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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37. 운동녀들 공략 (60/116)



〈 60화 〉37. 운동녀들 공략

마로스에게 퀘스트 아닌 퀘스트를 받고는 서둘러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아카데미로 돌아가 담벼락을 넘어 내려온 알렌의 눈가에 익숙한 누군가 보였다.

"또 만났네?"

담벼락을 내려와 익숙한 청백색 소녀, 비비안 아락시스가 다소곳하게 앉아 홀로 점심을 먹는 것을 보며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건다.

"...하아."

먹으려던 샌드위치를 도로 집어넣고는 짜증이 한껏 묻어 나온 한숨과 함께 점심을 들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모습을 본 알렌은 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냥 인사한 건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것만큼 불쾌한 건 없지."
"그래? 미안하다, 괜히 인사해서."

차가운 소녀의 말에 알렌은 괜시리 인사했다면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저, 저 말하는 싸가지 봐라. 하긴. 난이도에 비례하면 성격이 개차반인 경우가 허다하니 내가 이해한다, 쌰발.'

그렇게 먼저 떠나려는 비비안보다 먼저 움직이는 알렌.

"너."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별... 싱겁기는. 점심 맛있게 먹어라."
"...."

알렌은 그렇게 삭막한 인사를 나누며 기분만 잡친 채로 교실로 돌아갔다.

'아침에  번, 보건실에서 두 번, 그리고 지금. 담벼락 아래에서 세 번. 희한하게 계속 마주치네. 것보다 얼굴이 창백하던데. 어디 아픈 건가?'

의자에 앉아 빈 노트 한 권을 꺼내 펼치더니 펜으로 툭툭 건드리며 하얀 종이에는 검은 점이 무수히 찍혔다.

"응?"

책상에 엎드려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알렌의 얼굴에는 거대한 두 봉우리의 그림자가 드리누웠다.

"알렌 메스티아."
"코델리아 선생님? 여긴 왜?"
"어제 분명히 수업에 성실히 출석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네. 그렇죠. 네. 맞습니다. 수업에 성실히."
"그런데 오늘 태도는 무엇이지? 조회 시간에 들어오지도 않고, 수업에는 불참하는 너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우리 반의 미라이가 몸이  좋아서 잠깐 보건실에 데려다 주느라. 그때는 아네스 선생님도 없고 해서 제가 대신 간호해줘서 늦었습니다."
"알고 있다."
"네? 아시는데... 왜?"
"됐어. 나, 갈래."

한참을 노려보는 코델리아는 이제 됐다는 어린 말투를 하며 도도하게 교실을 떠난다.

'...삐졌나? 아침 조회 출석하지 못해서? 그래도 다음 수업은 성실히 들은 건데...'

****

점심시간이 끝나자 코델리아를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 알렌이 적잖게 당황하며 노트를 펼쳤다.

'뭐야? 원래 5교시는 코델리아의 수업인데? 왜 3교시 수업이랑... 설마 수업을 바꿨나? 내가 빨리 보고 싶어서?'

정답이다.

코델리아가 점심시간이 아닌, 바꾼 3교시가 끝나도 나타나지 않은 알렌을 보며 원망했다.

사실 조회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두 학원생.

알렌 메스티아와 미라이 미레이.

물론 알렌이 안 나왔다는 것에 충격받았지만, 다른 학원생인 미라이가 출석하지 않아 걱정됐다.

코델리아가 겉으로는 자신의 학원생을 무섭게 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정은 있었다. 물론 타고난 성격 탓에 제대로 된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지만.

걱정이 된 코델리아는 자신의 학원생 미라이가 지금 보건실에 누워 있는 것도, 그런 미라이를 도와준 알렌이 아침 조회를 출석하지 않은 것도 아네스에게 들었기에 안심과 동시에 이해했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사람으로서 옳게  행동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지나친 호감도. 즉 알렌을 향한 열렬한 애정이 오늘. 알렌에게 독으로 작용하였다.

왜냐하면 아침 조회에서 알렌을 보지 못한 만큼. 그만큼 더욱 보고 싶은 나머지 3교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과 수업을 바꿔 자신이 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을 빨리나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카데미 내에서는 선생과 원생. 교실 안에서 만지는 것도 더불어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지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솟으며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기에 코델리아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들뜬 마음으로 서둘러 교실에 도착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때 알렌은 배가 고프다며 식당도 열지 않고, 매점 빵도 질린 나머지 아카데미를 나와 마로스의 저택에서 고급진 식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물론 이 사실은 모르는 알렌은 그저 아침 조회에 출석하지 못했으니 5교시 수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들어야 한다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교실에 당도했지만... 모두 허사가 되었다.

'이러다 또 주종 역전당하는  아닌지 모르겠네. 그래도 수업은 듣는다고 약속한 듯, 약속하지 않았는데... 아. 미치겠네. 괜히 나갔나?'

