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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선배와 긴급조치 (1) (17/116)



〈 17화 〉선배와 긴급조치 (1)

나비 머리띠를 한 거유 마녀의 배웅을 받으며,
유민은 그 괴짜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공방을 나섰다.


몇 걸음을 걷다가 이내 멈춰 선 유민.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자신이 방문했던 작은 상점을 눈에 담았다.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깔끔해 보이는 소규모 공방의 모습.

이런 곳에,  리퀴드 위치가 숨어 있다니.
유민은 아직도 시영이 액체의 마녀인지 긴가민가한 상태였지만,
그녀가 웃으며 남겼던 말대로 그 진실은 차차 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비록 어이없는 협박에 묶이기는 했으나,
 의도가 나쁘게 작용한 것만은 아니었기에 유민은 그나마 안도를 표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덕에 분홍바위꽃 포션의 재료도 대가 없이 구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그 자극적인 옷차림에 포장되어 있는 거대한 봉우리 한 쌍이란.


유민은 언젠가 검은 마녀의 탐스러운 젖통을  손 가득 그러쥐고 헌터유를 탐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다시금 발을 내딛었다.

유민이 자신의 집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공방에서 다소 충격적인 일을 겪기는 했으나, 시간 자체는 그리 많이 소모되지 않아 출발한 시점에서 30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유민은 현관문의 도어락 커버를 열었다.
띠링. 하는 효과음이 발생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위해 키패드에 손가락을 갖다대려는데,
 안쪽에서 털푸덕, 털썩 하고 매트리스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 안에는 우윳빛 단발의 헌터이자 솔루션의 첫 회원인 서울밖에 없을 텐데.
유민은 뭔 일이라도 있나 싶어 비밀번호를 빠르게 입력하고 현관문을 열어젖혀 안으로 들어갔다.

방의 풍경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트리스 위에 여성 특유의 W 자세로 다리를 접고 앉아 있는 서울과 그녀의 주변뿐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싸구려 후드티의 목 부분과 가슴 쪽에는 땀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배어 있었고, 밑자락은 아랫배를 가리지 못하고 살짝 위로 뒤집어 젖혀져 있다.

비교적 깔끔한 형태로 서울의 넓은 골반과 엉덩이에 둘러져 있던 수건들은 엉망으로 이리저리 구겨진 채, 그녀의 고간 주변에 쌓여 수건 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 모양은 제대로 넓게 퍼지지 못해 오직 서울의 안쪽 사타구니 부분만 가리고 있었기에,
통통한 허벅지의 위쪽 끝부분에 걸쳐져 있던 팬티  옆 부분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땀을 흘리던 뜨거운 몸.
흐트러진 옷차림새.
고간을 가리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의 흔적.

누가 보더라도, 자위일 가능성이 농후한 무언가에 심히 열중하다가 유민이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일어나 앉아 수건을 대충 그러모아서 중요한 부위만 가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

유민은 그 모습을   훑고 나서, 서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목부터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땀을 비척비척 흘리고 있던 서울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어색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삐걱 돌려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윳빛 머리칼이 뺨에 달라붙은 채, 촉촉한 라임빛 눈동자를 마주해 오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진한 색기가 느껴졌다.


“와...왔어, 후배님?”


“...네.”



지금까지  했기에 수건과 매트리스가 마르기는커녕 오히려 더 젖어 있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져야 할지 그냥 넘어가야 할지 고민하던 유민은, 이내 가방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으, 으응?”

“분홍바위꽃 포션, 바로 만들게요.”


“어, 아. 그래! 알았어.”




참으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유민은 별 말 없이 뒤돌아 싱크대 쪽에서 포션 제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서울은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유민이 집을 비운 동안 끓어오르는 욕망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유두를 꼬집고 질벽의 약점을 긁어내는 등의 갖은 노력을 다 해본 그녀였으나,
유민과 함께 했을 때의 그 쾌감과 해방감은 결코 느낄 수가 없었다.


