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32-5. 로열 카지노. (49/116)



〈 49화 〉32-5. 로열 카지노.

다오스는 자신에게 내기를 건 사람들의 야유와 협박을 무시하며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앉아있는 알렌과 눈이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그러나 보여주는 미소와 다르게 다오스의 의도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알렌을 다시 보며 속으로 말한다.

'속임수를 눈치챈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번 도둑잡기에서 내가 질 확률은 없었는데.'

알렌의 예상한 것처럼 다오스의 마나는 대상의 위치를 바꾸는 체인지라는 성질이다.

다오스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마나량을 지니진 않았다. 기껏해야 카드의 그림이나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극소 마나.

그러나 다오스의 태생적으로 적은 마나로는 겨우 카드 그림을 체인지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며, 만약 카드류 게임이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한 게임이 나온다면 승률은 확연히 내려갔다고는 하나 그건 예전의 일이다.

지금은 유일무이, 로열 카지노의 최고 딜러.

보잘 것 없는 마나라고 해도 들키지 않고 이름 있는 도박꾼들을 골탕먹이며 로열 카지노의 내의 최고라고 불리는 딜러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지금 보유한 마나로는 겨우 두 세 번이겠지만, 그래도 다음 게임은 카드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군.'

어차피 속임수를 들켰다고 해도, 모두에게 공개한다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

겨우 카드의 그림을 바꿨을 뿐이니까.

부정으로 둘러싼 중간에서. 다오스는 여유롭게 웃으며 비스킷 하나를 물며 맛본다.

****

'마나 성질이 체인지라면 더블 스플릿 블랙잭도 아다리가 맞고.  번째 판도 내게 유리한 제안을 한 것도 이해가 되는구만.'

첫 번째 더블 스플릿 블랙잭도, 두 번째 도둑잡기도. 모두가 저 녀석의 손아귀에 놀고 있었다는 것에 열...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감탄했다.

만약에  번째 제안을 수락했다면 필시 졌을 것이고, 만약에 엎어 놓은 카드에 마나 잔향을 새겨 놓지 않았다면, 어리숙하게 카드를 뽑는 행동이 아니었다면 다오스 무조건 졌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평상시와 같은, 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화술부터 시작하며 겁대가리 없이 내 앞에서 마법을 썼는데도 마나 감지에도 들키지 않은 녀석인데 어째 흥미가  생길까.

'클로 세로의 기분이 이해가 되네. 이런 재미있는 녀석이 눈앞에 있으면 당연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겠지.'

알렌은 호기롭게 웃는 녀석을 보며 일전에 받았던 모욕을  속에서 지우고 지금은  녀석을 순전히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일렁였다.

연금술의 금태양. 무력의 떡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저 녀석을 원했다.

'어차피 첫 판과 두 번째 판은 카드 게임이라 속임수를 썼으면 마나 잔고는 비었을 거고... 그렇다면 현 마냐량으로 따졌을 때, 대략 한두 번이면 끝나겠군.'

그러나 알렌의 마음에  다오스를 얻기 위해서는 마지막 게임에 이겨야만 했다.

'마지막은 뭐든 좋으니 유리한 게임이었으면 좋겠네. 그래야 노예 트리오가 완성되는데.'

****

"마지막 게임은 룰렛으로 정하도록 하지...요오.."

'...금태양이 VVIP라서 룰렛을 돌리는 건 이해가 되는데... 왜 자꾸 나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그러냐...'

마지막 게임을 정하는 룰렛을 돌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노예이자 뒷세계의 연금술사이자 로열 카지노의 VVIP인 마로스.

'뭐, 우리 관계를 모르는 시점에서는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혹시나 몰라서 면밀하게 룰렛을 감지해도 별 이상은 없고.'

"그, 그러면!"

'야, 야. 오늘은  눈치 볼 생각 말고  식대로 행동해라. 알았냐?'

마로스에게 새겨진 술식에 간섭하여 사념을 보내는 알렌.

이를 들은 마로스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왜 나를 보고 끄덕이냐고 새끼야... 저거 진짜 연금술사 맞아? 약 파는 새끼가 뭐 저리 눈치가... 하아...'

"자! 다들 룰렛 돌리기 전에 잠시 주목하도록!"

이제서야 제 모습을 찾은 건지 마로스는 갑자기 단상 위에서 크게 소리 지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로열 카지노의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끝나는 건 너무 싱겁잖아? 베팅이다! 지금 몰래 베팅한 녀석도, 베팅하지 않은 녀석도 이번에는 마지막 게임이니 어디   크게 걸어보자고! 왼쪽은 다오스! 오른쪽은 알렌! 자, 모두 한탕 해보자고!"

