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4등급 헌터와 초짜 짐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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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헌터밀크의 젖내.
가죽 갑옷을 크게 부풀리는 젖가슴의 향취에 유민은 무심코 군침을 꿀꺽 삼켰다.
유서울의 4등급 헌터유. 최하급 중의 최상급.
이미 아는 맛이라 그런지, 유민은 한 번 냄새를 의식하고 나니 자꾸만 욕망이 들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
그런 유민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서울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슬쩍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만으론 커다란 볼륨의 유방이 그리는 곡선을 가릴 수 없었다.
오히려 가죽 갑옷의 틈새로 셔츠가 조금씩 젖어가고 있다는 것을 유민에게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은 방패로 땅을 가볍게 콩 찍어 유민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아! 그거 다 챙기셨으면 이제 다시 가볼까요?”
“아, 네.”
아직은 헌터밀크를 젖통에서 비워낼 타이밍이 아닌가.
하기야, 이제 첫 번째 전투를 치렀을 뿐인데 벌써 유선에 한계가 올 리가 없다.
짐꾼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무거워진 가방을 등에 지고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다음부터는 방금 전 서울이 보여주었던 일방적인 학살의 반복이었다.
투박한 목각 인형이 삐그덕대며 다가오고,
거유 실더는 녀석들을 거대한 흉기로 시원하게 박살낸다.
그러면 불쌍한 몬스터들의 잔해가 사라지고 남은 부산물을 짐꾼이 챙긴다.
그래도 민첩 7퍼센트의 버프가 쓸모는 있었는지,
유민은 넋을 놓고 있던 첫 방보다 비교적 빠른 움직임으로 나무토막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으읏...”
그렇게 몇 번을 더 반복하고 난 뒤, 잠시 휴식 시간.
마침내 여성 헌터에게 신호가 찾아왔다.
요의나 변의 같은 생리 현상이 아니라 그녀의 유방에서 보내오는 구조 요청이었다.
젖샘이 가득 차 답답함과 통증을 호소하는 젖가슴.
그에 서울이 고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가죽 갑옷의 가슴 플레이트 연결 부위에 손을 갖다대었다.
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흉곽 보호구가 해제되었으나, 그것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거대한 봉우리가 그 가죽 판때기를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자신의 가슴에 얹혀 있는 플레이트를 들어내 방패 안쪽의 보조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마침내 가죽 속에 답답하게 갇혀 있던 탐스러운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쪽 어깨의 보호구를 연결하기 위한 버클 달린 벨트.
그것이 쇄골 아래를 가로지르고 있는 덕분에, 안 그래도 커다란 유방이 한층 더 강조되어 보였다.
어두운 색상의 셔츠에 감싸여 유혹하듯이 달달한 향기를 풍기는 유육.
옷의 색깔이 색깔인지라 젖꼭지의 붉은 기운이 비쳐 보이지는 않았다.
허나 그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러운 유실의 실루엣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젖은 셔츠의 첨단을 팽팽히 밀어내며, 그녀의 유두는 그 존재감을 당당히 뽐내었다.
“후우...”
오늘 그녀가 입은 셔츠에는 밀크 커버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기에,
헌터유를 배출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젖통을 바깥에 내놓아야 했다.
셔츠의 맨 윗단추에 손을 가져가는 서울.
그녀는 문득,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이 슬쩍 라임색 눈동자를 굴려 유민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갑자기 가죽 갑옷을 부분해제하고 유방을 노출하려는 서울의 행동에 당황한 모양새였다.
움직임은 굳어 있었고, 시선은 그녀의 젖가슴에 완전히 고정된 상태였다.
그 노골적인 눈빛은 욕정이 아니라 탐구자의 갈망에 가까웠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 쪽으로 관심이 많은 건가.
서울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어쨌든 앞으로 그녀가 할 행동을 생각하면 주의를 줄 필요가 있었다.
“...너무 쳐다보시는 거 아니에요?”
“어, 흡! 죄송합니다.”
서울의 핀잔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유민은 황급히 사과를 건넸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그들이 들어왔던 방의 입구로 물러서는 유민.
허둥지둥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피식한 서울은, 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헌터밀크 병은 주고 가셔야죠.”
“아, 네!”
유민이 사전에 그녀에게서 받아 가방에 보관하고 있던 헌터유 보관용기들.
그것을 밖으로 꺼내려던 유민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서울에게 운을 띄웠다.
“그... 유서울 헌터님.”
“네?”
“몇 개를 드리면 될까요?”
젖샘이 저장할 수 있는 헌터유의 최대치.
그것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었으므로 유민은 그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두 병만 주세요.”
“알겠습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으로 귀를 약간 붉힌 서울의 대답에 유민이 잽싸게 2병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실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예 뒤로 돌아앉아 눈을 감았다.
헌데 그렇게 시각을 차단하고 나니,
헌터로 각성하여 보다 민감해진 청각과 후각이 엄한 것을 포착해내고 있었다.
-퓨츄웃! 퓨르르릇.
-쪼로로록.
“읏.”
압력차로 인해 발생하는 촉촉한 액체의 아우성과 짤막한 그녀의 침음성.