결국 유민이 돌아오기 직전까지 매트리스 위에서 뒤척이며 손가락으로 음부를 열심히 쑤시고 있다가,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심지어 결국 절정에 달하지도 못 했으니, 30분 동안 예열만 실컷 하다가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얼굴을 가린 채로 스스로에게 힘껏 욕을 던지고 있다가,
그녀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수건을 치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록 하반신에는 팬티만 걸치고 있었지만, 펑퍼짐한 후드 자락을 최대한 끌어내리면 아슬아슬하게 어떻게든 하의실종 패션으로 인정받을  있는 모양새가 나왔다.

허나 서울의 후드는 완전한 오버핏이 아니었고, 그녀의 넓은 골반이 옷자락의 전진을 불허하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팬티가 그녀의 보지에 착 달라붙어 생겨난 작은 골짜기가 그 밑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며,
탐스러운 허벅지 또한 음즙과 땀으로 반들반들해진 윗부분까지 그대로 바깥에 드러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후드를 끌어당기며 커다란 가슴이 옷자락에 짓눌려 강조되어 보이고, 한창 달아오른 몸에서 흘러나오는 암컷의 향기까지.
지금 서울의 모습은 섹시함을 넘어서 상대를 유혹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민이 일반 남성과 비슷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곧바로 그녀를 매트리스에 쓰러뜨리고 싶다는 욕망에 휩쓸렸을 만한 파괴력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도와줄 거 있어, 후배님?”



하지만 서울은 자신의 옷차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냄비에 물을 받으려는 유민에게 다가갔다.
 판국에 팬티 보여주는 게 대수냐는 생각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늘 하루만에 유민에게 젖가슴을 내주고 코앞에서 수유 절정에 달했으며, 자위도 2번이나 들키고 말았다.
그렇기에 서울은 유민에 대한 수치심의 역치값이 이미  높은 곳까지 올라가 버린 상태였다.

거기다가 한껏 달아올라 있는 몸의 열기에 의해 서울의 머릿속은 반쯤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어,
육체나 정신이나 그닥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아뇨. 그냥 물의 양만 맞추면 되는... 거라서요.”

유민은 서울의 물음에 대답하며 무심코 고개를 그녀 쪽으로 돌렸다가.
문자 그대로 하의 실종 상태인 서울의 후드 자락 아래 도끼자국과 눈을 마주쳤다.

그에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을 끝맺는 유민이었다.
대놓고 그에게 음탕한 손아귀를 뻗는 듯한 서울의 차림새에 유민이 순간 당황하는 것을 본 그녀는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그래도 아예 반응이 없는 건 아니구나.


“그래? 진짜 간단하긴 한가 보네...”


“그렇죠. 아마 라면보다 쉬울 겁니다.”

550ml의 물이 담긴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 유민이 종이봉투 안에 담겨 있던 꽃을 모조리 냄비 안에 투하하는 동안, 서울은 유민의 곁에 붙어 서서 그 과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바라보는 척 하면서, 눈을 힐끔힐끔 돌려 유민의 바지춤 안에서 잔뜩 성난 채 고통 받고 있는 커다란 남성기를 훔쳐보고 있었다.
열심히 보지를 손가락으로 쑤시는 동안 몇 번이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그 녀석이었다.
아아, 헌터밀크에 미쳐 있는 남자를 주인으로 둬서 네가 고생이 많다.


서울이 유민의 자지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이,
유민은 상태창을 불러내어 포션의 레시피를 다시 한 번 확인하려 했다.


“...?”


헌데, 밀크 솔루션 스킬을 살펴보던 그는 이전에 없었던 항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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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솔루션 진행 중
- [긴급] 신체 상태 정상화 (미달성)

- 분홍바위꽃 포션 복용 (진행 불가)


분홍바위꽃 포션 제조법 -
깨끗이 씻은 분홍바위꽃 30g을 물 550ml에 투입한다.
약한 불로 30분 동안 끓이고 차갑게 식혀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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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위꽃 포션 복용 솔루션이 비활성화되어 진행 불가 상태가 되었고,
그 위로 붉은색의 ‘긴급’ 표시가 붙은 지시사항이 추가되어 있었다.
새로 추가된 녀석을 해결하면 기존의 것을 마저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신체라 함은, 서울의 것을 말하는 건가.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려 서울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우윳빛 앞머리를 늘어뜨린 채, 멍하니 자신의 아래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데구르르 굴려보던 유민은 그 종착점이 어디인지 깨닫고, 흠칫하며 그녀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서울은 잔뜩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읏.”

