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55. 월광초 포션 든든함. (94/116)



〈 94화 〉55. 월광초 포션 든든함.

“이상으로 종례를 마치겠다. 아, 그리고 알렌 메스티아.”
“네, 코델리아 선생님.”
“나를 따라오도록.”

‘뭐지. 데쟈뷴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돌아가도록. 이상.”

도도하게 걸어나가는 코델리아가 나가자 급식들은 하나둘 교실을 서둘러 나간다.

‘그런데 축제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준비 안 하나?’

얼마 안 가  교실에는 나와 웰턴만이 앉아 있었다.

“웰턴. 금방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알았다. 다녀오도록.”

그렇게 코델리아의 부름에 응한 알렌이 교실을 나서자 아직 익숙한 복도가 아닌, 아주 익숙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언제 연결하셨어요?”
“방금.”

어느새 홍차까지 준비한 것인지 코델리아의 아공간은 그윽한 홍차 향이 가득 퍼졌다.

“마셔.”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녜요? 왜 그래요?”
“나랑 홍차도 안 마셔주는 거야...?”
“마셔줄 수는 있죠. 마셔줄 수는 있는데.”

어느새 귀여운 말투와 애원하는 눈빛으로 호소하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일단 넘어갈 뻔했으나, 미리 연결된 아공간, 준비된 홍차가 매우 수상쩍었다.

“예속의 초커로 명령하기 전에 제대로 말씀해주시죠.”

예속의 초커를 말하자 코델리아는 무심코 자신의 목에 채운 초커를 어물쩍 만지며 알렌에게 다가갔다.

“많이 아팠지...?”

홍차 향이 그윽하게 베인 부드러운 손이 알렌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솔직히. 나은 건 진작에 다 나았어요. 그리고 코델리아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로 놀린 거에요. 그리고 클로에랑아무런 사이도 아니니 안심해도, 질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말이야...? 그 아이랑 아무런 사이가 아닌 거야?”
“내가 너를 놔두고 다른 여자랑 노닥거리겠어, 코델리아?”

일순 변한 말투에 코델리아의 가슴이 흔들거렸다.

“내가 너의 주인인데, 나를 못 믿겠다는 거야?”
“아, 아니요... 흡...!”

자신도 모르게 나온 존댓말에 아차! 싶었는지 뒤통수를 쓰다듬던 손으로 황급히 입을 막는 모습과 살짝 민망스럽다는 눈빛이 귀여웠다.

“역시나. 어제도오늘도 내일도 너는 귀여운 여자야, 코델리아.”
“서, 선생님한테 귀, 귀엽다고 하지 마라...”
“왜? 귀여운  싫어? 그럼 예쁘다고 할까?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머리카락이.”

길게 흐르는 붉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웃자 코델리아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눈동자도 예뻐.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

코델리아의 눈가를 살며시 만지자 그녀는 부끄럽다며 얼굴을 돌린다.

“그, 그만 놀려...!”
“내가 놀리는 것처럼 보이나 봐?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코델리아. 이런 낯부끄러운 말투와 행동. 너에게 처음 내보이는 거야. 못 믿겠으면  가슴에 손을 얹어봐.”

주춤하는 코델리아의 손목을 조용히 잡으며 자신의 왼쪽 가슴을 만지게 한다.

“어, 엄청 빠르게 뛰는구나...”
“그래. 나는 이런 느끼한 말은 곧 죽는다고 해도 안 해.”

진중하고도 어딘가 창피함이 섞인 목소리에 코델리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린 알렌의 표정을 보았다.

“내 성격상 이런 말을 했다면 상대를 비꼬거나, 놀려주려고 하는 말이지만, 전혀 달라. 지금 내 모습이 당신의 눈에는 태연해 보여도 속은 전혀 그렇지도 않아”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추는 알렌.

“내가... 처음이야?”
“그래. 태어나서 처음이다, 처음. 여자한테 이런 말... 하아... 부끄러워 죽겠다, 정말.”

로맨스 판타지 같은 상황에 알렌은 얼굴이 벌게졌고, 코델리아도 알렌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푹 익은 토마토처럼 변했다.

