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46-2 엿보는 엘프
“그래도 차는 있어서 다행이네. 후룹...”
창문에 기대어 아침을 맞이하는 알렌은 우려낸 뜨거운 녹차를 마시며 허리를 문지른다.
“그나저나 허리 아파 죽겠네. 그냥 맨바닥에서 해서 그런가. 후룹...”
지난 밤, 그리고 새벽까지 이어진 몸의 대화에 불편한 허리를 만지며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흐으으....”
“오, 일어났어? 와서 녹차 한잔해.”
“지금 무스.. 앗!”
죽은 듯이 널브러진 에블린이 잠에서 깨어나 녹차를 마시는 알렌을 멀뚱히 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통증 때문인지 가랑이 부근을 만지며 어제의 일이 떠올랐던 것인지 흐리멍덩한 두 눈을 부릅뜨며 알렌을 노려보았다.
“왜? 녹차 싫어?”
“이, 인간이 잘도 나를...!”
“후룩...”
“녹차만 마시지 말고 아무 말이라도 좀 해!”
알렌은 녹차를 마시면서 화를 내는 에블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얼굴이 아닌 배꼽 근처를 보았다.
“도대체 엘프 말을 뭐로 알아듣는 거야. 얼굴 보고 빨리 대답...!”
“여기.”
“여기? 도대체... 어? 뭐, 뭐야?”
“음문. 후룹... 아, 뜨뜨...”
녹차는 창문 선반에 놓고는 자신의 배꼽 아래 새겨진 이상한 문신을 본 에블린은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알렌에게 비틀대며 다가갔다.
“이, 이거 빨리 지워! 아앗!”
“무리하지마. 새벽까지 해서 많이 아플 텐데.”
넘어지는 에블린은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알렌은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내 노예가 다치면 쓰나.”
“누가 웃으면서 그딴 말을! 또 누가 노예라고!”
알렌의 품에 안긴 에블린은 다리를 떨며 큰소리친다.
“센 척하기는. 그런데 아침은 뭐냐? 배고픈데.”
“이, 이런 뻔뻔한...!”
“뻔뻔한 게 내 매력이야. 아, 배고프니까 빨리 아침이나 준비하도록. 아주 많이.”
****
“풀떼기라도 맛은 있어서 다행이구만. 잘 먹었다.”
수북이 쌓여 층을 이룬 나무 접시 사이에서 알렌은 잘 먹었다고 인사한다.
“먹었으니까, 이제 음문 지워줘.”
“당돌하구만. 초면에 나를 대했던 그 나긋나긋한, 그러면서도 예의와 기품이 넘치는 태도는 버렸나?”
“시끄러우니, 빨리 지워흐으읏!? 무, 뭐야!?”
알렌이 마나가 담긴 손가락을 허공으로 치켜들자 옷을 입었음에도 에블린의 음문이 빛을 내며 다리를 비틀대며 손가락을 움직이는 알렌을 노려보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네가 나를노예를 예속시키고 내가 해방해달라고 하면 해주겠냐?”
“그, 그야 물론... 해, 해주... 지응으으읏!!?”
“지금부터 거짓말할 때마다 음문 반응한다?”
똑똑!
“시, 실례합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익숙한 목소리. 그러나 알렌은 이 목소리가 반가웠다.
“들어와!”
“감히 인간 따위가! 내가 허락하지도...!”
“주인님이라 불러야지.”
“흐으으응!?”
허공을 까딱거리는 알렌의 손가락은 에블린의 건방진 태도를 입을 다물게 한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응, 어서 와. 아, 에블린. 가서 뜨끈한 녹차 한 잔이나 내려.”
“이... 이... 흐으응!!? 아, 알겠으니... 소, 손가락 그만...!”
“이렇게 쉽게 알아들으면 너나 나나 피곤할 일이 없잖아. 꾸물대지 말고 빨리... 아니다. 그 전에 식탁이나 치워.”
홍조를 띠며 알렌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에블린.
그리고 인간인 알렌이 자신들의 장로인 에블린에게 무례한 명령을 시켰지만, 그저 묵묵히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깔끔해진 식탁. 그리고 알렌의 맞은편 의자에 앉은 로자리아는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며 에블린을 흘긋 보았다.
