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32-6. 로열 카지노. (50/116)



〈 50화 〉32-6. 로열 카지노.

로열 카지노의 다이스.

게임의 룰은 꽤 간단했다.

각자 여섯 개의 주사위를 나누어 가지며 미개봉 카드를 꺼내어 카드의 수를 정한다.

그런 다음에는 카드를 뽑아 만약에 50이라는 숫자가 나온다면 테이블에 놓인 여러 주사위를 굴린 다음, 50에 가까운 주사위 합계가 나온다면 승리한다.

은근히 블랙잭과 비슷한 게임이라고  수는 있지만, 블랙잭은 21이라는 고정적인 숫자에 근접해야 했고 다이스는 카드에 적힌 숫자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니 좁게 보면 똑같고, 넓게 보면 비슷한 게임이었다.

"룰은 아실 거고. 그렇다면 이번 게임에서  장의 카드를  것인지 정하죠."

개봉하지 않은 카드를 툭툭 치며 알렌에게 묻는 다오스.

"너는 몇 장을 원하지?"
"아무래도 패널티를 크게 원하지는 않으니 최소 10장의 카드로 승부를 보는  어떻겠습니까?"

 10장의 카드.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 여흥이면 반쯤 강제 투자한 새끼들도 어느 정도 수긍할 터이고, 10장이라면 졌을 때의 패널티도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받아들이지. 카드 베팅은 누가 하지."
"물론 이 게임을 성사시켜준 마로스 님에게 부탁해야죠. 그렇죠?"
"어? 아, 그, 그렇지 뭐."

'새끼가  나게 움찔거리네...'

당황한  치고는 마로스 녀석은 총 100장의 카드를 능숙히 셔플하고는 카드  장을 테이블 위에 세팅한다.

'문제는 어떤 숫자 카드가 나오냐에 생사가 갈리는데.'

팔짱을 낀 채로 테이블 위에 놓인 열 장의 카드를 유심히 바라보는 알렌.

"그렇게 보셔도 카드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사건건  행동에 태클을 거는 다오스를 보면 이게 정말 마지막 게임이 아니라 사실을 첫 게임이 아닐까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시작하자."

순수한 운의 게임.

알렌은 자기 앞에 놓인 총 여섯 개의 다이스를 보며 게임의 룰은 다시금 생각해낸다.

12면체 주사위, 8면체 주사위, 6면체 주사위, 4면체 주사위, 플러스 마이너스가 3개씩 새겨진 6면체 다이스와 더불어 곱셈과 나누기가 새긴 6면체 다이스.

총 여섯 개 다이스. 그리고 게임에 참가하려면 무조건 숫자가 새겨진 다이스  개와 플러스 마이너스 다이스와 곱하기 나누기 다이스 하나를 무조건 포함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오픈한 카드가 67이라면 숫자 다이스와  개와 사칙연산 다이스 중 하나가 무조건 속해있어야 했다.

그리고 첫 게임에 쓴 다이스는 다음 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으며, 세 번째 게임부터 다시 다이스를 설정한다.

쉽게 말하자면 12면체, 4면체, 플러스 마이너스 다이스는 첫 게임, 나머지 8면체, 6면체, 곱셈과 나누기 다이스는  번째 게임. 그리고 세 번째 게임 부터는 리셋. 그 후에는 무한 반복.

우선 처음 오픈한 카드,  후에 나올 카드의 숫자는 알 수는 없지만, 한정된 여섯 개의 다이스는 잘 조합해서 사용해야 했다.

만약 40이라는 숫자 카드가 나왔는데 남은 다이스가 6면체와 4면체, 곱하기 다이스가 나왔다면 최대 합계는 겨우 24 밖에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니 어떤 숫자가 나오든 근접하되 근접하지 않은. 다이스를 잘 조합하고 후에 나올 숫자를 예상해야 하는, 은근 심오한 게임이다.

"시작하기 전에. 다이스 게임의 옵션 추가하시겠습니까?"
"그건 또 뭐야."
"솔직히 10장의 카드가 무슨 숫자인지 잘 모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129라는 숫자가 나온다고 해도 최대 수를 지닌 다이스의 합은 불과 96이 아닙니까?"
"잡소리 집어치우고 실속있게 말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다오스는 내게 전 게임에서 했던 제안을 다시금 건넨다.

