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41. 월광초. (70/116)



〈 70화 〉41. 월광초.

“수속은 밟아뒀으니 몸이 괜찮아지면...”
“아이고~ 머리야~”


이른 아침.


알렌은 여러 아이템을 수납한 가방을 멘 채로 교무실에 앉아있는 코델리아를 골린다.


“미, 미안해...”
“괜찮아요. 그냥 뒤통수 붓고, 찢어지고, 피나고, 걸을 때마다 아파 뒈지겠지만! 저는 괜찮아요!”
“저, 미안해... 내가 진짜...”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술은 입도 대지 마요.”
“어... 알았어...”


잔뜩 혼이  아이처럼 시무룩한 코델리아를 보니 귀엽기 짝이 없었다.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나 없다고 해서 울지 말고요.”
“...응. 어? 아, 아니 내가 울기는 무슨...!”

당황으로 물든 얼굴을 하며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부정하는 코델리아의 모습은 상당히 귀여웠다.


“크리스틴 선생님께도 잘 말해주세요. 다음 주나 돼야 등교할 수 있다고.”
“아, 알았어. 그럼 조심히 다녀와, 알렌.”
“...고분고분하게 말하는 태도는 색달라서 좋지만, 당신의 원래 그 성격이, 앙칼진 그 성격이  더 좋은 것 같아.”
“시, 시끄러워...! 내, 내가  어쨌다고...!”
“그래, 그거. 내가 그 성격에 반한 거거든.”

코델리아의 턱을  알렌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다.


‘...?’

그냥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했던 것뿐인데.

갑자기 눈을 감으며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짝 내민다.

“왜, 키스하고 싶어요?”
“누,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눈에 먼지가!”
“그럼 하지 말까요?”
“...줘...”
“네? 작게 말씀하셔서  들리는데? 뭐라고 하셨어요?”
“해,  줘... 키스.”

수줍은 얼굴로 알렌에게 속삭이듯, 키스를 원하는 코델리아.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알렌과 코델리아  사람밖에 없는 교무실.

코델리아를 홍조를 띠며 눈을 치켜뜨며 알렌을 올려본 채로 두 팔을 벌린다.

그런 코델리아에 모습에 살짝 웃더니 그대로  안에 파고들어 부드러운 입술을 탐한다.

조용한 교무실에서  사람의 타액이 섞이는, 부드러운 혀가 섞이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리며, 알렌이 이만하면 됐다며 일어나자 코델리아는 아쉽다며 입술을 핥는다.

“내가 어디 죽으러 가나... 뭘 그리 맥 없이 배웅합니까? 늦어도 주말에는 돌아올 거에요.”
“누가 시무룩했다고...”
“그럼 가볼게요.”
“응. 잘 다녀와...”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쉽다며 코델리아의 한숨과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래도 가야지. 밀린 퀘스트가 산더미인데.’


알렌은 떠나기 직전의 어젯밤.


정신을 차린 아네스에게는 비비안과 크리스틴의 행동거지, 그리고 미라이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고.

우리 몰래 자위한 코델리아에게는 클로에의 공부를 살짝 가르쳐주라며, 또 웰턴 녀석에게는 쪽지 하나를 전해주라고 말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뭐에 걸린  불편했지만, 이 정도면 아카데미의 일을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

“여기 앉으세요, 형님. 차는 뭐로?”
“차는 됐고. 밥이나 차려라. 배고프네.”
“아, 네. 어이! 다들 아침 준비하라고 해!”
“아, 그리고 밥 먹으면서  얘기가 있는데 조용한 곳에서 식사하자.”
“알겠습니다.”

마로스는 알겠다며 곧이어 나온 식사를 사용인의 도움도 받지 않고 카트를 끌며 조용한 복도를 거닐며 저택과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문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하니 나쁘지는 않네.”
“헤헤! 그런데 알렌 형님. 하실 말씀이?”
“아, 일단 네놈이 좋아하는 걸로 들고 왔으니 먹으면서 하자. 배고파 뒈지겠으니.”
“아, 네. 그리고 알렌 형님이 부족하시지 않게 특대로 가져왔습니다.”
“기특한 새끼.”

실버 클로시를 열자 지글거리는 맛있는 소리가 귀를 사로잡으며 곧 황홀한 고기의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알렌 형님 전용으로 만든 철판입니다.”
“잘했어, 마로스. 그럼 먹자.”


상당히 두꺼운 철판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자르자 새빨간 속내와 함께 육즙이 철판에 지글거리며 식욕을 돋는 냄새가 가히 예술이었다.


큼지막한 덩어리라고 생각할 만큼, 두꺼운 스테이크를 호탕하게 씹는 알렌은 이게 바로 섹스가 아닐까 싶었다.


“하... 존나 맛있네, 진짜.”
“입맛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아. 스테이크 먹다가 까먹을지도 모르니, 일단 이거 받아라.”
“이게 뭡니까?”


알렌은 옆에 놔둔 수납 마법이 걸린 가방에 웬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마로스에게 건넨다.


“저번에 내 친구 알지?”
“네, 공작 가문의 삼남이신 웰턴 아르스나 형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솔직히 나도 가문의 배경으로 너를, 웰턴도 너를 도와주고 싶지만, 리스크가 상당해. 그래서 저번에 네가 말한 것처럼. 약간 그런 취향이 있는 귀족들을 물색한 체크리스트야.”
“가 ,감사합니다, 알렌 형님! 저,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할 것까지는 없고. 어차피 돈을 벌며 내 수중에도 떨어지니까 그렇게 하는 거고. 또 네가 좋아할 만한 게 하나 더 있다.”
“또 있습니까?”
“저번에 말한 월광초. 그거 캐러 가는 길이다.”
“지, 진짭니까? 지, 진짜로?! 구, 구라 아니죠?”

월광초를 캐러 간다는 말에 곱게 접던 귀족 체크리스트를 아무렇게나 던지는 마로스.

‘하긴... 나이도 어리고, 돈도 많은 놈이 발기부전에 걸렸다는데... 저깟 리스트가 뭐가 중요하겠냐.’

“아, 죄송합니다...! 제가 중요한 리스트를...!”
“괜찮아. 하여튼, 그거 캐러 가는 길이야. 마침 아카데미도 쉬고.”
“아, 그래서 머리에 붕대를...”
“어차피 이번 주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뜨기도 하니 타이밍이 딱 맞잖아?”
“그러시다면, 숲에 가는 경비는 제가 다 부담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죠, 마로스야.”


발기부전에 탁월한 치료제인 월광초를 캔다는 사실에 마로스는 기쁜 나머지 내 앞에서 함성을 지른다.

“아. 그런데 다이스 그 녀석은 쓸만하냐?”
“네. 딜러를 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 쓸모가 있던 것인지 조금 가르쳐줘도 알아서 잘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말을 하면서도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어느새 다 먹은 알렌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애매해서 가야겠다.”
“네. 그러면 곧장 경비를 대령하겠습니다.”
“오냐.”

경비를 준비한다는 마로스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여닫으며 여기서 기다리시면 금방 오겠다며 다분한 발걸음이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알렌은 소파에 편히 등을 기대며 천장을 보며 나지막하게 혼잣말한다.

“엘프라. 재미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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