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47-1 납치된 엘프 (79/116)



〈 79화 〉47-1 납치된 엘프

“망할 인간 녀석! 아직도 뱃속에 이상한 도구가 들어있는 것 같아...!”

이른 아침.

에블린은 따뜻한 차가 담긴 잔을 내려놓고는 위화감이 드는 배를 문지른다.

어젯밤에 이상한 도구로 자신의 뱃속에 넣고는 살살 주무르며, 신이 나는 듯이 웃는. 그러면서도 풀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도, 뱃속에 든 도구를 빼내 달라고 발악해도 나를 무시했던 빌어먹을 인간.

“망할 녀석... 지금이라도...”

에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친 발걸음으로 침실에서 곤히 자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는 알렌의 얼굴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 지금이면 눈치 못 채겠지?”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용히 알렌에게 다가가는 에블린은 마나를 집중시켜 알렌의 새하얀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다급한 발걸음. 한 엘프가 계단을 급히 오르며 노크도 하지 않은 문을 거칠게 열었다.

“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무, 무슨 일이길래 이른 아침부터 그리 급하...?  상처는 뭔가?”

침실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문을 열고 들어온, 숨을 헐떡이는 상처투성이 엘프는 에블린을 보고 안심이 된 것인지 다리를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노예상이! 코렛트가 노예상에게 잡혀갔습니다!”
“뭐라! 지금 그 말이 사실인가?”
“네...! 그러니 빨리... 편성을....”
“이봐! 정신 차리게나!”

피를 흘리며 코렛트가 노예상에게 잡혀갔다고 하는 엘프는 거친 숨을 내쉬며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하아암~ 무슨 일이냐아...? 쩌업...”

한편 소란스러운사태에 잠이 깬 알렌이 침실에서 나와 에블린에게 비몽사몽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묻는다.

“어, 뭐야? 쟤는 또 뭐야?”

잠이 덜  상태로 에블린의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려 다시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에블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거칠게 쳐내며 얼핏 본 그녀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서둘러...!”
“이봐. 진정하라고. 그리 흥분하면  일도  된다고. 그러니 내게 설명해, 에블린.”

장난을 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알렌은 돌아서려는 에블린의 두 어깨를 잡으며 진정하라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달라며 진지하게 묻는다.

“코렛트가 노예상에게 잡혀갔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서둘러 편셩대와 함께 코렛트를 데려와야 해!”

코렛트라면 분명  맹한 엘프를 말하는 것인데.

“하룻밤 사이에 어마어마한 일이 생겼구만. 것보다, 노예상이 고작 엘프 하나로 만족할  같지는 않은데.”
“뭐?”
“이것 봐, 이 엘프. 마법이 걸려있네.”

쓰러진 엘프의 등에서 무언가 거무죽죽하게 붙은 마법을 손으로 끄집어내 에블린에게 보여줬다.

“뭐, 뭐야 이건?”
“뭐긴, 추적 마법이지.”

끄집어낸 마법을 꺼내어 불로 태우자 희미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짜아악!

복잡한 상황 속. 에블린은 자신의 볼을 힘껏 때리며 지금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빠르게 정리한다.

“자기 볼따구는  때려? 아니면 내가 정신 차리게 엉덩이나 때려...”
“우선. 마을을 지키는 편셩대와 코렛트를 탈환하는 추격대를...”
“머리 굴리지 마. 그러다 흰머리 난다?”
“지금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니? 진짜 너는!”
“마을이나 지켜. 맹한 엘프는 내가 데려올 테니까.”
“바보 같은 소리. 위치도 모르는데 어떻게 데려온다는 거야.”
“어허. 데려온다면 데려온다는 거지. 그리고 추적 마법 때문에 마을 위치를 알아낸 인간들이, 네가 싫어하는 인간이 마을에 올 거야. 그러니 준비해둬.”
“자, 잠깐만!?”

에블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알렌은 마나로 전신을 강화하여 곧 팬티만 입은 채로 숲을 질주한다.

****

“오늘은 운이 좋구만!”

 남자가 운이 좋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기분 좋아 보였는지 주위에 있던 사람마저 감화될 정도였다.