필기하는  열심히. 다른 사람 눈에는 우수한 학원생의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코델리아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줘야  지 여러 아이디어를 적고, 긋고를 반복하는 알렌.

'아니, 잠깐만. 시발. 본질적으로 따지자면 내가 주인인데. 노예로 들인 코델리아의 기분을 맞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 노예를 인간 취급하지 않는 걸 당연하다고 느끼며 익숙해지겠지? 하, 씨... 어쩌지?'

홍차를 선물한다 해도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겨우 끝난 주종 역전을 당하는 것도 딱히 좋지 않고.

'몰라. 걍 미안하다고 해야지. 이렇게 계속 잘못해서 보답하는 식으로 나왔다가는 깐깐한 코델리아가 트집을 잡고 포상을 원하는 원 패턴이 되겠지...'

결론은 사과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소원을 들어주었다가는 상하관계가 이상하게 변할 것이 분명했기에 알렌은 결국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

"오늘은  집중하지 못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니?"
"...아뇨. 그냥 잠을 설쳐서."

체력 훈련을 끝내고 나무 아래서 물을 마시는 알렌을 향해 크리스틴이 걱정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 그런 것치고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있던데?"
"꿈자리가 사나워서요. 그런데 크리스틴 선생님. 비비안은 오늘 결석입니까?"
"응. 몸이 안 좋아서 보건실에서 쉬라고 했어."

'혈색이 안 좋더만...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였구만. 그리고 적대적으로 경계하는 말투도 이해가 되네.'

"뭐, 뭡니까 갑자기?"
"응? 아, 미안 미안. 몸이 날이 가면 갈수록 탄탄해지는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만졌네, 헤헤."

갑자기 크리스틴의 손길은  가슴팍을 만지자 나는 대뜸 놀라며 손에  물을 떨어뜨릴 뻔했다.

"나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녀석들 같았으면 지금 행동. 쉽게 안 넘어갈 걸요?"

땀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웃는 소녀와 같은 크리스틴의 자태에 알렌은 장난스럽게 말한다.

"다음에 그러시면 저도 크리스틴 선생님 가슴 만집니다?"
"어머, 신사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호색한이구나."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거북한, 만약 가슴을 만져진 사람이 알렌이 아니라 다른 평범한 귀족이었더라면 무례한 행동을 한 크리스틴에게 무어라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알렌은 귀족의 예법이나 지식을 알고는 있으나 딱히 크리스틴의 손길에 불쾌함과 동시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헤프닝을 통해 크리스틴을 향해 친근하게 다가갈 수가 있으니 오히려 좋은 찬스였다고  수 있다.

"크리스틴 선생님. 나중에 대련 한 번 부탁해도 될까요."
"대련? 괜찮겠니?"
"뭐가요?"
"나랑 대련하면 자신감이 꺾일 텐데?"

'자신감 보소.'

"에이. 진다고 단정하시기는. 어쩌면 제가 대련에서 이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노력하는 햇병아리가 벌써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싫은데... 어쩌지?"

크리스틴 네드니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마치...

'발끈하는 쇼타가 귀엽다는 눈빛을 하고 있으시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진다면  대련하면 되는 거고. 저도 첫 대련에서 이길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거든요. 그러니 어느 날에 하는 게 좋을까요?"
"정말. 호승심 넘치는 학생이네. 졌다고 원망하기 없기다?"
"네, 그럼요. 오히려 제가 한 수 배울 수 있어서 고마운 걸요, 전 기사 단장님."
"그러면 오늘 방과 후에 할까?"
"아뇨. 방과 후에는 약속이 있어서요."
"음... 그러면 내일 등교하기 전. 새벽쯤에 할까?"
"어... 그건 무리겠는데요? 제가 워낙 잠이 많은 체질이라. 지각하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에이 뭐야... 그러면 방과 후도 안돼, 등교하기 전에도 안돼. 그러면 언제 한다는 거니? 응?"

두 손으로 땀에 젖은 내 볼따구를 이리저리 흔들며 귀여운 행동을 하는 크리스틴.

'이게 누나 포지션인가. 나쁘지 않네.'

볼따구가 늘어남에도 알렌은 아파하는 척 크리스틴의 손길을 남몰래 홀로 즐기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내일 수업을 선생님과 대련하는 수업으로 바꾸면 되겠지!"
"그러면 제가 맨 처음에 나설게요."
"감당이 되겠니? 내가 최소한 몇백 명을 상대하고 나와 겨룬다면 조금이나마 승산 있을 텐데."
"남자 새끼가 정정당당히 싸워야죠."
"아으...! 귀여운 녀석! 바깥에서 만났으면 누나라고 부르게 해주는데!"

다른 학원생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아니, 다들 지나친 훈련에 정신을 잃은 것인지 나를 격하게 껴안는 크리스틴의 건강미 넘치는 향기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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