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32-7. 로열 카지노. (51/116)



〈 51화 〉32-7. 로열 카지노.

두 번째 게임.

다오스의 다이스는 12면, 4면, 덧셈 다이스의 총 합은 7.

그리고 내 다이스는 합은 8면의 5. 4면의 2. 곱셈이 나와 총 20이 나왔다.

그 뒤를 이어 황금 카드에 나온 패는 다름 아닌 다오스의 카드였다.

-다이스의 합계 눈이 높은 자가 승리할 경우 승리한 자는  한 개를 제외한 모든 것을 패배자에게 넘긴다.

"뭐?"

말이 안 된다. 다오스의 황금 카드의 문구를 흘겨보는 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상황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뭐야, 시발? 이게  개소리야? 시발. 뭐지?'

마로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딜러의 역할을 구실하고 있지만, 손은 그렇지 않았다.

바람에 흐느끼는 사시나무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세한 떨림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이 말은 이 말도  되는 황금 카드를 인정한다는 거다. 아니 애초에 검토할 때부터 인정했다는 것.

확정된 승리를 적는 것은  되지만, 룰을 역전시키는 카드는 암묵적 동의가 아닌가?

"이, 이건 씨발 말이 안 되지!"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카드를 내면 xx의 승리, 라는 카드는  된다고. 그래서 이렇게 쓴 건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 딜러이신 마로스 님은 아무 말없이 카드를 인정하셨는데요? 마로스 님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십니까?"

웅성거리는 관객. 그러나 그 누구도 알렌을 위해 나서주지 않았다. 오히려 감탄하는 자가 속출하며 여론은 점점 다오스를 향해 흘러갔다.

분에 차오르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난 알렌은 맥없이 자리에 앉아 두 뺨을 치며 눈을 뜬다.

'정신 차려... 시발. 칩이 하나 남아도 아직 게임은 할 수 있어. 그러니 정신 차리자.'

불과 두 번째 게임.

그럼에도  수중에는 1장의 칩이 남았고, 다오스는 무려 19개의 칩이 수중에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게임은 단판일 터인데.

"사실상 승리라고 해도 무방하네요."

던진 다이스를 정리하는 다오스. 그의 일관된 행동은 전혀 이해할  없었지만, 이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승자의 미소.

자신이 승리한다는 확신에 찬 저 상판대기.

짓밟아주고 싶었다.

다시금 맹렬히 솟구치는 호승심.

"후우... 하아..."

알렌은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카드는 한 장. 알렌의 칩도 한 장.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어차피 여기서 진다면 팔이든 손이든 발이든 다리든 뭐든 잘리고 끝난다. 그러니 집중해야 했다.

설령 한 장이 남았다고 해도,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고 해도 게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대 19.

칩의  보유량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차이가 심했으며, 문외한이 본다고 해도 이 차이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한껏 야유하며 죽이려는 눈빛과 욕설과 함께 반짝이는 날붙이를 들던 다오스의 베팅러들의 태세전환.

마치 패배하고 쓰러져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죽음을 기다리며 나락으로 빠지려는 자를 구하는 듯한 마지막 구원, 기적적인 구원의 동아줄.

물론 다오스의 희망적인 지금과 다르게 내 상황은 반대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역전의 카드.

아직 한 장 남았다.

마로스는 떨림이 미약하게 섞인 목소리로 카드를 찢으며 이제 마지막 게임을 위해 참가자들에게 지시한다.

"마지막 게임입니다. 각자 이번 라운드에서는 제한된 다이스의 사용이 모두 가능하니 1분 이내로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들은 알렌은 고심하고 또 고심하며 남은 여섯 개의 다이스 중에서 신중히 결정한다.

'기껏 적었던 황금 카드가 이젠 하나 남았어... 그렇다면 누구의 카드가 남았을까.'

고뇌한 끝에 결정한 알렌의 다이스는 이와 같았다.

6면체 다이스.
4면체 다이스.
마지막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다이스였다.

"게임을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아니면 한 장 남은 골드 카드가 도련님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겁니까?"

이미 승자의 기분을 만끽하던 다오스가 웃음... 아니, 비소를 섞으며 내게 말한다.

"그러다가 막판에 내가 이기려면 어쩌려고 그러지?"
"이긴다니. 재미있으시네요. 결과는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남은 골드 카드는 한 장. 그중에서 제 카드나 도련님의 카드가 나온다고 해도 이 터무니없는, 압살하는 칩의 개수를 보세요."

손을 펼치며 수중에 있는 19개의 칩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다오스.

"어차피 이긴다고 해도 고작   개를 주는 걸로 그치겠죠. 결국에는 칩이 많은 자가 승리하는 게임이잖습니까?"

