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신규 회원과 첫 솔루션 (3)
서울과 함께 집에 도착한 유민은 먼저 빠른 손놀림으로 냉장고에 헌터유를 집어넣었다.
남자가 사는 집에 이렇게 남녀 둘이서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서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랄 것이 그닥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은 D급의 헌터이고, 유민은 F급이었기에 별 위협이 되지 못 한다는 점도 있었으나,
그녀의 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놈의 맛 발언으로 알 수 있는 유민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가장한 광기가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밀크 솔루션.
덕분에 평온한 마음으로 유민의 집에 입성하게 된 서울은, 공간이 꽤나 협소함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난한 그녀는 이미 이런 식의 원룸에 있었다.
“어디에 앉으면 될까?”
“어... 여기서 얘기하시려고요?”
“응. 밖에서 얘기할 만한 데도 없으니까.”
솔루션과 같은 위험한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차라리 이렇게 단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 낫다.
그렇게 생각한 서울은 별 망설임 없이 다리를 접어 매트리스 한쪽에 주저앉았다.
유민은 그런 서울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조금 떨어진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면,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일단, 선배님이 상태창에서 보신 것을 말씀해주세요.”
“밀크마스터한테, 헌터밀크 품질을 올릴 수 있는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헌터밀크 관련해서 버프도 받고 있고.”
서울의 말에, 유민은 그녀에게 버프뿐만 아니라 대략적인 스킬의 설명까지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유민은 원래 카페에서 버프를 보여준 다음,
그것으로 자신이 솔루션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려 했다.
헌데 서울은 상태창을 보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크게 경악했다.
그것은 솔루션 버프의 내용만으로는 결코 끌어낼 수 없는 반응이었다.
서울의 그런 행동을 보고,
유민은 그녀가 솔루션의 존재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행동했던 것이다.
지금 서울의 설명을 들어 보니 다행히 그것이 정답이었다.
“그 설명대로, 저는 헌터밀크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나 다 가능한 건 아니고, 회원 등록을 하면 그 회원에게 솔루션이 제공되는 식입니다.”
“으응.”
“제가 왜 회원으로 정했는지는, 아까 들으셨죠?”
“그래. 맛이라며.”
“그거 말고도 선배님이 믿음직해서 그랬다니까요.”
“응응. 알았으니까 마저 얘기해, 후배님.”
잠깐 허공에 시선을 두어 자신의 상태창을 한 번 확인한 유민은,
진중한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솔루션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문제점?”
“일단, 저는 한 번 솔루션을 진행하는 이상,
무조건 1등급을 목표로 할 겁니다. 뭔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면요.”
“응. 그야 그렇겠지? 올릴 수 있는 이상 끝까지 올리는 게 좋으니까.”
그녀의 맞장구에도 별 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유민은 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듯이 낮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문제는, 솔루션이 지시하는 내용의 수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는 겁니다.”
“...!!”
헌터밀크는 젖샘에서 생성되어 유두를 통해 배출된다.
그러한 헌터밀크의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이 바로 밀크 솔루션.
그 솔루션의 지시사항을 따르는 도중에,
유방을 포함해서 헌터의 몸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서울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유민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선배님의 4급 솔루션은 간단한 내용이지만,
앞으로 3급, 2급. 그렇게 올라갈 때마다 어떤 솔루션이 나올 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
“제가 선배님에게 솔루션이라는 명목으로 무슨 짓을 해도,
선배님은 그걸 받아들이실 수 있습니까?”
유민의 질문을 듣고, 그녀는 가만히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커다란 방패에 얽매여, 자유가 허락되지 않고 끌려다니는 삶.
헌터밀크 등급이 낮은 탓에 방패의 수리, 관리비를 지불하면 돈이 부족해 허덕이던 일상.
실드를 팔아치울 수도 있었으나,
그녀에게 이 묵빛의 타워 실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수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너무나도 밉지만, 결코 놓아줄 수 없는 지독한 애증이었다.
점차 힘에 부치는 것이 느껴지던 그 때, 서울은 김유민을 만났다.
