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선배와 긴급조치 (5)
“...”
서울이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앉아서 유민이 건네 준 물을 들이키는 동안,
유민은 바지를 다시 입고 그녀의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솔루션에 필요한 것이었으니, 서울의 얼굴에 자지를 들이댄 것은 별 문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 남성기를 집어넣는 것은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심지어 묘하게 하반신에서 개운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밀크마스터의 묘리에 극도로 집중하는 동안 서울의 입 안에 사정까지 저지른 모양이었다.
그것은 명백히 솔루션의 선을 벗어난, 자신의 잘못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주목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유민이 황급히 서울의 입에서 자지를 빼내었을 때,
자지의 상태가 그녀의 타액이 묻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말끔했던 것이다.
이는 저항하는 사람의 입에 처박혀서 멋대로 정액을 싸지른 자지라기엔 지나치게 깨끗했다.
마치 사정을 마친 뒤에 누군가가 입 안에서 자지를 열심히 청소해 준 것처럼.
이러한 정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서울이 자신의 자지를 입 안에 물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유민은 대충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자지가 억지로 입에 물려져 불쾌한 경험을 했음에도,
착한 심성을 가진 서울은 그것을 꾹 참고 기꺼이 자신의 자지를 깨끗하게 해 준 것이다.
조금 어긋나기는 했으나 거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 유민은 서울이 얼굴을 붉힌 채 물만 꼴깍꼴깍 마시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허리를 푹 숙이며 정중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큽!”
많은 것이 담긴 유민의 한 마디에 순간 물을 뱉을 뻔한 서울이 작게 콜록거리며 물병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상반신의 후드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고간에 수건 한 장을 덮어 놓고 있었다.
얇은 수건으로 결코 가릴 수 없는 하반신의 아름다운 곡선과 풍만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모습은 유민의 성기에 다시 천천히 힘을 불어넣고 있었지만,
유민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솔루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제가 선배님에게 실례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으읏.”
그의 말을 듣고, 얼굴에 붉은 기가 더해진 서울이 작게 신음성을 흘렸다.
유민이 내렸던 결론과 다르게,
서울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민의 말대로, 솔루션에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먼저 자신의 입에 자지를 쑤셔넣은 그의 잘못이 가장 크기는 했다.
하지만 서울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몽롱한 과거 속에서 흐릿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매우 음탕하기 그지없었다는 것이다.
기억 속의 자신은 입에 들어온 유민의 우람한 자지를 곧장 뱉어내기는커녕,
빼는 둥 마는 둥 하며 몰래몰래 혀로 자지의 끄트머리를 핥아 보고,
이로 기둥을 슬쩍 깨물어 보고,
볼살로 귀두를 꾹 눌러 보면서 자지에 자극을 주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수컷의 맛과 향을 느끼며,
흥분감에 군침을 꼴깍 삼키기도 했다.
결국 자지를 사정시켜 버리고 유민이 싼 정액까지 꿀꺽꿀꺽 남김없이 마신데다가,
점입가경으로 귀두 구멍의 안쪽에 남아있던 것까지 쪽쪽 빨아먹지를 않나.
심지어는 혀로 자지 기둥을 핥아 청소까지 해 주지 않았는가!
연속 절정에 의해 정신이 반쯤 나갔던 탓에 다소 기억이 왜곡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알 도리가 없는 서울은 과거 속 자신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고 싶었다.
미친년 같으니라고. 분명 유민도 알고 있겠지.
자지가 깔끔한 것을 보고 내가 뭔가를 했다는 걸 눈치 챘을 거야.
보지 만져지는 도중에 자지를 보고 흥분한 것으로 모자라, 정액을 삼키고 자지 청소까지.
경험도 없는 주제에 자지만 좋아하는 변태로 낙인찍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 생각에 서울은 유민에게 뭐라 할 말을 찾지도 못 하고,
수컷의 강렬한 맛과 진득한 향을 입안에서 씻어내기 위해 연거푸 물만 들이켜고 있던 것이었다.
이렇게 애를 태우던 와중에,
헌터밀크와 솔루션에 진심인 유민답게 그는 너무나 솔직히, 그리고 정중히 사과해 왔다.
그 모습을 보게 된 서울은 자신에게 기회가 왔음을 느꼈다.
본인이 자지를 좋아한다는 오해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 후배님?”
