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신규 회원과 첫 솔루션 (1) (10/116)



〈 10화 〉신규 회원과 첫 솔루션 (1)

-띠리리링! 띠리리링!

“...”

유민은 주춤거리는 발걸음으로 매트리스에 다가갔다.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어, 화면에 표기된 발신자를 확인했다.

[유서울 선배]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이런 식으로 속담을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민은 아수라장이 된 머릿속에서도 용케 그런 실없는 생각을 떠올리며,
약간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 유민아! 집에 잘 들어갔어?]


목소리가 밝다.
뭔가를 목격하고 추궁하기 위한 어조는 아니었다.
그래도 유민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선배님도 잘 지내고 계세요?”


[아하하, 뭐래! 방금 전까지 같이 던전 돌았으면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음. 그, 그렇지?]



별 생각 없이 뱉은 농담에, 서울이 순간 말을 더듬었다.
확연히 어색한 목소리. 마치 정곡이라도 찔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알아채고 다시 등골이 싸해진 유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짜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아니 뭐어! 그냥... 헤헤...]


“선배님?”


[헤헤... 하... 후우우우...]

그녀의 어설픈 웃음소리가 점차 한숨으로 바뀌어 간다.
뭔가를 포기한 듯한 느낌에 유민이 의문을 표하고 있을 무렵,
약간 힘이 빠진 서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져 왔다.




[후배님.]

“네.”

[...혹시 헌터유 살 생각 있어?]


“...네?”



그녀의 용건은, 유민의 예상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헌터유를 왜? 그것도 이리 갑작스럽게?
유민은 머리통에 물음표가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 제게 파신다면 당연히 살 겁니다만, 갑자기 왜...?”



하지만 헌터밀크는 언제나 유민의 최중요사항이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4등급 중에서도 최상인 유서울의 것이라면 사양할 것이 없다.
그렇기에 그는 먼저 승낙의 뜻을 밝히고, 서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



그의 물음에도, 그녀는 응답이 없었다.
혹시나 민감한 문제인가 싶어, 유민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니, 말씀하기 곤란하시면 안 알려주셔도 괜찮아요. 거래 장소는 저번처럼-”


[아, 아냐! 아냐!  이상한  아닌데... 그으...]


“...?”

그런 유민의 말을 다급히 끊어낸 서울이 다시 망설이는 기색을 표한다.
그의 의문만 더욱 커져갈 무렵,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진실을 고백했다.




[냉장고가, 고장나서...]


“앗.”



헌터유에는 미약하긴 하지만 마력이 들어가 있어, 상온에서도 조금은 버틸  있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이후로는 냉장보관을 하지 않으면 신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낮은 등급의 던전이라면 공략 시간이 짧아  문제가 없지만,
일정 등급 이상부터는 헌터밀크 전용 보냉 케이스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헌터유가 온라인 헌터마켓을 통해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걸리는 시간은 보통 하루에서 이틀 사이.
이는 상온에 둔 유제품 하나가 맛이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상하기 일보직전의 3등급 헌터유는 신선한 4등급만도 못하다 하여, 해당 등급 헌터밀크의 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려나가게 된다. 그것은 당연히 판매자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그렇기에, 서울은 냉장고의 기능이 정지한 것을 보고 헌터유가 상해 버리기 전에 급히 판매할 방법을 찾고 있다가 자신을 떠올린 것이겠지.


“그건 큰일이네요. 그럼 저번의 거기로 지금 가면 될까요?”


[으응... 고마워.]



유민은 그녀가 냉장고에 대한 이야기를 망설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유서울의 올바른 성품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유민이 얼마나 헌터유에 열광하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그냥 시치미를 떼고 헌터유를 팔아도 그는 방금처럼 큰 고민 없이 그것을 사려 했을 것이다.
유민은 아무것도 모른  그저 유서울의 헌터밀크를  마실 수 있다며 희희낙락했을 테고.

하지만 서울은 그러지 않았다.
F급 짐꾼에 불과한 자신에게, D급 헌터인 그녀는 냉장고가 망가진 것을 먼저 밝혔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헌터유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 것이다.

신뢰성.
솔루션의 비밀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을 그녀는 갖추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옷을 챙겨 입으며 냉장고에서 솔루션에까지 생각이 흘러간 유민은,
그제서야 버프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솔루션 스킬의 버프는 서울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버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
그것조차도 확실하지 않다.


밀크 감별사에 의한 버프도, 내가 헌터밀크를 마시고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야만  내용을 알  있었다.
그렇다면 솔루션의 버프 또한 그런 식으로 조용히 상태창에 추가될 가능성이 꽤 높았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눈치  수 없는 것인가.