'아, 아니 저 새끼가 왜 이목을 끌고 지랄이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고 판단하는 마로스는 갑작스럽게 비밀리에 진행하던 베팅을 공개적으로 꺼내더니 너도나도 옳다구나 하며 금화와 비싼 장신구, 증서를 손에 들며 내 이름과 다오스의 이름을 짐승처럼... 마치 그것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구경하던 녀석들이 열성 내며 베팅을 걸기 시작했다.

'...미친놈들이 많긴 많구나. 그런데 왜 내 쪽은 베팅이 존나 없냐...'

"오! 많이들 거시는구만! 그러면 나도 이번에 이번 달에 번 돈을 모조리 알렌이라는 소년한테 걸도록 하지!"

웬 백지 수표 비슷한 걸 꺼내더니 그대로 휘갈기며 내 쪽에 베팅하는 마로스는 내게 찡긋하며 잘했냐고 눈으로 물어보는데... 그냥 참았다.

"자, 그럼 모든 카운트다운! 10! 9! 8 .... 2... 일! 자, 베팅은 그만 그만! 이제 돌린다!!"

한껏 과열된 분위기에 이곳은 축제가 아니라 그냥 수라장 같다.

돈에 미친 망령들이 여기저기 핏대를 세우며 짐승 소리를 내고 있으니.

룰렛 단상 앞에 쌓인 금액만 해도 어림잡아 몇천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장신구나 증서를 제외하고 따로 계산한다면...

'시발... 이러면 나중에 보복하는 새끼들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마로스 저 개자식...! 왜 일을 키우고 지랄이야 도대체...!'

알렌의 심정과 별개로 마로스는 룰렛을 힘차게 돌렸다.

빠른 속도로 12시에 위치한 화살표를 튕기며 천천히 속력을 잃어가는 룰렛.

그리고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느리게 돌아가는 룰렛은 천천히. 매우 천천히 돌다 이내 중심을 잃은  멈추기 시작했고.

열광하던 사람도, 룰렛을 돌리던 마로스도 모두가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조용하다가 다시금 열광하며 아우성을 지른다.

"혀, 형니이임..."

많은 사람이 멱 따는 소리에 듣지느 못했지만, 마로스 녀석은 일을 저질렀다는 표정과 함께 나를 보며 형님이라고 자그맣게 말한다.

'뭐, 룰렛은 운빨이니 누구의 탓을  수도 없네. 것보다 다이스라...'

다이스. 흔히들 주사위 게임이라고 하지만, 로열 카지노에서 다이스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진 사람은 내기와 별개로 무조건 어느  곳이 잘리는데... 이게 참 역겹긴 한 룰이다.

이긴 자의 주사위 눈이 총합 200이고 패배한 자의 주사위 눈의 총합이 100이라면 그 수만큼, 차이가 100이나 난다면  수만큼 다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패배한 자의 뼈로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처럼 무식한 방법이 아닌 현대의 방법으로 룰을 개정시켜 차이가 나는 숫자는 어떠한 면체로도, 주사위 면체의 총합으로 결정되었기에 기껏 손목이나 손가락을 잘라서 100면체를 만들어서 변제할 수 있었다.

뭐, 결국에는 패배한 사람의 뼈로 만든다는 건 바뀌지 않았지만.

"큰일이군요."
"그러게. 아주  일이야."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다오스가 큰일이라며 나지막하게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그저 평온한 대화처럼 대답했다.

"그 수많은 게임 중에서 다이스가 걸리다니. 대략 난감하군요."
"난감할 게 뭐 있냐 이기면 되는 거잖아?"
"...간이 크시네요. 카드 게임이 아니니 속임수는 무리겠군요."
"언제 속임수를 쓴 적이 있던가?"

짤막한 대화를 끝낸  남자는 유령에 홀린 사람처럼 의자에 착석한다.

위험한 게임이 걸렸지만, 두 사람에게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허탈? 아니면 포기한 걸까.

피가 덕지덕지 묻은 테이블 위에는 마로스가 가져온 다이스 셋트.

마로스는 조심스럽게 나를 흘깃 쳐다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깨를 돌리고, 관절을 뚜둑거리고,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내 손에 들려있는 다이스를,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가공된 뼈를 쥐며 생각한다.

'진다면  다이스처럼... 되려나.'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알렌은 허탈하게 실소를 지으며 다이스를 굴린다.

"시작하자, 딜러."
"앞으로 식사하기가 불편하시겠군요?"
"끝까지 입은 잘 터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