“형님.”
“왜 그러느냐, 아우야.”
“팔기 전에 맛만 보면 안 되겠습니까?”
“야, 인마! 엘프는 처녀 상태에서 팔아야 더 비싼  몰라! 그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닥치고 있어!”
“그래도... 저 엘프년. 이대로 팔아버리기엔 아깝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그쪽만 빼놓고 다른 구멍은 맛봐도 되지 않을까요?”

철창 우리에 갇혀 떨고 있는 코렛트를 가리키는 비열하게 생긴 남자는 혀를 보이며 입맛을 다신다.

주위에 있던 남자들도 비열한 남자를 속으로 몰래 응원하며 묘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만약 온전히 판다고 해도 고객에게 항의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쓸모없는 엘프를 팔기보다는, 차라리 여러 가지를 알려준 다음에 처녀성을 유지한 채로 파는 것이 더 이득 아니겠습니까?”
“흐으음... 나쁘지는 않은생각인데, 이번 고객이 주문한 노예는 순진한 엘프를 원한다고 하셨는데.”
“어차피 엘프 마을에서 남자랑 떡을 쳤든, 우리랑 쳤든 그걸 알겠습니까? 또 후발대 놈들이 도망친 엘프에게 마법을 걸어놓았으니 엘프 한 마리 정도야 저희가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맨 처음은 형님이 개통하는 거고요.”
“...안돼.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잃으면 끝이야. 그러니 의뢰인이 원하는 엘프 계집의 수를 채우고 남는다면 그때는 뭐. 다들 알지?”
“감사합니다, 형님! 자, 다들 들었지!? 그러면 열심히 옮겨보자고!”

‘저기 있구만.’

두꺼운 나무 위에서 그들을 내려보는 알렌.

‘코렛트에게 마나를 새겨놓지 않았다면 놓쳤겠네.’

알렌은 처음 숲에 들어와서 만난 엘프가 코렛트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로자리아나 에블린처럼 실력이 월등한 엘프였다면 몸에 새겨진 이질적인기운을 알아채고는 새겨진 마나를 어떻게든 지웠을 터인데.

‘뭐, 어중이떠중이네. 추적 마법을  놈은 분명 마을로 갔을 거고. 그렇다면 이놈들은 운반책인가.’

총 아홉. 그중에서 말을 모는 마부를 제외하고 무기를  녀석들은  여덟.

‘정령술을 쓰는 엘프를 잡는 건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맹한 엘프라고는 해도 정령술을 빌어 파괴적인 바람의 화살 쏘는 코렛트가 이렇게 쉽게 잡힐 리가 없다.

‘모르겠네. 일단 여덟 명만 족치고 코렛트를 데려간 뒤,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겠어.’

알렌은 우선 높게 자란 나무 위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 그들의 뒤를 몰래 쫓았다.

“형님. 이번 고객은 누구시길래 한 마리도아니고 대여섯 마리나 되는 엘프를 산다고 한 겁니까?”
“몰라. 그리고 고객과  계약은 당사자 말고 비밀이라는 거 알고서 묻는 거냐?”
“거, 형님! 나를 그렇게 못 믿수? 내가 형님 밑에서 일한 지가 어언 10년이 훌쩍 넘소! 거, 진짜 존나 서운하네!”

비열한 남자는 이번 건을 의뢰한 의뢰인을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삭막한 모래바람처럼 텁텁한 말투.

“에휴...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의뢰인이 그냥 엘프가 많이 필요하다는 말만 했으니.”
“엘프가 많이 필요하다니. 설마 하렘이라도 차릴 생각인 걸까요?”
“에이,  같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여자나 존나게 샀지. 애초에 엘프  마리 가격이 얼만데. 그리고 대여섯 마리를 산다고하면 왕도에서도 제일 잘 산다고 알려진 로열 로드의 저택을 사고도 남을 정도야.”
“돈이 많은 놈의 취미가 아닐까요? 돈이 아주 철철 흐르다 못해 솟아오르니 다양한 엘프를 노예로 만드는 거죠!”
“그런 미친놈이... 존재할 법도 하네.”
“그렇죠? 자기 과시하려고 엘프를 사들이는 놈들도 많았잖아요.”
“나야 모르겠다. 그냥 선금도 반이나 덜컥 내주고 마법사들도지원해준다 했으니 나야 손해 볼 장사는 아니지만.”

‘그 비싼 엘프를 한 명도 아니고 대여섯 명을?  하는 놈이길래 그 많은 엘프가 필요한 거지? 일단 한 명씩 족치고 자세히 들어볼까.’

