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34. 현역 아카데미 원생 (55/116)



〈 55화 〉34. 현역 아카데미 원생

"찌뿌둥하네... 하아아암...!"

코델리아와 헤어진 알렌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기지개와 동시에 하품을 내셨다.

"아으으... 이제 자야ㅈ...."

정신과 육체가 어지간히 피곤했던 것인지 알렌은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들기 시작했다.

[늦었구나]
"...."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것이더냐?]
"아뇨. 그건 아닌데..."

깜빡했다. 카지노와 코델리아의 일이 끝나면 편히 잘 수 있다는 사실에 그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까먹었었다.

[오늘은 수련하는 날이니 준비는 됐겠지?]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될까요? 피곤한ㄷ...!?"

쾅!!!

비굴한 자세로 피곤함을 클로 세로에게 호소하던 알렌의 옆을 빠르게 스쳐 가며 터지는 웬 마법 구체.

[안 된다. 본좌에게 그러한 짓을 해놓고서 비굴함을 토해낸다고 넘어갈 수 있다 생각하느냐? 너는 그저 본좌만 따라오도록 하라]

다시금 왕좌에 앉아 있는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는 거대한 화염 구체가 불똥을 튀며 타올랐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누구 앞이라고, 헤헤...!"

알렌은 또 한 번 비굴한 자세로 손을 모으며 알겠다고 하니 화염 구체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클로 세로는 왕좌에서 내려와 알렌에게 다가갔다.

[뭐, 오늘은 간단한 수련을 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이게 간단한 수련입니까?"
[본좌의 몸에 살짝 닿으면 그걸로 수련은 끝. 간단명료하지 않느냐? 덧붙여서 왕좌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는 조건도 걸지 않았더냐]
"말은 쉽죠. 그런데 마나로 보호막을 만드는 사라... 아니, 용이 어디 있습니까?"

클로 세로의 수련법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터치.

유녀의 모습을  클로 세로가 자신의 몸을 살짝 만지기만 하더라도 수련은 종료. 그 대신에 만지지 못한다면 수련은 계속할 수밖에 없는데...

'시발.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아니야?'

[다 들린다, 우매한 인간아]
"그냥 혼자. 속으로 생각한 겁니다."

구의 형태로 펼친 마나 보호막과 함께 용을 쓰며 보호막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알렌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가다간 영영 깨어나지 못할 터인데? 아니면 평생 본좌의 곁을 지키려고 그러느냐?]

소악마적인 웃음으로 농담을 건네는 클로 세로.

"둘이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약간 말량광이 아가씨와 유능한 집사? 그런 느낌?"
[본좌를 말량광이 아가씨로 비유하다니. 것보다 자신을 유능한 집사로 투영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느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아, 그런데 보호막이 매번 바뀌는 겁니까?"
[무슨 소리더냐? 보호막이 바뀐다는 말이?]
"그러니까 제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그 방법에 맞춰 보호막이 변화하는 겁니까?"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했다가는 평생을 이곳에  터인데. 본좌가 그런 심술을 부리겠느냐]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도록 하죠."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앉아있던 알렌이 보호막을 깨뜨릴 방법을 찾았던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클로 세로의 불투명한 보호막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한다.

'되려나? 일단 해봐야지.'

체내 마나를 활성화하며 보호막을 집은 두 손에 마나를 일정 집중시킨다.

한편 클로 세로는   없는 행동을 하는 알렌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제 아무리 인간이라고 해도, 천재라 칭하는 알렌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만든 보호막을 깨뜨리리라 생각지 않기 ㄸ...

쩌적!

"아, 이 정도로 하면 되네. 그러면..."

순간 듣기 싫은 소리가 클로 세로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그리고는 균열이 일어난 보호막이 급격히 떨리기 시작하니 마치 얇게 얼은 살얼음처럼 보호막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자신을 감싼 보호막은 아련한 마나를 흩뿌리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쩌적! 쩍!

"터치~ 이제 끝이죠?"

금이 간 보호막의 틈. 알렌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클로 세로의 손을 잡는다.

[무엇이더냐? 어떻게 보호막을 깨뜨린 것이지?]
"그냥, 진동시켰어요. 마나를."
[진동? 무슨 소리더냐?]

클로 세로는 깨진 보호막을 거둬들이며 알렌에게 묻는다.