'맞는 말이지. 고작  게임에서 이겼다고 해도 칩 몇 개를 딴 걸로는 이길 수는 없지.'

다오스의 말을 모조리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승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거야.

'만약 내가 적은 '그' 카드가 남아있다면 이길 수 있겠지. 문제는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낮다는 거지만.'

"불쌍한 도련님을 위해 제안 하나를 하도록 하죠. 지금 여기서 포기한다면 봐 드리죠. 로열 카지노의 다이스 패널티는 엄청난 양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다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무릎 꿇고는 다시는 다오스 님께 대들지 않겠습니다,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지금까지의 무례한 행동을 인지하고 받아들이신다면 용서하도록 하겠습니다."

굴욕적인 언행.

그러나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게임이니까. 이곳 로열 카지노의 안쪽 공간은 귀족이든 평민이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모두가 돈만 있다면 평등한 장소이니까.

"아니, 거절하지."
"전 게임도 그렇고 이번에도 제안을 거절하시는 건가요?"
"황금 카드 제안은 받아들였잖아?"
"하아... 이 이상 얘기하면 제 입이 아프겠군요. 그러면 마지막 승부에서 져도 눈물범벅인 얼굴로 제 바짓가랑이를 잡지 말아주세요. 기껏 귀족의 자부심을 품고 승부를 겨루신다는데 제가 제안하면 그건 그것대로 무례한 멍청이인 거겠죠?"

사실... 조금 흔들렸다. 조금 전 다짐을 뒤흔들 정도로 녀석의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냥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말을 얼버무리면 되는 일.

솔직히 뭐, 자존심은 상하지만 어쩌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선다면 그간의 노력과 지금의 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지 않는가.

그 어떤 말에도,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으며 정했던 다이스를 앞으로 내보인다.

'귀족들은 단순해서 편해. 이런 호구를 잡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 자신의 명예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우스워.'

이미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답이 알렌의 입에서 나오자 다오스는 안심하며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하하! 그야, 제 예상대로 흘러가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변태 같은 새끼를 보았나."
"당신이라면 이번 제안을 무조건 거절할 거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몸이 날아갈 것만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하핫!"

이제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던 것인지 다오스는 처음으로 입을 벌린 채로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나긋한 인상의 실눈으로 가벼운 미소를 짓던 다오스의 전 모습과 눈을 뜨며 크게 웃는 현 모습에 괴리감이 들었다고 해도 관객은 아무렇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베팅을 건 사람이 이기면 그만인 족속들이었으니까.

"그럼 숫자 카드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게임의 숫자 카드는 19입니다. 그러면 게임의 참가자는 준비한 다이스를 들고 던져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카드이자 나온 숫자는 19.

다오스의 다이스 나와 똑같았다. 아마도 동등한 입장에서 박살 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나. 혹은 유치한 심술일지도 모른다.

각 게임 참가자의 다이스는 동등. 그렇다면 어떤 수가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황금 카드가 나오는  문제다.

승리자의 여유와 함께 마로스의 말이 끝나자 다오스는 손에 쥔 다이스를 테이블에 굴리며 나온 숫자의 합은...

"6면체 4. 4면체 3. 플러스. 다오스의 다이스 합은 총 7입니다."

구르는 소리가 멈추고 다오스의 합은 7.

"다음 참가자는 신속하게... 다이스를 굴러주시길 바랍니다."

주저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전하는 마로스.

'아마... 아니지. 확실히 나는 이 게임에서 졌다고 생각하니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겠지.'

마지막 다이스 승부. 마음을 굳게 먹은 알렌은 땀이 배어든 다이스를 굴린다.

****

불행이란 신비한 에너지다.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는 않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최악의 결과를 나타낸다.

지금의 알렌도 그러했다.

불행은 지금  몸 아주 깊숙이 잠들어있다고.

그러나... 달랐다.

요근래. 아카데미에서 알렌은 느끼지 못했지만, 알렌의 행운은 급격히 낮아졌다. 그 이유는 바로 미라이 미레이.

말을 더듬으며 소동물을 연상하는 소녀의 불행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르카네.

부정적인 기운을 가진 생명체와 존재가 근접한 거리에 있다면 과연 어떠할까?

압도적인 행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무의식적으로 모든 행운을 집어삼키며 불운으로 낳는 그들의 존재가 과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본래 미라이의 마나 성질은 저주다. 그러나 르카네라는 불멸의 존재가 어린 미라이의 몸에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화근이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조리. 앞뒤 가리지 않고 삼키며 끊임없이 포식하는 불멸의 존재.

