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62-4 미친년.
“후배.”
“네, 파멜라 선배.”
“홍차에 뭘 탄 거야. 아까부터 몸이 뜨거워지네.”
느긋이 침대에 누워 두 다리를 교차로 흔들며책을 읽는 파멜라가 무심히 묻는다.
“미약 탔습니다.”
의자에 앉아 수정한 대본을 읽으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알렌.
“나랑 하고 싶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아...”
뜨겁고 달콤한 숨이 침대 위에서 들려와 나도 모르게 대본을 놔두고 파멜라를 보았다.
연분홍 머리카락과빨갛게 상기된 것이 색기가 가득 넘쳐 흘렀다.
그러다가 미약으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인지.
침대에 앉아 리본을 풀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둘 몽롱한 손으로 풀며 몸이 비틀거렸다.
“할 거야...?”
단추를 힘겹게 풀며 거친 숨이 섞인 목소리로 알렌에게 묻는 파멜라.
“아뇨. 안 할 겁니다.”
“...그러면 왜 미약을 먹인 거야...?”
침대를 기어가며 곧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알렌에게 다가가는파멜라.
“왜... 안 하는데...?”
“이유는 없어요. 그냥 안 할 거예요.”
내려놓은 대본을 읽으면 질척이는 파멜라의 손을 거부하는 알렌.
사실은 미약을 먹인 이유는 간단했다.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잘 걸려들 줄은 몰랐다.
그렇게 의심이 많던, 타인을 신용하지 않는 파멜라가 미약 섞인 홍차를 마시고는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자... 만져줘. 내 몸이 엄청 뜨거워... 후배.”
몸을 들이대며 만져달라는, 떨리는 손으로 남은 단추를 풀자 살짝 달아오른 열기.
만지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선 아니다.
“하아... 하아... 만져줘... 여기... 엄청 젖었어... 후배...”
스커트 자락을 들어 올리자 벌써 애액으로 질척한 속옷을 보여주는 파멜라.
효과가 좋은 건지,아니면 미약이 잘 듣는 허접 체질인지 속옷을 잔뜩 적신 애액은 어느새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미약의 효과에 더욱 뜨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
파멜라는 블라우스를 벗으며 곧 가슴을 감싼 브래지어를, 보지를 감싼 애액투성이 속옷을 벗으며 내게 달라붙어 마킹이라도 하듯이 애액을 묻히며 혀를 내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만져줘... 여기... 간지러워... 그러니까 만져줘...”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아니다. 부끄럼을 느낄 틈이 없을 거다.
누가 미약을 먹고 그딴 세세한 감정에 연연하겠는가.
“그럼 내 노예가 되겠다고 맹세하세요. 그럼 만져 드릴게요.”
“...싫어.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하아...”
솔직한 성욕과 다르게 욕망은 굴복시키지 못한 걸까.
“간지럽잖아요?”
알렌은 자신의 다리에, 허벅지에 보지를 문지르는 파멜라의 드러낸 새하얀 가슴을 부드럽게 만지며 말한다.
“흐으응... 그, 그래도 나는... 노예가 되는 건 싫어...”
가슴을 만져주자 기분이 좋은 것인지 점차 허벅지가 질척거리는 감촉과 함께 내 손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는 파멜라의 두 손.
그러나 여전히 내 노예가 되는 것은 싫은 것인지, 달콤한 숨이 섞인 목소리로 거부 의사를 표하면서도 몸을 솔직한 것인지 허리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싫다고 말하면서 만져주길 원한다고? 명령하지 마.”
허리를 흔들던 파멜라의 움직임이 알렌의 목소리에 의해 멈췄다.
“...좋아. 후배의 이런 차가운 얼굴. 목소리까지... 너무 좋아... 넣어줘. 거기 바지를 뚫고 나올 그걸로 내 안에 넣어줘...”
그것도 잠시.
알렌의 부푼 고간을 쓰다듬는 파멜라는 빨리 자신의 안에 넣어달라고 구걸한다.
“좋아. 그러면 내기하자. 내가 너를 굴복시키면 넌 내 것이 된다, 파멜라.”
“...넌 내 거야, 후배...”