“...알았어. 괘, 괜히 불러내서 미안했어.”
“내 입에서 이렇게 부끄러운 말을 내뱉게 해 놓고는 이대로 끝내게?”
“어? 뭐, 뭐 하려고...?”
“오늘 저녁 비밀공간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어, 어... 알았어. 꼬옥... 갈게.”
“그리고...”

푹 익은 토마토 얼굴의코델리아는 자신의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꼭 와. 안 오면 벌이야.”
“으응... 꼭 갈게.그러니 한 번만 더...”

살짝 느껴진 입술의 감촉을 더욱 느끼고 싶었던 것인지, 코델리아는 다시금 알렌의 목덜미를 안으며 입안에 있는 혀와 혀가 달라붙으며 흥분되는 끈적한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

“이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말에 보았던, 마로스의 저택에서 일하는 아리아나는 나와 웰턴을 이끌며 마로스가 있는 곳까지 안내한다.

“좋은 저택이군.”

웰턴녀석은 저택 구조와양식에 관심이 있던 것인지 안내하던 아리아나에게 좋은 저택이라며 칭찬한다.

“감사합니다, 웰턴 님. 주인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과하지 않은 감사로 웰턴에게 인사하는 아리아는 곧 다시 안내 역할로 돌아와 마로스가 있는 응접실 문 앞에서 가벼운 노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고생했어, 아리아나. 내가 부를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그럼편히들 말씀 나누시길.”

마로스의 명령에 따라 아리아나는 열린 문을 다시 닫으며 그대로 나갔다.

“오셨습니까, 형님들.”
“인사는 됐고. 월광초는 어때?”
“좋습니다. 최상입니다!”

은은한 달빛처럼 찰랑거리는 두 개의 병을 보이는 마로스는 소년들을 보고 웃었다.

“저게, 알렌이 말한 원기 회복 포션인가?”
“네, 맞습니다.  모금만 마셔도 노인이 벌떡 일어날 정도로 힘이 넘칠 정도로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어릴 적 시장 바닥에서 가짜 약을 파는 약팔이의 멘트가 절로 떠올랐다.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지?”
“알렌 형님.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저번 주부터 진짜 너무하시네요.”
“장난이야, 장난. 이거 그냥 다 마시면 돼?”
“네.  방울도 빼놓지 마시고 드시면 됩니다.”

마로스는 미리 준비한 잔에 월광초 포션을 따르며 알렌과 웰턴에게 건넸다.

“개인차가 있지만, 웬만하면 그냥 힘이 불끈불끈 솟을 겁니다! 저도 약이 완성된 오늘... 후, 후훗! 하하핫!!”

마로스의 진실한 미소와 거슬리는 웃음.

아무래도 월광초 포션은 진짜인 듯하다.

“이거 그,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 그냥 정... 아니, 원기만 강하게 되는 거 맞지?”
“에이, 제가 그것도 모르고 그런 쪽 약을 만들겠습니까?”
“그래. 개념 있으면 그런 쪽 약은 아니겠지. 그럼 마시자고, 웰턴.”
“...정말 마셔도 되는 건가? 부작용이나 이런  없겠지?”
“웰턴 형님. 태어날 때부터 지금껏 연금술에 종사한 15년 인생을 걸고 형님들 손에 들린 원기 회복 포션은 제 인생 최고라고 자부할  있는 물건입니다. 부디 제 얼굴과 경력을 봐서라도 믿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찌 형님들을 거역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지. 술식에 묶여 있고,  저렇게 웃는 걸 보면 맞겠지.’

마로스를 만난 기간은 길지는 않았지만, 저 녀석은 욕망에 충실한 놈이며 연금술에 자부심을 지닌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을까?

나 같아도 절대 안 가른다.

“알겠다. 그럼 마셔보도록 하지.”

웰턴 아르스나는 잔에 담긴 월광초 포션을 입에 털어 넣었다.

“괜찮군. 마셔도   같다, 알렌.”

