 내며,
삽시간에 올라가는 안쪽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맹렬하게 돌아갔다.
한층 시끄러워진 냉장고의 문을 닫고 몸을 돌린 유민은,
벽에 기대앉은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서울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식히기만 하면 완성입니다.”
“...뜨거운 물인데, 그걸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도 돼?”
“웬만하면 넣지 말아야 하지만, 시간을 아껴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이미 냉장고가 망가진 경험이 있는 서울이 유민의 행동을 목격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렇게 묻자,
유민은 그런 대답과 함께 자신이 30분 타이머 대용으로 사용했던 스마트폰의 대기화면을 보여 주었다.
11시 35분.
저녁을 넘어, 거의 한밤중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것을 본 서울의 라임빛 눈이 크게 뜨여졌다.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네. 뭐... 솔루션 이것저것 했으니까요.”
“...그렇긴 하네.”
유민의 대답에 불건전한 기억이 슬쩍 서울의 머릿속에 고개를 내밀어 보려다가, 곧바로 그녀의 필사적인 의지로 제압되었다.
만약 여기서 또 흥분했다가 솔루션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정말 밤을 새야 할 판이다.
그렇기에 서울은 재빨리 다른 화제를 꺼내 말을 돌렸다.
“으응... 후배님. 그럼 저것만 다 마시면, 4급짜리 솔루션은 일단 다 끝나는 거야?”
“지금 보기에는 그렇게 되어 있네요. 마시자마자 3급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홍바위꽃 끓인 물, 아니 포션이 들어가 있는 냉장고에 시선을 던지고 있던 서울은, 이내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으으음. 뭐, 어차피 바로 3급이 된다고 해도, 등급 심사는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얼마나 걸릴까요?”
“난 등급이 낮으니까, 하루에서 이틀 정도? 늦으면 더 걸릴 수도 있고.”
헌터 밀크는 헌터 업계에서 중요한 자원인 만큼, 헌터 협회에서 등급 심사를 주관하고 있다.
무분별한 심사 요청을 막기 위한 심사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협회 지부의 전용 창구에는 항상 여헌터들이 희망을 품고 등급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용기를 반납하러 협회 지부를 들르면서 가끔 볼 수 있었던 그 헌터밀크 향내 가득한 풍경을 떠올리며, 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3등급 헌터유는 다음 주에나 팔 수 있겠네요.”
“그러네.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주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헌터들의 재정비 기간이므로, 유민과의 짐꾼 계약에서도 제외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주 내에 헌터유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내일 하루 뿐이다.
헌데 등급 심사의 평균 소요 시간이 하루 이상이라고 하니, 이것은 유민이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내일 생산하게 될 헌터유를 고스란히 냉장 보관하여, 등급 심사가 완료되고 난 다음에야 물량을 푸는 수밖에.
밀크마스터의 능력으로 당장 헌터유의 품질이 상승한다고 해도,
헌터 협회의 공식 등급 인증을 받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증을 무시한 채로 무턱대고 팔아 보았자 그저 헌터밀크 등급을 사기 치는 년으로 낙인 찍혀,
앞으로의 헌터유 거래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부산물 판매까지 매우 힘들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그 큰 방패도 주말에 정비하시는 건가요?”
“응. 크기도 크기인데 안쪽 구조도 나름 복잡해서, 하루 날 잡아가지고 정비 맡겨야 돼.”
“...확실히 유지비가 좀 있겠네요.”
“돈 값은 하지만, 내가 좀 욕심을 내긴 했어.
그래서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가, 냉장고까지 그렇게... 하아...“
망가진 냉장고 생각이 났는지 어깨가 축 늘어지는 서울.
시선을 바닥에 떨구고 있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들어 유민과 눈을 마주했다.
서울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고마워, 유민아.
후배님 아니었으면 지금쯤 방패 끌어안고 펑펑 울고 있었을 거야.”
“뭘요. 저도 제 나름의 이득을 보려고 선배님을 끌어들인 겁니다.”
유민이 뺨을 긁으며 그렇게 답하자, 서울은 픽 웃었다.
우윳빛 그녀의 눈꼬리가 곱게 휘어졌다.
