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32-2. 로열 카지노. (46/116)



〈 46화 〉32-2. 로열 카지노.

"후회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괜찮아. 빨리 시작이나 해."

원형의 테이블에 기댄 채로 다오스가 게임을 결정했다는 말에 싱거울 정도로, 아주 귀찮은 듯이 말하는 알렌은 턱을 괴며 손짓한다.


화려한 로열 카지노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원형 테이블이지만, 곳곳에는 피가 스며들어 검붉은 자국을 형성하며 여기저기 새겨진 날붙이의 흔적이 꺼림칙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지요. 지금이라도 게임을 무르셔도 됩니다만."


모여든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고급 셔플과 함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알렌에게 게임을 포기하라는 다오스의 눈웃음.


그러나 알렌은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쪽에서 알아서 도발 해준다면 기쁠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하, 새끼가... 진짜...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는 거냐?"
"이런. 흥분은 집중력을 흐뜨려지게 합니다... 그리 말하시니 뒤늦게 후회하셔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불쌍한 도련님을 위해 이번 만큼은 블랙잭으로 승부를 보도록 하죠."
"마음대로 해!"
"규칙은 간단합니다."

블랙잭.

트럼프 카드로 가지고 놀기에는 아주 간단한 놀이. 예전에  번 친구들과  적이 있었는데 초보자도 쉽게 할 정도로 매우 쉬운 게임이었다.


규칙은 간단했다. A카드는 상황에 따라 1도 되고, 11도  수 있으며. J, Q, K 카드는 무조건 10. 그리고 나머지 2, 3, 4, 5, 6, 7, 8, 9 카드는 표시된 숫자이며, 이렇게 여러 카드를 조합하며 21의 숫자가 되거나 혹은 21에 가까운 숫자 카드를 지닌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은근 간단할 줄 알았던 게임인데 전략이 많아서 놀랐지...'

알렌은 모든 카드 게임의 규칙과 전략을 머릿속에 차곡... 아니 억지로 쑤셔박았다.

그렇지 않는다면 파멜라가 처음부터 다시, 라는 말과 함께 지금껏 외운 게임의 규칙과 수많은 전략을 다시 말해야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규칙은 뭐... 아실 거라 생각이 드니 이제부터 전체적인 대결 방식을 알려드리도록 하죠. 우선  게임마다 한정된  10장이 모조리 없어진다면 패배하는 걸로 하죠."
"마음대로 해."
"저런...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네요? 제가 한 번 봐드릴... 아닌가? 이러면 괜히 도련님의 위세를 깎아내리는 건가요?"

'새끼가... 배려한다는 말을 참 뭐 같이 하네?'


"딜러 역할은 번갈아가면서 하죠. 그러면 시작하기 전에 베팅 하시죠."

알렌은 10개의 칩 중에서 하나... 아니, 세 개를 걸었다.

"대담하시네요? 혹시 이길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니죠?"
"시작해."


다오스는 섞은 카드를 알렌에게 나눠주고는 카드 한 장을 여는데...

"역시 운이 따라주는 걸까요? 저 같은 실력자가 어린애 상대로 진지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초장부터 A라... 보험을 걸까. 아니면 승부를 할까.'


알렌은 받은 카드 패를 보더니 경우의 수가 저절로 떠올랐다.


'승부를 걸어볼까.'


알렌의 테이블에 놓인 카드 패는 다름 아닌 클로버 J와 하트 K. 21에 가까운 블랙잭에서 20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위협적인 패다.


테이블을 손으로 훍는 제스쳐를 취하자 다오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덮어둔 패를 열며 17이상이  때까지 카드를 뽑았다.

"이런.  판은 제가 졌군요. 아무래도 행운의 여신은 제가 아니라 도련님께 붙으신 모양입니다."

하트 A, 클로버 8, 다이아 4. 스페이드 6.


총합 19점의 카드 패. 만일 8, 4, 6패 중에서 숫자 하나만 적었더라도 블랙잭이었을 패.