"간단합니다. 도움이 되는 카드를 추가하는 겁니다."

장황하게 설명과 동시에 능숙히 말하는 다오스 녀석을 보면 어째 준비된 멘트가 아닐까 싶었다.

다오스의 설명은 간단했다.

게임 진행에 있어 총 열 번의 게임 중에서 도움이 되는, 쉽게 말하자면 매판마다 부르마블의 황금 카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떠십니까?"
"재미있겠네. 역전도 패배도 카드 하나에 결정이 된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아."
"그러면 진행..."
"받아들이는 대신에 룰을 하나  추가하지. 미개봉 트럼프 카드에. 2에서부터 6까지의 통일된 카드에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쓰는  어때? 그리고 그걸 여기, 서 있으신 마로스 님께 보여주고 확인하면 되잖아?"
"재미있는 발상이군요. 좋습니다.  대신에 너무 어이없는,  카드가 나온다면 누군가의 승리라는 문구는 안 되는 걸로 하지요. 또..."

다이스 게임에 황금 카드를 추가하는 우리는 금지된 문구를 의논했다.

"좋습니다. 그럼 다시 말해두겠지만, 승리 선언과 패배 선언이 치우친 카드는 금지. 무승부도 금지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카드는 금지입니다. 아시겠죠."
"알았으니 작성이나 해."

또 다시 미개봉 트럼프 카드 꺼낸 마로스는 카드를 나눠주었다.

클로버 2에서 6의 카드는 다오스에게.
다이아 2에서 6의 카드는 나한테.

우리는 트럼프 카드 뒷면이 아닌 앞면에 각자가 생각한 문구를 쓰며 맨 먼저 작성을 끝낸 다오스가 클로버 카드 다섯 장을 마로스에게 건넨다.

"이상은 없죠?"
"으음... 그래. 이상은 없어. 그 대신에 카드는 기록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새끼. 그래도 대가리는 있는 모양이네. 속임수 방지를 위해 미리 기록하는 건 아주 좋은 행동이지.'

꼼꼼히 기록하는 걸 보니 내가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모습을 보이니 조금 전의 베팅 일의 분노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마로스. 이대로 내 얘기를 들어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갑자기 낸 소리에 놀랄 줄 알았지만, 의외로 침착한 마로스는 카드를 정리하며 테이블 위에 놓는다.

'내 카드를 봐도 놀라지 않도록. 알겠냐?'

"다 적었습니다. 검토해주세요."
"알았다."

마로스에게 카드를 건네는 알렌.

"이상은 없군. 이것도 표기하도록 하지. 그러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다들 준비 됐나?"

엄숙한 분위기가 의외로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잘 어울려서 오히려 놀랐다.

'새끼... 가오 잡기는.'

"네, 준비됐습니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참가자의 카드를 셔플하는 다오스. 그리고 셔플한 트럼프 카드 열 장을 테이블에 올리며 엎어진 열 장의 다이스 카드 중에서 한 장을 뒤집는다.

****

숨이 막히는 것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여왔다.

게임을 시작하고 이제야 첫 판.

시작하기 전에는 허탈한 감정만이 나를 지배해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거짓말이다. 허탈한 감정을 느낄 리가 있겠는가.

그저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 그렇게 허탈하다고 믿는 거짓말일 뿐이었다.

"첫 번째 카드는 65입니다. 다들 30초 이내로 다이스를 세팅해 주세요."

정신 차려라, 병신아. 이대로 져서 진짜 병신이 되고 싶지 않으면 집중하자...

혼돈의 구렁텅이에 빠진 속내를 가벼이 심호흡으로 다스리는 알렌.

남은 시간은 불과 15초. 그러나 알렌은 이 호흡으로  눈이 번쩍 트이며 마치 예정된 손놀림으로 자신이 가진 12면체 다이스와 4면체 다이스, 그리고 플러스 마이너스 다이스를 내보인다.

12면체와 4면체 다이스, 플러스 마이너스 다이스.

최대의 합은 불과 18의 눈. 이걸로는 65라는 숫자 근처에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아니, 18이라는 눈이 나올 확률도 극악이었다.