“그 대신에 여기서 내기를 이행하지 않을 거야. 아주 좋은 곳에서, 멀쩡한 상태에서 너를 굴복시킬 거야. 그러니 살려달라고 빌지 마라, 파멜라 쉴버나스.”
****
“흐으으읍!!흐으읍!!”
“시끄럽네. 발버둥치며 하나 더 들어간다고 했지?”
“흐으으응!!?”
“또 소리 지르네? 그럼 또 하나 추가.”
사람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정신이 멀쩡한 상태가 제일 좋다.
왜냐하면 약에 취한 채로 굴복시켰다고 한들, 약이라는 변명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그만...! 너, 넣지 말아줘...!”
파멜라의 입을 봉한 재갈을 풀자 터무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게 굴복하는 거죠? 내 노예가 되겠다는 거죠?”
“...아니. 그건 싫어흐으응?”
“내 귀가 이상한 건가? 그만 넣어달라면서 노예가 되지 않겠다니. 이런 모순적인 말이 있나?”
무의식의 세계.
클로 세로의 침실을 가장한 체벌 방에서 알렌은 삼각 목마에 놓인 채로 두 손과 안대를 씌운 파멜라의 말을 듣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빨리 굴복해. 아니, 오히려 즐기는 건가?”
“...그만 넣어줘어어... 배가 아파으으읍...!!”
“안 돼. 굴복할 때까지 계속 넣을 거야. 소리를 질러도 넣을 거야. 발버둥쳐도 넣을 거야. 가만히 있어도 넣을 거야. 그러니까 계속 참아봐, 파멜라 선배.”
다시 입을 봉하는 재갈.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안대를 풀자 파멜라는 눈물을 흘리며 알렌이 든 도구를 보았다.
겁을 잔뜩 먹은 눈.
알렌은 손에 쥔 도구를 좌우로 움직이자 그에 따라 파멜라의 겁을 먹은 눈도 자연스레 움직였다.
“이걸 넣고 30분 동안 버틴다면 그때는 내 패배를 인정할게. 어때?”
“흐으으읍!! 흐으읍!?!”
“뭐라고? 아, 좋다고? 역시 파멜라 선배는 내기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탈이네. 자, 그러면 시작하자고. 내가 이길지, 파멜라 선배가 이길지.”
삼각 목마에 타고 있는 파멜라의 묶은 두 팔을 올려 고정한 다음.
알렌은 자신을 본떠서 만든 진동 기능이 있는 딜도를 삼각 목마에 단단히 고정해 놓는다.
“이게 내 자지 크기인데, 근사하지?”
두팔이 밧줄에 매달린 파멜라를 고개를 떨구며 삼각 목마에 고정된 두껍고 기다란 딜도를 보며 몸을 떨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만들고 직접 보니까 상당하네.”
“흐으읍...!!”
“빨리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네? 아,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는 무의식의 세계라 처녀는 무사해.”
“흐으읍...!!”
“그 대신에 정신이 망가지면 현실에 영향이 가버려서 말이야. 병신이 되고 싶지 않으면... 이 악물고 버텨줘요.”
천천히 줄을 내리자 파멜라는 기겁하며 몸부림쳤다.
줄에 전해지는 떨림.
겨우 성고문에나 쓰일 법한 밧줄이었지만, 이 줄 하나로 그녀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은근 마음에 들었다.
밧줄을 살며시 풀며 애액 가득한 보지에 딜도가 닿는 것이 보이자 알렌은 마지막으로 밧줄을 고정한 다음, 파멜라에게 다가가 재갈을 풀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30분 버티실래요? 아니면...”
“하아... 하아...싫어...! 넌 내 거야. 내 거니까, 네 노예가 되지 않을 거야...”
“강인하네요. 그 정신력에 경외를 표할게요. 그러면 잘 버텨봐요.”
그 말을 끝으로 재갈을 물리려고 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아니, 재갈을 물리지 않을게. 그러니 마음껏 소리 질러, 파멜라. 내가 말한 것처럼, 네가 아무리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네 비명을 음악으로 삼아 즐겁게 차를 마시며 보고 있을게.”
사색이 된 얼굴로 알렌을 멈춰 세우고 싶은 파멜라.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건 싫다.
이제껏 손에 넣지 못한 것은 없다.
그것이 아이템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얻을것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아끼고 달래주며 사랑해줄 거다.