에블린이 있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인지 알렌은 아랫도리가 젖은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에블린.”
“또, 뭐, 왜, 뭔데!”
“잠깐 나가 있어.”
“내가 아무리!”
팔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이려는 알렌을 보자 에블린은 무슨 욕을 중얼거리며 다급히 문을 열고 나간다.
“아, 안녕하세요...”
“어제는 반말 까더니만, 오늘은 존대를 까네. 그래서 무슨 볼일이야?”
“저기... 어제 그 행위...”
“왜, 너도 하고 싶어?”
짓궂으면서도 저속한 농담을 건네며 웃는 알렌.
“...네...”
“어? 뭐, 진짜 하고 싶다고?”
그저 기분 나쁘다며 뛰쳐나갈 줄 알았던 로자리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펼쳤다.
“아니, 너... 잘 생각해.”
“안, 되...나요?”
“안 될 것도 없지.”
조금 느리게 안 되느냐고 말하는 로자리아의 수줍은 질문에 알렌은 단호하게 된다며 즉답한다.
“지금은 내가 볼일이 있어서 안 되고, 저녁때쯤에 이곳으로 와.”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오히려...”
‘존나 수상하네.’
긍정의 답을 펼친 알렌이지만, 사실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에블린도 겉으로는 착한 척하고 나를 노예로 부리려고 했는데, 얘라도 뭐가 다를까.’
하찮은 것을 보던 어제의 눈빛과 다르게 오늘의 로자리아는 조금은 무섭지만,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그러면서도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돌렸다.
‘귀엽네. 어제와 오늘의 갭 차이가 상당하네. 이런 느낌... 코델리아 이후로 처음이네.’
뭐, 속내를 모른다고는 해도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다.
“그, 그러면 저녁때 뵙겠습니다..!”
“어,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그렇게 저녁에 보자며 수줍게 도망가는 로자리아.
“흐음... 저녁까지 기다릴까.”
‘저녁의 일은 저녁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해야지.’
“야, 에블린!”
“왜.”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껄렁한 자세로 문에 기댄 에블린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알렌을 보았다.
“한결같네. 앞으로 매일 낮이든 저녁이든 말을 잘 들으면 보지를 쑤셔주고, 말을 잘 안 들으면 보지를 거칠게 쑤셔주지.”
“당치도 않아...! 그게 무슨 차이야 도대체!”
“무슨 차이냐고 한다면 이런 거지.”
“쟈, 쟈까암... 흐응!”
문에 기대던 에블린은 스커트를 들추고는 그대로 보지를 살며시 만져주는 알렌의 손길.
에블린은 타인의 손길에 몸을 흠칫 거리며 이에 반항하듯 알렌의 손을 밀어내려고 하지만, 이미 쾌감을 알아버린 탓인지 거부하는 시늉을 보이며 밀어내는 힘이 점점 약해졌다.
그리고는 알렌의 어깨에 손가락에 몸을 맡기며 달아오른 에블린의 입에서는 아주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오며 질척이는 애액이 소년의 손을 적신다.
“흐으음... 앙...”
“잘했을 때는 이렇게 각별한 애정을, 아주 부드럽고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상냥히 만져줄 거야. 그러나 못했을 때는... 알지?”
“...츄윱... 하아...”
애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에블린의 입에 물리며 따뜻한 혀가 자신이 내보낸 애액을 맛보며 손가락을 깨끗이 하며 간지러운 숨결이.
두 눈동자는 오로지 내 손을 끈덕지게 탐하며 열렬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잘 빠네. 그러면 가자.”
“하아... 하아...”
내가 하는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이미 깨끗해진 손가락을 침으로 더럽히는 에블린을 보며 말을 듣지 않는 암캐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일단 놔두기로 했다.
‘채찍만 주면 망가지겠지. 일단은 좋을 대로 놔두자.’
****
정비되지 않은 숲길을 빠져나와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여러 약초가 즐비한 군락지였다.
“이제 됐지? 그럼 난 간... 까아악!?”
“가기는 무슨.”
뒷덜미를 잡아 뒤로 넘어질 뻔한 에블린은 성질을 내며 알렌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화를 낸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잡고 난리야?”