“그래. 나 키워서 좋은 헌터밀크 짜먹으려고 계약한 거겠지, 뭐.”
“들켰네요.”
“이제 와서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다, 후배님아!”
그렇게 유민과 서울이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냉장고 속의 분홍바위꽃 포션은 완전히 차갑게 식음으로써 복용될 준비를 마쳤다.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이 꽤 흐른 것을 확인한 유민이 냉장고를 열고 포션이 든 물병을 만져 보자, 싸늘한 냉기만이 가득 느껴졌다.
그에 유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홍바위꽃 포션을 냉장고에서 꺼내, 서울에게 건넸다.
“4급 솔루션의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이걸 마셔 주세요.”
“마지막은 맞는데 처음은... 아, 아냐. 그냥 처음으로 치자. 응.”
무심코 딴지를 걸었다가 음탕한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되어,
결국 본전도 못 찾게 된 서울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물통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물통의 뚜껑을 열고, 분홍바위꽃 포션의 향기를 살짝 맡아 보았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냄새. 서울은 그것이 자신의 4등급짜리 헌터밀크 맛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4등급에서 탈출할 때이다.
포션을 손에 들고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서울은, 이내 입구를 기울여 내용물을 점차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500ml 가량의 분홍바위꽃 포션이 금세 모두 서울의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후우.”
포션을 다 마신 서울은 빈 물통을 유민에게 건네주었다.
물통이 유민의 손에 쥐여짐과 동시에,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상태창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4급 회원 ‘유서울’의 솔루션을 완료했습니다.]
[해당 회원의 헌터 밀크 품질이 상승합니다.]
[4급 회원 ‘유서울’의 회원 승급 미션이 제공됩니다.]
[조건 충족 시 3급 회원으로 승급이 가능합니다.]
“...으읏?”
유민이 솔루션의 완료 메시지와 함께 회원 승급 미션이 주어졌다는 알림을 살펴보고 있을 때,
서울이 돌연 몸을 움찔거리며 두 팔로 가슴께를 감쌌다.
무언가 유방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젖샘에 묘한 자극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의 가슴을 껴안고 끙끙거리는 서울의 이상 증세에 놀란 유민이 메시지를 닫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읏, 어. 으응. 괜찮아... 아픈 건 아니, 야.”
그녀의 말대로 서울의 안색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단지,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적응하지 못 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이내 움직임을 멈춘 서울이 팔을 내리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응... 확실히 뭔가 효과가 있긴 있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거였어.”
“다행이네요. 뭔가 몸에 변화가 있나요?”
“어... 아니. 별로? 그냥 가슴만 좀 그렇게 되고 끝났는데.”
서울의 대답에 유민이 진중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솔루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가슴뿐인가,
아니면 이번에 한해서만 그렇게 효과가 적용된 것인가? 혹은 개인 차?
허나 현재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케이스가 서울밖에 없으니,
이것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가 보는 것은 아직 큰 의미가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헌터유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내일 알아보면 될 것 같네요.”
“으응. 아, 그리고 나한테도 알림이 왔는데, 회원 승급 미션을 할 수 있대. 그건 뭐야?”
“아. 그게 있었네요.”
그녀의 물음에 유민은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밀크 솔루션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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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솔루션]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의 본분이자 모든 것.
▶ 헌터 밀크의 품질 상승을 위한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 조건 충족 시 신규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 회원 수 : 1
▷ 유서울 (4급)
- 조건 A : 동일한 생산자의 헌터밀크 3회 이상 복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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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을 완료했지만, 스킬의 전체적인 설명에는 변화가 없었다.
유민은 서울의 회원 정보를 열람해 변경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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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울 (4급)
솔루션 버프 부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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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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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솔루션 진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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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4급 솔루션이 완료 상태가 되었다.
분홍바위꽃 포션 등의 언급이 모두 사라지고, 그 설명이 간략화 되었다.
“...?”
그 때,
유민은 솔루션의 진행 완료를 나타내는 문구 아래에 무엇인가가 추가된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아래로 옮겨 그 정체를 확인한 유민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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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급 미션 진행 중
- 던전 착유 (0/15)
- 착유 절정 시 달성 횟수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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