초면인 줄만 알았던 짐꾼은 며칠 전 자신에게 헌터유를 샀던 일반인이었다.
서울은 지쳐 있었지만, 그녀의 심성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에 그와 짐꾼 계약을 하고,
유민이 헌터 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열심히 도와주었다.
그래.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저 이 끝없는 궁핍과 싸우는 일상에 자그마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 전부일 줄만 알았는데.
유민은 서울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신의 헌터밀크 등급을 올려줄 수 있다고.
방패에 얽혀 자신을 갉아먹는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 상대가 신이 되었든 악마가 되었든 간에,
그녀는 이것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서울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유민은 어떠한 흐트러짐도 없이,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다.
그 올곧은 눈빛에는 한 줄기의 어둠조차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던 서울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쯤되면 믿음직한 것을 넘어서 자신에게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는 건지 의심될 정도였지만.
뭐 상관없나. 이판사판이다.
내 인생을 위해서 나의 전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응, 좋아. 받아들일게.”
“괜찮겠습니까?”
“이제 와서 뺄 수도 없는데 뭐.”
“알겠습니다. 그럼 솔루션의 내용을...”
그녀가 진심인 것을 확인한 유민이 대뜸 솔루션을 가르쳐주려 들자,
서울은 황급히 그의 말을 잘랐다.
“어? 잠깐만. 계약은?”
“네? 계약이라뇨.”
어리벙한 그의 되물음에,
서울은 방금 그녀가 속으로 비장하게 다짐했던 것을 철회하고 싶어졌다.
“후배님... 설마 지금 계약도 안 하고 솔루션 진행하려 한 거야?
나한테 솔루션을 주면, 나도 후배님한테 뭔가를 줘야 할 거 아냐.”
“아.”
그녀의 말을 듣고 유민이 바보 도 트는 소리를 낸다.
서울은 무심코 한 손으로 본인의 머리를 짚었다.
“...어우, 진짜! 후배님은 내가 첫 회원 아니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그럼 지금 계약 내용을 제대로 정한 건 없다는 거지?”
“그렇죠… 그냥 선배님의 등급을 올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일단 이 자리에서 3등급까지 올리는 것까지만 정해 보자.
4급 솔루션은 간단하다면서?”
“그럴까요? 음.”
유민은 4급 솔루션에 대한 계약 조건을 생각하다가,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요구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돈을 달라하기엔 그녀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고.
서울의 남은 헌터유도 이미 모두 구매했다.
그렇다면 대체 그녀가 무엇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단 말인가.
고민하던 그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가슴팍에 꽃혔다.
“읏...”
서울은 그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깨닫고 금세 귀를 붉혔다.
그럼 그렇지.
이 남자의 최고 관심사는 자신의 가슴.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유사 젖이다.
그녀는 유민이 무엇을 요구할지 뻔히 알 것만 같았다.
...아니. 헌터밀크는 알겠지만, 가슴에는 정말 관심이 있기는 한 것인가?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은 지금까지 뭇 남성들의 시선을 강탈해오고 있었지만,
유민이라면 그냥 헌터밀크 나오는 저장고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혼란스러운 생각도 잠시,
서울은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4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가는 것뿐이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그 간단한 것조차 하지 못해 고생하며 살아왔다.
비록 그런 쪽의 경험은 없으나,
이 거추장스러운 젖탱이를 내주는 것만으로 3등급에 올라설 수 있다면, 기꺼이 해주겠다.
게다가 이미 자신은 무엇을 당하더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해 주겠어. 라는 다짐과 함께 묘한 흥분감에 휩싸인 서울은,
콧김을 흥. 하고 뿜으며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좋아.”
“네?”
“그, 잔여유밖에 안 나오지만! 그래도 괜찮으면 빨, 빨아 마셔도 돼!”
그리고 유민이 채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서울은 펑퍼짐한 후드 끝자락을 양 손으로 굳게 잡고 위로 휙 당겨올렸다.
그 난폭한 노출을 행하던 도중에 그녀의 유두가 싸구려 옷감에 팍 쓸렸다.