웰턴이 그렇게 말하기 전, 잔에 담긴 월광초 포션을 진작에 먹이 치웠다.

 아쉬운 것인지 잔을 비스듬히 세워 남아있는 액체까지 탈탈 털어먹는알렌.

“이야. 맛있다 이거. 또 없나?”
“아, 더 드릴까요...?예비 샘플로 쟁여둔  있긴 한데.”
“됐어, 인마. 나머지는 팔아치워야지. 그런데 에블린이랑로자리아는? 잘 지내고 있지?”
“네.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
“네. 차질 없습니다.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빠르면 다음 주, 늦으면 다다음 주쯤입니다.”
“그래. 잘했어. 역시 일 처리는 깔끔하네, 우리 마로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렌 형님. 그리고 거래 리스트를 알려주신 웰턴 형님도 감사도 모자랄... 이렇게 중요한 것을 미천한 제게 알려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존나 오바 떠네. 그보다 뒤에 나오는 감사가 진짜 감사 아닌가?’

“아니다. 당연히해야 할 일이다, 마로스.”
“그래도 제가 보답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지...”
“이미 보답은 받지 않았던가.”

손에 쥔 잔을 가리키는 웰턴.

그 모습에 감명이라도 받았던 건지 마로스는 거의 울려는 얼굴로 염병을 떨었다.

“웨, 웰턴 형니이이임...! 크으윽...!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야, 오바 떨지 말고, 밥이나 차려. 배고프니까.”
“아, 네넷...! 그러실 줄 알고, 오늘은 특별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눈치는 있네? 그런데 ‘그러실 줄 알고’라는 말이 조금 거슬리네? 내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투가 너무 불손해. 그렇지 않아?”
“네? 아, 아뇨! 오늘은 좋은 날이기도 하고, 알렌 형님이 무사히 돌아오셨는데도 환영 파티도 못 했고, 또...!”
“장난 한번 한 거 가지고 너무 놀라네. 자, 오늘 우리 마로스가 준비한 요리가 뭔지 기대가 된다. 너무 기대돼.”
“아, 하하... 마, 만족하실 겁니다, 알렌 형님...!”

****

“만족했다. 잘 먹었다, 정말. 최고였다 마로스.”
“확실히. 좋은 요리. 고맙군, 마로스.”

두 소년은 만족하는 웃음과 함께 마로스를 칭찬한다.

“감사합니다, 형님들!”
“뭘 일어나기까지야. 앉아, 마로스.”
“넵, 알렌 형님!”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하려는 마로스를 제지하는 알렌.

방금 전만 해도 기분이 그리 나빴는데, 마로스가 준비한 요리를 먹으니 기분이 금세 풀린 모양이다.

“웰턴.”
“왜 그러는가?”
“미안한데, 먼저 기숙사에 돌아갈래? 나는 누굴 좀 만나야해서.”
“알았다. 그럼 먼저 실례하도록 하지. 마로스. 오늘 요리는 정말... 최고였다. 그럼 다음에 보자꾸나.”

가볍게 인사하며 아리아나의 안내를 받는 웰턴.

그리고...

“에블린이랑 로자리아는 그 방에 있지?”
“네, 알렌 형님. 아, 혹시 오늘 약효를?”

능글맞은 금태양 마로스가 웃으니 어째 열불이 치밀어 오르는 건 왜일까?

“아니, 그냥 얼굴만 보고 가려고. 약속도 있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즉시...”
“아니다. 그냥  보고 갈란다. 괜히 얼굴 봤다가 내일 여기서 등교할지도 모르니까. 에블린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
“넵!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래. 수고해라. 아, 그리고 다이스 녀석 말이야.”

나가려는 알렌은 잠시 걸음을 멈춰 다이스를 언급했다.

“며칠 데려다가 쓰려고 하는데, 괜찮지? 급한 불은  껐잖아?”
“넵. 그럼 내일 준비시켜서 아카데미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진짜 간다. 좋은 시간 보내라.”
“넵! 정말 좋은 시간 보내겠습니다!”

알렌은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남기며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래. 나도 오늘좋은 시간, 아니. 밤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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