알렌은 미라이 미레이의 마나 성질이 저주라고 알고 있었지만, 조금 다르다.

게임의 설정이라면 미라이의 마나는 저주가 맞다. 그러나 르카네의 마나와 어린 시절의 미라이의 마나가 공명하며  다른 하나의 마나 성질로 다시 뒤바뀐 것.

클로 세로가 만든 레드 드래곤의 링을 낀다면 착용한 사람의 마나가 강제로 불의 성질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클로 세로의 링은 강제적인 성질 바꾸기, 미라이와 르카네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마나 성질이 태어난 것.

그렇기에 존재만으로 저주를 흩뿌리던 미라이의 마나는 르카네를 만난 이후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모든 행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먹어치우며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던 것이었다.

그리고 알렌의 몸, 아주 깊숙한 곳에는 대륙의 절대자인 레드 드래곤 클로 세로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깊숙한 곳에서 그녀들의 영향을 받고 태어나 알렌의 체내에서 잠을 자던 거무스름한 짐승은 로열 카지노에 입성한 순간 눈을 떴다.

절대적인 행운과 불행을 먹고 자라는 괴물에게 있어 로열 카지노는 최적의 장소.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짐승은 본래 잠자리로 쓰던 인간의 몸을 버리고 절대적인 행운을 지닌 사내의 몸으로 거처를 옮겼다.

여긴 낙원이었다. 거대한 행운들이 산맥으로 가득 이루어져 먹어도 먹어도. 집어삼키며, 씹어 삼키고. 뜯어 삼켜도 줄어들지가 않았다.

막대한 행운을 먹어치울 때마다 눈처럼 쏟아지는 행운.

너무나도 기뻐서 먹었다. 자라는 행운들도 가차 없이 먹어치웠다.

이 안에 있는 산맥 행운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행운 한 조각.

배는 불렀다. 이미 많은 행운을 먹어치워 배는 불렀지만, 거무스름한 짐승은 마지막 남은 행운을 집으며 그대로 입안으로 구겨 넣으며 더는 못 먹겠다며 과할 정도로 행운을 저장한 배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6면체 3. 4면체 2. 플러스. 알렌의 다이스 합은... 총 5입니다."

일반적으로 따지자면 졌다.

7과 5.

다오스는 7, 나는 5.

이것만으로 누구에게 베팅을 걸었는지 명확할 정도로 관람하던 인간들의 행운과 불행이 눈에 보였다.

"그러면... 마지막 골드 카드를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힘이 빠진 목소리에 패배를 직감한 마로스의 얼굴을 보니 10년은 늙은 것 같았다.

라스트 골드 카드가 테이블을 쓸며 마로스는 눈가에 다가갔다.

마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눈을 질끈 감다 이내 카드 문구를 읽기 시작하는 마로스.

"다이스 게임의 룰은 반대가 된다... 다이아 6...  게임의 룰은! 반대가 된다, 다이아 6!! 알렌의 카드입니다!!"

게임의 룰은 반대가 된다.

반대가 된다는 것은 이러했다.

칩을 가진 자가 우세한 것이 아니다. 눈이 높은 자가 우세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은 19장의 칩과 1장의 칩. 다오스의 7과 알렌의 5.

이 모든 것이 반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역전. 불굴의 승리.

물론 초장에  황금 카드가 나왔다면 어이없는 카드라며 웃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게임의 막바지. 라스트 게임에서 알렌이 쓴 다이아 카드 6의 문구는 절벽에 매달려 이제 죽을 일만 기다리던 알렌에게 천사가 나타나 구해준 것과 같았다.

사실 알렌은 2에서 5가 새겨진 다이아 카드는 첫 번째 황금 카드에서 나온 것처럼, 낮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네 장이나 썼다.

그리고는 사전에 앞서 마로스에게 마지막 술식 전음을 보내며 조용히 하라 했고.  황금 카드 문구를 중복으로 쓸 수 없다는 규칙이 없었기에 다이스의 눈과 사칙연산으로 따졌을 때는 차라리 낮은 수에 거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다이아 6에서도 똑같은 문구를 쓰려다 불현듯 불안의 파도가 덮쳐왔다.

내가 이렇게 문구를 쓰는데 다오스 녀석도 뭔가 기상천외한 카드 문구를 끄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다이아 카드 6은 이렇게 쓴 것인데... 이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혹여 게임 중반에  수 있는 조커 카드와 비슷한 거였는데... 이게 막판에... 이렇게 나올 줄은 진짜... 존나게 다행이었다... 시발...

쾅! 쾅쾅!! 쾅콰아아앙!!!