서울은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허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상의의 앞자락을 쇄골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후드 밑에 아무것도 받쳐 입지 않고 있었다.
유민은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날것 그대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었다.
후드티가 빠르게 위로 스쳐지나가며 생긴 힘.
그것에 의해 유방이 약하게 위아래로 출렁이며 매력적인 바스트 모핑을 일으킨다.
탱글한 탄력을 그대로 유지하여 본연의 존재감을 뽐내는 젖통의 볼륨.
연분홍빛의 유륜이 그 커다랗게 덩어리진 유육의 첨단을 물들이고 있다.
그리고 유륜의 중심에 탐스럽게 맺혀, 잔여유가 방울져 흐르는 붉은 유실까지.
그저 헌터유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자연히 그것을 생산하는 서울의 유방에 시선이 간 것뿐인데.
그녀의 급발진 덕에 뜻밖의 굉장한 풍경을 감상하게 되어 버린 유민이었다.
그 모든 것을 홀린 듯이 멍하니 바라보던 유민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
생각해 보면 서울의 제안은 유민에게도 꽤나 괜찮은 옵션이었다.
어느 것에도 가려지지 않은 젖가슴을 양 손 가득 쥐어잡고 밀크를 빨아마실 수 있다니.
밀크커버만 제거하여 그 구멍으로 헌터유를 취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여헌터가 자신에게 헌터밀크를 주기 위해, 본인의 젖통을 완전히 내어준다!
그 상황에서 오는 흥분은 보통의 자극이 아니었다.
거기에 안내원 최시현의 경우에는 온전히 자신의 의사로 움직인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는 유민 본인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헌터밀크를 탐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헌터 복장이 아니기에 시각적인 흥분도는 덜했지만,
그로서는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좋...”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던 유민은, 순간 멈칫했다.
방금까지는 서울의 등급을 올린다는 생각만으로 들떠 있었던 유민이었지만,
서울이 언급한 솔루션의 대가 역시 군침이 돌 만한 사항인 것이 틀림없었다.
분명 솔루션은 막대한 가치를 지닌 것.
그렇기에 서울도 미지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흔쾌히 수락하지 않았는가.
그 엄청난 값어치의 솔루션을 고작 생가슴 빨기 한 번으로 제공하는 것은 분명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여, 지금 자신에게는 아직 협상을 할 만한 여지가 있지 않을까?
유민은 가슴을 꺼내놓고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던 서울에게 다가가는 대신,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것만으로 되겠습니까, 선배님?”
“읏...!”
그 말에 순간 몸을 긴장시키며 어깨를 움츠리는 서울.
유민의 말은 분명 옳았다.
솔루션에 대한 다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위험성도 어디까지나 유민이 자신에게 제공하는 솔루션의 일환.
솔루션을 제공받고 지불해야 할 대가는 당연히 별개로 쳐야 했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가슴을 한 번 그에게 내어준다 해도,
그것이 헌터밀크 등급 상승의 대가로 충분한지를 묻는다면 그녀 본인도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서울은 젖가슴을 그대로 노출한 채,
결의에 찬 눈빛으로 유민을 마주했다.
이미 자신은 유민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한 몸이다.
그렇다면!
“그, 그럼...”
“던전에서.”
뭔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입에서 꺼내려던 서울이었으나,
그에 앞서, 유민이 먼저 운을 띄웠다.
“...응?”
“내일, 던전에서도 마시게 해 주세요.”
유민은 비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한 번은 부족하니, 두 번으로 하겠다.
던전 안에서 마력을 사용하고 갓 생성된 헌터유를 마음껏 빨아마시는 행위.
그것은 유민의 로망과도 같은 일이었다!
“...”
헌터유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 그의 요구에, 서울은 할 말을 잃었다.
생기를 잃은 라임빛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다가, 결국 꼭 닫힌 눈꺼풀 속으로 숨어버린다.
“...진짜 변태야, 후배님.”
우물거리던 서울의 입에서 조그맣게 튀어나온 매도.
그것은 유민의 제안에 대한 수락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