도대체가 알렌의 모든 체내 마나량에 맞춘 마나 보호막을 보다 적은 마나량으로 깨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았으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냥... 공명한 겁니다, 공명. 클로 세로님의 보호막과 제 마나를 똑같게... 그러니까... 그.... 아무튼, 마나의 공명으로 보호막이 깨진 겁니다. 끝."
[그, 그런 허무맹랑한 설명이 어디 있느냐!? 빨리! 빨리 설명을...!]
"다음에. 다음에 얘기해 드릴 테니 우선 돌려보내 주시면  되겠습니까? 피곤한데..."
[아, 알았다! 본좌가 특별히 허락할 터이니 다음에 꼭 알려줘야 한다! 알겠느냐?!]
"네, 네. 그러면 먼저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클로 세로의 궁금증을 뒤로하며 돌아온 알렌은 눈을 떴다.

'야발... 벌써 아침이네...'

벌써 아침.  잘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아침이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눈을 감고 눈을 떴는데 아침이라는, 이상한 경험이 떠올랐다.

'씨아앙. 그냥 빨리 씻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꿈속에서 클로 세로와 만나 소모된 정신력을,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침은 필수였다.

예전에는 딱히 아침을 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꼭 먹어야 했다.

환경이 바뀐 탓도 있고,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여러 여자를 위한 체력을, 꿈속에는 클로 세로를 위한 정신력을 쓰기 때문에 아침 식사는 무조건 해야 했다.

가벼운 세안과 함께 교복 매무새를 다듬으며 조금 이른 아침을 먹으러 기숙사를 나서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은 맛있었으면 좋겠다. 존나 배고프네...'

기숙사 복도를 시작하여 식당으로 가는 복도로 들어서려는 그때였다.

"뭐야. 저렇게 일찍 연습하는 사람도 있어?"

창문에 비춘 햇살이 눈에 부셨기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던 알렌의 시선에 움직이는 누군가가.

약간 거리가 있는 아카데미 운동장에서 어느 긴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칼을 들며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검무를 연상시켰다.

"누구지?"

신비로웠기 때문일까.

알렌은 굶주린 배를 놔두며 운동장에서 유유히 검무를 추는 누군가를 확인하기 위해 식당이 아닌 계단을 내려가며 아카데미 운동장으로 향했다.

****

"후우."

가벼운 운동이 끝나자 청백색의 머리칼을 지닌 소녀는 짧은 숨을 토하며 미리 준비한 수건으로 땀을 훔친다.

매일 같은 일과.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보관된 검과 함께 암운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며 검을 들고 움직인다.

청백색의 소녀는 쥔 검을 살며시 움직이며 그와 동시에 춤을 추듯 스텝과 함께 몸 전체가 흐르는 물처럼, 하늘을 떠다닌 구름처럼 유유히 검술을 연마한다.

다른 이가 보았을 때도 청백색의 머리칼을 지닌 그녀의 모습은 흡사 춤사위 같았다.

그러면서도 검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러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만약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매료됐을 것이 분명했다.

'멋지네...'

그리고 비비안 아락시스의 검무를, 나무 뒤에 숨어 훔쳐본 알렌이 그러했다.

"...거기서 숨어있지 말고 나와."

나무 뒤에 숨은 알렌을 알아챈 것일까.

넋을 놓고 보던 알렌의 행복한 시간이 순간 소녀의 얼음 같은 목소리에 다시금 정신을 차리며 저도 모르게 나무 뒤에서 나왔다.

"메스티아로군. 여긴 무슨 일이지..."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 그러나 알렌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말을 꺼낸다.

"그냥 뭐, 운동장에서 누가 연습하는 것 같길래 궁금해서 보러 온 거야."
"다 봤으면 이만 가."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본인의 검을 챙겨 돌아가는 비비안 아락시스.

"야, 비비안! 여기 수건 놓고 갔다!"
"...네 손길이 닿은 물건은 필요 없어."

싸늘한 눈빛으로 내 손길이 닿은 수건이 필요 없다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비비안의 말에 이게 웬 떡이냐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가운 소녀, 비비안 아락시스의 땀이 밴 수건을 맡던 알렌이 이 수건을 보관하기로 마음먹고는 서둘러 현역 아카데미 생의 땀이 밴 수건을 두 품으로 고이 모시고는 배고픔도 잊은 채로 재빨리 기숙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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