“돌아갈 때는 어쩌라고?”
“그 잘난 인간이 이 정도 길도 몰라?”
“응, 몰라. 그러니까 여기 있어. 도망갔다가는 음문 발동시킨다?”
“비열한 놈...!”
음문을 발동시킨다는 말에 에블린이 자신의 자궁 겉에 새겨진 문신은 문지르며 조금은 기대하는 눈빛을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일까.
“으읏...! ㅁ, 뭐야? 귀, 귀는 왜 만져...?”
“아니, 맨정신인 상태에서 만지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거든.”
“그, 그만... 그만 만져!”
두 손을 뻗으며 알렌의 가슴팍을 미는 에블린.
“에이. 뭐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이왕 이렇게 됐으니 너도 내 가슴 만져.”
“벼, 변태 새끼...! 이, 무슨 발칙한...!”
그렇게 말하면서도 알렌의 단단한 가슴팍을 만지며새침 때는 얼굴은 어느새 호기심 가득한 얼굴은 홍조를 띤다.
‘하긴. 얼마나 굶주렸으면 그 흔한 마을 엘프도 꼬시지 않고, 인간을 노예로 삼아 육바이브로 삼으려고 했으니.’
알렌은 자신의 가슴에 열중하는 에블린을 보며 소리 없이 웃는다.
“흐... 흐음!!”
“뭐... 인간치곤 제법 나쁘지는 않네...!”
“존나게 츤츤거리는구만.”
“뭐, 뭐라고? 층층?”
“아니야, 혼잣말이야.”
“자, 잠깐 그게 무슨 말인데?”
“그냥. 귀엽다는 말이야, 인간들 언어로.”
“...사, 사실은 욕이지?”
“네가 그렇게 믿고 싶으면 그렇게 믿어.”
달라붙는 에블린을 대충 대응하며 땅에서 자라는 약초를 유심히 보았다.
‘이미지랑 실물은 다르구나.’
기억 속에 있는 재료와비슷하지만, 실제로 보면 꽤 달랐다.
“에블린. 너, 약초는 좀 아냐?”
고개를 돌려 보고 있던 약초를 가리키며에블린에게 묻는 알렌.
“하! 감히 엘프에게 약초를 좀 알아? 웃긴다, 정말.”
에블린은 감히 자신의 종족이 무엇인지 까먹었느냐는 표정으로 알렌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자신이 우위를 점했다며 기뻐했다.
“모르면 됐어.”
“누가 모른다고. 이건...”
그것도 잠시. 우위를 점했다고 착각한 에블린은 모른다면 됐어, 라는 말투로 돌아서는 알렌을 보며 보고 있던 약초를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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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치고는 욕심이 없나 봐?”
“엥? 갑자기 웬 시비냐?”
“아니... 보통 인간이라면 효험있는 약초든 뭐든 다 쓸어 담는데, 너는 다른 인간이랑 다르게 유별나구나?”
“내가 무슨 돈이 없어서 헐떡거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너희 주식이 이건데 굳이 다 가져가겠냐?”
어두워진 숲.
에블린의 도움을 받아 약초와 월광초 몇 뿌리를 가방에 넣으며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인간치고는 양심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는 너는 인간을 노예로 들이려는 양심 없는 엘프인가?”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러는 너도 내 몸에 음문이나 새겼으면서!”
“새길만 하니까, 새겼지. 다 왔네. 빨리 가서 밥이나 먹자.”
“자, 잠깐 밀지 마!”
어느새 보이는 마을의 모습에 알렌은 가녀린 에블린의 어깨를 밀며 재빨리 걸어간다.
“후. 힘들다, 힘들어. 아, 몸도 끈적한데 같이 호숫가나 갈까?”
“저, 저. 무례하기는.”
“싫으면 말고. 그럼 나 먼저 씻을 테니까 마음 내키면 너도 와.”
가방을 열어 세면도구를 꺼내 마을 호숫가로 가는 알렌을 쳐다보는 에블린은 속으로 아쉽다면서 어깨가 축 늘어졌다.
“마지막으로 묻는데 진짜 안 갈 거야? 혼자 씻으면 외로운데.”
“...나, 나중에. 식사한 다음에!”
“좋아. 밥 먹고 가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