자신의 행동에 덩달아 흠칫한 그녀는 잠시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더니 슬쩍 고개를 치웠다.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서울의 움직임을 보며, 유민은 솔루션이 지시하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현재 성적으로 흥분해 있었다. 속된 말로 꼴려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바지를 입지도 않고 자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거나 남성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당연히 유민이라도 상대가 달아올라 있다는 것을  수밖에 없었다.


유민이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면,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아마도 자신이 서울의 가슴을 빨며 성적 자극을 주고 절정시킨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그 이후에도 얼굴이 줄곧 미약하게 붉어져 있었던 그녀는 자신이 분홍바위꽃을 사러 나간 사이에 스스로를 마저 위로하려다가, 영 좋지 않은 타이밍에 집주인이 돌아오자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급히 마무리하며 성적 욕망에 그대로 방치된 것이겠지.

유민은 그제야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원인과 과정이 어찌되었든 간에, 유민은 솔루션을 마저 진행하기 위해서 서울의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아야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 그녀를 개운하게 해 주어야 했다.

유민은 손을 들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달구어져가던 냄비와, 꽃을 품은 물이 다시 천천히 식어갔다.




“응...? 후배님 왜? 레시피 잘못 봤어?”


 갑작스러운 행동에 서울이 의문을 표하고 있자,
유민이 몸을 돌려 서울을 마주 보았다.

“선배님.”

“응?”


“솔루션에 관련된 거니까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어... 그, 그래. 알았어.”




예의 진중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유민의 얼굴을 보고,
서울은 몸 속 깊숙한 곳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상대가 저런 표정을  채로 그녀에게 선사했던 황홀한 쾌락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살짝살짝 비비적대고 있는 서울에게,
유민이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질문을 던졌다.


“지금 확인해 보니까, 솔루션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어요.”


“새로운 거...?”



유민이 다시 그녀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점차 다가오는 그의 진지한 얼굴에, 서울은 자기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기존의 솔루션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뭐, 뭔데?”

그는 또 앞으로 한 발짝.
그녀는 다시 뒤로 한 발짝.


전진, 또는 후진을 반복하던 남녀는 다시 매트리스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솔루션이 알려주기를, 지금 선배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닌데?  멀쩡한데? 으응.”



마치 자신의 애타는 심정을 궤뚫어보는 듯한 유민의 말에 서울은 순간 침을 꿀꺽 삼켰지만,
대놓고 맞습니다, 나 꼴렸어요. 라고 시인할 수는 없기에 유민의 눈을 피하며 그렇게 둘러대었다.


허나 유민이 보기에는,
뒤로 물러서는 걸음걸음마다 중간에 허벅지를 비벼대며 음즙을 주륵 흘리면서도 뻔뻔하게 그런 대답을 하는 서울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다.


유민의 두 손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나가, 다시 한 걸음 물러나려는 그녀의 몸을 꽉 붙잡았다.


“아뇨.”

“햐악?!”

그러자, 서울의 몸이 순식간에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허리가 절로 굽혀지며 안짱다리가 된 하반신이 덜덜 떨렸다.



"핫...윽...아...!"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양 손이 천천히 올라가, 서울을 붙잡고 있는 유민의 팔목을 쥐려 했다.
하지만 유민은, 서울의 커다란 젖가슴을 한가득 쥐어잡고 있는 두 손아귀에 힘을 더하는 것으로 그녀의 저항을 간단히 떨쳐냈다.



“하으윽!”




서울은 다리에 힘이 절로 풀리는 쾌락에 고개를 떨구었다.
흐릿해져 가는 그녀의 머릿속에, 유민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문장 하나가 또렷이 각인되었다.


“선배님에게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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