테이블이 아픈 듯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 미소가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웃기지 마... 누가... 누가 이딴 골드 카드를 인정할  같아!?"

본색일까. 아니면 벼랑 끝에 내몰려져 떨어진 건 자신이라는 걸 깨달은 걸까.

다오스는 굳게 닫힌 두 눈은 놀랄 정도로 커지며 오랫동안 피가 스며든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원형 목재 테이블에는 다시금 패배한 자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봐, 다오스. 이건 룰에 따른..."
"닥쳐! 이 약이나 파는 빌어먹을 새끼가 감히... 커으어어헉!!!"

약을 판다는 말을 들어 빡친 마로스가 전광석화처럼 다오스의 뒷머리를 잡고 원형 목제 테이블에 처박으며 아가리를 주먹으로 인정사정없이 때린다.

"커어억!! 크엉.. 카아악!!"

테이블이 들썩이며 세팅한 다이스와 카드, 칩이 카지노 바닥에 떨어지며 곧 침과 피가 섞인 진득한 액체가 갈라진 테이블 사이로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만해라, 마로스.'

"앞으로 아가리를 그렇게 놀리기만 해. 그때는 이 정도로 안 끝낸다."

피가 묻은 주먹을 털며 딜러의 자리로 돌아온 마로스.

그리고 마로스의 주먹을 맞아 얼굴이 피로 물든 다오스는 테이블을 집어 겨우 일어나며 나를 노려보았다.

"뭘 꼬라보냐, 씨발놈이. 눈깔 안 풀어? 확!"
"으으으....!! 이, 이세키가..! 가, 가미 나항테!"

폭력에 의해 아가리를 다물던 다오스를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졌으면 졌다고 인정을 해야지. 로열 카지노 최고 딜러가 장난감 사달라는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부리면 되겠어~?"
"어? 파멜라 선배가 여긴 웬일로?"
"응~ 후배가 지는 모습을 보러왔는데~ 이게 웬 걸? 다오스를 이겨버렸네~?"
"누구 제자인데 지겠어요."

어느새 난입한 파멜라가 사탕을 핥으며 야릇하게 웃는다.

"다오스~ 요즘에는 신기한 요리가 많더라~"
"...그 얘기가 왜..."
"바다 건너 대륙에는 생선의 비늘을 제거하고 그 안에 하얀 살코기만 베어 날로 먹는 문화가 있나 봐~?"

'회 맛있지. 그런데 갑자기 회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다오스 새끼를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건가?'

"처음에는 꺼림칙했는데. 용기내서 먹었는데... 글쎄! 엄청 맛있더라~! 아, 다오스도 나중에 같이 먹을래?"
"네... 넷! 알겠습니다! 알겠으니 제발 그것 만은!!"

내 예상이 맞았는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녀석의 얼굴은 금세 바뀌며 애절할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맛있었다고 말한 거야~ 설마 내가 우리 다오스를 날생선처럼 베기라도 할까~?"

'아니. 파멜라는 자기가 한다고 하면 무조건 실행하는 미친 싸이코패스 년이다. 괜히 밉보였다가는 저 자리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무튼, 이번 일이 끝나고 원하는 걸 알려주면 손절쳐야겠다. 돈줄 마로스가 있으니까.'

성인 남자의 흐느낌. 참... 안타깝다... 괜히 나한테 띠껍게 말해서....

"후배야~ 이번 판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깔끔하게 해결해줄게~. 무료로~"

빨고 있던 사탕으로 나를 가리키며 지금 상황을 무료로 해준다는 파멜라의 선의.

"아뇨. 괜찮아요. 제가 이긴 게임인데 제가 하는 게 맞죠."

'이게 미쳤나... 어디  하나 집어넣으려고...!'

"그으래~?"

알렌을 가리키는 사탕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 파멜라.

"흐으응~ 그러면 이번 주말.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만날까~?"
"네, 좋아요. 그러면 약속 시간은 언제?"
"으으으응~ 브런치! 12시에 만나자~ 그럼 이번 주말에 보자~!"

파멜라는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내게 전하며 그대로 홀연히 떠난다.

'무서운 년... 내가 패배한 순간 노예로 만들 생각이었겠지... 으으으 생각만 해도 존나 소름 끼치네.'

"사, 사려쥬세여 도란니임! 데, 데가 추운서어를 다하겠스빈다! 데, 데발!!"

파멜라의 협박 아닌 협박이 통한 것인지 어느새 의자에서 내려와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애원하는 다오스를 보며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그리고는...

"어떤 새끼가 바짓가랑이를 잡지 말라고 하던데."
"데데숑함이돠!! 자하게쓤미다!"

'하아아아....!!! 기분 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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