유두에서 뿜어져 나온 헌터밀크가 보관 용기에 담기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이와 동시에,
한결 강렬해진 젖의 내음이 유민의 콧속으로 끈적하게 흘러들어온다.
상황이 이러하니 눈을 감고 있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미 유민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선명한 풍경이 떠오르고 있었다.
쇄골 아래의 버클 벨트와 어두운 셔츠자락 사이.
그 공간으로 수줍게, 그러나 과격하게 살갖을 드러낸 젖가슴.
주인의 손길에 꽉꽉 쥐어짜이며 가녀린 손가락 사이로 탱글하게 튀어나오는 유육.
유선을 자극당해 속절없이 헌터유를 퓻퓻 쏘아내는 유두의 그 탐스런 자태.
이내 그는 냉장고에 두었던 서울의 헌터밀크 생각이 간절해졌다.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이 우윳빛 헌터의 밀크를 누구보다 맛있게 들이킬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침을 넘기던 유민은,
자기도 모르게 번쩍 하고 눈을 떴다가 황급히 다시 눈꺼풀을 닫았다.
아니. 굳이 냉장고에 묵히고 있는 그것을 마셔야 할 필요가 있나?
그 4등급 최상의 헌터유를 지금도 신선한 녀석으로 생산 중인 헌터가 곁에 있는데?
유민의 가슴이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그는 자신의 용건을 서울에게 반드시 전달하기로 마음먹으며 살짝 심호흡을 했다.
-츄웃. 퓨웃. 퓻...
“후으...”
유민이 그러는 사이에, 서울의 헌터유 배출은 끝자락에 다다라 있었다.
헌터유의 분출음이 점차 잦아들고,
서울의 한숨 소리가 길게 늘어진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차칵 하는 방어구의 연결음이 유민의 귀를 스쳐지나갈 무렵,
유민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됐어요.”
“아, 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가방과 함께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서울은 남성 짐꾼의 근처에서 헌터유를 뿜어낸 것에 약간의 수치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손부채질로 식히며,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헌터유 보관 용기 2개를 유민에게 건넸다.
손에서 일으키는 약한 바람에 우윳빛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보관 용기를 건네받은 그는 슬쩍 내용물을 확인했다.
조그마한 유리병 하나가 백색 액체로 가득 차 있고,
다른 하나는 반절 이상 채워져 있었다.
이 헌터유로 꽉 찬 용기에 매직으로 대충 ‘4’라고 적게 되면, 서울에게서 구입했던 그것과 매우 유사해진다.
물론 신선도는 이쪽이 압도적이다.
냉장고 구석에 박혀 있던 녀석과 여성 헌터가 갓 짜낸 것을 감히 비교할 수 있겠는가.
유민은 실소를 지었다.
그리고 헌터유가 덜 들어있는 쪽의 보관 용기를 가방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의 손에 본인의 헌터유가 여전히 들려 있는 것을 본 서울이 의아해하던 찰나에,
유민이 드디어 본론을 입 밖으로 꺼냈다.
“유서울 헌터님.”
“네.”
“혹시 이 자리에서 헌터유를 구매할 수 있을까요?”
“...네?”
그의 갑작스러운 헌터유 거래 요청.
이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던 서울은 곧바로 정신을 다잡았다.
던전에서 갓 짜낸 헌터유는 나름의 별미로 통했다.
그렇기에 파티원들이 휴식 시간에 그 자리에서 헌터유를 거래하거나 교환해 마시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울도 이전에 자신보다 한 등급 높은 헌터의 것을 그런 식으로 마셔본 적이 있기는 했으나,
대개 그런 파티는 모두 여헌터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닥 거리낌이랄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성 짐꾼인 유민의 행동에 과연 문제가 있는가?
...모르겠다.
솔로잉에서 짐꾼이 이런 요청을 하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다.
서울은 이런 애매한 기준점 같은 건 집어치우고,
그냥 유민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어... 왜 굳이 여기에서요? 공략 다 끝나고 사셔도 되는데.”
“제 능력 때문에 그렇습니다.”
“능력... 아.”
서울은 눈앞에 서 있는 짐꾼의 직업을 떠올렸다. 밀크마스터.
헌터유를 마시면 버프를 얻는, 조금은 해괴한 직업.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서울에게 유민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 능력은 헌터밀크의 특성에 따라서 버프 효과가 달라진다고 하네요.”
“특성이요?”
“네. 저는 그 중에서, 그... 신선도에 따른 차이를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헌터님에게 구매했던 헌터밀크를 아직 보관하고 있어서요.”
자기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운지 말꼬리를 조금 늘이면서도 유민은 자신의 뜻을 모두 전달했다.
헌터유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지는 설명.
그것에 서울은 잠시 방패를 한 손으로 토닥이며 고민했다.
허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별다른 수상한 낌새도 없고, 그저 본인의 능력에 대한 연구일 뿐이었다.
거기다가 그녀로서도 헌터밀크가 신선도를 유지할 때 서둘러 팔아치우는 것이 이득이었다.
“으음, 알겠어요. 헌터유 값은 급여에서 제외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