알렌은 겨우 이겼다는 사실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오스를 속이기 위해서 신이 나는 표정과 격한 행동으로  칩을 제 수중으로 가져왔다.


"헤헤! 이거 첫 판부터 운이 따르는구만!"
"뭐,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죠. 이번에는 제가 플레이어 역할이군요."


칩을 잃었음에도 여유로운 표정과 태도. 흡사 어린 아이를 보는 듯한 말투에 또 다시 발끈했다.


"호오?  새끼가 말이 많구나?"
"그건 두고 봐야죠. 빨리 시작하시죠."

'뭐, 실력있는 딜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거겠지.'


겉으로는 한껏 화를 뿜어냈지만, 속은 아주 냉철하게 녀석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게, 들키지 않게 탐색했다.

"저는  다섯 개를 걸도록 하죠."
"대단하시군. 잃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죠."

'내가  승부에서 이긴다면 녀석의 칩은 고작 두 개가 남는 건데.'

블러핑. 갖은 허세를 장착한 상태로 나를 뒤흔들 예정인가 본데... 나는 그딴 건 안 통한다... 이 새끼야.

"...."
"큰일이시네요. 이제 칩이 고작 하나 남으셨는데요?"

'시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번째 게임은 분명 클로버 J, 하트 K로 합계 20의 내 승리.  보유량은  13개, 딜러 새끼 7개.


두 번째 게임은 하트 3, 5, 클로버 9, 다이아 A 1개로 합계 18점. 전판과 같이 한끗 차이로 승리. 칩 보유량은 18개, 딜러 새끼 2개.

겨우 두 판을 쳤지만, 압도적이었다. 분명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뭔가 수상했다.

세 번째 게임 이후로 녀석에게 다시 운이 따라주는 것인지 무려 스페이드 A와 클로버 J가 나와 블랙잭을 하고 만 것이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알렌은 차츰 쌓아둔 공든 칩이 서서히 내려가며 이내 달랑 칩 하나만 남은 것이다.


'이상한데... 분명 마나로 감지해도 마나는  느껴지는데... 군중 속에서 마나는 느껴지지 않아. 무슨 수를  거지?'


"알렌 도련님. 저는 이제껏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속임수를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말로 자기를 칭찬하는 모습에 알렌은 눈쌀이 찌푸려졌다.


"희한하게도 저는 어려운 상황, 역경의 상황에서 반드시 역전. 그러한 운이 있거든요. 물론 진 적도 많습니다. 그래도 초짜에게  정도로. 아,  말을 하면 안됐군요. 죄송합니다, 하하."

남은 칩은 고작 하나. 그러나 알렌은 손에 쥔 칩을 걸며 승부했다.

'이래서는 호구 잡힌 거나 다름 없구나.'


 번째, 두 번째 판에 이긴 알렌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 것 부터가 잘못된 일이었다.

'분명 세 번째 판에서 부터 뭔가 일어났어. 그 때문에 감시가 너무 소홀했어... 씨팔...'

파멜라가 내게 신신당부하며 충고했던 말이 이제서야 떠올랐다.

'승기를 잡고 있다고 해서 섣불리 승부를 걸지 마~ 아무리 배가 고프고 판단이  된다고는 해도 신중해야 한다? 맹수가 자기 먹이를 쉽게 내주지는 않잖아~?'


'파멜라 센세... 그립습니다. 더 열심히 배울 걸...'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시겠습니까?"
"그래. 패배를 인정하지."


어차피 승부의 흐름은 내가 아니라 다오스 녀석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가끔 파멜라가 흐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아마 이것을 뜻하는 거겠지.


"게임에서 패배하셨는데 꽤 당당하시군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야 얕보이지 않지."
"그렇다 쳐도 게임에서 패배한 사람이 그리 말하니 조금 웃음이 나오네요. 어찌 됐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보도록 하죠. 물론 다음 게임이 끝이 날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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