그러니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참아야 한다.
좁은 내 질내를 억지로 꿰뚫는 두꺼운 도구도.
처음으로 맞이하는.
민감하고 아픈 질내를 떨게 하는 도구를 어떻게든 참아내 볼 것이다.
정신 차리자. 고작해야 30분이다.
30분만 버티면 저 소년은 내게 들어온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기껏 쉽게 얻은 물건은 쉽게 질리는 법이야.
시장에서 판매하는 꿀을 먹으면 달콤할 것이다.
허나 벌떼를 물리치며 겨우 얻어낸 달콤한 꿀의 맛은 더욱 각별할 것이다.
참아보자.
참아서사랑을 나누자, 다른 누구에게도 느끼지 못한 사랑을 함께 쌓으며 나아가자.
온갖 고난과 역경이라는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며 그 끝에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 참아야 한다.
그러니 참자. 죽어서도 참자. 바보가 된다고 해도 참자.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참아보자.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이니까.
****
“축하해요.”
“...내가... 이겼어... 빨리 풀어... 줘...”
흔들리는 눈동자.
그러나 눈앞에 있는 금발 소년을 곧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다는 기대에 눈동자는 떨림을 멈추며 드디어 손에 넣었다며 어느새 환희에 찬 눈동자로 변모했다.
후배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뭐를 할까?
같이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잠깐 카페에 들러 다른 연인처럼 사랑을 나눌까?
아니면 다른 연인처럼 별거 아닌, 사소한 이야기에도 웃으며 즐거워할까?
“뭐 하고 있어요? 무슨 즐거운 상상이라도 하고 계세요?”
“응... 너와 연인이 된 기념비적인 첫...”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도대체 후배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는...!”
파멜라는 버텼다.
분명히 버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앞에 놓인 마정석을.
알렌이 녹화용 마정석을 작동시키자 파멜라는 입술을 깨물고는 눈을 부라리며 녹화된 영상을 보았다.
[벌써 기절했네. 이봐요. 파멜라 선배? 지금 안 일어나면 제노예가 된다고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뭔, 넣자마자 기절을 해버렸네. 밥이라도 먹고 올까? 아, 그리고 이거... 저는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파멜라 선배가 혹시나 믿지 않을까 봐, 초반부터 녹화한 영상입니다]
“거, 짓말이...야.”
“아뇨. 이것 좀 보세요. 그 전에 제가 직접 준비한 삼각 목마랑 밧줄, 로터를 써서 귀여워 해주는 영상도 앞에 있거든요. 자, 보세요.”
[그, 그만 넣어줘어어어!!]
[아직 많이 남았어요. 조금만 참아보세요, 파멜라 선배]
“이래도 발뺌하시려고요?”
“...애초에 무의식이라는 공간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파멜라 선배. 세상은 존나게 넓고, 존나게 다양한 일이 있죠. 파멜라 선배는 아직 무의식이라는 공간을 자각하지 못해서, 처음 경험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말 돌리지 마... 이런 거 인정 못 해...!”
묘하게 어른스럽게 보이던 파멜라.
그런데 어린애처럼 승부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됐어요. 어차피 문신도 새겼으니 닥치고 내 말이나 들어요.”
“문신이라니... 알아듣게 설명을...”
“여기. 이곳에 새겼으니까 반항할 생각 말아요.”
새하얀 배꼽 밑부분을 손가락으로 콕 찌르는 알렌.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내 노예라는 증거지.”
“아, 아니야... 나는, 내가 노예일 리가 없어... 꿈일 거야... 꿈... 그래 꿈... 무의식... 꿈...”
찰싹!
“...뭐, 뭐야...? 내, 내 뺨을 왜?”
패닉에 빠지는 파멜라의 뺨을 살짝 치는 알렌.
“안 되겠다. 교육이 필요하겠어. 닥치고 빨아, 일단.”
“시, 싫어... 내, 내가 이겼단 말이야!”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미리 자궁 문신을 새겨둔건 잘한 일 같았다.
어차피 영상을 보여줘도 이 지랄인데.
알렌은 마나를 파멜라의 자궁 문신과 연동하며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다.
“시끄럽고. 오늘부터 내 노예니까. 닥치고 주인님 명령에나 따르기나 해. 자, 빨리 아가리 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