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35-2화. 슬피 우는 아이. (57/116)



〈 57화 〉35-2화. 슬피 우는 아이.

"진정 좀 됐어?"
"네에에..."

침대에 반쯤 누워 미라이의 손을 쉽게 깨지는 유리처럼 조심스럽게 잡아주는 알렌.


"고, 고맙습니다... 알렌 님..."

따스히 전해져 오는 작은 손의 온기.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인지 학원 뒤뜰 벤치에 있을 때는 손이 그리도 차가웠는데 지금은 많이 따뜻해진 걸 보면 약간 마음이 놓였다.

"잘 먹고 다녀. 아, 그리고 아침 안 먹었지?"
"괘, 괜찮아요! 저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몸은 솔직한 법.


미라이의 작은 몸이 밥을 달라는 귀여운 소리를 낸다.


"아, 아니에요! 이, 이건 제 배에서..! 그러니까 다, 다른...!"

아우성치는 배를 애써 작은 손으로 격하고 고개를 젓는 미라이.

"괜찮아. 원래 배가 고프면 그런 거야. 식당은 애매하고... 빵이라도 먹을래?"
"빠, 빵이요?"
"응."

먹는 단어에 반응한 미라이의 젖던 고개는 알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멍하니 빵을 작게 되뇌이며 말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며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먹고 싶구나?"
"아, 그게... 저기... 머, 먹고 싶어요..."
"금방 사올게. 아, 그런데 어떤 빵을 좋아해? 아니다, 그냥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알렌은 서둘러 빵을 사러 매점으로 향했고. 홀로 보건실 침대에 남은 미라이는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방금 전 잡아주던 손을 매만진다.

'미라이. 놈팽이가 좋아?'
"어, 어? 응... 좋아..."

누군가가 혼잣말하는 미라이를 본다면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아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지금은 아네스도 없는 마당이며  르카네는 다른 사람의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했기에 미라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미라이는 나쁜 남자 취향이야?'
"응? 아, 알렌 님은 나쁜 남자가 아닌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단 말이지...!'


알렌의 문란한 생활을 직접 본 르카네는 황급히 얼버무린다.


"아, 알렌 님은 착하셔. 나, 나 같은 불행을 흩뿌리는 아이에게도 너무나도 잘해주셔서... 그래서..."
'사랑하는 거구나?'
"응..."


르카네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의 의미는 같았으나 달랐다.

이제껏 진심 어린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는 미라이.


마나의 특성과 더불어 르카네의 마나까지 합쳐져 새롭게 태어난 마나는 다른 이의 긍정적인 기분을.


행운, 행복, 성공, 승리, 기쁨 등을 먹어치우며 결과적으로 불행에 이르게 한다.

지금까지 소녀는 사람들에게 멸시당하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이라면 설령 나이니 겉모습이니 상관은 없다.

무조건 배척한다.


사람이란 그렇다. 자신이 포옹할  없는 그릇이라면, 불행을 흩뿌리며 아직 자아조차 형성되지 않은 아이를 쉽게 내다 버릴  있을 정도로.


그간 행했던 일말의 정을 끈을 자르듯 쉽게 끊을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불행을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르카네는 매일 같이 생각했다.

만약에 정신을 잃은 채로 방황하던 자신이 미라이의 몸에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평범하게 생활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평범한 마을에서 부모님에게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아 자란, 나중에는 떨리는 목소리가 아닌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활짝 웃는 그런 아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르, 르카네?"
'놈팽이를 사랑한다니. 나중에는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거네? 섭섭하다, 미라이~ 내가 제일 최우선이라고 했으면서.'
"그, 그게...!"

르카네의 장난에 얼굴을 붉힌 미라이가 당황했다.


'장난이야, 장난.'

애태껏 사소한 정 때문에 미라이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르카네.


그러나 다들 미라이를 좋지 않은 쪽으로 악용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에게 나락을 선사했지만, 알렌은 달랐다.

무엇 하나 바라지 않았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두려워하는 미라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문란한 생활을 즐기는 놈팽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제껏 만난 그 누구보다 미라이에게 순수히 다가와 준 사람은 놈팽이 밖에 없었다.


드르륵!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다 샀어."


발로 보건실 문을 열어 양손 가득히 빵과 우유를 사 들고 온 알렌.


"가, 감사합니다, 알렌 님...!"
"마음껏 먹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품에 가득한 들린 빵을 옆 침대에 놔두고는 어떤 빵을 먹고 싶은지 미라이에게 묻는 알렌.


"아, 저는... 부드러운 빵이 좋아요."
"그러면 크림 카스테라 먹을래? 적당히 부드럽고, 크림도 느끼하진 않거든."
"아, 네! 그럼 그걸로."

알렌은 부드러운 빵이 좋다고 말하는 미라이를 위해 손수 포장지를 뜯어  작은 손에 크림 카스테라를 건네줬다.

"우유는 뭐가 좋아? 딸기? 초코? 아니면 흰 우유?"
"저, 저는 흰 우유요...!"
"알았어. 자, 여기 빨대도 꽂았으니까 맛있게 먹어, 미라이."
"감사합니다, 아, 알렌 님."


 손에는 크림 카스테라를 작게 베어 물며, 다른 손에는 빨대를 꽂은  우유를 마시는 미라이를 보니 절로 힐링이 된다.

'좋네. 이래서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건가.'


옆 침대에 놔둔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알렌은 귀엽게 오물거리는 미라이를 보며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눈앞에 있는 소녀가 더는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 성질을 바꾸는 아이템이 여럿 있을 텐데. 그러면 미라이도 저주를 흩뿌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를 다 마신 것인지, 어느새 빵과 함께 딸기 우유를 먹는 알렌은 마나 성질을 바꾸는 아이템을 떠올린다.

"자, 잘 먹었습니다."
"아, 많이 먹었어?"
"네. 감사합니다, 알렌님."
"감사는 무슨. 아무튼, 진정될 때까지 보건실에서 쉬고 있어. 쉬는 시간마다 들릴게. 아, 그리고 보건 선생님이 오면 내 이름을 말해. 그러면 잘해줄거야.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미라이에게 당부하는 알렌.

'갔네.'
"응... 갔어."


알렌이 사라지자 르카네는 다시 미라이에게 말을 건다.

'놈팽이가 은근 착한 구석이 있네. 이렇게 미라이가 좋아하는...'
"나는 살면서 이렇게 부드러운 빵이 있는 줄 몰랐어, 르카네..."
'....'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아... 아, 아니... 알렌 님과 마주할 이후로 세상에 바뀐 기분이야...'


르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미라이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이런 날이 계속 이어지는 걸까? 응, 르카네?"
'노력해야지, 미라이. 놈팽이의 말처럼 스스로 일어나 행복한 나날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해야지.'
"응...! 앞으로 노력할 거야... 알렌 님 말처럼... 나, 노력할게...!"
'잘 생각 했어, 미라이.'

르카네는 서서히 변화하는 미라이를 보고는 잘됐다 싶으면서도 알렌에게 질투를 느꼈다.


'그런데 너무 섭섭하네. 내가 죽어라, 죽어라 말할 때는 말도  듣던 우리 미라이가. 놈팽이를 사랑한다는...'
"노, 놀리지 마, 르카네... 심술궂어..."

르카네에게 놀림당하던 미라이는 심통이 난 것인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고.

 모습을 보며 웃는 르카네는 든든히 자라려면 손에  빵과 우유를 먹으라며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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