옷을  입은 유민이 가방을 챙기고 현관을 나섰다.
걸음을 옮기며, 그는 상태창을 마저 확인했다.


========
[밀크 감별사]
○ 패시브 스킬

▶ 헌터밀크 복용  해당 헌터밀크의 생산자를 확인 가능하다.
▶ 복용한 헌터밀크의 특성과 복용량에 따라 일시적인 버프를 부여한다.

-버프 부여 중 (유서울)
-힘 6% 증가
-지속 시간 : 1시간
========


우선, 신선도에 따라 버프의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갓 짜내 온기가 남아 있는 헌터유에 비해 2% 감소했다.

버프의 효율을 위해서는 신선도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알게 되었으나,
지금의 유민에게 있어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빠르게 시선을 아래로 옮겨 솔루션 스킬을 확인했다.


========
[밀크 솔루션]
○ 고유 스킬

밀크마스터의 본분이자 모든 것.

 헌터 밀크의 품질 상승을 위한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 조건 충족 시 신규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회원 수 : 1
 유서울 (4급)

- 조건 A : 동일한 생산자의 헌터밀크 3회 이상 복용
- ???
========

“...!”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전체 회원의 인원수와, 그 밑으로 보이는 서울의 이름.
유민이 거기에 의식을 집중하자, 서울의 회원 정보가 주르륵 펼쳐졌다.


========
▽ 유서울 (4급)


솔루션 버프 부여 중 ()
- 헌터밀크 생산량 15% 증가
- 헌터밀크 저장량 15% 증가
- 유방 감도 30% 증가
========


회원 정보에는 먼저 그녀에게 부여된 버프의 효과가 나열되어 있었다.
다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내용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생산 및 저장량이 증가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이기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유방 감도 증가는 버프인지 저주인지  수 없을 옵션이었다.


그 때, 유민은 ‘버프 부여 중’ 문구 옆의 표식을 발견했다.
사람 눈을 간단화한 모양의 그것에는 빗금이 쳐져 있었다.


빗금 친  모양 표식.
분명 그것은 ‘보이지 않음’, 불가시성을 의미했다.

자신에게는 버프의 내용이 멀쩡히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불가시 효과의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서울은, 솔루션 버프를 상태창에서 확인할 수 없다. 버프의 존재를 결코 눈치 챌 수 없는 것이었다.


“후우...”

생각의 흐름이 거기까지 닿은 유민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놈의 능력이 이렇게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지 원.

유민은 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회원 정보의 나머지 부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
4급 솔루션 진행 
- 분홍바위꽃 포션 복용 (미달성)

- 분홍바위꽃 포션 제조법 -
깨끗이 씻은 분홍바위꽃 30g을 물 550ml에 투입한다.
약한 불로 30분 동안 끓이고 차갑게 식혀 완성한다.
========

그녀에게 제공된 솔루션은 매우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어떤 포션을 마시라는 지시와, 포션의 레시피가 전부였다.

이것만으로, 헌터밀크의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솔루션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기에 무언가 체계적이고 복잡한 방법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저 라면 끓이는 것보다 쉽게 포션을 만들어 마시는 것뿐이었다.

그 반전에 약간 벙쪄 있던 밀크마스터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마 그녀는 이미 4등급의 꼭대기에 도달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지금의 유민으로서는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유민은 이전에 서울과 거래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헌터밀크 쉐이크 카페.
작명이라고  수도 없는 이름의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카페 체인점이다.


 카페의 명물은 카페 이름에서도 알  있듯이 헌터밀크 쉐이크.
헌터밀크로 만든 밀크쉐이크인데, 갓 짠 헌터밀크를 선호하는 유민에겐 인공적인 맛이 너무 강했다.


물론 유민은 대중의 입맛을 대변하는 이가 아니기에, 사먹을 사람은 잘도 사먹었다.
유명 헌터가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여 헌터들뿐만 아니라 돈 많은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이걸 왜 비싼 돈 주고 먹는지 원.
유민은 혀를 차며 카페 안으로 들어가, 일반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 하나를 주문해서 입구가  보이는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민은 우윳빛의 여성이 카페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번과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아 예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옷차림은 매우 평범했다. 아니, 평범하다 못해 후줄근했다.
펑퍼짐한 싸구려 후드티에 반바지. 낡은 운동화.
서울의 아름다운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가 간신히 커버해주고 있기에,  복장이 그녀의 매력을 뭉텅 깎아내지는 않고 있었다.

이전 거래 때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어 그냥 넘어갔었다.
허나 유민은 이렇게 관계를 맺고 서울을 다시 보니 그 모습을 똑똑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우윳빛 머리칼을 흔들며 잠깐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이내 유민을 발견하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서울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걸려 있었다.



“나 왔어, 후배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