"준비가 되셨다면 다이스를 던지세요."

그럼에도 알렌은 다이스를 걸었다. 첫 판에 가장 불리한 다이스가 알렌의 손에 부딪히며 이윽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낡은 테이블 위를 노나니며 굴러가며 다이스.

"다오스의 합계 눈은 42. 알렌의 합계 눈은 13. 그럼 카드를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오스의 다이스는 8면체의 7. 6면체 6. 곱셉이 나왔다. 지금 다이스에서 나올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수.
알렌의 다이스는 12면체 10. 4면체의 3 덧셈이 나왔다. 지금 다이스에서 나올 수 있는,  번째로 높은 수.

분명 알렌은 졌다. 압도적인 패배차. 29라는 명백한 차이에 절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금 카드는 오픈되지 않았다.

"그러면 카드를 뽑도록 하겠습니다."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며 카드 한 장을 뽑는 마로스.

그리고... 모두가 숨을 죽이며 마로스가 뽑아든 카드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저마다 끓어오르는 환희와 절망을 감춘다.

카드를 뽑는 것과 동시에 그대로 테이블 중앙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오픈한다.

-낮은 숫자가 이긴다.

카드의 문구. 그 중에서도

다이아 4에 그려진 문구. 그 카드는 바로 알렌의 카드, 알렌 스스로 문구를 새긴 카드였다.

"후... 존나 쫄리네."

카드가 오픈하며 마로스가 내게 승리를 알려주자 내게 걸었던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다오스에게 건 사람들은 욕을 지껄이는 중이었다.

"운이 좋으시네요."

적잖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알렌에게 말을 걸며 싱긋 웃는 다오스.

아직 첫 판이라 그런 걸까. 다오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야유에도 패배한 지금도 아무렇지 않다는 모습과 함께 내게 칩을 건넨다.

'새끼가 깡은 뭐 빠지게 강하구만.'

내가 쓴 황금 카드가, 전체적으로  카드가 나올 확률은 고작해야 10%다.

각자가 쓴 황금 카드가 무엇인지 몰라 초조와 함께 불안에 떨며 승부를 걸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한 마디로, 다오스의 말처럼 운이 좋았다.

"운에 운명이 결정되는 게임이라 그런지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네요."

던진 다이스를 가져오며 다음 게임을 진행하자는 다오스의 말에 마로스도 서둘러 첫 게임의 승패를 정리하며 다음 게임을 준비하며  번째 게임이 끝난다며 사람들에게 알린다.

"다이스의 첫 번째 게임이 끝났습니다! 승자는 알렌, 패자는 다오스! 자, 다들 던진 다이스를 대기하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드 65와 알렌의 황금 카드를 직접 찢어 파기한 마로스가 두 번째 세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첫 판에 내 카드가 나와서 다행이구만... 만약 나오지 않았다면 분명 졌겠지.'

그야말로 첫 판부터 역전. 명백한 차이를 뒤집는 황금 카드 덕에 알렌은 초장 승리를 거두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다이스를 하기 전, 앞서 했던 게임도 압박감이 들었지만, 마지막 게임만큼은 아니었다.

그저 운. 속임수도 못 쓰는  게임에 몸뚱어리 한 곳이 하자가 있는 병신이 된다.

'이제는 신중해야지.'

두 번째 게임부터는 강제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다이스 패를 사용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알렌의 경우 8면, 4면, 곱셈 나누기 다이스가.

다오스의 경우에는 이제 12면과 4면 플마 다이스가 남아있는 상태.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만약 아까와 처럼 높은 숫자가 아닌 낮은 숫자가 나온다면? 황금 카드에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된다면?

 승부는 치열하면서도 황금 카드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된다.

 황금 카드의 수는 아홉 장이며 다오스의 카드는 다섯, 내 카드는 네 장.

만약 다음에도 내 카드가 나온다면 내가 질 것이 분명했고, 다오스의 카드가 나온다면 이길 확률이 조금이나마... 아니. 그냥 뭐라도 좋으니 좋게만 나온다면 행복할  같은데...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왜냐하면 마지막 게임은 절대 운빨. 그냥 운빨좇망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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