“네.”
“그냥, 그... 자ㅈ, 아니! 그러니까, 내 입에 그, 그거는...
서로 잊어버리는 걸로 하면, 안될까...?”
“...네? 하지만.”
“그게 말이야! 응. 나도 막 가버... 으응. 몸이 그렇게 되고 그래서,
막 정신 나갈 것처럼 어질어질하던 와중에 그렇게 돼 버린, 거니까...
그런 거, 안 좋아하니까...”
뒤로 갈수록 점차 웅얼거림으로 바뀌면서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서울.
부끄러움에 귀엽게 몸서리치면서도 어떻게든 유사 펠라치오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어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에, 유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닥 좋지 않은 기억일 터이니, 그녀의 뜻대로 하는 것이 좋을 테지.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알겠습니다.”
“으, 으응... 고마워.”
“아뇨,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인데요.”
그렇게 답한 유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포션 만들어 올게요. 쉬고 계세요.”
“응...”
서울은 유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부엌 쪽으로 걸어간 뒤에는 이내 피식 하고 쓴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헌터유 등급 올리겠다고 여기 온 거였지.
솔루션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다짐하자마자, 정말로 키스랑 처녀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바쳐 버렸다.
자지와 정액을 탐하는 암컷의 본능이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남은 두 가지도 얼마 안 가 유민에게 내어줄 가능성이 농후하긴 했다.
하도 유민과 건전하지 못 한 일들로 부대낀 탓에 덤덤한 심정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서울은,
이내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후우.”
자신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가난의 굴레에서 탈출하기 위해 남자의 손길에 허덕이고,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정답은 없었기에 서울은 그 질문에 결코 답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유민과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싫지는 않다.
유민에게 거부감이 들었다면 솔루션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낌새가 수상한 사람과는 결코 협력하지 않는 것이 헌터였으니까.
언제나 헌터밀크에 진심인 그가 결코 싫지 않았기에.
유민이라는 남자에게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었기에.
그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잠자코 유민의 손길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
유민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생각의 흐름이 띄워 낸 그 문장에, 서울의 머릿속에 유민의 부분적인 요소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갔다.
건장한 몸. 순하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 헌터유만 관련되면 사람이 바뀌는 듯한 괴짜스러운 성격.
그러던 도중에 떠올리게 된 것은, 유민의 눈이었다.
선하고 순박해 보이는 짐꾼의 눈빛을 담고 있다가,
헌터밀크가 화제에 오르는 순간 유민은 헌터유에 인생을 건 장인의 눈을 하고 있었다.
성욕을 초월하는 강대한 의지.
자신의 길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달려드는 진정성.
그 뜻에 반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광기.
분명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서울은 유민의 그 진중한 눈빛에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멍하니 그의 눈을 생각하고 있던 서울의 머릿속에,
나를 잊지 말라는 듯 불청객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핏줄이 튀어나와 야성성이 드러나는 굵고 길다란 기둥과 두꺼운 버섯갓.
정액이 가득 담긴 묵직한 구슬주머니.
"...윽!"
어느 새 유민의 우람한 자지를 떠올리며 침을 삼키고 있던 서울은, 흠칫 놀라 고개를 휙휙 저었다.
미쳤어 진짜. 한 번 맛 좀 봤다고 아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
서울은 자꾸 여헌터가 아니라 암컷이 되려고 하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머리를 비우고 건전함을 되찾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래. 이제부터 자지 생각은 금지다.
...근데 그거, 맛은 괜찮았지.
“아니, 좀!”
결국 두 손으로 우윳빛 단발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내면의 암컷에게 성질을 부리는 서울이었다.
그녀의 자괴감 섞인 외침에, 유민이 물을 끓이다 말고 고개를 내밀었다.
“왜 그러세요, 선배님?”
“어, 아, 아무것도 아냐! 응!”
유민의 목소리에 서울이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잠깐 의문을 표한 유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태창을 불러내 솔루션의 상태를 확인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위기 아닌 위기를 넘긴 서울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민 덕분에 혼란하던 머릿속이 단번에 초기화된 것을 그나마 다행히 여기며, 그녀는 머리를 들어 뒤통수를 벽에 기대고 눈꺼풀을 내렸다.
미래의 자신이 과연 유민과 어떤 관계가 되어 있을지, 심히 걱정되기 시작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