“그런데 형님. 의뢰한 엘프를 넘기고 남으면...”
“새끼가, 거 참! 내가 알아서 챙겨준다니...!”
“어이. 거기 잠깐 멈춰.”

뒤를 쫓던 알렌은 머리카락에 묻은 나뭇잎을 털어내며 그들을 불러 세운다.

“뭐야,  새끼는? 형님 아는 놈입니까?”
“내가 저런 변태 새끼를 알겠냐? 일단 죽여. 목격자니까.”

담담하게 죽인다는 말을 하자 내리자 부하들은 손에  무기를 앞세워  먼저 알렌에게 고함치며 검을 든 채로 달려드는 한 남자.

“으아아아앗!!”

기합과 함께 알렌을 머리를 향해 매섭게 내리치는 검.

그러나 뻔히 보이는 검격을 그대로 당해줄 알렌은 아니었다.

불타는 드래곤의 마나로 신체를 강화한 알렌에게 있어 그들의 움직임은 개미와도 같았다.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검을 발과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피하자 매섭게 떨어지는 검은 흙을 흩뿌리며 곧 땅에 깊숙이 박혔다.

“으윽..! 이런 씨팔...!”

서둘러 땅에 박힌 검을 뽑아들려는 남자.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알렌은 땅에 박힌 깊숙한 검을 보자 눈을 꿈틀대며  무방비한 남자의 턱에 주먹을 갈겼다.

“....!?”

그러자 소리도 없이 알렌의 주먹에 날아간 남자는 곧 땅에 곤두박질치며 흙먼지를 일으키며 곧 발작이라도 난 것처럼 몸을 떨어대는 남자.

“진짜로  죽이려고 했네?”
“이게 뭔 일이래?”
“그러게요. 근데 주먹  치는 변태 애새끼인가 본데요?”

담담히 말하는  사람은 무기를 들며 검을 뽑아 휘두르는 알렌을 보았다.

조금 전에 대화했던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파도처럼 들려오며 그들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팬티만 입고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년을 보고 누가 진정할  있을까?

“우리 쉽게 가자. 지금이라도 저기 갇힌 엘프를 풀어준...”
“지금 뭣들하고 있어!? 빨리 움직여!! 우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겨우 저딴 변태 애새끼한테 쫄고 있어!?”

그들의 대장이 고함치며 말하자 부하들도 그제야 자신들의 우세를 인지하며 곧 두려움에 물든 얼굴은 곧 환희에 젖은 채로 각 무기를 들고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헤헿..! 그래, 우리는 수가 많아...!”

한 남자가 중얼거리며 실실 웃는 소리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이야, 이걸 들어오네?”

조금씩 거리를 좁히면서 우위를 점한다 생각하는 그들의 웃음소리는 거슬리다 못해 이제는 헛웃음이 터졌다.

“하! 이상하단 말이지. 도대체가 이만한 힘을 보여주면 알아서 꼬리를 내리던데.”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해 알렌은쥐고 있던 칼을 보며 소량의 마나를 부여했다.

‘싸구려 무기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러자 은색의 칼이 순식간에 주황빛을 띠며 아지랑이를 피어오른다.

“으아아아악!!!”

귀가 찢어질 기합 소리. 두려움을 떨쳐내듯 알렌에게 달려드는 한 남자.

“오우, 너무 용감한걸?”

알렌은 또다시 자신을 향한 검격을 가볍게 피하며 이번에는 말이 아닌 주먹이 아닌 주황빛으로 물든 칼을 휘두르자 남자의 손목이 아주 말끔히 잘리며 피가 증발하는 역겨운 냄새가 모두의 코를 들썩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 정도로 안 죽으니까 소리 좀 그만 질러 새끼야.”

잘린 팔목을 잡고는 고통을 내지르는 남자의 턱을 거칠게 차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그리고 쓰러진 동료의 고통을 들은, 팔목이 잘리면서 동시에 타버린 께름칙한 냄새를 맡은 노예상 일행은 한겨울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사람처럼 이빨을 딱딱이는 소리가 캐스터네츠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과다출혈로 죽을 일은 없으니까 들어와. 내가 오늘 특별히 화끈한 불꽃으로 지혈해주는 서비스까지 해줄게. 뭐, 쇼크로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자, 그럼 이번엔 누가 들어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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